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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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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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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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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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8.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1) | Isaac

DUMMY

몰아치는 비바람

멈추지 않는 천둥

그 모든 것이 발을 붙잡네


- 시, `폭풍의 추적자` 中 발췌 -


"도대체 뭐가 남은 건데요."

맥이 불안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납치된 사람치고는 말끔하게 잘 있네. 어디 다친 곳도 없어 보이고.

"도플갱어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카심은 하나를 소환했다고 했고요."

"도플갱어가 도플갱어를 소환한 거 아니야?"

"아닙니다. 다른 존재가 끼어 있습니다."

"도플갱어들에게 물어봐서 알아낸 정보에요."

평화로운 질문은 아니었지. 불꽃과 피와 비명이 가득한 문답이었다. 살점이나 폭발도 함께였지.

"아마 악마인 것 같습니다."

"히익!!!"

맥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그렇게까지 놀랄 일일까. 직접 본 적도 없을 텐데.

"그거 확실한 거야?"

글린다의 질문에 에스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예. 확실합니다."

예전에 테페리의 숲에서도 악마를 잡는다고 숲에 들어갔었지. 결국, 악마가 아니라 그냥 미친 마법사였지만.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요?"

"저와 에스나는 악마를 잡으러 갈 겁니다."

"꼭 가야 하는 거예요?"

맥이 어깨를 움츠린 채로 질문한다.

"악마는 반드시 멸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이대로 떠난다고 해도 다른 일을 벌일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나도 그냥 때려치우고 싶다. 그런데 에스나가 같이 가야 한다고 떼를 쓴단 말이지.

심지어 멀찍이 초월자의 시선도 느껴지고. 저럴 거면 그냥 나왔으면 좋겠다. 스토커도 아니고 뭐하는 거야.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

"두 분은 여관에 얌전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스나의 의견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에스나와 도플갱어들의 말을 들으면 악마는 상당히 위험하다.

내가 여태까지 상대했던 어떤 존재보다 위험하다. 그런 곳에 글린다를 데리고 갈 수는 없지.

"여관은 안전한 거 맞죠?"

"절대로 안전합니다."

내가 죽기 전까지는 뚫리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난 죽을 생각이 없지.

"알겠어요. 일단 여관으로 가야 하죠?"

"그렇죠. 뭐. 손을 잡아주세요."

양팔을 뻗는다. 에스나와 글린다가 내 손을 잡는다.

"어. 저는요?"

맥이 손을 들어 올리며 질문한다. 자기가 잡을 곳이 없다는 건가.

"알아서 잡아."

맥은 한숨을 쉬고 내 허리에 손을 올린다.

"그럼 갑니다. 공간 이동. 목표 지점. 여관."

주변 공간이 일그러진다. 다시 제자리를 찾은 공간은 여관의 식당. 놀란 표정의 카심과 카산나가 있다.

"자. 도착."

글린다와 에스나의 손을 놓는다. 허리를 붙잡고 있는 맥도 때어 놓는다.

"거기 두 사람. 여기서 기다렸어?"

카산나와 카심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도플갱어들에게 습격을 당하기도 했으니 편히 쉬는 건 무리였겠지.

"다 끝난 건가요?"

두려움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카산나가 질문한다.

"다 끝났어. 이제 편히 쉬어."

두 사람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불안했던 걸까.

"그런데 두 분이 주무실 곳은 있습니까?"

그라고보니 이 두 사람의 방 망가졌지.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폭풍도 몰아치니 그곳에서 잠을 잘 수는 없는 노릇.

"객실을 이용하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여긴 여관이지. 방이 부족하지는 않을 거다.

"저희도 올라가도 되죠?"

하품소리와 함께 글린다가 질문한다.

"올라가기 전에 손을 내밀어 주시죠."

글린다는 곧바로 손을 뻗는다. 글린다의 손을 잡고 마법을 사용한다.

"마법 회수."

글린다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한 번 겪었던 일이라 글린다는 하품을 할 뿐이다.

