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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손만 대면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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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6
최근연재일 :
2019.04.2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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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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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소설 속에 빠지다. (1)

DUMMY

"으으으음..."


눈을 떴다. 흔하디흔한 소설의 도입부처럼. 어두운 천장을 확인하려 동공이 초점을 맞추며 애썼지만, 그보다 먼저 코를 찌르는 악취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우웩-!.


어젯밤 먹은 걸 모두 게워냈다.

이상한 일이지. 난 먹은 게 없었는데, 신물과 침이 흘러내려야 정상이었을 바닥에는 처음 보는 피자가 한판. '뭐지?' 하는 차에 다시금 코를 찌르는 악취가 숨을 막히게 한다. 그 지독한 냄새에 어떻게든 문을 찾아 열고 나갔다.


"아, 씨. 대체 뭐야. 왜 갑자기 말똥이야. 똥 꿈도 아니고."


정신을 차려보니 말 목장이 눈에 들어왔다. 깨끗한 공기를 폐 깊숙이 빨아들이고, 기지개를 켰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 푸르디푸른 하늘이 무척이나 상쾌하다.


"나, 왜 여기 있지? 여긴 대체 어디야?"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며 목소리를 내보지만, 대답해주는 이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굳이 볼을 꼬집어 보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이건 꿈이 아닌 현실인걸 알겠다.


유럽... 그보다는 판타지 게임 속 세상 같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개울 건너로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며, 초목이며, 숲이며, 구름까지. 아직 몬스터만 눈에 안 띌 뿐이다.

그렇다고 가상 현실 세계는 아닌 것 같다.

눈 앞에 펼쳐진 이 또렷한 광경은 내가 알던 컴퓨터 그래픽의 한계를 월등히 넘어섰다.


콜록, 콜록.


복장은 또 왜 이런지. 여기저기 천을 덧데어 꾀멘 흔적에 언제 빨래를 했는지 더럽디 더러운 허름한 복장이다. 툭툭 터는것 만으로 먼지가 한 가득. 심지어 소매와 바지의 길이는 마치 남의 옷을 입은양 짧기 그지없다.


"시발, 존나 당황스럽네..."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육체도 백인 비슷하게 바꼈는데, 왜인지 알 수 없는 고양감이 전신을 감싸고 있다.

건장한 근육질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이리도 황홀한 기분이란 말인가.

진즉 운동좀 할걸 그랬다.


개울에 비춰본 얼굴은 역시나 내가 모르는 얼굴이었다.


"고놈, 제법 생겼네. 키도 크고, 어느나라 사람이야."


누가 본다면 미친줄 알겠으나,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을 걸어보지 않겠는가.


너무나 깨끗해 보이는 물에, 자연스레 세수를 하게됐다. 텁텁한 입안도 행구고, 기지개를 쫙- 펴는 때가 되서야 겨우 인기척이 들려왔다.


"어이~ 당신. 도대체 누구 허락받고 남의 목장에서 나오는거야!"

"아, 이 목장 주인 되는가. 미안 하구나."


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말투에 소름이 돋았다. 거기다 딱 봐도 하대를 했다. 이제까지의 나라면 위축돼서 허리부터 숙이고 사과부터 했을 터였다. 그런데 당당하게 하대를 하다니.

이 육신의 원래 주인은 부자였든 귀족이었든 사람을 부리는 입장에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기대를 품기에는 지금의 내 행색이 너무 처량하다.


빙의... 나름 웹 소설 작가 지망생으로서 고찰해본 바. 꿈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누군가의 몸으로 빙의를 해버린 게 아닐까 한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부르르 닭살이 돋아났다.


그럼 내 본래의 몸은 어찌 된 것일까.

요 며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만 받아, 자던 중 급사해 버렸을까 걱정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내 인생이지만 정말 불쌍한 인생이구나 싶다.

