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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손만 대면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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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6
최근연재일 :
2019.04.20 23:05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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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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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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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너는 마법사다. (3)

DUMMY

"무... 무슨? 2층에서 왜 갑자기..."


원장의 목소리와 함께 모두가 2층 계단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눈을 비비며 등장한 작고 빼빼 마른 어린 소녀의 실루엣이 보였다.


"앤!"

"으음?... 왜 다들 여기에 있는 거야...?"

"앤. 어떻게 방에서 나온 것이냐!"


괴랄한 표정을 한 원장이 갑자기 계단 위로 뛰어오르며 앤을 붙잡으려 했다.

앤은 갑작스레 다가오는 거구의 몸에 놀라고, 또 그 상대가 원장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앤! 조심..."

"다가오지 마-!!"


-슈우우우!


콰아아앙-!


허공에서 들려오는 파공음.


조심하라는 내 외침은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괜한 걱정이었다.

앤의 비명과 함께 원장이 붕- 뜬 채로 계단 아래까지 날려져 곤두박질쳤다.


돌풍 마법(거스트 gust)


"앤?"


나는 계단을 향하려고 했다. 서둘러 앤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런데 앤이 나보다 더 빨랐다.


"프으으롯-!"


앤은 2층에서 자연스레 공중을 날아 내 품 안에 안겨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꼭 안았다.

분명 크게 걱정하지 않았을 텐데 가슴 언저리에서 안도감이 스며 나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꼬맹이들과의 유대감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 나쁘지 않은 감정이다.


그나저나, 앤은 마법을 사용하는게 아주 자유 자제.


"앤!?"

"프롯-! 왜 다들 여기있어?"


내 가슴에 얼굴을 비비더니 나를 올려다보는 앤.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크크큭. 이거, 이거, 오늘밤은 정말 놀라운일 투성이로군요. 마법사가 또 있었다니. 그것도 이번엔 10살도 안된 어린애일 줄이야... 설마, 귀족가의 자제님 이라도 되시는건 아닐 테고, 흐음... 그나저나 괜찮으십니까 원장?"

"으으..."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원장은 죽진 않은 모양이지만 어퍼진 채 일어나지도 못하고 끙끙댔다.


"하하하. 정말, 정말 재미 있군요. 이런 촌구석에 마법을 쓰는 아이가 둘이나 있다니. 하지만 아실겁니다. 그래 봐야 한낱 핏덩이들. 고작, 그걸 믿고 함부로 행동 했다가는 명줄을 앞당길 뿐이라는걸."


프리드먼은 분명히 나를 향해서 말했다.

내 꼴이 이래도 나를 아이들의 보호자로 인식했겠지. 무엇보다 다행인건 앤이 두개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한걸 모르는 눈치다.


"어떻습니까. 괜히 피흘리지 말고 협상을 하시는게. 다른 아이들은 돌려 드리죠. 거기 마법을 사용하는 두 아이만 제게 파시지요. 원장에게 주려던 돈의 10배를 드리겠습니다."


듣자하니, 이 납치범 새끼들은 인신매매범이나 노예상인게 명확해 졌다.


"일단 미나를 풀어주는게 어때?"


미나가 다치지 않는게 중요했다.

그런데,


"미나언니-!"


슈우웅-


꺅-!


순간이었다.

내 품을 빠져나간 앤이 미나를 향해 날아갔다.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나를 붙잡고 있던 남자는 움찔하며 손에 힘이 들어갔고, 그 탓에 미나의 얼굴에 길게 상처가 났다.

미나의 볼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미나 언니를 괴롭히지 마-!"


슈우우우-


콰아앙-!


앤이 공중에 뜬 채로 다시 한번 마법을 사용했다.

미나를 붙잡고 있던 남자가 뒤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뿐만 아니라 남자의 뒤쪽에 서 있던 동료들까지 함께 벽에 부딪히고 그대로 기절. 단번에 세 명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갑작스러운 돌풍 탓에 다른 남자들도 자신들의 눈을 가릴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이 기회!


"얘들아!"


급히 신호를 보냈다. 상황이 급박해졌다.

특히 두목으로 보이는 저 녀석이 어느 정도의 마법사인지가 문제다.


파지지직.


신호와 함께 러츠가 썬더볼트를 날렸다.


화르르륵-


카알도 파이어볼을 날렸다.


테토는 어리버리를 깠다.


나 역시 그 틈을 타 서둘러 미나에게 향했다. 앤은 미나를 꼭 안고 있었다.


"괜찮니, 미나?"

"으응. 훌쩍."


미나의 볼에서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깊은 상처는 아닌 모양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가지고 있는 깨끗한 천도 없고, 지금은 아직 치료할 겨를이 없다.