물론 이 마법을 처음 보는 맥, 카심, 카산나는 놀란 표정 그대로 굳어버린다.

글린다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빛은 맞잡은 손을 통해 나에게로 넘어온다. 내 몸이 빛을 받아 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끝났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빛이 사라진다. 글린다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식당 문을 향해 걸어간다.

"맥. 가자."

잠시 머뭇거리던 맥은 식당을 떠나는 글린다를 쫓아간다.

"두 분도 들어가시죠."

에스나의 말에 카심과 카산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재빠른 발걸음으로 식당을 벗어난다.

식당에는 나와 에스나만 남았다. 그럼 이제 움직일 시간이군.

"그런데 악마가 어디 있는지는 아십니까?"

나야 모르지.

"물어보면 될걸?"

"누구한테 말입니까?"

에스나는 못 느끼는 건가. 저 끈질긴 시선을. 한숨을 쉬며 식당의 한구석을 바라본다.

"슬슬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 안 하십니까?"

"들켰군요."

들키려고 그 자리에 있었으면서.

공간이 깨져나가면서 검은 공허가 나타난다. 그 구멍에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얀 부츠. 하얀 치마. 하얀 코트. 하얀 머리칼. 하얀 피부. 하얀 눈동자. 온통 하얀 사람. 처음 보는 초월자다.

"처음 뵙겠습니다. 사신 백룡 기사 에스나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희망찬 절망 도을입니다."

켁. 이번에도 이상한 것이 나타났다. 희망찬 절망이라니. 도대체 이름이 왜 그렇게 생긴 거지.

도을과 에스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나는 약간 떨어져서 그 장면을 지켜본다.

허리를 들어 올린 둘은 이제 나를 바라본다. 뭔가를 바라는 눈빛으로. 나도 인사를 하라는 건가. 한숨을 쉬고 허리를 숙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차원이탈자 아이작입니다."

인사를 마치고 허리를 들어 올린다. 도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에스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반갑습니다. 아이작. 제 다른 자매와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도을이 나에게 손을 뻗는다. 그 손을 맞잡으며 도을과 악수를 한다. 그나저나 자매라니. 초월자들도 가족이 있는 건가.

"소을을 말하는 겁니다."

에스나의 설명을 듣고 소을을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둘의 이름이 비슷하네.

"그래서 여기는 왜 온 겁니까?"

지금은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다. 빨리 악마를 처리하고 인테아로 출발할 때지.

"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도을은 식당의 의자들을 가리키며 묻는다. 앉아서 이야기 해야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면 좋을 거 같은데.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도을은 고개를 숙이고 의자에 앉는다. 에스나와 나도 도을과 마주 보는 자리에 앉는다.

"다시 묻겠습니다. 여기는 왜 온 겁니까?"

"짐작하고 있지 않습니까?"

도을은 내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다. 물론 짐작은 하고 있다.

"악마 때문이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쉽게 답해줄 거면 첫 질문에서 해주지 그랬어.

"공식적으로 초월자로서 부탁하겠습니다."

갑작스레 도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당황스럽다.

"에스나와 아이작에게 부탁합니다. 악마를 제거해 주십시오."

도을이 허리를 숙인다. 당황스럽다.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거지? 그보다 초월자라는 것들은 다 이렇게 이상한 거야?

갑자기 대화하다가 일어나서 부탁하지 않나. 자기가 앉자고 했으면서 일어나지 않나. 정말 모르겠다.

"정확히 뭘 원하는 것입니까."

황당함 때문에 입도 열지 못하는 나 대신 에스나가 질문을 던진다. 에스도 마음에 드는 상황이 아닌지 말이 날카롭다.

"악마를 물리쳐 주시면 됩니다."

아까 했던 말이잖아.

"왜 직접 안 하는 겁니까?"

"초월자는 인간의 일에 깊게 관여할 수 없습니다. 사신이나 사서가 있는 이유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악마는 어디 있습니까?"

"모릅니다."

뒷목이 빳빳해지는 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뒷목 잡고 쓰러질 거 같다.

