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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베르사유의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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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왕상준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2
최근연재일 :
2019.05.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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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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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자수정 반지(3)

DUMMY

-베르사유, 왕의 다목적실-


프랑스 혁명 시기 ‘하급귀족’은 참으로 많은 역할을 했다. 부르주아들에게 협력하여 고위 귀족들을 척살하고, 그 빈자리를 부르주아들과 함께 독식하게 되는 것은 물론, 혁명으로 비워진 행정, 군사, 외교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군사학교인 ‘에꼴 밀레테(école militaire)’출신 장교들은, 처형된 고위귀족의 빈자리를 채워 고위 지휘관으로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다. 많은 청년 장교가 진출했고, 그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던 청년 장교가 바로, 보나파르트 가문의 하급귀족이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프랑스의 ‘하급귀족’은 사용하기에 따라, 앞으로의 정국에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갈팡질팡 못하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면 그들 역시 국왕의 성은을 잊지 않고, 그것이 전장이든 베르사유 궁전이든 나를 보필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그들을 생각한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교장 선생님 노릇을 하는 고약한 노인 ‘빌라르 공작’의 마음을 사는 것이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 노인네가 나를 지지해주는 척이라도 한다면 일은 좀 더 쉬워질 것이다.


“폐하, 그 노인네는 선왕께서도 곤란해 하던 사람입니다.”


며칠 전 나는 ‘하급귀족’ 살리기 계획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호소했었지만, 막상 빌라르 공작을 직접 보려니 가슴이 막막했다.


“부이용 공작, 그래도 짐은 적합하고 합당한 프랑스의 군주가 아니겠소?”


내가 금색 백합이 수놓아진 멋들어진 파란 예복을 그에게 보이며 말하자, 부이용 공작은 나에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지엄하신 프랑스 국왕의 말씀대로입니다.”


그의 미소가 간단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나는 아무런 상관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불꽃이 일렁이는 벽난로 속에 타오르는 나무 장작처럼 아직 차가운 겨울에 떨 듯, 나는 1725년이 주는 그런 떨림을 느끼며, 잠시 말을 멈추고 진중하게 생각에 빠졌다.


‘총사령관에게 사관학교 교장 자리를 넘기는 셈인데, 과연 빌라르 공작이 쉽게 그것을 받아들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자, 어떻게 이 늙은이를 요리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이미 선왕으로부터 포상금을 받아 많은 돈을 가진 자이기에, 돈으로 유혹하는 것이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가 넘어올 만한 무엇인가가 있긴 할까?


“부이용 공작, 빌라르 원수(Maréchal de France)가 지금 부족한 것이 무엇일 것 같소.”


내가 부이용 공작에게 묻자, 그는 나에게 미소가 그윽한 얼굴로 말했다.


“폐하, 빌라르 공작은 명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사람입니다.”


그의 말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답했다.


“하긴 무릎에 총을 맞아 거동이 불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 저당 잡힌 승리를 안겨 주겠다고 선왕께 호언장담했던 그 사람이 어찌 명예를 저버리겠소.”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원래 역사보다 지금의 내 계획이 10년은 빨랐지만, 매우 훌륭한 미끼가 생각났다.


“고맙소, 부이용 공작 그대 덕분에 빌라르 공작의 협조를 꾀할 좋은 생각이 떠올랐으니!”


내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부이용 공작은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그 오만한 늙은이의 환심을 사게 된다면, 앞으로 폐하의 일은 좀 더 수월할 것입니다.”


그의 말이 달콤하게 들렸지만, 나는 그것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가 말한 늙은 장군들을 포섭하여, 군부에 친왕세력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빌라르 장군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장일 뿐이고, 남은 노장들은 아직 루이 14세의 광기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짐의 방법은 간단하오. 빌라르 공작을 대원수((Marshal General of France)에 임명하는 것이오.”


내가 대원수 임명을 거론하자, 부이용 공작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빌라르 공작이 순순히 에꼴 밀레테(école militaire)를 도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의 정론은 타당했고, 나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빌라르 공작을 직접 만나는 것이다.


“이제 짐은 그를 만나야겠소. 그를 만나 증조할아버지의 체취를 맡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


가발 대신 백발을 휘날리는 강인한 눈빛의 귀족이 나를 향해 예를 표했다.


“위대하고 합당하시며 ‘대왕’의 칭호에 걸맞은 폐하의 모습을 뵈오니,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이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나는 감격해서 눈물이라고 흘릴 것 같은 그를 바라보며, 참으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2대 오를레앙 공작 ‘필리프 2세’에게 찍혀 정계를 떠났던 명장의 모습이 참으로 초췌해 보였다. 에스파냐와 오스트리아 영국을 덜덜덜 떨게 했던 위용은 온데간데없고, 이젠 속세를 초탈한 노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속마음이 어떠하든 그는 선왕의 충신이었기에, 나는 그에게 미소를 내보이며 답했다.


