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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손만 대면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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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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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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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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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1)

DUMMY

처음 이 장소가 나의 소설 속인걸 알게 됐을 때. 나는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하고 기대했다.

이번만은 성공적인 삶을 살자고!

흔한 이세계물처럼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획득하고, 성장하는 것. 강해지고 부자 되는 꿈을 꿨다.

물론, 에필로그에 싸지른 다가올 멸망이라는 똥을 치워야 하겠지만, 그건 진짜 주인공이 있으니까. 거기에다 나는 스토리도 알고 있으니 '뭐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설마 고블린 한 마리 베기도 전에, 손을 인간의 피로 물들이다니.

중2병처럼 낭자 하는 피에 희열을 느끼는 나이는 지났기도 하고, 돈이나 빨리 모아서 조용히 엑스트라들과 오순도순 살기를 희망했건만. 정작 적당히 털어먹을 만한 몬스터라곤 코빼기도 안 비춘다.


뭐 그래도 이제서야 어떻게든.

아무런 전조조차 없어 갑작스럽지만.

첫 번째 몬스터 이벤트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나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


땡땡땡땡-!


"습격-! 습격이다-!!"

"몬스터 습격입니다! 모두 무기를 들고 북쪽 성벽으로-!"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밖은 난장판이 돼가고 있었다.


"이게 다 무슨 난리야."

"몬스터 습격이라니. 이런 시골 마을에 대체 왜?"

"마법사! 아니 기사나 병사라도 없나? 몬스터를 우리가 어떻게 하라고?"

"낫이라도 들고 갑시다.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농사나 짓던 우리가 무슨 수로···."

"상단! 상단이다!! 상단의 호위들이 있어! 어쩌면 마법사도···."


이미 지쳤건만.

왜 인제야 갑자기 몬스터가 마을을 습격한단 말인가.

나는 상황을 보러 밖을 나가려다 1층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면서 걸음을 멈췄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


아직 숨이 붙어있는 납치범 중 한 명의 옷을 벗겨 입었다.

이 옷이 상단의 호위 때 입던 옷일지 범죄용으로 만든 별도의 의상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다.

검 역시 멀쩡한 거로 바꿔 주었다.


두 개를 허리에 차고 하나를 손에 들었다.

몇몇은 아직 숨이 붙은 듯 보였으나 지금 상황에 그들을 도와줄 의리도 자비도 나에게는 남아있지 않다.

누가 언제 고아원 문을 열고 들어와 이 난장판을 발견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가야 했으니까.


나가자.


밖의 인기척을 확인하고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지길 기다렸다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겠다.

일단은 아는 사람을 찾아가자.

멧돼지 고기를 거래하던 상점.

그러나 문이 굳게 닫혀있다.

그 아저씨 또한 마을을 지키러 나간 것일까.


고민 끝에 움직였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는 북쪽의 성벽을 향해.

수백은 돼 보이는 인파와 함께 그곳에선 의외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흥! 내가 지금까지 베어온 나무가 몇 그룬데, 고작 고블린 몇 놈 가지고!"

"카하하. 괴물이라고 별거 아니구만. 다들 뒷짐지고 지켜보기나 하시라-! 이 부루카스가 고블린을 죄다 몰살시켜 줄 테니까."

"아이고 당신! 창피하니까 얌전히 좀 있어요. 동네 창피하게. 얼마 전 목수 양반한테 팔씨름 지고 와선 밤새 잠도 설쳐놓고."

"이거, 오랜만에 보누만. 그래도 나 어렸을 적엔 숲에서 가끔 보았었지."

"그거야 우리 영주 님이 잘 보살펴 주시는 덕인게지. 그나저나 희한한 일이구먼. 몬스터 습격이라니 내 70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여."


습격치고는 마을 사람들이 제법 대처를 잘하는 중이었다.

일반 고블린은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머릿수도 마을주민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난 이와 비슷한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


주인공 카인. 그가 고향 마을을 떠나게 된 계기. 그것과 너무 흡사하다. 그리고 난 떠올렸다.


나의 서술을.


============

···. 마을이 불에 타고 건물이 무너지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살아남은 주민들도 가족과 재산과 고향을 잃었다.

비단 카인의 마을만이 아니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판타지오 남작령의 영도인 '리오'를 향했다.

============


'비단 카인의 마을만이 아니었다.'


젠장! 딱 그 한 줄 때문에 지금 이 사달이 벌어진 것 같다.

만약 지금이 그 사건이 일어난 시점과 같다면, 서둘러 도망쳐야만 한다.

한시가 급해졌다.


"허허, 이거 참. 쉬지 않고 계속 오는데."

"마법사들은 몬스터 잡이로 실컷 벌어 먹고산다던데, 우리도 좀 나눠 먹자고. 캬하하"

"에이. 이딴 고블린 시체를 누가 사주기라도 한다나?"

