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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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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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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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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1막 2장 - Who am I (4) | Unknown

DUMMY

뺨을 맞았다. 구해준 사람한테. 그럴 수 있다 치자. 내가 여자였어도 그런 차림이었다면 손이 먼저 나갔을 거다.

문제는 그다음. 미안하다고 할게요? 미안하다고 할게요? 구해준 사람의 뺨을 후려갈기고 하는 말이 미안하다고 할게요? 뭔가 한소리를 쭉 늘어트리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과 말을 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서 존댓말도 계속 쓰고 있고. 소을이랑은 어떻게 정상적인 대화를 했는지가 의문이다.

그러고 보니 통역 마법도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는 이 사람들 말을 분명 모를 텐데 말이야. 이 사람들도 내 말을 모를 테고. 영어도, 한국어도 아니다. 그런데도 단어의 뜻이 명확히 이해된다. 마치 내가 이 말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내가 내뱉는 말들도 한글도, 영어도 아닌 언어다. 이유가 궁금하지만 중요하지는 않겠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연구해보자.

지금 내가 구한 소녀는 땅에 묻힌 사람의 입에 신발을 밀어 넣고 나뭇가지로 얼굴을 후려치고 있다. 성격도 장난 아니다. 왜 저러는지는 감이 잡힌다. 고문 같은 걸 해서 배후를 알아내려 하는 거겠지. 그래도 역시 성격이 장난 아니다.

소녀가 휘두르던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이제 끝났겠느냐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하나 더 부탁할게요."

"어. 또 그렇게 하시려고요?"

당연한 걸 괜히 질문했다. 소녀의 얼굴에도 한심하다는 기색이 지나간다.

"쉽게 입을 열 생각이 없어서 조금 입을 가볍게 만들 겁니다."

너무했다. 저렇게 고통받게 내버려 둘 바에는 내가 나서자.

"어. 마법으로 할 수 있는데."

"네?"

소녀의 눈동자가 두 배는 커졌다. 안 그래도 큰 눈이었는데 더 커졌다.

"마법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그렇다. NPC의 비밀을 알 수 있는 마법이 있다. 이름은 비밀 실토. UMO 에서는 해당 NPC의 호감도 변화 조건을 알 수 있는 마법이었다. 실제로는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지만, 이름을 보았을 때 원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소녀의 신발을 입에 물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머리에 손을 얹고, 마법을 사용한다.

"비밀 실토."

손에서 빛이 일어난다. 남자의 눈동자 점차 멍청해진다. 작동은 하나 보는군.

"말도 안 돼. 이건 사기야."

소녀는 뭔가 중얼거린다. 주로 마법사는 사기야. 이건 사기야. 사기꾼한테 잘못 걸린 적이라도 있나. 남자의 머리에서 손을 뗀다.

"뭐라도 질문해볼래요?"

"된 거에요?"

"아마도?"

내 대답에 소녀는 미심쩍은 얼굴을 한다. 확실히. 내 대답이 미심쩍긴 하겠지. 소녀는 부츠를 남자의 입에서 빼낸다. 압축에 침이 잔뜩 묻어 있다.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네. 헛기침을 몇 번 한 소녀가 입을 연다.

"넌 누구야."

"칼날 손아귀 용병단의 유미하 페토르."

마법은 잘 작동한다. 다행이군. 소녀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입술을 조금 달싹인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 같다. 이건 사기야.

"목표는?"

"글린다 오스왈츠의 실종."

소녀의 얼굴이 구겨진다. 아마 저게 자기 이름이겠지. 소녀는 입술을 깨문다.

"의뢰인은?"

"모른다."

"그럼 죽어."

엑? 소녀, 글린다는 남자의 머리를 발로 차 버린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이나 생각했다. 결론은 말리자. 사람이 죽는 건 조금 그렇지.

"쇠약."

마법이 시작된다. 글린다의 발길질에 힘이 빠진다. 상대방에게 힘을 빼앗는 마법. 글린다는 세 번의 발길질을 마치고 숨을 몰아쉰다. 원래는 직접 잡으려고 했지만, 저런 얇은 옷을 입은 여자의 몸에 손을 대는 건 꺼려진다.

