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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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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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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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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31화

DUMMY

나는 다소 충격적인 상황 탓인지 잠시나마 예전 일이 떠올라서 주저앉은 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럴 리 없다며,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시우 도련님! 갑자기 뛰어가시더니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요?!”

잡화점 안으로 들어온 장부 씨가 걱정스러운 듯 말을 붙였지만, 지금의 나는 그에 대해 제대로 된 대답을 할 기운이 없었다.

사실 그렇다고 말하기보다 이제는 아예 될 때로 되라는 식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게다가 이번에는 돌아가시기 직전의 점장 씨와의 약속도 있으면서도 지키지 못 했다.

“시우 도련님!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정신 똑바로 차리십쇼! 이곳에 있으면 안전한 게 맞습니까? 뭔가 싸움이라도 한바탕 일어난 건지 주변이 엉망진창인뎁쇼?! 혹시 이런 짓을 벌인 놈이 아직도 밖에 있는 건 아닙니까요?!”

그렇게 나대신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하는 잡화점 밖을 애써 경계하는 장부 씨.

그 순간, 어째서인지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면서 바깥에 있는 장부 씨가 소리쳤다.

“뭐, 뭐야! 이 괴물은!”

문득 장부 씨가 말한 그 ‘괴물’이라는 단어에 나의 뇌리를 스친 것은 ‘미셸’의 이미지였다.

나는 호흡을 애써 가다듬으며,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잡화점 밖으로 달려 나갔다.

“흥. 어째서인지 자네의 태도가 순순히 달라지는가 싶어서 이 몸이 기껏 은밀하게 추적했더니, 역시나 정답이었군. 하지만 설마 이 몸의 조언을 무시하고 다시금 이곳으로 돌아오리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던 건 무척 불쾌하군.”

폐촌의 사방에서 들려오는, 어디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익숙한 목소리, 그러면서도 폐촌 곳곳의 무너지기 직전의 낡아빠진 건물들이 하나씩 무너지면서 약 7피트 정도 되는 다부진 체구의 거인을, 골렘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이 목소리를 알고 있으며, 이런 곡예 같은 기술을 선보일 수 있고, 나 이외에 이곳의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곧바로 떠올렸다.

“롤랑, 씨?”

그러자 건물의 잔해로 이루어진 골렘이 나와 장부 씨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오며 주변에서 메아리가 울려퍼졌다.

“그래. 자네의 짐작대로 이 몸일세. 하지만 자네는 이 몸이 친히 주었던 일말의 기회조차 아무렇지 않게 날려버리고 이곳에 찾아왔으니, 더 이상 부조리하게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불평은 없으리라 믿겠네.”

문득 나에게로 날아오는 골렘의 주먹.

앞서 미셸이 사라진 상황 탓에 더 이상 피할 힘도, 의지도 생겨나지 않았다.

이젠, 지쳤다.

“시우 도련님!”

그 순간, 장부 씨가 날렵한 몸놀림으로 내 앞에 서서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자세를 취하더니 정면에서 날아오는 골렘의 주먹을 옆으로 밀어서 빗겨 나가게 했다.

“후우! 합!”

이어서 장부 씨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친 탓에 자세가 무너진 골렘의 품속으로 들어가 다시금 자세를 잡더니, 양 손으로 강하게 밀쳐내자 7피트에 달하는 골렘은 건물의 잔해로 이루어진 육중한 몸무게에도 불구하고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가 허무하게 지면에 처박혔다.

“헉, 헉, 시우, 도련님은, 이 대장부가, 반드시 지킵니다요!”

그러나 지면에 처박힌 골렘은 몸을 이루고 있는 잔해가 다소 떨어져 나갔을 뿐, 비교적 멀쩡하게 다시 일어섰다.

“호오. 단순히 샬롯 꼬맹이의 앞잡이로 전락해버린 동방국의 쓸모없는 똘마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제대로 싸울 줄도 알았다는 건가?”

“하, 하하! 어디에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돌덩이 따위에게는 힘 조절을 할 필요가 없으니 이쪽은 이쪽대로 편하다는 말씀입니다요!”

기껏 장부 씨가 열심히 애를 쓰시고 있었지만, 나로서는 좀처럼 이전 같은 극적인 기운이 솟아나지 않았다.

“과연, 월영단이라는 싸구려 오합지졸 조직에 속할 정도라 이건가? 하지만 이 몸은 네놈보다 월등하게 높은 스펙을 가진 ‘어떤 녀석’을 상대하기 위한 방책조차 갖추고 있다는 말일세!”