나는 바닥에 있는 남자가 떨어트린 검을 서둘러 쥐었다. 그런데 묘한 익숙함이 느껴진다.


뭐지!?


아무튼 놈들을 지금의 공격으로 적어도 절반은 줄였을 줄 알았다.

하지만 크나 큰 그건 오산이었다.


"이거 참, 제가 대단한 착각을 했군요. 설마 그 작은 아이가 이정도로 대단할 줄이야. 제가 거만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모든 아이들이 마법을 사용하다니. 설마, 저기의 저 피흘리는 여자아이 까지도 마법을 쓰는 걸까요?"


아이스 실드.


놈의 앞에 펼처진 얼음의 장막이 아이들의 마법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마나의 수준 차이로 인해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뒤의 부하들이라도 처리했어야 했는데, 아직 어린 러츠들에게 거기까지 기대하는건 무리였다.

자기들 딴에는 가장 위험한 상대에게 집중 공격 했으리라.

또, 아이들은 지쳐보였다.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의 마나는 대부분 멧돼지를 사냥할 때 소모했기 때문이다.


"하아..."


큰일이다. 점점 상황이 꼬여간다.

꼬맹이들을 둘러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듯한 저 얼음쟁이를 어찌해야 좋을까.

젠장! 내가 마법만 쓸 수 있었으면...


"정말 마지막 기회를 드리지요. 아이들을 두고 도망치시기 바랍니다. 제 명예를 걸고 절대 뒤쫓지 않겠습니다. 아니면, 지금 손에 든 그 칼로 제 실력이라도 보고 싶으신 걸까요?"


반복되는 녀석의 비릿한 미소. 말투마저도 묘하게 징그럽다.

어울리지 않는 존댓말은 귀족의 증거인 것일까. 아니면 귀족을 자주 상대하는 녀석일까. 어찌 됐든 지금은 되도록 안전하게 이 상황을 피하는 것이 중요했다.


"협상을 하지!"

"호오?"

"아이들은 못 준다. 대신 당신이 원하는 사람 한명을 마법사로 만들어주지!"

"그건 또 무슨 황당한... 설마!?"


놈이 나를 뚫어지라 쳐다본다. 눈이 마주치며 소름이 돋지만, 참고 말을 이었다.


"눈치챘을 거다. 어떻게 고아원 아이들이 마법을 쓸 수 있게 됐는지."

"하하하하하"

"왜 웃지?"

"크큭. 재밌군요. 제게도 불가능한 일을 당신이?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저 같은 건 감히 상대도 안 되는 대 마법사님 이실 텐데 어째서 굳이 협상을?"


이런. 마법 못 쓰는걸 들통나게 생겼다.

이럴 때일수록 뻔뻔하게 나가자!

어디 소설가 지망생의 허풍을 들어봐라.


"허허. 실은, 나는 현자라네. 지금은 수행을 위해 여행 중이며 스스로의 제약으로 마법을 금하고 있다네. 다만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각성의 기회를 주고 있지."

"크하하하하. 크크큭. 아, 이거 죄송했습니다. 현자시라... 후후. 그럼 그 위대한 존함을 여쭤봐도 실례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젊은 나이에 정말 놀랍습니다. 쿠후후후."


프리드먼은 인사랍시고, 귀족의 예법인 건지 한 발을 뒤로 빼며, 가슴에 손을 가져가고 허리를 숙였다.

저건 분명 나를 대놓고 비꼬는 게 틀림없다. 썅!


지금 내 복장이 거지꼴이라서 눈치를 챈 걸까?

내가 오늘 옷을 안 사입은걸 이렇게 후회한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 이말은 개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곤란하군."


스윽.


나는 빈 손으로 마나를 사용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또 하나의 검을 내 손으로 당겨와 잡았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을까?"

"호오. 마나를 사용 하시는건 아무래도 사실이신 모양이군요"


슈우우-


놈의 손 위에 순식간에 냉기가 뭉치더니 나에게 쏘아졌다.


카앙!


내 머리를 향해서 날아오는걸, 급히 검을 휘둘러 쳐냈다. 몸이 제 멋대로 움직인듯 한 착각에 빠졌다.


"제법이시군요."

"?"

"아무래도 기회를 놓치신거 같습니다. 아이들과 당신 모두 데려 가야겠습니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왜지?"

"당신의 말을 믿기 때문입니다. 아? 물론. 현자라는 헛소리를 믿는건 아닙니다만. 후후후."

"그럼 뭘 믿는다는 거야?"

"당신이 저 아이들을 마법사로 만든 장본인이란 사실이지요. 아무래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것 같습니다."


등골이 오싹하다. 놈이 나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난,

놈 덕에 깨달은게 하나 있었다.


"조용히 제 부하들에게 붙잡이시 겠습니까. 아니면 그 검으로 정말 저를 상대라도 해보실 작정이신가요?"


