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으로 우주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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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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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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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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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

DUMMY

“그러하옵니다. 우리 대요(大遼)의 말황제(末皇帝)께옵서 칭기스칸의 몽골족과 동맹을 맺고 싶어하십니다.”

대요? 개나 소나 다 대(大)자를 붙이는구나. ‘대’자를 붙이면 나라가 커보이는 효과라도 있나?

하지만 지금은 중세고, 사람들의 의식에 정말로 그런 것을 심어주게 될 수도 있다.

미신이 지배하는 시대가 중세 아니던가.

대요라고 자부하지만 현실은 서쪽으로 쫓겨간 요나라, 서요라고 불린다. 자기가 뭐라고 자부하든 남이 불러주는 게 진실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리로구려. 요가 본디 연운 16주를 차지하고 있었다가 불운하게도 금에게 뺏긴 역사가 있으니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 터. 우리 몽골과 함께 금에 복수를 하면 될 것이오.”

“우리 대요가 복수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금(金)의 버릇을 고쳐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듣자하니 칸께서 금의 국경을 이미 부수고 들어가셨다 하니 좋은 결과가 기대됩니다.”

“덕담 고맙소이다. 우리 몽골은 조상이신 임바가이 칸의 수모를 갚고, 동시에 요나라가 겪었던 봉변을 되갚아주기 위해 노력하겠소.”

“하오면···.”

사신이 다시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 이제 지원군 규모를 이야기 나눠야겠구려. 요나라는 얼마의 지원군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소?”

이번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나는 요나라가 꽤 많은 지원부대를 보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화북지방을 지배하고 있던 요나라가 금나라에 쫓겨 중앙아시아로 이동한 것을 요나라는 매우 분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풍요로운 땅에서 잘 살고 있다가 하루 아침에 쫓겨났으니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

“우리 말황제께옵서는 총 2만의 병력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셨습니다.”

2만씩이나? 중앙아시아에서 치열하게 생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서요에게는 부담이 되는 병력 규모일텐데.

금나라에 대한 복수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을 터. 2만 병력을 지원하는 대가로 바라는 것은 무엇이오?”

“금나라 왕입니다.”

“금나라 왕? 금의 황제를 내어달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나는 순간 젤메를 바라보았다. 젤메 또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금나라 왕 하나를 잡자고 2만 병력을 지원해주겠다니 참으로 의외요.”

“연운 16주를 지배하다 하루 아침에 밀려났습니다. 중원에서 따뜻한 기운을 느끼며 살다 지금은 거칠고 거친 초원으로 밀려났습니다. 이 수모를 어디에 풀겠습니까? 금나라 왕을 데려다 죽도록 부려먹겠다는 게 우리 말황제의 뜻입니다.”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군. 나는 혹시 땅이나 성이라도 떼어주라고 할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뭔가 일이 너무 쉽게 풀리니 이상하다.

“대요의 뜻이 그러하다면 내 그대로 따르겠소!”

“감사합니다, 칭기스칸. 그리고···.”

아 뭐야, 아직 안 끝났나? 이번에 나오는 말이 본론이구만.

“무엇인가?”

“성(城) 하나만 넘겨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성 말인가?”

“대요는 장안(長安)을 원합니다.”

장안! 장안은 역대 중국 왕조가 수도로 택할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다. 한나라, 당나라의 수도였다. 광무제(光武帝) 유수가 장안에 있던 수도를 낙양으로 옮기면서 장안 근처의 비옥한 땅을 포기해버렸다. 그 이후로 서북방의 이민족이 장안 근처에 들끓었다지.

장안은 너무 과한 요구다. 어떻게든 거절해야 한다.

“장안은 중원의 성 중에서도 손 꼽히는 곳이오. 2만 병력으로 장안을 얻으려 하다니 너무 무리한 말이오. 20만이면 모를까.”

“2만 병력의 질이 20만에 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최정예 병력을 보낼 것이란 말이오?”

엘리트 병사들만 추려 보내면 서요의 방어가 순탄치 않을 것인데. 장안을 얻고 중국에 알박기를 시도하는 것인가?

사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예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면 장안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을 겝니다.”

“말씀은 고마운 것이나 장안은 힘들 듯 싶소. 대신 무위와 천수, 두 성을 주겠소.”