"그건 모르는 소리. 이 세상에 버릴 건 없다고. 이놈들 가족 벗겨서 병사들 갑옷도 만든다더만."

"그래? 그럼 오늘 밤 실컷 잡고, 내일은 마을 잔치라도 해야겠네. 하하하."


이 위기감이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 마치, 소설 속 카인의 마을과 흡사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봐 젊은 친구. 상단의 호위병인가? 자네는 좋은 검을 세 개나 들고서 뭐하나. 가서 좀 돕게!"


나도 모르게 등을 떠밀렸다.


고블린의 시체는 늘어갔다. 다만, 밀려드는 고블린의 숫자도 늘어갔다. 아직은 적은 수였지만 북쪽으로부터 꾸준하게 달려오는 수많은 고블린들.

나는 최소한의 마나와 신체의 힘만을 사용해 놈들을 베어가며, 놈들이 어디서부터 오고 있는지 그 방향을 따라갔다.


"키야~ 역시나 상단의 호위는 호위구먼. 대단하네. 나도 도끼질일랑 그만두고 검다루는거나 배워둘 걸 그랬어."

"헛소리 그만하고 나랑 교대하세. 안 하던 짓을 했더니 허리가 아프구먼."


나의 솜씨에, 등 뒤에서 감탄의 환호나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으나 개의치 않았다.


북으로 북으로.

고블린이 밀려오는 방향을 향해 더 가까이 갔고, 결국 보고야 말았다.

수 천마리의 고블린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절망적인 광경. 나는 서둘러 마을을 향해 달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가올 미래를 알고 있다.


"도망쳐! 도망쳐야 합니다. 서둘러!"


고블린을 사냥하던 주민들도 지쳤는지 속도가 둔해지고 있었다.

다시 한번 소리를 높였다.


"몬스터가 몰려옵니다-. 서둘러서 마을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아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호위 양반. 이 정도는 우리로 충분하다니까 지쳤으면 좀 쉬게나. 이제부턴 내가 상대해 줄 테니까."


한 남자가 두꺼운 팔 근육을 자랑한다.

하지만 고작 수백 명의 주민으로 수천 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을 전부 처리할 순 없다.

게다가 일반 고블린 뿐만 아니라 더 강한 놈들이 섞여 있다면 더더욱. 그러나 나의 설득은 잘 먹혀들지 않았다.


"도망쳐야···. 이런."


촤악-! 툭.


마을 주민을 등 뒤에서 노리던 고블린의 목을 잘랐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겨우에야 돌담이라 불러야 더 어울릴 법한 낡고 허름한 성벽 위에서 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황한 주민들이 수군대고 있었다.


"응? 여보게. 저기 저거 보이는가?"

"뭔데요 할배? 응? 흐익-! 저 숫자는 다 뭐야."

"서... 서둘러! 서둘러 성벽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리고 활! 활을 가지고 와!"

"활이 대체 어딨길래! 그리고 저 수를 상대하려면 대체 화살이 얼마나···."


저 멀리 보이는 북쪽의 숲. 그 앞에 펼쳐진 드넓은 초원. 그 위를 뒤덮은 수많은 그림자가 가까워지는 게 눈에 들어온다.

그림자들은 모두 고블린의 것이지만, 모두 똑같은 고블린은 아니다.

놈들 중에는 더 강력한 놈들이 섞여 있다.


"모두 도망치셔야 합니다! 마을을 버리고 리오로 향하세요!"


주민들의 웅성거림이 퍼진다.

그리고 한 남자가 말을 꺼낸다.


"아까부터 무슨 소린가 젊은 양반. 그야 위험은 하겠지만 마을을 버리라니.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성벽 안에서 어떻게든 버티면서 남작님이 보내주시는 토벌대를 기다려야지 않겠나!"

"아닙니다. 곧, 더 위험한 놈이 나타날 겁니다. 그전에 모두 도망치셔야 해요. 안 그럼 모두 죽습니다!"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결국 어디의 누군가는 몬스터에게 짓밟히고 죽어갈 텐데.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에서 내가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로 죽어갔을, 기억되지 않을 존재들. 그들을 왜 구하려고 이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


이대로 마을 사람들이 죄다 몰살당하는걸 지켜보게 된다면 마음이 엄청 답답할 것 같다는 사실. 그거면 충분했다.

내가 그들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이 마을은 곧 사라질 것입니다. 서둘러요! 가서 당신들의 소중한 아이들과 힘없는 노인들 데리고 지금 당장 남쪽의 영도 리오로 떠나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다들 수군덕거리며 서로의 얼굴들을 쳐다볼 뿐. 누구 하나 먼저 나서서 피난을 주도하는 이가 없다. 심지어 내 목소리에 동의해 맞장구쳐주는 이조차도 없다.