그래, 검이다.


검을 집어 든 순간.

놈의 얼음 마법을 튕겨낸 순간.

그 순간순간마다 온몸에 짜릿한 희열과 함께 몸이 자동으로 반응했다.


이 몸은 검을 기억하고 있다.


'너 이 새끼. 뭐 하는 엑스트라야?'


*


마나의 특질 가운데 조금 독특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투기(鬪氣 aura) 이다.


투기는 마나 각성을 하지 않고 오랜 시간 격투술이나 무기술을 연마한 사람이 깨달음을 얻거나 늦은 나이에 각성을 경험할 경우 태어나는 마나이다.

육체적 수련이 없는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에는 각성하더라도 마나의 특질을 투기로는 바꿀 수 없고 바꾸려는 사람도 없다.

반대로 마나의 특질이 투기가 된 사람들 역시 다른 마법은 결코 사용할 수 없다.


병사는 누구나 기사를 꿈꾼다.


왕국에는 많은 병사가 있고 그들은 모두 미 각성자이다.

그 병사들을 모두 각성시킬 수는 없기에 매우 극소수의 강자들에게만 각성의 기회가 주어지며, 각성한 병사는 곧바로 기사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가난한 시민이 마나 사용자가 되기 위한 거의 유일한 길이다.

그 때문에 많은 일반인들이 병사에 지원하며 기사가 되길 희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투기 사용자가 되면 마나를 이용해 신체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마나의 컨트롤이 능숙해 지면 착용한 무기나 갑옷 역시 강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투기 사용자의 수는 일반 마법사에 비해 적고, 이들의 각성 대부분이 마법사 중에서도 고위의 컨트롤이 가능한 자에 의해 이루어 지기 때문에, 대부분이 그들에게 종속되는 처지다.


그리고 이것은 트럼프 왕국의 왕이며 대다수의 귀족이 하나같이 마법사인 근거이기도 하다.


*


카앙-! 깡, 카아앙-


점점 감각이 예리해지는 기분이 든다.

놈이 동시에 세개의 아이스 볼트를 날렸을 땐 놀랐지만 덕분에 억지로 라도 적응할 수 밖에 없었다.

신체의 반응 속도가 빨라졌다.


"설마, 투기 사용자일 줄이야... 투기 사용자가 어떻게 저 애들을 각성 시킨거지?"


프리드먼이 의아한 표정을 해왔다.

투기 사용자는 모두 자기 자신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타인의 체네에 마나를 집어넣어 미세하게 조율해야하는 각성은 할 수 없다.

그게 내가 만들어 넣은 이 소설의 설정.

그래서 나 역시도 지금 껏 내 자신이 투기 사용자라는 생각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글쎄. 현자래두?"

"헛소리!"


역시 성인은 성인.

꼬맹이들과는 체력과 마나량의 차원이 다르다.

지금은 우리의 전투를 피해 놈의 부하들이 접근하지 않아서 그렇지, 아이들의 마나가 바닥난 게 들통나기라도 하면 큰일. 놈들이 때로 덤벼들기 전에 빨리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그런데 놈이 아이스 볼트 크기를 작게 조절해 연사해 오기 때문에 막는데 만도 벅차다.


"하아... 하아... 젠장맞을."


검의 칼날이 상하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 못 버티고 부러지겠지.

살기 위해선 서둘러 무기에 투기를 감싸는 법을 터득 해야 한다.

놈의 공격을 막으면서 그게 가능할까.


"이대로는 끝이 없겠군요."


프리드먼은 갑자기 마법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손을 까딱하자 부하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무엇을 하려는 속셈일까.


"얘들아, 위험하니까 2층이나 다른 방으로 가 있어"

"혀엉..."

"얼른!"


행동을 살피며 아이들이 2층으로 올라가는 걸 기다렸다.

미나의 피를 보고 펑펑 울고 있는 앤. 녀석의 깜짝 도움을 바라긴 힘들 것 같다.

아이들이 올라가는 낌새를 확인 후 앞을 막는 납치범들을 베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슈우우우- 츠츠츳!


차가운 기운과 함께 바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 미친 새끼가 지 부하들 포함 내 발까지를 통째로 얼려 버린 것이다.

바닥과 함께 얼음이 얼어 얼음이 신발을 타고 올라와 급하게 벗고 뒤로 굴렀다.


빌어먹을! 마법사를 상대로 거리가 더 벌어지고 말았다.

거기다가 맨발. 차가운 얼음 투성이인 바닥을 지나 프리드먼을 공격하는건 쉽지 않아 보인다.


곧바로 놈의 공격이 이어졌다.


아이스 자벨린(ice javelin)


놈이 날린 얼음창을 검으로 가까스로 막았다.


