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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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6
최근연재일 :
2019.05.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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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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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여자친구 김세라 2

DUMMY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포장마차 안.

2차로 노래방에 갔다가 파한 후에 아직도 아쉬움이 남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영업2과 과장 김호준, 사원 송세후 그리고 우혁재.

이렇게 세 사람은 늦은 새벽까지 시간을 잊은 듯 했다.


“혁재야, 네가 떠난다니 너무 아쉽구나.”


이미 너무 취한 듯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며 김호준 과장이 미안함을 토로했다.


“과장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가 원해서 한 일입니다.”

“그래도, 내가 총대를 멨어야 했는데······.”


김호준 과장은 아랫사람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떠나보내야만 하는 죄책감에 괴로웠고 그러한 마음은 우혁재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졌다.

아!

요즘 세상에도 이런 상사가 있다니!

우혁재야, 너는 참 복 받은 놈 이였구나!

우혁재는 자신이 그 동안 있던 복도 발로 차버린 사람이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과장님, 정말로 이번에는 과장님 잘못이 아닙니다. 제가 계획이 있어서 회사를 그만두는 김에 좋은 일 한번 하려고 한 것입니다.”

“계획? 무슨 계획인데?”

“샐러리맨은 이제 그만이고요 이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혁재의 뜬금없는 소리에 김호준 과장이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미쳤냐? 돈도 없이 게다가 IMF에 무슨 사업을 한다고 해?”

“하하하, 그런 게 있습니다. 과장님도 조만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땐 저하고 다들 같이 일해 보는 겁니다. 아시겠죠?”

“정신 차려, 헛소리 집어 치우고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전무님하고 네 문제 한번 상의해볼 테니까.”


김호준 과장이 혁재의 말을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다.


“우혁재씨, 그런데 이번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장 부장과 그 떨거지들이 다 잘려 나가고 또 갑자기 상무님이 전무님으로 승진하시고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송세후가 우혁재에게 회사 내에서 있었던 그동안의 사정에 대해 물어보자 김호준 과장도 마침 그것이 궁금했던지 우혁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게 그러니까······.”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봐.”

“정말 너무 궁금합니다.”

“제가 노조를 만들자고 제안했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노조를 만드는 것이 증권사 직원들에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죠. 회사에서 잘리지만 않는다면 노조는 필요 없죠. 오히려 귀찮기만 하죠.”


송세후가 끼어들었다.


“장 부장이 직원들에게 하는 갑질이 해도 해도 너무해서 장 부장을 제거해야겠다고 마음먹으니까 길이 보이더라구요. 상무님한테 제가 받은 은혜도 있으니까 상무님이 전무로 승진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면서 장 부장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도 아웃시키고, 빽 없고 착한 우리 직원들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잠시 한 숨을 돌리고 소주 한잔을 마신 우혁재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룹 회장님이 노조를 극도로 싫어하시니까 그것을 이용해야겠다 생각하고 장 부장 조카 장 대리를 꼬셔서 노조설립위원으로 만든 거죠.”

“장대리가 어떻게 넘어간 거지?”

“그거야 간단한 거죠. 사기꾼이 주로 쓰는 수법, 욕심에 불을 지르는 겁니다. 사람들은 사기꾼이 나쁘다고들 하는데 그 말은 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나머지 반은 사기 당한 사람들의 욕심이 화를 불러들이는 것이거든요. 남들보다 잘 살고 싶다는 욕망,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욕망 등이 남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씨앗이 되는 겁니다. 물론 그 유혹의 대상이 그럴싸하고 달콤해야겠지만, 사실 확인만 철저히 한다면 사기는 절대적으로 피할 수 있는 겁니다. 이번에도 내가 장 대리에게 상무님의 지시로 어영노조를 만든다고 하면서 앞장서면 나중에 큰 혜택이 있을 거라고 했지만 장대리가 상무님에게 한 번만 확인했으면 속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장 대리는 그 성과를 혼자 독차지할 욕심에 눈이 멀어서 확인하는 과정을 소홀히 한 것이죠.”

“장 대리는 그렇다 쳐도 장 부장마저 아웃시키는 건 힘들었을 텐데? 장 부장은 사장님 사람 아닌가? 실적도 좋고······.”

“장 부장과 장 대리는 삼촌 조카지간입니다. 아무리 연좌제가 없다지만 회장님이 극도로 싫어하는 노조를 설립한 장본인의 삼촌이, 버젓이 회사에 다니면서 거꾸로 인원감축을 진두지휘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인 겁니다. 만약 상무님이 이 상황을 회장님께 보고하면 사장님 자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는 것이죠. 사장님께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장 부장을 꼬리 자르기 하셨을 겁니다.”

