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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서형™
그림/삽화
서형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0.05.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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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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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hapter IV - E.p. 04 (니겔라)

DUMMY

트라이의 압도적인 등장에 무희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에드는 건물 옆에 기대어둔 쟁기를 집어 들고 앞으로 나섰다. 트라이는 눈을 부라리며 둘을 번갈아 보고는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이번엔 뭔가 그럴듯한 핑계가 있어야 할거다. 꼬맹아”


“.......”

에드가 별 대답이 없자 트라이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그래. 할말이 없겠지. 좋게 말로 할 때 비켜라.”


트라이의 협박에 무희는 다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에드는 그런 그녀를 힐끔 돌아본 다음 트라이에게 쟁기를 들이밀며 말했다.

“늘 이런 식이죠.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자기 멋대로죠.”


트라이는 그 말에 조소를 하며 말했다.

“강자가 원하는걸 취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아니죠. 그렇다면 기사도와 종교는 뭐 하러 있겠어요?”

“그 따위 것들이야. 다 자기연민에 빠진 약자들이 늘여놓는 징징거림일 뿐이다!”


“궤변이군요. 언제나 그랬듯이.”


“흥! 정 마음에 들지 않거든 힘으로 막아보든가? 약자가 발버둥치는 걸 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약자?”


트라이의 조롱에 에드는 씩 웃으며 말했다.

“누가 약자란 거죠?”

“?”


“전적이 1대0 맞죠? 제가1 트라이가 0.”


트라이의 볼이 실룩거렸다.

“뭐라?”


“제가 이곳에 처음 온 날. 잊은 건 아니겠죠?”



트라이는 에드가 아눌루스에 오던 날. 에드의 머리에 들이받혀 기절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그 따위을 전적으로 치겠다는 건 아니지?”

“그 따위에 기절한 게 누구죠?”


“말 같지도 않는 소리 마라 애송아. 참아주는 것에도..”

“아~ 이게 약자의 징징거림이란 거군요?”

“......”


트라이는 더 이상 말로 하지 않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턱과 목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에드를 노려보는 그의 눈은 조용히 불타올랐다. 새하얀 입김으로 뿜어지는 그의 호흡은 느려지고 깊어졌다.




‘진정해.’

‘침착해.’

에드는 마른침을 삼키며 자신을 달랬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에드는 트라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5년간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처음 보았던 트라이는 포박당해있던 필러리를 부수고 빠져나왔다. 비록 검술훈련에는 잘끼지 않는 그였지만 힘만은 장사였다.



아눌루스의 제자들은 다들 거친성격인 녀석들이었고 당연히도 이곳에는 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때면 보통 제자들은 알버스나 월터, 혹은 마리안느의 입관 하에 대련을 빙자한 결투로 해결해왔다.


이곳에서 가장 성격이 유한 편인 스캇조차도 두어 차례 결투를 했었다. 하지만 에드가 기억하기로 트라이는 지금껏 단 한번도 결투를 한 적이 없었다. 그는 갈등이 생길 때면 매번 지위를 내세워서 상대를 내리누르거나 말로 상대를 꺽었다.


‘분명. 힘이 셀지는 몰라도 강하진 않아.’

'이길 수 있어.'


싸움은 트라이가 달려들며 시작되었다. 그는 에드가 내밀고 있는 쟁기를 맨손으로 후려치며 에드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에드가 들고 있던 쟁기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부서졌다.


“이 좀만한!”


에드는 부러진 쟁기로 급하게 트라이의 턱을 후려치려 했다. 하지만 트라이는 고개를 뒤로 젖혀 쉽게 피해버렸다. 허공을 가르는 에드의 공격을 눈으로 쫓은 트라이의 시선은 차분하고 또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만만한 싸움이 되진 않을 것 같았다.


트라이의 시야로 아직 에드의 손에 들려있는 쟁기자루가 보였다. 한때는 별로 위협적지이 않을 농기구였고 이젠 그마저 부러졌다. 하지만 자루가 부러진 단면은 삐죽빼죽해져서 오히려 위협적이게 되었다.

트라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부러진 자루의 단면에 집중되었다. 에드는 트라이가 어딜 보는지 알아차렸다.