쩌저적-!


그런데 얼음이 튕겨나가지 않고 검을 통째로 집어 삼키며 얼어 붙기 시작했다.

급히 검 한자루를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조금만 늦었다간 팔까지 통째로 얼어 붙을 뻔 했다.


"하하. 이제 하나 남았군요."


또 다시 날아오는 얼음의 창.

나는 급히 마나를 짜내 조심스럽게 하나뿐인 검을 휘감았다. 아이들을 각성을 시킬 때처럼 손끝에서 나온 마나를 가는 실처럼 뻗어, 검을 휘감는 이미지다.

이게 왠걸, 검이 두개였을 땐 좀처럼 되지 않던게 하나가 되니 오히려 수월했다.


-촤아아악!


하나 남은 검으로 날아오는 얼음창의 중심을 베는데 성공했다.


마나 소드.


마법이 반으로 갈라지며 얼음이 튀고, 검은 다행히도 무사했다.


"휴우-. 다행이네."


난 검을 휘감았던 것처럼 마나의 실을 더 짜내 발부터 점점 온 몸을 감도록 이미지했다. 특질을 변화시킨 거라서 평소보다 마나의 소모가 크지 않았다. 요 몇일 아이들을 각성시켜 주면서 마나컨트롤에 익숙해진 것도 한 몫 했다.


"그럼. 이제 반격을 해 볼까!"


앞으로 튀어 나가며 눈앞의 적들을 베어냈다. 그 와중에 교묘히 날아오는 마법 역시 튕겨냈다.

투기로 인해 재빨라진 몸놀림은 미각성자 다수의 공격쯤 가볍게 회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프리드먼의 신체가 나의 검 범위 안에 들어왔다.


이제 망설임은 없다.


"안녕..."


촤아악!


놈의 몸을 대각선으로 베었다.

아이스 실드를 사용했으나, 마나가 감긴 검이 얼음 방패를 그대로 가르며 궤적을 그렸다.

실드가 전혀 효과 없던 건 아닌지 놈에게는 얕은 상처만이 났을 뿐이지만, 드디어 공격이 통했다.

이제는 시간문제.


"...으윽. 자, 잠깐. 졌습니다. 이번은 깨끗이 양보해 드리죠."

"흥. 안돼! 너 같으면 봐주겠냐?"


촥-!


프리드먼에게는 더는 마나가 남아있지 않았다. 내 마지막 공격에는 무방비하게 당하고야 말았다.


선혈이 낭자했다.

이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사람을 베는 감촉. 글로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각.

멧돼지를 잡으며 익숙해진 줄 알았던 혈향이 이상하게 더 거북하게 다가온다.


뚝. 뚝.


칼끝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단숨에 열 명···. 나는 과연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내 소설 속의 엑스트라이자 죽어도 좋을 악당 들을 벤 것인가.


쿵. 쿵. 쿵.


귀까지 들려오는 엄청난 심장 요동이 몹시 괴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다만, 조금 지쳐버렸을 뿐이다.


"휴우..."


그리고... 발이 시렵다.


*


2층으로 올라갔다.

거기엔 처음보는 중년 여성과 잠이든 세명의 갓난아기. 꺼질듯이 작은 생명이 있었다.

살인을 저지른 후인데, 곧바로 순수한 아이가 눈앞에 있다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미나는 다행히 이 여성에게 치료를 받았는지, 피가 멎고 옷도 갈아입혀져 있었다.


"형, 놈들은?"

"처리했어."


러츠가 1층을 향하길래 말렸다.


"가지마. 안보는게 좋을거야"

"으응."

"프-롯-!"


앤이 안심한 표정으로 달려 안겨온다.

아직 어린 앤은 미나의 피를보고 많이 놀란 모양이었는지 눈가가 퉁퉁 부었다. 때문에 내 옷에도 피가 튀어있어 거부하려 했으나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앤이 더 강하게 나를 안았고, 나도 앤을 끌어 안았다. 강한 안도감과 함께 무언가를 용서받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게 이런 기분인가...

정말,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


"휴우-. 오늘은 여기서 자자."

"응"

"응. 프롯."


중년의 여성은 원장의 부인인건 아닌지 몸이 빼빼 마른것이 아이들과 다를바 없었다.

이름은 미샤라 했던가.

아이들이 잠든 후에야 그녀에게 궁금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용서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


"하-아암...."


기지개를 켰다

그나저나, 저 시체들은 어쩌나.

결국 내가 치워야 하는 건가.

한숨을 내쉬며 이런 걱정이나 하고 있을 때였다.


땡! 땡! 땡! 땡!


갑자기 밖에서 종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시간을 알리는 게 아니었다.

건물 밖에 수많은 인기척이 느껴지고 사람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왠지 이 밤은 길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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