영혼이 탈출해 타인에게 빙의될 운명이었다면, 어딘가의 금수저 대부호의 몸속으로나 들어가 호의호식하면 좋았으련만.


"아, 이놈 보게. 어디 거렁뱅이 주제에 말하는 본새가... 당신, 이 목장이 누구 소유인 줄 알기나 해? 주둥이 함부로 놀리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잘릴 줄 알아!"


남자는 목을 손으로 긋는 시늉을 했다.


"흐음...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잠이 덜 깨서... 그나저나, 여기가 대체 어디입니까? 아무래도 제가 기억을 잃은 듯 해서."

"허허, 이거 정말 웃기는 사람일세."


일단은 저자세로 정보수집이 우선이다.

눈앞의 남자는 내 허름한 행색에 거지취급을 하면서도 제법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줬다.


"자네 눈 앞에 보이는게 카발로나 마을이지."


남자가 가리킨 손가락 끝에 마을이 보였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마을 이름.


"여기서 가까운 도시는 없습니까? 도시이름이나, 아니면 국가명을 좀 알고 싶은데요."

"정말 살다보니 별난 사람을 다보네 그래. 정말로 기억을 잃었다는게 사실인 모양이군?"


계속 아래 위로 나를 훑으면서 가는 눈초리를 해오는 남자. 누가 봐도 의심 받을만한 복장이긴 하지만 기분이 그렇게 썩 좋지만은 않았다.


"네. 그러니 좀 알려주시죠."

"흐음... 뭐, 여기서 가까운 마을이야 여럿 있지만 도시라고 하자면 영주님이신 남작님이 계시는 도시지. 이 목장도 남작님 소유고 말이야."


남작 이라니... 설마.


"그 남작님이 계시는데가 어디인지..."

"거, 성질 한번 급하구만. 안그래도 말하려던 참이라네. 거긴 바로 이 트럼프 왕국에서 가장 살기좋기로 유명한 판타지오 남작령의 영도 '리오'라네. 에헴. 이 판타지오 남작님의 영토로 말할 거 같으면 말이야, 크기는 비록 왕국에서 좁은 편이나 가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 중 하나지. 이게 다 남작님이 훌륭해서 그런 거라고. 거기에 또 안목도 높으셔서, 이 흙 속의 진주인 나를...... "


'트럼프 왕국'에 '판타지오 남작'


그 단어가 귀에 닿는 순간 감전이라도 된 마냥 몸이 저렸다. 남자가 그 뒤에 떠드는 소리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럴 수가.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아무래도 여기는 어제 막 완결 낸 내 소설, '용살자 카인'의 소설 속 세상인 모양이다. 소설이 나의 현실이 되다니. 도무지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애써 침착한 척했다.


"그래서 이 마을도 그렇고 도시 리오는 가장 안전한 도시다~ 이말이야."

"여기가 어디라고 그러셨죠."

"아, 판타지오 남작령!"

"아니요. 저기 보이는 저 마을 이름 말입니다."

"아, 카발로나 마을?"


수 많은 소설을 읽어 온 만큼, 어떻게든 지금의 내 상황이 내가 쓴 소설 속의 누군가로 빙의된 사실에 납득했다.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카발로나 마을이 어디며, 이 육체는 도대체 누구의 것인가.

난 이런 내용을 쓴 적이 없건만.


이 말 목장은 물론이고 눈앞의 목장 관리자도 그렇다. 설정을 짠 기억은 물론, 상상조차 한 적 없는 존재들이 눈 앞에 존재한다. 스토리를 쥐어 짜낼 때보다 머리가 더 복잡해 지는것 같았다.


"하아..."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미심적은 심정으로 온종일 고뇌해 봐야 소용 없는 일. 순순히 납득할 순 없으나, 어쨌거나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목장 관리자에게 몇가지 질문을 더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서야 겨우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


여기가 정말 나의 소설 속 세계라면. 아직도 멀쩡한 마을, 이 왕국만 보더라도 지금은 엔딩 이전의 세계일 확률이 높다. 다만 주인공이 회귀하는 에필로그 이후 세계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문제는 후자의 경우든 전자의 경우든 결국은 멸망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멸망이라... "


그렇게 된다면 나 또한 소멸되는 것일까?