그래서 에드는 자루를 그냥 놓아버렸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루를 따라 트라이의 시선도 내려갔다. 에드는 떨어지는 쟁기자루를 등 뒤에서 반대 쪽 손으로 받아낸 다음 한바퀴 회전시켜 트라이의 턱을 올려쳤다.


한눈 팔았다가 턱을 얻어맞은 트라이는 당장 눈빛이 사나워졌다. 하지만 그는 바로 기겁을 하며 에드를 밀쳐내야 했다. 턱 밑으로 삐죽삐죽 날이 선 쟁기자루가 무섭게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바닥에 패대기 쳐진 에드는 끄응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놀란 트라이는 턱을 어루만지며 에드를 노려보았다.



이번에 달려든 건 에드였다. 에드는 얼마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트라이는 달려드는 에드를 걷어차려 했다. 그건 무의식적으로 에드와 거리를 벌리려고 나온 행동이었다. 에드는 주자앉아 슬라이딩을 하며 트라이의 발길질을 피해 지나쳤다. 그리고 튕겨지듯이 일어난 에드는 아직 등을 보이고 있는 트라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시야에서 에드를 놓친 트라이가 상체를 틀어 돌아보았다. 그렇게 돌아서는 트라이의 허벅지는 에드에게 완벽한 발판이 되었다. 낮에 월터에게 썼던 것과 같은 방법이었다. 에드는 그의 허벅지를 밟고 도약했다.


뒤를 돌아보던 트라이의 시야에서는 에드가 갑자기 위로 솟구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미쳐반응할 사이없이 에드는 트라이의 턱을 후려쳤다. 체중이 제대로 실린 이번 공격은 아까와는 달랐다. 트라이의 고개가 반대 쪽으로 꺽였다. 커다란 체구의 트라이가 순간 휘청거렸다.


에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달려 들었다. 팔꿈치로 체중을 실어 허벅지를 내려찍었다. 휘청거리던 트라이가 결국 한쪽 무플을 꿇었다. 에드는 깍지 낀 두손으로 트라이의 턱을 올려쳤다. 트라이의 고개가 뒤로 꺽였다. 에드는 자기가 머릿 속으로 그리고 있던 대로 모든 공격이 성공하자. 주먹을 뒤로 깊게 당겼다. 회심의 공격이었다. 그리고 내지른 에드의 주먹은 허공에서 턱하니 막혔다. 거기까지였다.


트라이의 커다란 손은 에드의 주먹을 완전히 감싸쥐었다. 트라이는 턱이 돌아간 채로 눈동자만을 굴려 에드를 노려보았다. 트라이는 다시 에드의 멱살을 움켜 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에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뒤로 당겨진 그의 주먹이 에드를 후려쳤다.


막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에드는 황급히 오른쪽 어깨를 치켜들고 두 팔로 머리를 감쌌다. 트라이의 주먹이 에드를 강타하자. 에드는 숨이 멎는 듯했다.



“잠깐만요!”

둘의 싸움에 넋이 나가있던 무희가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그녀는 차갑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트라이의 시선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고 한발자국 물러섰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채로 용기를 쥐어 짜내어 말했다.

“아직! 아직.. 난 몸값을 받지 않았어요!”


그녀는 떨리는 호흡으로 애써 말을 이었다.

“어느 쪽에게 돈을 받을지... 선택권은 저에게 있어요...”


횡설수설하는 그녀의 말에 냉랭하게 내려다보던 트라이는 다시 에드를 보며 주먹을 치켜들었다. 에드는 반사적으로 두 팔을 들어 머리를 보호하려 했다. 기겁한 무희가 두 팔을 뻗으며 외치듯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직 선택권은 저한테 있어요!”


다시 무희 쪽을 내려다본 트라이가 에드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이 애송이가 무희를 살 돈이 있다고 보나?”


“어.. 얼마를 받든! 그건.. 제가 선택할 몫이죠.”


다시 한번 에드를 힐끔 본 트라이는 바닥에 침을 뱉고는 에드를 바닥에 던지듯이 놓아주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걸어가버렸다.



그녀는 다급히 에드에게 다가가려다 멈칫하며 멈춰서서 에드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애. 괜찮니?”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에드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일어나서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버렸다.

