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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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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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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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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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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DUMMY

8발의 총성,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추가적인 발포를 위해서는 여분의 탄알이 필요했고, 하필 그 탄알들은 잡화점의 계산대 아래에 있는 탄약 상자에 있었기 때문이다.

탄알을 보관하기에 침실의 선반 크기가 너무 작고 비좁은 문제도 있었고, 게다가 이미 권총 안에 여분의 탄알들이 장전되어 있었다는 점이 한몫 거들어서 다소 내 인식이 물렀다고 뒤늦게 깨닫는다.

‘이, 일단 탄알을 추가로 보충하고, 밖에서 싸우고 있는 장부 씨를 도와야···!’

그렇게 나는 침실의 문을 열기 위해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품속에 넣어둔 ‘매직 애로우’의 스크롤을 찾으려 뒤적였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내 품 속에 온전히 느껴지는 스크롤의 감촉, 이것이 롤랑에 대한 유일한 대항책이면서 도박이다.

‘그, 그런데 너무 조용한데.’

나는 그저 롤랑이 있는 곳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을 뿐, 총알이 제대로 맞았는지 아닌지는 몰랐으며, 만약 맞았다고 한다면 무차별적으로 쏜 8발의 탄알이니 못해도 단말마 정도는 들려야 할 텐데 아니면 그 중 한 발이라도 맞은 탓에 최소한 중상을 입고서 기절 했나?

‘에잇! 지금은 시간이 없어!’

나는 재빠르게 침실의 문을 열고 아무 소용도 없는 권총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여전히 엉망진창인 가게, 어제 애써서 정리했다고는 볼 수 없는 슬프고도 비참한 참상이었다.

하지만 불안하게도 롤랑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문을 뚫은 총알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건가? 그럼 이 틈에 빨리 총알을 보충해야 해!’

나는 서둘러 잡화점의 계산대로 향했고, 다행스럽게도 원형이 멀쩡하게 남아있는 탄약 상자를 보고 손을 뻗으며 안심하려던 순간,

“역시 방금 그 위력적인 무기를 경계한 보람이 있었군. 아무래도 이 몸은 자네를 좀 얕보고 있었던 모양이네.”

느닷없는 롤랑의 목소리에, 나는 서둘러 탄약 상자에서 손을 떼 품속에 있는 스크롤을 꺼내려 했지만, 갑작스레 전신이 강하게 조여 오며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구속당해버렸다.

하지만 바인드는, 설치된 마법진은 이미 롤랑에 의해 파괴되어서 쓸 수 없을 텐데?!

“시우 꼬맹이, 아마 자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것이라 생각하네만, 무려 이 몸에게 한 방 먹인 답례로 친히 보여주도록 하지.”

그것은 갑작스럽게도, 아무도 없을 터인 허공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광경. 그 쪼개지는 허공을 비집고 복부에서 피를 흘리는 채 전신을 서서히 드러내는 롤랑.

마치 모습을 볼 수 없는 무언가에 가려져 있다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은 연출이었다.

“그래서, 이 몸이 개발한 비장의 발명품은 어떤가? 북방국에서는 이걸 두고 ‘광학미채’라고 부르는 것 같다만, 이 몸은 단순히 마나의 성질을 주변 환경에 동화하기 쉽게 독자적으로 재구축해서 탑승용 골렘의 외피에 덮어씌운 것뿐일세.”

롤랑의 새하얀 가운은 이미 복부에서 배어 나오는 피로 인해 절반 이상이 붉게 물들었고, 이로 인한 롤랑의 얼굴색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후, 후후. 그토록 위력적인 무기를 사용했으면서 오만하게도 이 몸의 몸 상태가 신경 쓰이는가? 이 몸 답지 않게 잠깐 방심을 해서 공격을 허용해버린 건 사실이지만, 이런 상처 정도는 나중에 돌아가서 빨리 치료하면 그만일세. 그러니 더 이상의 방심도, 유희도 하지 않겠네.”

그렇게 말하는 롤랑이 내 손에서 빼앗은 것, 그것은 점장 씨가 내게 남겨준 권총과 유일한 대항책은 스크롤이었다.