“프랑스의 검이자 방패였던 그대가 이렇게 정정하니, 짐의 큰 복이오.”


나는 그렇게 빌라르 공작의 지척으로 다가가며, 그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고, 빌라르 공작은 감격에 찬 듯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폐하, 소장은 단지 흘러간 세월의 패배한 늙은이일 뿐인데, 어찌하여 저를 찾아주셨나이까?”


저 눈물이 차가운 눈물이든 뜨거운 눈물이든 나에겐 아무 감흥이 없었지만, 나는 그의 애절한 눈빛을 피하지 않고 절절하게 답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짐은 15살이 된다오. 선왕의 일을 잘 아는 그대는 짐작 할 수 있겠지. 짐의 목표가 무엇인지.”


내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그에게 내뱉자, 그는 어려운 고민을 하는 듯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분침이 몇 번 움직인 후, 그는 자신의 주름진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는 말을 타시고 전장을 누비시길 원하십니까?”


그의 말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 난세인 지금 전쟁을 아예 피할 수는 없지만, 합스부르크 떨거지가 날뛰지 않는 한 전쟁은 없을 것이다.


“나라의 국운을 위해 짐은 언제라도 나갈 것이나, 지금 그대를 부른 것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함이 아니라오.”


그런 내 말에 실망했는지, 빌라르 공작의 눈빛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향해 멈추지 않는 미소를 지운 후, 부이용 공작을 향해 명했다.


“비서 장관, 준비한 것을 가져오게!”


부이용 공작은 나의 명이 떨어진 후, 예를 표하며 문 앞으로 나갔고 단둘이 남게 된 순간 나는 빌라르 공작에게 말했다.


“빌라르 원수(Maréchal de France), 크게 실망한 표정이구려. 하지만 벌써 실망하기에 이르오. 짐은 증조할아버지인 선왕처럼 그대를 아끼고 존경한다오. 다만 짐은 선왕과 ‘다른 방법’으로 그대를 중용할 것이오.”


그런 나의 말을 들은 빌라르 공작은,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듯 내게 고했다.


“황공하오나, 저는 검입니다. 검의 절삭력은 오직 전장에서만 빛나는 법입니다만, 소장이 폐하의 신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폐하의 뜻이 무엇이든 소장은 따르겠나이다.”


모호한 말이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내게 중앙정계의 진출을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바칠 모양새였다. 국왕인 내가 자신을 불렀다는 것은, 아직 자신의 가치가 남아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참았던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짐은 그대의 용맹과 지략을 사랑하오. 무엇보다 그 괴팍하고 우직한 충성심은 프랑스의 어느 귀족도 가지지 못한 것이오.”


그렇게 말한 순간, 공교롭게도 문이 열리고 비서 장관 부이용 공작이 한 ‘물건’과 함께 나의 앞으로 당도했다. 빌라르 공작은 물건의 정체를 보자, 자신의 오랜 연륜에도 감정을 다잡지 못하고 내게 무릎 꿇으며 말했다.


“폐하, 어찌 뒷방 늙은이에게 이런 성은을 내리시려 합니까?”


‘대원수의 지휘봉’


비서 장관 부이용 공작이 가져온 것은 튀렌 자작이 받은 이후로, 50년 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대원수의 지휘봉이었다. 금색 백합(fleurs-de-lis)이 7개나 그려진 파란 지휘봉, 그것은 프랑스의 모든 지휘관의 꿈이었다.


대원수의 지휘봉을 바라보던 발라르 공작은 가식 섞인 겸손이 아닌,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국왕으로부터 보상받았다는 감격에서 비롯된 눈물을 흘렸다. 숱한 전장에서도 한번 흘려보지 못했다는 그런 귀한 눈물을 이곳에서 흘리는 것이 안쓰러웠지만, 나는 시간을 끌지 않으려 했다.


“비서 장관, 그것을 내게 주시오.”

“예, 폐하!”


나는 그렇게 비서 장관에게서 지휘봉을 건네받은 다음, 늙은 노신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프랑스의 원수 빌라르 공작은, 지금 이 시각을 기점으로, ‘왕립전군기지 대원수’로 임명하는 바이다.”


그 말과 함께 나는 대원수의 지휘봉을 늙은 장군에게 하사했고, 그것을 조심스레 받아들인 빌라르 대원수는 나에게 장군으로서 예를 표했다.


“프랑스의 국토와 폐하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신은 든든한 방패가 되겠나이다.”


역시 그는 명장의 명성에 걸맞게, 내가 자신을 부른 의도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역시 빌라르 대원수요. 그래, 그대는 짐이 그대에게 어떤 명령을 내려도 수행할 자신이 있소?