롤랑 씨의 목소리가 끊어지자 이번에는 지면에서 솟아오르는 크고 작은 다양한 골렘들, 또한 근처의 다른 건물이 부서져 내리면서도 방금과 동일한 크기의 골렘들을 만들어갔다.

그 수는 약 수십 마리에 이르렀다.

“하하하! 자, 과연 이 몸이 직접 만든 우수한 골렘들을 상대로 얼마나 버티다가 살려달라며 황천길로 떨어질 지 실로 흥미롭군!”

제 아무리 장부 씨라고 해도 이 정도의 수를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는지 서서히 나에게로 다가오며 귓속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죄송합니다만, 시우 도련님. 이곳은 제가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시간을 벌어서 막아보이도록 하겠습니다요. 그 사이에 어서 안전한 곳으로 피하시길 바랍니다요!”

그 후 장부 씨는 우렁찬 기합을 내지르며, 무수히 많은 골렘들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연이어 작렬하는 강력한 파열음에 크고 작은 골렘들이 몇 기나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그 중에는 팔이 떨어져 나가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몸이 산산조각이 나서 지면에 흩뿌려지는 녀석도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다들 나 같은 것에게 그렇게 신경을 써주는 거지.”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힘도 없고, 딱히 내세울 만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을 하고 싶어도 매번 실패만 하는 쓸모없는 존재다. 그런 주제에 욕심만은 있어서 이상으로 삼고 있는 거창한 계획을 세워서 미셸을 지키려고 많은 것을, 다른 사람의 배려나 호의, 심지어 인연조차 희생하면서도 결국 다시금 미셸을 지키지 못 했다.

이런 나에게 지켜야 할 가치 같은 게, 살아갈 자격 같은 게 있을까.

“죄송해요, 장부 씨. 정말, 죄송해요.”

나는 스스로의 절망감과 무력함에 굴복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앞서 싸우고 있는 장부 씨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애써 사죄하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도 줄곧 실패만 하는 스스로에게 탄식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장부 씨는 끊임없이 골렘들을 상태로 필사적인 전투를 줄곧 이어 가고 있다.

“왜, 왜 이렇게 된 거지.”

돌로 이루어진 육체를 상대로 이미 장부 씨의 두 주먹은 너덜너덜해져서 피투성이였다. 또한 상체와 하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신체 역시 골렘들의 매서운 맹공을 견디지 못하고 군데군데 긁히고 짓이겨져서 꺾이더니 크게 내려앉아 이미 시퍼렇게 멍이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죽음을 앞두고 죽기 직전인 환자가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애써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괴로우면서 처절한 반항 그 자체였을 터 이지만, 몇 번이라도, 몇 번이라도 일어나서 이미 기능을 상실한 두 주먹을 휘두른다.

“크, 윽! 그, 그만, 그만!”

이것은 내 잘못이다.

이미 삶의 목적조차 잃어버린 나는, 이제 죽든 어쩌든 그 이외에 어떻게 되어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대신 벌을 받고,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더 이상은 용서할 수 없었다.

그 필사적인 싸움으로 나는 조금이나마 절망 속에서 헤쳐 나와 크게 소리쳤다.

“그만하라고요! 저러다 정말 죽겠어요, 롤랑 씨!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목적은 저였잖아요?! 그러니 장부 씨만은 더 이상 건드리지 마세, 컥?!”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무 것도 없을 터인 허공에서 날아든 묵직한 일격.

그 저항할 수 없는 강렬한 충격은 내 전신을 강타해서 광대의 잡화점 내부로 이어지더니, 잡화점의 선반과 부딪혀 내가 어제 정리했던 물건들이 쏟아지는 등 요란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우 꼬맹이, 아무래도 자네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자각이 다소 부족한 건지, 아니면 이미 충분히 알면서도 일부러 이 몸을 도발하려는 건지 그 진의는 모르겠지만, 실로 어리석은데다 오만스러운 판단일세. 이 몸이 황금 같은 시간을 쪼개서 연구소를 벗어나 이렇게 황량하게 변해버린 촌구석에 친히 발길을 옮겼는데, 고작 자네 하나만 죽이고 돌아갈 리가 없지 않은가?”

전신을 울리는 격통에 작게 신음을 하며, 입 안에 비릿한 맛을 느끼고 있는 찰나에 마치 귓가에서 아른거리는 듯 롤랑 씨의 음성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놀랍게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후후후. 아마 시우 꼬맹이는 물론이고, 방금 그 동방국의 똘마니 놈도 이 몸을 ‘인식’할 수는 없을 걸세.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겠나? 앞서 행하게 될 대대적인 거사를 위해서 이처럼 모습이나 신분 정도는 필수적으로 감춰야 않겠는가?”