“역시 무리였네요. 이번엔 될줄 알았는데”


에드의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무희가 의아해하자. 에드는 무희를 돌아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희는 씨익 웃어 보이는 에드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에드가 다시 무희의 속살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는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무희는 다시 몸매가 부각되는 포즈를 지으며 교태스럽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래서 얼마를 낼 거야?”

“예?”


“아까 들었잖아. 어느 남자를 선택하든 그건 내 몫이라고. 금화가 잔뜩 들은 돈주머니는 아니어도 금화 한 닢은 받아야겠는데.”


당황한 에드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무희를 돌아보았다. 무희는 양 팔로 가슴을 모으는 팔짱을 끼고 요염하게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에드는 다시 화다닥 고개를 돌렸다.

“저. 저는 그렇게 큰돈 없어요”


무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됐어.

“?”


“애초에 너한테 돈을 받을 거 같지도 않았어. 내가 그런 소릴 하다니 미쳤지.”

“아. 저기.. 잠시만요.”

“?”


에드는 그 말은 마치고는 황급히 어딘가로 달려갔다. 홀로 골목에 남겨진 무희는 조금 당황한 듯이 눈만 깜빡이며 서있었다. 잠시 후 후다닥 달려온 에드가 숨을 고르며 무희에게 내민 것은 꽃이었다. 하얀 라일락 꽃 네다섯 송이가 피어있는 작은 나뭇가지였다.


그녀는 조금 쑥스러워하며 꽃을 내민 에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 저기 아까.... 저기에 꽃이 예쁘게 폈길래.”

“.....”


무희는 얼떨떨하게 꽃을 받아들며 말했다.

“아. 고마워”


그녀가 머무는 숙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방에 들어온 에드와 무희가 가장먼저 본 것은 트라이가 던져놓았던 돈주머니였다.

“........”


둘은 잠시 돈주머니를 내려다 보았다. 무희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방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아는 사람인 거 같으니까. 니가 돌려줘.”

“아..네.”


에드가 얼떨떨하게 대답을 했지만 차마 그 돈주머니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에드에게 말했다.

“그래. 날 하룻밤 샀으니. 뭘 하고 싶어?”

“네?”


무희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요염한 자세를 취해 보였다. 에드는 얼굴을 확 붉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돌리며 피하지 않았다.

‘그래도 남자라고 완전 숙맥은 아니네’


“저.. 저기 그러면!”

얼굴이 벌개져서 용기를 쥐어짜는 에드가 하려는 말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무희는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었다.


“...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예상에서 벗어난 에드의 말에 무희는 눈을 깜빡이며 멍청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날 앞에 두고 다른 여자이야길 하는 거야?’


무희의 반응을 보고 당황한 에드는 얼굴이 벌개진 채로 더욱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그게. 딱히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고.. 아! 아녜스가 있긴 한데. 누나가 알면 기겁 할 거 같아서....”


무희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에드가 횡설수설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무희님은.. 아! 무희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횡설수설하던 에드는 갑자기 이름을 물었다. 무희는 눈을 깜빡이며 에드를 한참 쳐다보았다.

“아. 저기. 제가 무슨 실례라도..”


무희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니겔라(Nigella). 성은 없어.”


무희의 대답에 에드는 다시 쏟아내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 니겔라 씨군요. 니겔라 씨는 남녀간의 그런 거에 대해서 잘 아실 테니까. 저에게 좀 가르침을 주었으면 해서요.”


에드의 말을 듣던 니겔라(Nigella)는 입을 삐죽거리다가 횡설수설하는 에드를 향해 눈을 한번 흘기고는 장난스레 교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걸터앉아있던 침대에서 일어나며 가슴팍의 매듭을 하나 풀었다. 그러자 무희의 옷은 그녀의 몸을 타고 다 벗겨져 내려갔다.

“이런 거?”


무희의 알몸에 에드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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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Chapter V - E.p. 80 (독사 같은 놈) 20.04.24 127 1 11쪽
180 Chapter V - E.p. 79 (안하던 짓을 하면) 20.04.21 121 1 17쪽
179 Chapter V - E.p. 78 (열려라 참깨) 20.04.17 125 1 16쪽
178 Chapter V - E.p. 77 (검왕의 검) 20.04.14 1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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