“비록 북방국의 무기는 이 몸의 예상 밖이었지만, 예전에 나에게 부탁해서 만든 ‘매직 애로우’ 스크롤은 역시 갖고 있을 줄 알았네.”

이제는 비장의 수단도 빼앗겨, 더 이상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나도, 그리고 밖에서 아직까지 싸우고 있을 장부 씨도 아마 곧 죽게 되겠지.

그렇다고 내가 목숨 구걸을 해도 살려줄 생각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남아있는 방법은 롤랑이 포기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지만, 과연 광기에 가득 차 있는 롤랑을 설득할 수 있을까.

“화, 확실히 롤랑, 아니 롤랑 씨답지 않은 행동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롤랑 씨가 말씀하신 조언이라든지, 경고가 오늘 만나서 헤어지기 전에 했던 말이라면, 제가 이미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계실 텐데! 이런 식으로 저를 대하면 가나 씨나 엘리자베트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

설득, 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살벌한 위협, 아니 그냥 협박이었다.

그러나 롤랑은 그런 협박이 내심 우스운 모양인지 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대답했다.

“후후후. 시우 꼬맹이, 그래서 이 몸이 두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죽기 싫으면 괴물 놈과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하지만 역시 예상대로 자네는 결국 이 몸의 충고를 듣지 않았으니 말일세. 그렇다고 이런 일을 벌이고 자네 뒤에 있는 거물들을 생각하지 않은 건 절대로 아닐세. 오히려 자네 같은 쓸데없이 착해 빠진 소년을 이런 싸움, 아니 ‘이 몸의 싸움’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일세. 머지않아 그 거물들과 싸우려면 이 몸도, 그녀들도, 이 샬롯 백작령까지도 큰 희생을 치러야 하니 말이지.”

갑자기 전신이 조여드는 감각, 아니 마치 짓이겨 압축하려는 듯 격통이 내달렸다.

롤랑이 말했던 광학미채, 우연인지 내가 있던 세계에서도 들어본 말이라 개념 정도는 이해하고 있지만, 그걸 골렘의 외피에 씌웠다면, 지금의 격통은 그 광학미채 골렘이 나를 짓이기는 것이리라.

“크, 윽! 그, 런, 대체 왜, 이런, 짓을!”

비록 롤랑, 아니 롤랑 씨는 말주변이 다소 험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짓을 벌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흠. 뭐, 이제 곧 사라질 자네와의 인연을 마지막으로 생각해 특별히 가르쳐주지. 아마 침실로 들어간 자네라면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 몸은 어젯밤에 마침내 이곳을 찾아 왔었네. 어제만큼 좋은 기회가 언제 다시 생길지 모르니 말이지. 그리고 자네가 그토록 구하기를 원하는 도구, 그 괴물을 ‘이 몸의 싸움’에 이용하기 위해 기껏 설치했던 마법진을 부수고, 마지막으로 이 볼품없는 곳을 없애고 자네만 입을 다물어주면 완벽했을 텐데 말이지.”

롤랑 씨는 복부에 총상을 입었으면서 불편한 거동 없이 자유롭게 손을 움직였고, 그에 따라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골렘의 무언가가 내 얼굴을 감싸 쥐는 게 느껴졌다.

“정말, 진심으로 안타깝군. 이 세계에서 이계인이라는 존재는 비록 마나를 느끼지도, 다루지도 못한다고 하지만, 그렇기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능성이나 무궁무진한 지식 등은 무척이나 희귀하고 또한 특별하지. 지금도 북방국의 무기를 충분히 다뤄내는 것을 보면 특히 자네 같은, 한창 자랄 나이라면 무수한 가능성이 있었을 거라 더욱 안타깝다네.”

나는 골렘에게 머리를 잡혀서 도저히 움직이지 못하겠다. 아니 그 이전에 전신에 그 어느 곳도 움직일 수 없지만, 롤랑 씨를 마주보는 자세를 조금도 바꿀 수 없었다.