자기 몸에 이상이 일어난 것을 느낀 글린다는 나를 바라본다. 시선에 쏘여 죽을지도. 사람을 발로 차던 신발로 흙을 밟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지금 뭐하신 거에요?"

금색의 눈동자에는 살기라고 부를 만한 것이 서려 있다. 소름이 쫙 끼친다.

"어. 죽이는 건 안 좋은 겁니다?"

왠지 모르게 의문문. 눈을 저렇게 뜨고 있는 사람과 대화 할 때는 의문문이 당연한 걸 거다.

"그럼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예요?"

글린다는 땅에 묻혀 얼굴만 내밀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여기 두고 가나?"

"여기 두고 가면 죽어요. 짐승한테 뜯어 먹혀서."

윽. 상상해버렸어.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닐 게 확실하다.

"그렇게 될 바에는 곱게 죽여주는 게 좋아요."

머리에 발길질은 하는 것이 곱게 죽여주는 거로 생각하기는 힘들지만 말이야. 글린다는 절대 자기 주장을 꺾지 않을 기세다. 풀어주는 건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짓이고. 다른 방법 없나. 별로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은데.

내 대답을 기다리는 글린다는 잠시 무시하자. 내 기억 속에 있는 마법들을 찾아보자. 평화롭게 죽이는 마법이 있네. 하지만 내 목적은 죽이지 않는 것.

"어떻게 하실 거에요? 설마 풀어주시게요?"

글린다가 비웃는 것이 느껴진다. 으으. 재수 없어. 얼른 머릿속에서 떨쳐내자. 이런 나쁜 생각을 오래가지고 있으면 일찍 죽는다. 마침 적당한 마법도 떠올랐고 말이야.

머리를 몇 번 걷어차여 정신을 잃은 남자에게 다가간다. 얼굴이 많이 망가져 있다. 원래도 잘생긴 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모습. 잠시 이 남자를 위해 묵념하자.

머리에 손을 얹는다. 따뜻한 게 느껴진다. 발로 차서 머리에도 피가 난 게 분명하다.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살리고 볼까?

"회복."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 피는 남아있지만, 그 근원은 사라졌다. 이제 좀 볼 만해졌다.

"지금 치료해주신 거에요?"

글린다의 말에는 가시가 돋쳐 있다. 무시하자. 저런 거 일일이 신경 쓰면 위궤양에 걸린다.

"기억 소거."

임무를 위해 세 번 사용하는 마법. 실제로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다만. 비밀 실토가 작동한 걸 보면 무리 없이 작동할 거다. 그랬으면 좋겠다.

손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남자의 얼굴을 덮는다. 비밀 실토와 비슷해 보인다. 빛이 사라진다. 머리에서 손을 뗀다. 이제 한 번 깨워볼까?

"물벼락."

남자의 머리 위에 물방울이 나타난다. 물에 젖기는 싫으니 살짝 뒤로 물러선다. 손가락을 튕기고 물이 쏟아져 내린다.

"아푸푸!"

정신을 차린 남자는 주변을 둘러본다. 눈동자가 딱 봐도 멍청해 보인다.

"여긴 어디?"

"이건 사기야!"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뒤에서 글린다가 소리친다. 확실하다. 글린다는 사기꾼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이제 된 거지요?"

"정말 기억을 잊은 건가요?"

"그런 거 같은데요?"

땅속에 묻힌 남자는 자신이 땅속에 묻혀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연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글린다도 그 부분은 인정했다.

그래서 땅에 묻힌 전원에게 기억 소거를 시행했다. 땅에서 꺼내주고 숲으로 내쫓았다. 원래는 근처의 마을까지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글린다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해서 어쩔 수 없었다. 뭐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이니.

"휴. 이제 전부 끝났네요."

