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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서형™
그림/삽화
서형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0.05.01 2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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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8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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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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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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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Chapter IV - E.p. 02 (재능)

DUMMY

“다시!”

월터는 엄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는 에드에게 말했다. 에드는 이제 한계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월터를 한번 올려다보곤 고개를 떨궜다.

'더는 못해.'

'월터씨를 이길 리가 없잖아.'


월터도 알버스가 지켜보고 있던 본관 2층 쪽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더는 무리인거 같습니다.'


애초에 그는 에드를 이렇게 몰아세우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훈련을 할 때면 가혹하게 제자들을 몰아부치던 그였지만 유독 에드에게만은 그러질 못했다. 이건. 알버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내키지않은 훈련을 그만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에도 알버스는 더 몰아붙이라는 턱짓을 할 뿐이었다.


월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그리고는 진이 빠져 뻗어있는 에드를 보며 빠르게 눈을 깜빡이며 잠시 망설였다가 억지로 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힘을 주어 말했다.


"근성을 보여라! 그래서 누굴 지키긴 커녕 니 몸하라 지킬 수 있겠냐?"


악에 받힌 에드가 박차고 일어났다. 한참 호흡을 고르며 노려보고만 있길래 다시 한마디 하려던 순간. 에드가 달려들었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게 뻔히 보였기에. 월터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에드를 향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에드가 지치지 않았을 때에도 이정도면 충분했었다. 이번에도 에드는 온몸으로 자신의 검을 받아내다가 쓰러질거라 생각했다.


에드는 고개를 숙여 월터의 검을 피하다가 아예 바닥을 굴러버렸다. 그렇게 월터를 지나친 에드는 뒤를 돌새도 없이 뒤로 목검을 휘둘렀다.


종아리를 얻어맞은 월터는 당황해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뒤를 돌아보며 에드를 찾았다. 그 때. 월터의 시야 아래에서 무언가 솟구쳤다. 에드는 왼손으로 월터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허벅지를 박차며 뛰어올랐다. 그리고 월터의 얼굴을 향해 목검을 쥔 주먹으로 올려쳤다. 순간 당황한 월터는 몸을 뒤로 젖혔다. 목검이 월터의 수염을 스치고 솟구쳐 지나갔다. 하지만 아직 에드의 공격은 끝난 게 아니었다.


당황한 월터가 몸을 젖히는 동작이 커졌고 에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에드는 월터를 타고 올라갔다.무게 중심이 뒤로 쏠린 월터가 뒤로 넘어가며 에드를 올려다 보았다. 에드는 그 위에서 목검을 치켜들었다.

퍼득 정신이 든 월터는 자기도 모르게 진심을 다해 에드를 밀쳐냈다. 에드는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월터는 잠시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지금 월터의 눈에는 뒤로 넘어진 자신의 얼굴을 향해 목검을 내려찍는 에드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밀친 에드가 걱정되어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에드는 꽤 멀리 날라가 있었다. 5발자국 정도 거리에 드러누운 에드가 하얀입김을 토해내며 숨을 고르고 있는게 보였다.


월터는 자기도 모르게 힘을 다해 밀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알버스를 돌아보았다. 알버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자리에서 일어난 월터가 그를 따라 본관으로 들어가고 혼자 남은 에드는 한참을 그렇게 뻗어 있었다. 그리고 멀찍이서 제자들을 훈련시키고 있던 마리안느가 그런 에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에드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무턱대고 브리안에게 달려들던 때에도 이렇게 엉망이지는 않았다. 마리안느는가 다가와 에드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에드에게 손을 뻗으려 할 때 브리안이 다가왔다. 그가 다가오자. 그녀는 매서운 눈초리로 브리안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정작 그는 마리안느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 브리안은 에드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바로 안아 올려 숙소로 데려가 버렸다.



알버스의 방으로 따라 들어간 월터는 한동안 눈을 끔뻑이며 서있었다. 월터는 에드가 보여주었던 행동을 머릿속으로 다시 그려보았다.

‘이런 게 가능해?’


월터는 자신에게 달려들기 직전의 에드의 얼굴을 떠올렸다. 오기만 가득했던 표정이었다. 그런 치밀한 계산이 숨어있는 것 같지 않았다.

‘딱히 노려서 한 행동은 아닐 거야. 이런 건 노린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냐.’



벌컥!

“방금 그 빌어먹을 일은 뭐였죠?”

방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마리안느가 들어오며 따지기 시작했다.


“틀렸으면 뭘 고쳐야 한다! 설명이 있어야죠! 가타부타 말도 없이 몰아 부치기만..”


마리안느는 거침없이 방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큰소리로 따지고 들었다. 하지만 먼저 방에 들어와 있던 알버스와 월터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마리안느는 다가와서 알버스와 월터를 힐끔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생각에 잠겨있던 알버스는 그제야 그녀를 보면서 의자를 권했다.

“왔으면 앉아라.”


그녀와 똑같이 의자를 권유 받았던 월터였지만 월터는 아직도 서있었다. 그는 알버스를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물었다.

“제가 지금···. 뭘 본겁니까”


그녀는 월터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월터의 어깨를 잡아 당기며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


그녀가 어깨를 잡아 당기며 강제로 몸을 돌리자. 월터는 얼떨떨한 얼굴로 마리안느를 보며 물었다.