마치 토리처럼, 목소리는 들리지만, 정작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하게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면 마법의 일종인지, 아니면 연금술을 사용한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에게 있어서 대화 이외에는 아무런 대응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저기, 롤랑 씨? 이런 위급한 상황에 할 말은 아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롤랑 씨의 조언인지 뭔지를 순순히 듣겠다면 놓아주실 용의가 있으신가요?”

결국 지금은 롤랑 씨를 설득하는 척을 하면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

“하, 설마 이제 와서 뒤늦게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목숨을 구걸할 줄은 전혀 몰랐네만, 그런 건 당연히 기각일세. 유감스럽게도 이미 자네는 이 몸의 귀중한 충고를 무시했고, 하물며 최소한의 선마저 넘어버렸네. 게다가 이틀에 걸쳐서 이곳을 방치한 탓에 더 이상 미뤄둘 수는 없게 됐으니 지금에 이르러서 이 몸에게 자비를 구하겠다는 선택지는 한층 더 어리석고 오만스러운 판단의 극치일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역시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기보다 이미 롤랑 씨, 아니 롤랑은 나에게 명백한 적의를 품고 있었으니 더 이상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걸 깨달은 나는 곧바로 제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침실로 뛰어 들어가 서둘러 문을 닫아버렸다.

“후후후. 자존심을 버리면서 목숨 구걸을 해도 안 되니 이제는 도망을 치시겠다? 그것도 이 몸 앞에서? 자네란 사람은 정말 어디까지 어리석고 귀찮은 빌어먹을 꼬맹이란 말인가. 뭐, 항상 시간에 쫓기는 이 몸이다만, 모처럼의 유희라고 생각해서 잠시나마 어울려 주도록 하지.”

나는 곧바로 침대 아래에 있는 마루의 바닥을 들어냈지만, 그 안에 있는 마법진들과 마력석들은 전부 심하게 훼손이 되어서 제 기능을 완전하게 상실해 있었다. 심지어 그 너머에 길게 이어져 있는 탈출용 비밀 통로마저 무너진 채 토사로 메워져 있었다.

“아! 이 몸의 유일한 단점인 노파심 탓에 말하는 걸 잊었네만, 설령 그 안에 들어가서 마법진을 발동 시키려 해도 근원이 되는 마력석도, 방아쇠가 되는 마법진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어서 쓸 수 없을 거라네. 게다가 힘의 가감이 다소 지나친 탓에 그 너머에 있는 용도가 불명인 통로도 함께 무너져 내린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절망하지 말게.”

평소에는 자기 일이 아닌 것에 그렇게 무관심하더니, 막상 자기 일이 되기만 하면 이토록 철저하다는 악질적인 개인주의란 말인가.

그나마 희망을 품었던 요소가 박살이 난 채 발견되고, 게다가 어째서인지 롤랑에게 확인사살까지 당해서 잠시 당혹스러웠지만, 내 진짜 희망은 아직 남아 있었다.

“후후후. 어이. 시우 꼬맹이? 설마 그 안에서 너무나 절망스럽고 공포스러운 나머지 혀라도 깨물어서 자살할 생각은 아니겠지? 뭐, 그래준다면 이 몸의 수고를 덜어주는 격이니 새삼 그런 배려심에는 소소하게 감사할 따름이다만, 그래도 기왕이면 뭔가 이 몸을 즐겁게 할 만한 무의미한 반항이라든가, 처절하고 비통한 단말마를 들려주었으면 하네만, 시우 꼬맹이?”

다행스럽게도 다소 찌그러지긴 해도 아직 형태가 온전히 남아있는 침대 옆의 선반, 그걸 무리하게 뜯어내자 아직까지 나의 작은 ‘희망’이 남아있었다.

‘그것’을 집어 들어서 그 동안 줄곧 연습한 대로 적절하게 다뤄내면서 침실의 문, 아마 롤랑이 있으리라 생각되는 부분을 향해 망설임 없이 ‘겨냥’했다.

그것은 당시의 점장 씨가 죽어버린 탓에 어느 곳에서도 빛을 못 보고 곁에 있었던 나에게만 넘겨받게 된 희망인, ‘콜트 M1911’.

가나 씨나 미셸 씨 몰래 총알이 없는 채로 연습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생명의 무게가 확실하게 느껴져서 다소 떨리긴 했으나, 나는 제대로 문 너머에 있는 롤랑을 향해 약실에 남아있는 것을 포함한 8발을 전부 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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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제64화 19.05.30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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