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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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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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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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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카운터 펀치 1

DUMMY

교무실을 나와 교실로 돌아가는 복도에서 영광인 생각했다. 사람은 얼마나 해야 능숙하게 될까? 분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단순 암기나 일반적인 직업은 1만 시간이면 충분하다. 하루 24시간, 1년이면 365일, 단순하게 보면 8,760시간이 되니 ‘그럼 1년만 하면 다 되겠네? 근데 난 왜 공부를 12년이나 했는데 안돼?’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순수하게 1만 시간을 말하는 거다. 먹고 싸고 게임 하고 연애하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 빼고 몰입해서 집중하는 시간 말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안되면? 그건 그 분야에 적성이나 소질, 관심이 전혀 없다는 뜻이니 딴 길을 찾아야 한다. 게다가 영광의 경우는 1을 배우고 2를 공부한 뒤 3을 익히는 게 아니라 멈춘 하루에서 계속 같은 것을 반복했다.

‘미치지 않은 게 신기한 거지.’

물론 영광이 음악 쪽으로 타고난 뭔가가 있을 순 있겠다. 그러니 더 성취감도 높아지고 즐겼을 것이다. 공부는 좀 다른 문제라곤 해도 하루하루를 합치면 수십, 수백 년을 훌쩍 넘을 건데 못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거다. 그래서 내기했다. 어차피 선생님은 한 번쯤 넘어야 할 산이었으니까.

그날 오후.

점심을 먹은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와 있었다. 담벼락 밖으로 늘어선 벚꽃이 바람에 흐트러진다. 날려온 꽃송이 하나를 집으며 영광이 다시 앞을 봤다.

“아오, 이거 진짜 어렵네.”

“왜 몸이 내 생각대로 안 움직이지?”

“영광아, 이렇게 하는 거 맞냐?”

영광이 옆엔 무식이 앉아 있었고 그 앞으론 폭주 식스가 기본적인 스텝을 밟고 있었다.

“맞아. 계속해.”

아주 흐물흐물 오징어가 따로 없다. 딴엔 영광과 함께 무대에서 춤을 추고 싶었는지 오늘 아침부터 저렇게 쉬는 시간마다 모여 춤을 춰대고 있었는데 초등학생도 저것보단 낫겠다.

“아후, 짜증나!”

“야! 치지 마!”

“난들 붙고 싶어서 그랬겠냐!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데 어떻게!”

저 녀석들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진지한 노력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을 거다. ‘아닌데? 우리 오토바이 탈 때 완전 진지한데? 게임 할 때도!’ 녀석들이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노는 것과 해야 할 일은 다르다. 그래서 이왕 할 거라면 즐기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움직임보다는 리듬을 타는 걸 먼저 생각해. 며칠은 뜻대로 발이 움직이지 않을 거다. 동영상으로 찍어서 자기가 어떻게 스텝을 밟고 있는지 봐도 좋고.”

영광이 춤을 처음 시작할 때 썼던 방법이었다.

옆에서 폭주 식스를 지켜보던 무식이 물었다.

“쟤들, 저래서 써먹겠냐? 너무 등신 같은데. 못 봐주겠다. 야.”

“상관없잖아? 자기들이 즐겁다면.”

“하긴, 싸움질하고 다니는 것보다야 백번 낫겠지.”

하루 이틀 해서 무대에 설 수 있다면 매일 같이 땀 흘리며 연습하는 전문 댄서들은 뭐가 되나? 그들의 그림자라도 밟아보려면 무조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오래 못 갈 것 같은데?”

“그건 본인 선택이니까 강요하지 않아.”

“오늘따라 날카롭다. 너? 교무실에서 무슨 일 있었냐?”

“일은 무슨.”

애들을 챙기려는 마음은 있었지만 우쭈쭈, 어르고 달랠 생각은 없다.

“어제 말했지?”

“무슨 말?”

“변하는 사람과 변하지 않는 사람.”

“어.”

“안 변하는 놈은 죽어도 안 변해. 단지 제 속을 숨기고 가면을 뒤집어쓰지. 그러다가 아주 조금만 일이 틀어지면 남 탓하는 거야.”

그런 놈들까지 함께할 생각은 없다. 지금도 충분히 바빴으니까.

그렇게 20여 분을 더 폭주 식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저게 웨이브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무식이 유심히 바라보며 묻자 영광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냥 힘 빠져서 그래. 그런 고급 기술이 아니야.”