“너도 봤냐?”




“맨 처음 에드를 보았을 때. 혼자서 사병들 여럿을 따돌린걸 봤다. 상대방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을 본능적으로 알았고 아주 능숙하게 그걸 이용하더라. 그리고 그 다음 에드를 본건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녀석을 넘어뜨릴 때였고···..”


알버스는 그때의 에드 동작을 흉내를 내며 설명했다. 에드가 자신을 밀치는 피르보의 손을 잡아당기던 동작이었다. 그것은 술집에서 술에 취한 주정뱅이가 무용담을 늘여놓을 때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학자들이 조용히 토론을 하듯이 진지한 분위기에 가까웠다. 그 재현과 설명을 듣는 월터와 마리안느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알버스의 설명을 들으며 마리안느는 문득 5년전의 드나드평원의 경계에서 에드가 자신을 구해주었던 것을 떠올렸다. 뒤에서 당한 입장인 그녀로서는 에드가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 떠올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무릎 뒤쪽 부분이 걷어차인 감각과 누군가 어깨를 잡아 내리는 감각만은 뚜렷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자네가 확인한 것으로 세 번째네.”


알버스의 말에 월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렇군요..”


마리안느는 그게 이렇게 진지해질 일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건 저도 할 수 있어요. 마스터가 그런 식으로 싸우는 걸 보기도 했고."


그렇게 말하며 마리안느는 피식 웃어버렸다. 아무래도 이 나이 많은 기사들이 막둥이의 재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늙은 부모가 되어버렸나 싶었다. 그런 마리안느의 시야에 들어온 알버스는 고개를 젓고 있었다.


“연습을 한다면! 가능하겠지.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배우고 몸에 익힌다면야. 누구나 가능하겠지. 하지만 배우지도 않은 동작으로 저렇게 움직이는 건 어려운거야."


알버스의 설명에도 마리안느는 실소를 머금고 고개를 저었다. 고작 그런걸 확인하려고 에드를 저렇게 가혹하게 몰아세웠다고? 하지만 알버스는 여전히 진지했다.


"마리. 내가 동작을 알려줄 때. 한번에 습득한 적이 있었느냐?"


월터가 끼어들었다.

"러셀 녀석이 몇번 그러긴 했죠."


마리안느가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지금 그 재능인지 뭔지 말하려는 건 아니죠? 마스터. 한 두번 요행을 부린게 재능입니까?"


알버스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인 마리안느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나도 직접 확인한 적은 없어. 내 스승에게 들은적이 있을 뿐이다."


"마스터의.... 스승이요?"


"그래."





오래 전 내가 스승에게 검술을 배웠을 때.

재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내 스승은 여러 제자를 가르치시면서 재능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하셨네.

첫 번째 재능은 타고난 육체에서 오는 재능이라고 하셨네. 타고난 근력에서 오는 힘이나 타고난 키에서 오는 유리함은 그것만으로 재능이라고 하셨어.

두 번째 재능은 시간이라고 했지. 전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병사는 육체적인 한계를 넘어선 강함 보여줄 수 있다고 하셨지.


~~~~ ~~ ~ ~~~~~ ~~ ~~ ~~ ~ ~~~~ ~~ ~~ ~ ~ ~

"최고의 재능? 뭐 재능도 여러가지가 있지. 나나 너처럼 몸이 타고난 것도 하나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지."

"남들보다 빠르고 남들보다 쎄면. 그 자체로 재능인거야. 근데 말이다. 검술이라는 건 꼭 힘이랑 속도가 다가 아냐."

"사람이란게 결국은 몸에 칼 한번만 찔려도 죽는거거든. 그러니 검술을 배우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만약. 만약에 말야. 누구한테 배우지 않아도 두어번 본 동작을 기막히게 성공시킨다거나. 순간 머리속으로 그려본 동작을 바로 성공시킨다거나. 아니면 별 대단치 않는 동작인데 딱 정확한 타이밍에 검을 찔런넣는 감각이 있는 놈이 있다면."

"시간을 뛰어넘는 감각을 지닌 놈이 있다면 그게 최고가 아니겠냐?"

~~~~ ~~ ~ ~~~~~ ~~ ~~ ~~ ~ ~~~~ ~~ ~~ ~ ~ ~






정신을 차린 에드의 시야에는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브리안의 커다란 실루엣도 시야의 끝에 희미하게 들어왔다.

희미했던 시야는 에드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조금씩 뚜렷해졌다. 에드가 누운 채로 몇 차례 눈을 깜빡일 때. 그의 시야로 누군가의 얼굴이 불쑥 들어왔다. 스캇이었다. 스캇은 에드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브리안을 불렀다.

“일어났어”


스캇은 에드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이 녀석 상태가 좀 이상한데? 어~이~”


요란스런 스캇의 행동에도 에드는 멍하니 천장만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스캇의 부름에 에드를 살펴보던 브리안은 큼지막한 손으로 에드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에드는 커다란 브리안의 손바닥을 두 손으로 치우며 몸을 일으켰다.


에드는 침울한 목소리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브리. 나는 재능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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