그렇게 내가 도발적인 언사를 하자, 빌라르 공작은 아무런 고민 없이 답했다.


“이제 프랑스의 대원수가 된 지금, 소신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나는 그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원하는 대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빌라르 대원수. 그대는 짐이 새로 만들, ‘에꼴 밀레테(école militaire)’의 교장이 되어야겠소.”


나의 말은 들은 빌라르 공작은, 처음 들은 생소한 단어에 놀란 부이용 공작과 다르게 아주 흥미로운 표정으로 차분하게 내게 말했다.


“에꼴 밀레테(école militaire)라! 후학양성을 생각하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객관적인 치밀함으로 준비하시다니! 역시 폐하께서는 프랑스의 위대한 국왕이십니다.”


하지만 칭찬으로 듣기에는 그의 말이 왠지 개운하지 않았고, 이를 그냥 넘길 수 없기에 나는 그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그대는, 짐의 계획이 맘에 들지 않나보오.”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을 내뱉자, 빌라르 공작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에꼴 밀리테(école militaire)라는, 말 그대로 군사학교를 만드신다는 계획은 아주 훌륭하지만, 귀족들이 과연 그곳에 지원할지 의문입니다.”


복잡 미묘한 그의 말을 곱씹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는 귀족들의 반대를 두려워하고 있구려.”


그는 전략에 능했으나, 정치에는 많이 약한 인물이었다. 루이 14세가 죽기 직전 시작된 베르사유의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것도, 이런 그의 단점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나는 이런 고리타분한 정치로 고민하는 그의 신세가 가여웠지만, 오만한 늙은이에게 혁신을 심어줄 필요성이 있었다.


“빌라르 공작, 그대는 프랑스가 언제나 이길 것으로 생각하오?”


나의 의미심장한 말에, 그는 진중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전쟁을 위한 조건이 타당하다면, 프랑스를 상대로 이길 국가란 없습니다.”


그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그의 말을 부정했다.


“빌라르 공작, 당신은 그대가 말한 ‘조건’을 좀먹는 이들이, 부패한 귀족들 이런 걸 잘 알고 있지 않소.”


내가 그렇게 말했음에도, 그는 제 뜻을 굽히지 않은 것처럼 계속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폐하께서는 모든 귀족과 척을 지실 생각이십니까?”


그의 말에 나는 바로 반박했다.


“베르사유 궁전의 의미를 짐이 모를 것으로 생각하오?”


하지만 빌라르 공작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고했다.


“폐하께서는 한 가지 커다란 착각을 하고 계십니다.”


갑자기 서늘한 느낌이 왔다. 분명 그가 내뱉을 말은 심상치 않은 것임이 분명했다.


“즉위한 이래 튈르리 궁전에서 8년, 베르사유에서 3년 동안이나 그대들을 지켜본 짐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렇게 내가 반문하자, 빌라르 공작은 마치 친할아버지가 손자를 바라보는 듯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폐하께서는 풍족한 자금을 바탕으로, 하급귀족이나 부르주아의 성장을 이뤄낸 후, 그들을 측근으로 삼아 정국을 장악하시고자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의 말에, 나는 경악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이 시대의 인물들을 너무나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지만, 빌라르 공작의 말은 이제 본론에 들어간 것이다.


“폐하께서 친정 이후 하신 모든 것은 인민들에게 칭송받았고, 이번에 말씀하신 군사학교 역시 장기적으로 볼 때, 프랑스에 큰 힘이 되어줄 기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하급귀족들에게 너무 힘을 실어주는 것은 나중에 큰 패착이 될 것입니다.”


그의 말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치의 문외한인 그대가, 어찌 그것을 알고 있소?”


그러자 빌라르 공작은 씁쓸한 표정을 차마 숨기지 못하고 나에게 고했다.


“저 역시, 하급 귀족의 자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말

자수정은 루이 15세의 탄생석이며, 귀족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에꼴 밀레테는 사관학교or 군사학교를 의미합니다.


귀한 시간내어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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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7 PZeuSK
    작성일
    19.04.17 08:18
    No. 1

    명예와 체면으로 움직이던 전통귀족을 타파하고 나타난 게 부르주아였죠.
    그리고 밑바닥에서 올라온 자들의 도덕성은 천민자본주의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중이구요.
    어쨌든 개혁은 필요하지만 하급귀족이라는 칼이 왕을 베지 못하게 조심해서 다뤄야될 필요성을 상기시켜주네요.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35 g1957_20..
    작성일
    19.04.17 08:40
    No. 2

    사실 부르주아지 출신인 하급귀족, 법복귀족들이 대혁명의 주요 구성원인걸 따져봐도...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17 Eine1103
    작성일
    19.04.17 08:44
    No. 3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19.04.29 11:30
    No. 4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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