이 모든게 지난 밤, 연재를 중단하기는 뭐해서 어거지로 짜낸 이야기 때문이다. 왜 하필 멸망스토리를 짜서... 유료화도 실패하고, 돈도 없고, 모든 생각이 부정적으로 흘러간 탓이다.


어쨌든 중요한건, 지금이 대체 소설의 어느 시점인가를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주인공 위치도 파악이 될테고, 찾아 응원이라도 해서 멸망은 막아야 할테니까.


이런저런 소설을 읽다 보면 무슨력 XXX년 같은 거 소설마다 기억하기도 어려웠던 나는, 내 소설에선 그런 설정을 아예 배제했다. 그 때문에 목장 관리인이 말한 정보 중에 지금은 4월, 봄이라는 이야기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흠... 타툴라 동굴 발견 시점이나 공략 완료 시점을 알 방법이 없을까?"


'타툴라 동굴'은 소설의 제목처럼 주인공 카인이 최초로 용을 사냥하는 던전이다.

동굴의 발견 시점은 주인공 카인이 고향을 떠나는 시기와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동굴에 대한 정보를 알면, 주인공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대강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아... 하지만 일단은 생존이 먼저지. 배도 고프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 찬 채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을이 코 앞이다.

작고 평범한 어디에나 있을법한 마을.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엑스트라 마을의 엑스트라 역할인가? 그리 생각하니 손발에 힘이 쭉 빠졌다.


"내가 그럼, 그렇지. 금수저는 무슨..."


그래도 직접 만든 세계관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모양인 사람들과 마을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좀 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더 좋은 이야기를 쓰지 못한 게 후회도 된다.


내가 만든 조악한 설정 몇가지로 이런 세상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마치 뭐라도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3D게임 개발자의 기분이 이러할까.

아니면, 신의 기분이 이러할까.


수 많은 사람이 맹목적으로 믿는다는 그 위대한 조물주도 21세기의 지구와 거기사는 추악한 인간들을 보면서 나같은 후회를 하진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씁쓸한 실소가 터진다.


이렇게 유치한 철학적 상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곧바로 이벤트가 발생했다.


쿵!


"아야야. 미... 미안해요."

"음?"


마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어린애와 부딛쳤다. 열살 쯤으로 보이는 더러운 차림의 소녀였다.


"괜찮니... ?"


어찌나 급했는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이는 이미 성벽 모퉁이로 달려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바닥에는 녀석이 떨어트렸을 무언가가 있었는데, 소세지로 보인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그 소세지를 줍고 자연스레 소녀를 뒤따라 갔다.

앞으로 벌어질 약간의 미래를 예측하며.


*


소녀를 한참이나 쫓아 도착한 장소는 개울이 지나는 옆의 공터. 서너채의 허름한 천막이 보였다. 거대한 바위가 마을 방향을 가리고 있어마을에서 보기엔 이곳이 보이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숨겨졌다는 건 아니다. 주민들이야 지나가면서 자연스레 눈에 띄었을 그런 장소다.


"어이~ 꼬마야. 이거 흘리고 갔다."


소녀가 흘리고 간 소시지를 앞으로 내밀며 천막을 바라봤다.


소곤소곤.


인기척과 함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바보야.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했잖아!"

"그렇지만... 갑자기 눈앞에 튀어나왔는걸..."

"저 사람 뭐야? 거지 같은데. 키도 큰 게 어디의 노예나 그런 거 아닐까?"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 내가 쫓아낼 테니까."

"러츠. 조심해."