글린다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친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땀은 왜 흘리는 거지? 어느새 해는 나무 너머로 넘어간다. 그러고 보니 나 여태까지 아무것도 안 먹지 않았나? 그런데 배가 안 고프다니. 꼬박꼬박 챙겨 먹지는 않았어도 배고픈 건 느꼈는데. 이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왠지 하면 안 될 거 같다.

"저기요 마법사님."

"네?"

글린다가 나를 부른다. 마법사님이라고.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하고 싶지만, 난 내 이름을 모르는걸.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걸.

"오늘 며칠이에요?"

"글쎄요?"

글린다가 나를 이런 멍청이가 다 있느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난 여기의 날짜 체계도 모른다고. 지구 기준으로는 2월 7일이지만.

"여기는 어디예요?"

"글쎄요?"

나도 여기 갑자기 온 거라서. 미안.

"여기 어떻게 왔어요?"

"글쎄요?`

음. 일단 차원의 충돌이라던가 그런 거라던데. 내가 그 부분에 대해 이해를 못 해서 말이야.

"아는 게 뭐에요?"

"글쎄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마음이 죽을 거 같아.

"에휴. 어쩔 수 없네요. 일단 숲을 벗어나죠."

글린다는 나무들 사이로 걸어 들어간다. 납치를 당한 사람치고는 너무 침착하다. 아니지. 자기를 납치한 사람을 고문하려고 했을 정도니까 침착이라기보다는······. 익숙한 건가? 이거에 관해 묻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숲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글린다를 쫓아간다. 글린다는 주변의 나무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숲길을 걷는다. 가끔 쪼그리고 앉아서 흙을 만져보기도 한다. 이곳의 위치를 특정하려는 건가? 잘 모르겠다.

"좋아요. 마법사님. 여기는 테페리의 남쪽 어딘가의 숲이에요."

그렇구나. 나무와 흙으로 구별하다니.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지는 못하지만, 오스왈츠 영지까지는 마차로도 열흘 정도 걸리는 거리에요."

마차의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사람보다는 빠르겠지. 잠깐만. 그럼 글린다는 일주일 동안 잠들어있었다는 거야?

"이상하죠? 아무리 강한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사흘. 마법을 써도 닷새가 한계에요."

"공간 이동?"

생각나는 마법의 이름을 말한다. 내가 알고 있는 바로 일주일 걸리는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방법은 마법뿐. 글린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동조한다.

"맞을 거에요. 그 뜻은 제 목숨을 노리는 사람 중에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가 있다는 거죠."

공간 이동이 상당한 실력이 필요한 마법이라고? UMO 기준으로는 그렇게 강한 마법은 아닌데···.

"그래서!"

앞서가던 글린다가 휙 하고 돌아선다. 나와 눈을 정확히 마주한다.

"마법사님. 선택하실 때에요."

"무슨 선택이요?"

글린다는 한숨을 쉰다. 갑자기 물어봐 놓고 한숨을 쉬다니, 진짜 재수 없다.

"저랑 같이 오스왈츠 백작령까지 가실래요? 아니면 여기서 헤어질까요?"

"혼자서 갈 방법은 있어요?"

"있겠죠."

없을걸. 가는 동안 아까 그 사람들에게 안 죽으면 다행이지.

"만약······."

글린다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글린다는 약간 볼을 붉힌다. 하얀 얼굴이라서 쉽게 눈치챘다.

"저를 도와주시면 합당한 보답이 있을 거예요."

알겠다. 도와주세요. 라는 말을 못 해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군. 이런 걸 츤데레라고 부르는 건가.

"같이 가 드릴게요."

내 대답에 글린다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어차피 도와줄 생각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죽었다고 들으면 잠자리가 뒤숭숭할 거다.

"좋아요. 그럼 서로 소개 먼저 하죠. 제 이름은 글린다 알폰소 오스왈츠. 오스왈츠 백작가의 셋째입니다."

글린다는 멋들어진 모습으로 나에게 인사한다.

"당신의 이름은?"

"글쎄요?"

"당신은 도대체 알고 있는 게 뭔가요!"

결국, 글린다가 나에게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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