“앞으로 이 몸의 싸움은 어쩌면 이 글로리아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지도 모르고, 후대의 역사에는 그 동안 유례가 없었을 희대의 광기로서 허무하게 막을 내릴 지도 모르겠네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겠지. 자네나, 이 몸이나, 귀족 나부랭이, 그리고 선의와 악의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인간이라는 족속 그 전부가, 그토록 원하는 게 있다면 다소 미쳤다고 조롱을 당할지언정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리라 말일세.”

어째서인지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으면서, 목숨에 위협을 받는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말이었다.

비록 구체적인 내용은 몰라도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서 다른 그 어떤 것들을 무시해도 상관없다니, 설령 그게 잘못된 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굳이 나아가려고 하다니.

“그, 그건 잘못된 길이에요! 저 혼자라면 몰라도, 미셸 씨도, 가나 씨나 엘리자베트도, 하물며 아무런 관계도 없는 샬롯 백작령의 모든 사람들까지 휘말리는 건 광기도 아니고 미친 것도 아니에요! 그건 마물, 아니 악마의 짓이라고요!”

나는 새삼 롤랑 씨의 앞날을 미약한 머리로 생각하려니 무서워졌다. 두려워졌다. 아니,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리고 부러워졌다.

그것은 목적이자 꿈이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무수한 가능성, 마지막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결과.

모든 것을 내던지고, 모든 것과 맞서서, 모든 것조차 짊어지는, 그 사악하다고도 할 수 있는 원대한 목적, 아니 야망을 이루려고 하는 그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사상은 나에게 없었으니까.

어쩌면 토리와 본질적으로 비슷하면서도 과정만은 오묘하게 다른 것이, 단순히 나와 비교해서 집념에 따른 차이일까.

내가 그런 쓸데없는 감상을 생각 하고 있자니, 롤랑 씨는 골렘의 손을 나에게 고정시킨 채 아까 빼앗은 콜트 M1911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분석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안타깝군, 시우 꼬맹이. 적어도 그 말을 50년 전에 아직 이 몸이 10대 였었을 때 말해주었다면 마음이, 결심이 다소는 흔들렸을 지도 몰랐겠네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니 말일세. 그런 이타적인 입 발린 말 따위는 이 몸에게 있어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한 소소한 필요악, 즉 어쩔 수 없는 희생일 뿐일세.”

콜트 M1911의 구조를 흥미롭다는 듯 보면서도 사용할 수 없음을 직감이라도 한 건지 이번에는 마찬가지로 내게 빼앗은 스크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그렇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가 이 몸에게 악마의 짓이라느니 일방적으로 뭐라고 하는 건 좀 새삼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나? 이 몸은 자네 역시 악마, 까지는 아니더라도 괴물을 보호하고 숨겨주는 점에서는 적어도 악인 정도로는 여기고 있었네만?”

나는, 다르다. 롤랑 씨와는, 이런 녀석과는 다르다.

“비록, 제가 다소 비겁하고, 욕심이 많을 지라도, 미셸 씨는 결코, 괴물 따위가 아니에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외견만 보고 괴물이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자 롤랑 씨는 들고 있던 스크롤을 나에게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내 얼굴을 정확하게 겨누며 말했다.

“그렇다네. 그건 이 몸도 마찬가지일세. 이 몸이 자네의 사정을 모르는 것처럼, 자네 또한 이 몸의 사정을 모르는데 함부로 악마니 뭐니 단정 지어서 말하지 말아주겠나? 그렇다고 그녀가 괴물이라는 점을 정정할 생각만큼은 역시나 없네만, 이 몸의 마법이나 연금술 지식으로도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금단의 결과물이니 말일세.”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든 애써 반박하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지켜주지 못하는, 한 번은 이곳에 떨어졌을 때 나처럼 커다란 사고를 당하고 나 이상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된 그 아이를, 결코 괴물이 아니라고 변호해주고 싶었다.