아직 차지하지도 않은 땅을 주니 마니 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호구가 될 수 있다.

대몽골제국의 수장으로서 누군가의 호구가 될 수는 없잖은가?

“그것은 불가한 말씀이옵니다···.”

사신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후 우리는 입씨름을 벌여 결국 지원 병력을 1만으로 줄이고, 무위와 천수를 넘겨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사신이 돌아가자 젤메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성을 두 개나 넘겨주면 후환이 없겠습니까?”

“우리가 대륙 전체를 차지할 터인데 후환이 어디 있겠느냐? 병력을 1만이나 보내준다 하니 그 병력을 우리 것으로 완전히 흡수해버릴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어떤 준비를···?”

“그것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아무튼 1만 병력이 큰 힘이 되겠군요. 요나라도 유목민족이 세웠으니 요나라군이면 모두 기병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우리 몽골군만큼 강력하지는 않더라도 금에 대한 분노로 불타는 기병 부대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서요는 중앙 아시아에서 고군분투 했고, 팽창을 거듭해 셀주크 제국에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서요가 강력한 세력을 떨치자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유럽에 서요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서요는 ‘카라 키타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러시아에서는 중국이 ‘키타이’로 불린다.

케세이퍼시픽이라는 항공사의 케세이 또한 키타이에서 나온 것이다.


“송(宋)에서 보낸 사신이 왔습니다.”

병사가 군 게르로 들어와 말했다.

“송에서? 먼 길을 빨리도 왔구나.”

“무슨 말을 할까요?”

젤메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송은 금에게 밀려 남쪽으로 쫓겨갔으나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마 화북 지방, 즉 중원을 회복하겠다는 말을 할 것이다. 정말로 하나마나한 말이지. 힘이 없는 송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한족(漢族) 관리를 처음 만나는 젤메가 조금 긴장한 듯 보였다.

“하하, 무엇을 그리 긴장하느냐, 젤메야. 송 또한 훗날 우리가 정복할 세력 중 하나일 뿐이다.”

젤메를 위해서라도 사신과의 기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되겠다.

“사신을 들라하라.”


잠시 후 한족 관리의 복식을 완벽히 갖춘 사신이 들어와서 읍했다.

“칭기스칸을 뵙사옵니다.”

“먼 길을 오느라 노고가 많았소.”

“감사합니다. 칸의 기세가 질풍노도와 같다는 것은 송에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의외로 겸손한 발언인데? 사신이라 겸양을 하는 걸까?

“내 이름이 송까지 퍼졌다는 말이오? 이게 영광이구려. 비록 남쪽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송이야말로 대륙의 주인이 아니겠소?”

사신은 마음이 조금 상했다. ‘남족으로 밀려나간 했지만’이라는 문구를 굳이 붙여서 말을 할 게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사신은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칭기스칸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송은 지금 일시적으로 강남에 위치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중원을 회복하고, 다시 대륙의 패자로 우뚝 설 것입니다. 송이 대륙의 주인이니까요.”

사신의 말에서 기품이 묻어났고 패기가 넘쳤다. 하지만 무력(武力)이 없는 패기는 헛발질일 뿐이다. 그런 패기는 아무 쓸모가 없다.

“그렇다면 오늘 이곳에 온 용건은 무엇이오? 우리와 동맹을 맺자는 게 아니오?”

“칸의 힘을 빌려 금을 무너뜨리고 중원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송이 오래도록 잃어버린 중원을 회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터. 게다가 송이 중원을 회복하면 나는 남 좋은 일만 시킬 것이 아니오?”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야지요. 칸께서 흡족해하실 만한 정도로 말입니다.”

거부하지 못할 정도의 조건을 말하나? 어디 들어나 볼까?

“말해 보시오.”

“우리 송은 금나라에게 해마다 은 25만 냥과 비단 20만 필을 세폐로 보내고 있습니다.”

익히 아는 사실이다. 막대한 세폐가 금나라 재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

“만약 칸께서 우리 송을 도와 화북을 회복하게 해주시면, 은 40만냥과 비단 30만필을 드리겠습니다.”

오호, 좋은 조건이다. 중원을 차지할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나는 중국 대륙을 통째로 먹으려 하고 있다. 송은 나의 야망을 전혀 모르겠지만.