난 양손을 들어 하늘을 향하고, 한 바퀴를 빙그르르 돌았다. 내 딴에는 무기가 없다는, 적의가 없음을 알리는 방법이었다.

곧, 천막 입구가 벌어지며 누군가가 나왔다.


10대 초반의 소년. 개울이 가까워 세수는 했는지 멀끔한 미소년이지만 몸은 빼빼 마르고 복장은 나보다 심각했다.


"당신. 손에 든 거만 내려놓고 사라져. 그럼 후회할 일은 없을 거야. 우린 다 해서 열 명이 넘으니까! 어른이라도 각오해야 할 거야."


강한 척 하지만 긴장된 모습. 코도 길지 않은 주제에 거짓말을 다 한다.


"그래, 그래. 어련하겠냐. 그보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너희들 왜 여기에 살지."

"......"

"고아나 뭐 도망 노예나 그런 건가."

"아저씨야말로 그런 꼴을 하고선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섬세한 소년의 마음에 조금 불을 지핀 모양이다. 별로 그럴의도는 없었건만.


"자자. 그렇게 경계할거 없어. 너희들 여기서 이렇게 평생 살건 아니지?"


여긴 내 소설의 안이다.

스스로 탄생시킨적 없는. 설정 한줄을 끄적인 적도 없는 배경 속의 엑스트라일 뿐인 아이들.


"좋은 집에서 배불리 먹으며 살고 싶지 않아?"

"아저씨도 딱보니 거지꼴이면서 무슨 개소리를 하는거야. 우린 우리들끼리 힘을 모아서 알아서 잘 살테니까 신경끄고 꺼져!"

"그래! 그럼 좋아. 그럼 난 가겠다."


난 바닥에 소세지를 내려놓고 뒤로 돌았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한 걸음을 때려는데, 천막 안에서 아까 소세지를 떨어트린 소녀가 뛰쳐나왔다.


"배불리 먹고싶어요. 그리고 더는 도둑질 하고싶지 않아..."

"미나, 위험하니까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어른들은 다 믿을 수 없다니까!"

"오빠..."


울먹거리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것 같은 소녀.

그걸 보는 난 연민의 감정을 느꼈을까.

결코 아니었다.


이렇게 다소 뻔- 하게 흘러가는 감동 스토리를 내눈 앞에서 직접 마주하려니 스스로에게 좌절감이 들었을 뿐이다. 손발이 오그라들어 발사이즈가 150이 된 기분. 내가 직접 만들어 낸 캐릭터들은 분명 아니었지만, 내가 쓴 소설 속인 만큼 어디서 본듯한 전개만이 눈에 밟혔다.


그렇다고 해도 내 처지가 처지인 만큼 이대로 돌아갈 순 없는 일이다.


"야, 이, 꼬맹이 새끼들아!"


크게 고함을 질렀다.

내 태도가 바뀐 것에 놀라, 천막 안에 있었을 소년 둘이 더 밖으로 나왔다. 손에는 잘 다듬어진 막대기와 오래돼 보이는 목검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천막 안에서 빼꼼 고개만 내민 10살도 채 안 돼 보이는 어린 소녀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은 조금 나를 흔들었는지 내 목소리 톤이 한층 낮아졌다.


"니들 그거 알아?"


그래.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왜 인기 웹 소설 주인공들은 대다수가 회귀하든 빙의하든 해서 미래를 다 알고 정보를 독점하고 시작하는지.


"이 세상은 말이야."


그 이점들이 주인공에게 주는 우월감과 거기에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도.


"모든 인간은 말이야. 누구나 마나를 가지고 있단다."


나는 지금 마음 깊숙한 곳에서 서서히 넘실거리는 작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니들, 마법 쓰고 싶지 않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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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남작가의 둘째 아들. (2) +1 19.04.07 102 2 15쪽
11 남작가의 둘째 아들. (1) 19.04.06 10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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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설 속에 빠지다. (2) 19.04.01 17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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