“아, 그래?”

무식도 춤엔 전혀 보는 눈이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곧 종이 칠 거다.

그때,


-영광아! 영광아아아아!


저쪽에서 봉주가 달려왔다.

“얘기는 잘 됐어?”

“응! 오늘 6시에 작가 두 명이 학교 앞으로 온대!”

“일정은 어떻게 되는데?”

“자세한 건 와서 미팅하자고 하고 학교생활 하루, 평상시 모습 이틀 분량 찍어야 한다는데? 총 3일 정도 잡을 거래.”

“그렇게나..?”

‘내목들’은 그때그때 초대된 프로 가수가 출연자의 정체를 알아맞히는 프로다. 출연자가 무대에 나와 노래하기 전까지 간략하게 정보가 노출되는데 그걸 보며 출연자가 노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맞추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간략한 정보만 사전에 따면 될 줄 알았는데 3일이나 해야 한다고?

“근데 좋은 소식은!”

“..?”

“출연료를 두 배 준대! 대박이지?”

“두 배? 원래 얼만데?”

무식이 물었다. 봉주는 최근 조사 좀 했는지 거침없이 말했다.

“급이 정해지지 않은 일반적인 출연자는 10에서 50까지 다양한데 우리처럼 학생인 경우에 25만 원 정도야. 그런데 두 배래! 출연만 해도 50만 원이라고!”

방송에 나가면 다 떼돈 버는 줄 알겠지만, 실상은 ‘스타’가 아닌 이상 출연료 자체로 많은 돈을 벌진 못한다. 무명의 경우는 우르르 나와서 구석 자리 하나 차지하고 15만 원 받는 때도 있는데 이러면 의상에 교통비에 뭐에, 뭐에 오히려 적자가 날 때도 있다.

“50만 원.. 진짜냐? 진짜 주는 거냐?”

무식이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연예인 기준에선 푼돈이겠지만 무식에겐 한 달 생활비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하게 큰돈이었다.

“설마 이걸로 사기 치겠냐?”

봉주의 말에 무식이 입을 다물었다.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그런 무식과 봉주의 어깨를 동시에 감싸며 영광이 걸었다.

“50이 뭐냐, 500을 노려야지. 잊지 마. 우리가 거기 나가는 이유는 다 속이기 위해서니까.”

영광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많이 퍼지고 있다곤 해도 가장 높은 게 이제 30만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아는 사람보단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아 참. 너네, 그 소식 들었어? 방탄 때문에 멜론 서버가 다운됐대!”

현시점 대한민국 최강의 아이돌이 컴백했다. 언론에선 비틀즈 이후 최고로 폭넓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고 극찬했고 그들의 뮤비는 5억 뷰를 넘었다.

5억과 30만.

태양 앞 반딧불이라 할 수도 있는 초라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영광인 주눅 들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러면 그 하루하루가 모여 훗날 큰 기둥을 이루리라는 걸 영광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대단하네. 더 잘됐으면 좋겠다.”

영광이 히죽 웃으며 대답하자 무식이 고개를 갸웃했다.

“넌 부럽지도 않냐?”

“내가 왜 부러워. 너희가 옆에 있는데. 난 다 가졌다고!”

“..소름 끼친다. 야, 제발 농담이라고 해줘.”

“아닌데? 진짠데? 하하하!”

오늘도 이렇게 유쾌한 하루가 흘러간다. 유명하지 않으면 어떤가? 이렇게 하루하루가 즐거운데.


.

.

.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박 작가와 한 작가는 2시간 전에 학교 앞에 와서 영광에 대해 취재하고 있었다. 주로 지나는 아이들에게 묻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소위 ‘뒷조사’를 한 거다. 간혹 출연자의 인성이나 일진 논란으로 게시판이 뜨거웠던 적이 있어서 조심하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이 영광이란 애는 아주 묘했다.

“일주일 전까진 있는지도 몰랐대.”

“나도 들었어. 확 바뀌었다던데? 심지어 학교에서 싸움도 하고. 무식이라는 애를 두드려 팼대!”

이제 약속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영광 매니저’를 자청하는 아이와 만나기로 했는데 이쯤이면 어떤 평가가 나왔어야 했지만 두 작가는 아직도 머리가 복잡했다.

‘노는 애들이랑도 어울린다는데···.’

‘하지만 노래는 끝장나게 잘하는 것도 사실이고.’