“그렇군.”

“놀랍습니다. 노조를 만드는 척 하면서 노조설립에 미운 놈을 연루시켜서 그 죄를 옴팡 뒤집어씌우고 또, 노조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회장님의 성격을 알고 노조와해의 공로를 상무님에게 전적으로 넘겨서 전무승진까지 거머쥐게 만들고, 거기다가 직원들 일자리마저 지켜냈으니 정말 제갈공명이 따로 없군요.”

“하하하, 제갈공명까지는···, 사마중달이라면 몰라도.”


우혁재가 나름 겸손을 떨었다.

사마중달.

그가 누구인가?

삼국지 소설 속에서는 항상 제갈공명의 속임수에 당하는 인물로 묘사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삼국지의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가?

조조? 유비? 손권?

모두 땡이다.

삼국지의 진정한 승자는 사마중달이다.

위나라의 병권을 쥐고 있던 중달이 병을 핑계로 은인자중 하다가 위나라 황제를 몰아내고 진나라를 세우고 결국 사마 씨의 진나라가 삼국을 통일하였기 때문이다.


“제갈공명이나 사마중달이나 그게 그거지. 그걸 겸손이라고 말하는 거냐?”

“그럼 장자방(한고조의 책사)이라고 해야 하나요?”

“뭐야?”


모두들 한바탕 크게 웃었다.


‘과장님,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성공해서 우리 모두 가족같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그 날을 꼭 만들겠습니다.’


혁재는 김호준 과장과 영업2과 동료직원들이 정말 좋았다.

어떡해서든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원하는 게 있다면 더 열심히, 더 완벽하게 일을 해내자.’


우혁재는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


드르렁 푸우

드르르렁 푸~


“혁재야! 전화 왔다.”

“혁재야!”


우혁재 어머니가 몇 번씩 우혁재를 불렀지만 그는 깨어날 줄 모르고 계속 잠만 자고 있었다.


“이 녀석이!”


화가 난 우혁재 어머니가 문을 벌컥 열고 방에 들어오셨다.


“똥구멍에 해 뜨도록 잠만 쳐 자고 있으면 어떡해? 이젠 그만 일어나. 벌써 낮 12시다.”

“어? 엄마 왜? 나 어제 술 너무 마셔서 피곤해.”

“세라한테 전화 왔어. 전화 받아라.”


어머니가 우혁재 옆에 무선 전화기를 뚝 놓고는 나가버렸다.


“여보세요?”

“오빠, 나야.”

“어? 그래. 아침부터 뭔 일이야?”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갈라진 탁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오늘 회사에 전화했었어. 회사 그만 뒀다며?”

“아, 그거······. 그렇게 됐어.”

“그렇게 됐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쉽게 해? 회사 그만둔 게 그리 간단한 일이야?”

“그렇긴 한데 어떡하겠어? 이미 그만둔걸.”

“왜 그만뒀어?”

“그냥······. 조금 쉬고 싶어서.”

“어이구, 팔자 좋은 소리하고 있네. 저번에 전화했을 땐 지금이 어느 때인데 사랑타령이냐며 나를 타박하더니 갑자기 회사에 사표를 써?”

“아, 참.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런 걸 일일이 내가 너한테 보고해야 돼?”


우혁재는 졸리고 속도 쓰린데 아침부터 전화해서 난리치는 김세라에게 짜증이 났다.

김세라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미래를 결정 할 중요한 일을 의논도 안하고 혼자 독단적으로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그건 미안해. 하지만 나도 그럴 사정이 있었어.”


김세라가 물러서자 우혁재도 마음이 누그러져 사과하였다.

그리고 정말 김세라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김세라와 헤어지려고 하는 자신의 마음은 현재의 김세라에게 잘못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어차피 맺어지지 못할 인연이다.

김세라에겐 미안하지만 좀 더 매몰차게 굴 필요가 있다.


“오빠가 미안한데. 정말 미안한데, 우리 이만 헤어지는 게 좋겠어.”

“············.”

“사실 나 회사에 사표 냈지만 잘린 거나 마찬가지야. 어쩔 수 없이 사표 낸 거야. 너를 책임질 능력이 나한테는 없는 것 같아. 이런 능력 없는 놈 만나서 고생하느니 더 좋은 사람 찾아 떠나. 세라 부모님도 나를 절대 허락하지 않으실 거야.”


잠시 동안 김세라에게서 아무 말도 없었다.


“오빠, 알았어. 무슨 얘기 인줄 알았으니까 만나서 얘기해. 우리가 만나지도 않고 전화로 이별을 통보하는 그런 사이는 아니잖아? 안 그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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