미래를 알아도 이 모양 이라니.


"시발···."


고개를 숙였다.

검을 든 두 손이 눈에 들어왔다.

손에는 아직도 죽은 프리드먼의 붉은 핏자국이 선명하다.

이것은 위선에 불과한 것일까.

손끝이 파르르 흔들렸다.

다른 손으로 맞잡아 보지만 소용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얄팍한 정의감으로 비치더라도.

나는 지금 이들을 지키고 싶었다.


"하아-!"


깊은숨을 내뱉었다.

손에 쥔 건 자루를 이에 물었다.

비릿한 고블린 피의 잔향이 코를 찌르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허리에 찬 나머지 두 개의 검도 뽑아 들었다.


삼도류!?

아니다.


체내에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싹 다 긁어모았다.

이윽고, 마나의 힘으로 세 개의 검이 공중에 뜨고. 나의 몸도 떠올랐다. 투기의 마나로 성대마저도 강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마나의 컨트롤도 더 능숙해진 것을 느낀다.


"씨이발! 이, 개새끼들아아아! 빨리 도망치라고!! 안 그러면 모두다 죽는다고 이 씨발놈의 엑스트라 새끼들아아아아!!"


한동안 일대의 소음이 멈췄다.

모두 멍- 하니 나를 바라본다.


"무···. 슨."

"마···. 마법사이십니까?"

"뭔 당연한 걸 묻는 거야, 이 얼간이 양반이. 저 사람 하늘 위에 떠 있는 거 보면 몰라!"

"마법사님. 그것이 사실 이십니까? 마법사님이 계셔도 저놈들을 못 막습니까?"


다행히 마법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아니면 강하게 나간 게 효과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빨리 가족들을 데리고 떠나라. 전부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검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 역시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남았던 마나를 거의 소진했다.

이 개소리가 안 먹히면 더는 방법이 없다.

고아원에 남은 아이들만이라도 데리고 떠나야 한다.


"마···. 법사님.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음···. 내 이름은 프롯. 대현자 프롯이다."

"혀...현자님의 예언이다. 당장 도망쳐-!"

"우리, 우리 아이들 챙겨야 해! 여보 빨리요. 빨리!!"


토···. 통했나?

시발놈들이 꼭 욕을 해야 알아먹는다.

누가 만든 고구마 소설 속 엑스트라 아니랄까 봐. 그나마 좀 세게 나가고 현자를 들먹인 게 먹혀 다행이다.

안도감의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주민들은 삽시간에 북문을 걸어 잠그고 피난 준비를 하러 떠났다.


하아, 참···.


'정말 주인공 행세라도 할 셈인가'라고 스스로 묻는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난 명확히 대답할 순 없지만, 이 망해가는 세계를 구하고 싶은 게 아닐까.

다 내가 싸질러 논 일이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내가 꼭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겠지. 이미 만들어놓은 주인공 역시 존재하니까. 그리고 세상을 구하는 게 꼭, 주인공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나와 주인공 외에도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이 존재하니까.

나는 그들을 조금 도와주기만 하면 될 뿐.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는 한낱 작가 지망생에 불과하지만, 이 세상은 내가 만들어낸 거니까.


그래···.

여기서 직접 발로 뛰면서 그들의 답답했던 이야기를 고쳐 써보자. 누가 뭐래도 나는 이 소설의 작가니까.


그리고 그걸 이용해 적당히 꿀도 좀 빨고···.


상념에 젖어있는 동안 고블린의 발소리가 가까워 지는 게 느껴진다.

나도 이리저리 흩어지는 주민들의 뒤를 따라, 서둘러 고아원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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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다시 만나다. (1) +1 19.04.11 94 2 12쪽
14 남작가의 둘째 아들. (4) 19.04.09 104 2 13쪽
13 남작가의 둘째 아들. (3) 19.04.08 94 2 15쪽
12 남작가의 둘째 아들. (2) +1 19.04.07 99 2 15쪽
11 남작가의 둘째 아들. (1) 19.04.06 97 2 13쪽
10 잔당 +1 19.04.05 110 2 15쪽
9 탈출. (2) 19.04.04 123 2 12쪽
» 탈출. (1) +1 19.04.03 122 2 13쪽
7 너는 마법사다. (3) +3 19.04.02 134 2 17쪽
6 너는 마법사다. (2) 19.04.02 124 1 15쪽
5 너는 마법사다. (1) 19.04.01 146 2 13쪽
4 소설 속에 빠지다. (2) 19.04.01 170 2 12쪽
3 소설 속에 빠지다. (1) 19.04.01 206 4 15쪽
2 에필로그 19.04.01 251 3 11쪽
1 프롤로그 +3 19.04.01 283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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