“좋은 조건이오. 한데 나는 임무 수행 후의 보상도 좋지만 지금 당장 전력에 보탬이 될 지원이 더 중하오. 송의 군대를 보내주시오.”

“화북으로 가는 길이 모두 막혔는데 어찌 군대를 지원한단 말입니까? 참으로 난감한 말씀이십니다.”

사신이 처음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받았다. 사신이 여과없이 곤란하단 기색을 보이는 것은 정말로 힘들다는 뜻일게다.

“군대를 당장 보내기가 어려우면 송이 금을 상대로 총공세를 펴주기 바라오. 송이 금을 공격하고, 우리 몽골도 금을 공격한다면 이중공세에 시달리는 금나라의 병력 소모가 심할 것이오. 방비도 약해질 터이니 송도 공격하기가 수월할 것이오.”

“송과 몽골, 모두에 이로운 말씀이십니다. 그렇다면 송이 화북지방을 회복할 그날까지 칸과 동맹을 맺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를 말이오이까? 송이 대륙의 패자이니 하루 빨리 송이 화북지방을 회복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겠소.”

꿈 속에서만. 상상 속에서만 말이다. 현실에서는 우리 몽골이 중국 대륙 전체를 먹어치울테니까. 송은 언제까지나 꿈에만 젖어있어라. 힘도 없이 꿈만 꾸는 자를 제압하는 건 쉬운 일이니.

“몽골의 칸을 뵙는 것은 처음이라 오면서도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리도 말이 잘 통할 줄 알았다면 걱정 따윈 접어두고 와도 될 뻔 했습니다.”

사신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기분이 좋은 모양이구나. 내가 금을 멸망시키고 송으로 쳐들어가기 시작할 때의 표정을 보고 싶구나. 조금만 기다려라.


“금에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 주시오. 우리도 열심히 화북 지방을 공격해 송의 영토를 회복하겠소이다.”

“고맙습니다.”

송의 사신은 크게 만족하여 읍을 하고 돌아갔다.

“저 자도 참으로 순진하군요.”

“오사보 요새를 순식간에 함락시키고, 야호령에서 50만을 무찔렀다는 소식을 듣고도 상황 판단이 저렇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겠느냐. 남쪽으로 밀려나고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다는 뜻이다. 아직도 대륙의 주인이라는 망상에 젖어있다는 게지.”

“그 망상을 역으로 이용하면 일이 아주 쉽게 풀리겠습니다.”

“바로 그것이다.”


실제 역사에서도 송은 몽골과 밀약을 맺고, 신바람을 내면서 금을 공격했다. 몽골이 금을 멸망시키면 초원으로 돌아갈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중원의 주인은 자기들이라는 자부심이 눈을 가리고 귀를 멀게 했다.

나 또한 그러한 송의 욕심을 이용해서 금을 무너뜨릴 것이다. 그리고 금 다음은 송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제 거용관으로 진격하겠습니다.”

“그래, 내일 아침 일찍 떠나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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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5 초류공자
    작성일
    19.06.06 15:05
    No. 1

    제가 생갈할 때에 몽골의 지구 정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신이 원활해야 합니다
    빨리 전기통신의 시대로 가야할 듯.
    그게 아니면 먼 곳부터 중앙의 힘이 미치지 않아 독립할 듯해요
    칭기스칸 사후 제국의 분열만 보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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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전염된 공포 +1 19.06.26 665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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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피나고 알이 박히고 이가 갈리는 +1 19.06.24 837 21 11쪽
75 하늘이 내린 재능 +9 19.06.21 884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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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최후의 저항 +3 19.06.18 746 23 13쪽
71 새로운 무기 +1 19.06.17 762 22 11쪽
70 두드려라, 열릴 것이니 +1 19.06.14 761 23 12쪽
69 속도전 19.06.13 742 22 12쪽
68 금나라의 비책(秘策) +1 19.06.12 733 26 11쪽
67 북경(北京)으로 가는 길 19.06.11 752 25 12쪽
66 기습(奇襲) 19.06.10 744 21 12쪽
65 거용관(居庸關) +3 19.06.07 813 25 12쪽
» 새로운 친구 +1 19.06.06 824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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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50만 병력을 무찌를 수 있을까 5. +1 19.06.04 768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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