‘춤도 잘 춰.’

‘바이올린, 기타, 건반은 언제 배운 거지?’

취재하면서 느낀 건데 공통점이 있었다. 영광이는 지금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였지만 그의 열흘 전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거다. 심지어 영광이가 어느 중학교를 나왔는지도 아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전학 온 것도 아닌데.’

박 작가가 시계를 힐끔 보며 말했다.

“우선 만나는 봐야 할 것 같아.”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선배.”

방송에 적합한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이 PD님이 무조건 출연시키라고 하긴 했지만 할 건 해야 하는 그녀들이었다.

띠링.

현관문에 달아놓은 작은 종이 울렸다.

그러더니..

우르르르르르.

무려 14명의 아이가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

“..”

두 작가의 눈에 ‘설마?’하는 기색이 스칠 때,

“안녕하세요. 영광입니다.”

영광이 그녀들에게 다가와서 꾸벅 인사했다.

“커피 사주신다고 하셔서요.”

“아, 예! 예! 안녕하세요!”

황급히 일어나는 박 작가는 황당한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대체 왜 다 온 건데?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와아! 난 딸기 스무디!

-난 딸바!

-나도 나도!

-제일 비싼 거 먹자!

-작가 언니, 베이글도 먹어도 돼요?

-초바 제일 큰 거로 주세요!


저것만 해도 10만 원은 나오겠다..

“그, 그럼요.”

수많은 섭외를 다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뭐지? 얘들은?

“흠흠.”

카운터에 법인 카드를 내민 박 작가 돌아와 앉았다. 그러자 아이들도 쪼르르 따라와 주변 빈 테이블에 자릴 잡기 시작했다. 어떤 애는 테이블 위에 엉덩이를 기대며 섰다.

초롱초롱한 눈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박 작가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지만, 곧 영광을 보았다.

‘집중하자, 집중.’

동영상으로 보던 것보단 훨씬 더 평범한 외형의 영광이었다.

“우리 방송이 어떤 형식인지는 알죠?”

“잘 알고 있습니다.”

“큰 문제만 없다면 이번 주에 사전분량 따고 다음 주 녹화 들어갈 텐데..”

‘문제’라는 단어에 힘을 실어본다. 아무래도 이 아이들은 곱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평범한 애들은 14명이나 몰려다니지 않았으니까.

“시간 되시고요?”

“네, 맞춰보겠습니다.”

머리에 뭘 바르거나 교복을 줄여 입거나 껄렁한 자세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모범생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겠다. 그런데 저쪽 남자아이들이 문제다. 껄렁한 애들 여섯에 무서운 애 하나, 촐싹거릴 것 같은 애도 있었다.

“제가 노래를 못할 것이다, 쪽으로 밀고 가면 되는 거죠?”

영광의 말에 박 작가가 끄덕이며 덧붙였다.

“춤추는 영상 봤어요. 그걸로 밀고 가도 되고 아니면 다른 악기 연주자로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반응이 좋을 것 같은 쪽으로 잡아봐야죠.”

그날 녹화 무대에 출연한 가수를 속이는 심리 게임. 영광이 다른 걸 잘하면 잘할수록 가수는 ‘못 한다’에 배팅할 것이다. 사람이 다재다능하긴 힘든 거니까.

“그럼..”

영광이 주변 아이들을 힐끔 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드럼으로 하시죠.”

“..!”

“..?”

“..뭐?”

듣고 있던 봉주조차 벌떡 일어나게 하는 말이었다.

“드럼..이요?”

박 작가가 황당해서 되물었다. 영광의 동영상은 다 찾아봤지만, 드럼 치는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광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이왕 속이는 게임이라면,

“네, 제가 좀 칩니다.”

확실하게 해야겠지?


작가의말

극적 재미를 위해 너목들의 방식을 편의상 바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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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영광아 노래하자 1 +36 19.04.13 30,080 9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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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영광스럽게 2 +18 19.04.12 32,561 861 8쪽
18 영광스럽게 1 +23 19.04.11 33,910 916 11쪽
17 늑대 3 +25 19.04.11 33,647 950 10쪽
16 늑대 2 +39 19.04.10 33,901 954 8쪽
15 늑대 1 +34 19.04.10 34,256 893 8쪽
14 전설을 노래하라 2 +37 19.04.09 34,332 991 10쪽
13 전설을 노래하라 1 +20 19.04.08 34,913 99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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