“미셸 씨는, 그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나이에, 나쁜 놈들 탓에, 그리고 내가 미숙했던 탓에, 그렇게 변해버리고 말아버린, 그저 불쌍하고 가엾은 아이였다고! 아버지마저 눈앞에서 잃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서, 이제 남아있는 것이라곤 나 밖에 없었어! 내가, 나만이 지켜줘야 하는, 예나 지금이나 아무 것도 모르는, 단순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고!”

아무 것도 못하는 나에 대한 분한 감정이 솟구치는 걸까, 아니면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미셸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 화가 난 걸까.

가령 어느 쪽이든 나는 말하고, 외치고, 빌 수밖에 없었다.

“이, 이제, 됐어요, 제발. 나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어요. 롤랑 씨가 이제부터 뭘 하든 막을 수도 없겠죠. 그로 인해 설령 가나 씨나 엘리자베트가 피해를 입어도, 설령 백작령이 위기에 빠진다고 해도 저로서는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니, 그러니 제발, 저에게서, 미셸만은, 그 아이만은 빼앗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부탁할게요.”

이토록 눈물을 흘리면서 무언가를 위해, 누군가에게 애원을 한 지 얼마나 됐을까, 아마 일생의 처음인 수도 있고, 어쩌면 이미 기억에서 잊힌 탓에 이번이 두 번째일 수도 있겠다.

첫 번째는 원래 세계에서, 그리고 두 번째는 이 세계에서.

그런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롤랑 씨는 방금 전까지 비웃는 듯 노골적인 미소가 사리지고, 언제부터였는지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군. 자네는, 시우 꼬맹이는 이 괴물, 아니 ‘그녀의 과거’를 말하고 있었던 것인가?”

아마 잡화점 바깥에서 장부 씨가 싸우고 있을 텐데 불안하게도 적막감이 흘렀고, 롤랑 씨는 잠시 나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후, 후후. 결국 자네도 이 몸과 비슷했다는 말이군. 서로 과거에만 매달려서 이토록 악착같이,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목적을 이루려고 하니 말일세. 인생이란 건 이토록 서글프게도 수라장과 같지 않은가?”

그게 나의 모든 것을 쏟아내서 보여준 것에 대한 일말의 망설임, 하지만 그 뿐이었다.

“허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자네의 그 간절한 소원은 이 몸으로서는 결코 들어줄 수 없네. 이 몸 역시 자네처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적이자 꿈이란 말일세. 무려 50년이라는 긴 세월, 인생의 대부분을 걸쳐서 힘겹게 쌓아온 온갖 지식들, 온갖 기술들, 설령 이후에 벌어질 참극들로 인해 그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반드시, 반드시 이뤄내야 할 ‘나만’의 위업일세!”

롤랑 씨는 서글픈 눈빛이면서도 이를 악문 단호한 표정을 지으면서 스크롤의 노끈을 잡았다.

“그러니 더 이상의 잡담도, 더 이상의 감상도, 더 이상의 방심도 일절 허용치 않겠네! 하지만 자네와의 인연과 마지막에 그 진심을 생각해서 이 몸의 싸움을, 그리고 위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서 추모해주겠네! 머리가 이토록 강하게 고정된 상태인데다 초근거리에서 발사하는 매직 애로우라면, 필시 고통조차 느끼지 않겠지!”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전부 쏟아냈지만, 전부 소용없었다.

“시우 꼬맹이, 아니 이시우. 자네는 이 몸을 원망할 자격이 충분하네. 그리고 죽어서도 원망하고 결코 용서하지 말게. 그러나 이 몸은 그 동안 어울려준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네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또한 용서를 구하지도 않겠네. 그저 서로 원하는 것이 비슷했고, 그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이 빌어먹을 운명이, 흐름이, 그리고 세계가 잘못된 것일 뿐이네.”

나는, 이토록 약하고, 이토록 추악하다.

“그럼, 안타깝게도 슬슬 작별일세. 그 동안 이런 노인에게 시간을 내줘서 즐거웠다네.”

나는, 이런 내가 무척, 싫었다.

그렇게 스크롤의 노끈이 풀려나고,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오면서, 안에 저장되어 있었던 마법이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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