"하지만 대략적인 위치는 추정할 수 있습니다."

"어디입니까?"

"아이작. 손 좀 내밀어 주십시오."

이거 내가 글린다한테 했던 말이랑 똑같지 않나? 눈썹을 꿈틀거리며 손을 뻗는다.

"감사합니다."

도을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는다. 물론 이럴 줄 알았는데 진짜 이러니까 조금 당황스럽네.

부드러운 손바닥 너머로 뭔가 꺼림칙한 것이 느껴진다. 도을의 얼굴을 바라본다. 도을이 말했던 말이 생각난다. 희망찬 절망 도을.

이 존재도 위험하고 정상이 아닌 거다.

순간 손을 뺄 뻔했다. 도을이 꽉 잡지 않았다면 손을 놓았을 거다. 도을은 내 손을 부여잡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두려우십니까?"

"아니. 조금 놀랐을 뿐이야."

본능적으로 반말이 튀어나왔다.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간다. 도을이 무서워서.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싶은 거다.

도을의 손을 강하게 쥔다. 도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꺼림칙한 그것이 손바닥을 계속 간질인다.

"다 되었습니다."

"뭐가 된 건데?"

잡았던 손을 놓으며 도을은 자리에 앉는다.

"미니 맵을 보십시오."

미니 맵을 알아? 초월자니까 알고 있는 건가. 일단 도을의 말대로 미니 맵을 바라본다.

"...."

"놀라셨습니까?"

"많이 놀랐지."

미니 맵의 일부가 검게 칠해져 있다. 더럽고 끈적끈적한 검은색으로.

"그 검은 부분이 악마가 있다고 추정되는 곳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넓은데."

도시의 절반 정도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찾아야 합니다."

이런 부분은 엄청 구식이네. 좀 특별한 방법을 찾을 생각은 안 하는 건가.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도을이 허리를 숙인다. 한숨이 나온다. 저 넓은 곳을 찾아다니라니.

도을은 일어선 채로 식당의 구석으로 걸어간다. 나를 바라보면서 뒷걸음질로.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가시는 겁니까?"

"네. 제가 할 일은 전부 마쳤습니다."

악마를 잡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악마의 위치를 대충 알려준 게 끝? 생각보다 별 도움이 안 되네.

식당의 구석에 도착한 도을은 손을 들어서 아래로 내리긋는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공허의 입구가 열린다.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기 잠시만."

공간의 틈을 넘어가려는 도을에게 말을 건다. 도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무슨 일입니까?"

"악마라는 거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거야?"

"사신의 일은 악마를 잡는 겁니다."

예전에 들은 적 있지. 그래도 불안하단 말이지. 일단 에스나가 믿음직한 사람도 아니고.

곁눈질로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는 내 옆에 서서 도을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런 걱정도 안 되는 건가.

"돌아가 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필요하면 부를게."

도을은 묵례를 하고 공간을 넘어 공허로 들어간다. 깨져나갔던 공간의 파편들이 하나로 뭉쳐 원상태로 돌아온다.

정말 가버렸네. 괜찮겠지. 초월자를 부를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면 다시 부르자.

"좋습니다. 이제 움직이면 될 거 같습니다. 일단 악마가 있는 근처로 갑시다."

"공간이동이면 되겠지?"

에스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에스나가 내 소을 잡는다. 장갑의 냉기가 손에 전해진다. 도을로부터 느꼈던 꺼림칙함을 씻어낸다.

"공간이동. 목표 지점. 그곳."

공간이 아지랑이 피듯 흔들린다. 다시 돌아온 공간은 나와 에스나를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작가의말

몰아치는 비바람

멈추지 않는 천둥

그 모든 것이 발을 붙잡네

손을 뻗어봐도 닿지 않아

발을 내딛어도 닿지 않아

쏟아지는 빗줄기 눈을 가리네

떨어지는 번개의 굉음

땅을 때리는 빗소리

귀가 먹어버릴 것 같은 잡음

빗줄기를 가르며

웅덩이를 밟으며

나의 달림은 멈추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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