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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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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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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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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DUMMY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푸른 하늘을 마주보게 되니 살아있다는 실감과 함께 느닷없는 혼란이 찾아오고, 나는 몸을 재빨리 일으켰다.

“대체, 여기는, 어떻게 된 거지?!”

여기는 놀랍게도 샬롯 가의 별장, 어제 나와 가나 씨가 묵었던 바로 그곳이었다.

하지만 광대의 잡화점에서 순식간에 샬롯 가의 별장으로 이동이라니, 이건 아마도 마법이리라.

설마 매직 애로우가 저장된 스크롤이 아니라 텔레포트가, 그것도 이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스크롤이었다니!

“미, 믿기지가 않아.”

마치 하늘이, 데우스 신이 나의 간절함에 응답이라도 한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근처에서 작은 신음이 들려왔다.

“크, 크윽!”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 쓰러져 있는 것은 분명 롤랑 씨, 그러나 어째서인지 방금과는 상태가 이상했다.

“쿨럭. 쿨럭.”

움켜쥐고 있는 복부에서 순식간에 번지는 혈흔, 그리고 그 모습은 마치 비정상적이라고 할 속도로 매우 빠르게 늙어가고 있었다.

“헉. 헉. 서, 설마, 꼬맹이, 이 몸을, 속인 것이냐!”

롤랑 씨는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셨지만, 정작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방금 파악한 참이라 난감했다.

무려 죽을 각오까지 하며 삶을 포기했던 사람에게 그렇게 말해져도 내가 딱히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이, 약삭빠른, 망할, 꼬맹이 같으니! 헉, 헉, 젠장! 원래 한 명분이어야 할 텔레포트에 갑작스럽게 두 명 분의 마나가 필요해지더니, 아니지. 어디에 떨어졌는지 모를 광학미채 골렘까지 합하면, 상당한 양의 마나를 이 몸에게서 강제로 빼앗을 줄이야!”

내가 쐈던 총상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롤랑 씨는 급격하게 노화가 시작되더니, 이제야 6, 70대에 맞는 나이든 노년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피부는 쭈글쭈글하고, 축 쳐졌으며, 총상의 고통에 전신을 부들부들 떠는, 심지어 나보다 훨씬 아래에 위치한 것 같은 더할 나위 없는 약자의 모습이었다.

“헉. 헉. 하지만, 이 몸은, 절대, 포기 못, 커헉!”

빼빼 마른 손으로 힘겹게 총상 부근을 막으며, 간신히 일어서려고 했다가 차마 부들거리는 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는 롤랑 씨.

이게 정말 그 광기 가득했던 롤랑 씨란 말인가?

“저, 저기, 롤랑 씨?”

내가 롤랑 씨의 이름을 부르는 찰나, 갑자기 엄청난 돌풍이 세차게 불어오더니 순식간에 나와 롤랑 씨를 밀어냈고, 그 사이에 내 앞에 나타나서 가로막고 있는 누군가.

그것은, 세바스티아 알프레드 집사님이셨다.

“아, 알프레드 씨?”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이곳은 샬롯 가 별장이니 알프레드 씨가 있는 건 자연스러울 테지.

“죄송합니다만, 시우 님.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겠습니까?”

그러나 그 정중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픈 태도는 내가 아는 알프레드 씨의 모습 중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최근에 본 적이 있었다.

“아, 네.”

그렇게 나는 마지못해 승낙을 해버렸고, 반사적으로 뒷걸음을 치면서 롤랑 씨와 거리를 벌렸다.

“쿨럭. 네, 네놈은, 어째서, 샬롯 꼬맹이와 함께 있는 게 아니었나.”

혼란스러운 모양인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롤랑 씨.

그에 비해 알프레드 씨는,

“오랜만이군, 롤랑.”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아니 다소 근엄하고 진지한 음색을 들어보면 손님을 대할 때가 아니라 외부인을 접할 때 경계심이 가득한 그런 목소리였다.

“헉. 헉. 그 모습으로, 이 몸을, 부르지 마라!”

그 말을 듣고 보니 아마 알프레드 씨와 롤랑 씨는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롤랑 씨에게서는 일방적인 적의뿐이었고, 그에 비해 알프레드 씨는 적의는커녕 오히려 담담한 태도.

그런 롤랑 씨는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알프레드 씨를 향해 소리쳤다.

“헉. 헉. 이 몸은, 네놈 따위에게, 그렇게 친근하다는 듯 이름으로 불리는 게, 그 무엇보다 가장 구역질이 난다는 말이다!”

그 처절한 외침에도 알프레드 씨는 전혀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에 비해 롤랑 씨는 이제 와서 총상이 심해지는 것인지 무척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몸을 망쳐가면서 ‘이전의 나’를 되돌리려는 거지.”

그토록 침묵하고 있던 알프레드 씨에게서 들려온 말.

하지만 이번에는 롤랑 씨가 침묵했다.

“벌써 50년도 더 된 일이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고, 잔혹한 실험을 반복하면서 너의 몸은 서서히 붕괴했을 거야. 급기야 체내의 마나는 물론이고, 자신의 생명력까지 줄곧 이용해 오다니.”

나도 마법 기초학을 정독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지식이었다.

마나는 생명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지만, 생명력 그 자체는 아니다. 때문에 마나가 전부 소진된다고 해서 죽는 일은 없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려 할 경우에는 더 이상 체내에서 마나를 생산하는 일이 서서히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생명력에도 영향이 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 무모한 실험의 말로가 이런 꼴이라니.

“나는, 이 아비는 무척 슬프구나, 롤랑.”

알프레드 씨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발언, 그러나 그 뜻을 이해하기 전에 롤랑 씨가 고함을 쳤다.

“그 입, 닥쳐! 쿨럭. 쿨럭! 이 몸에게 감히, 그 더러운 입으로 아비라고, 바보 같은 소리! 이 몸의 진짜 아버지는 50년 전에 살기 위한 거금을 구해오겠다고 북방국으로 넘어간 후 소식이 끊어졌다! 그런데 전혀 다른 얼굴에, 다른 목소리에, 하물며 인간조차도 아닌 녀석이, 감히 이 몸 앞에서 내 아버지를 모욕해?! 쿨럭!”

연이어 고함을 지른 탓인지 롤랑 씨의 입에서 토혈이 쏟아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

아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까?

이런 정신병자 같은 사상을 가진 사람이 살아도 되는 것일까.

“지, 지난 50년 동안, 이 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이 몸조차 매물로 팔아가면서 악착 같이 살아왔다! 이 몸의 기억 속에 있는, 50년 전의 그리운 아버지를, 재현하기 위해서! 온갖 연금술의 지식들과 마법들을 연구해서, 커헉! 아버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위해 살아왔다는 말이다!”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사람의 말이지만, 이 사람도 나와 비슷했다.

나와 비슷하게 과거에 매달려 있었다.

나는 미셸을, 그리고 롤랑 씨는 50년 전의 아버지를, 정말 바보 같은 일이다.

“크, 크흐흐! 이제, 곧, 이 몸의 꿈이 이루어진다. 어, 어서 연구실에 돌아가서, 그 괴물을, 해체한 다음, 차분히 조사해서, 기억 속의, 아버지와, 쿨럭! 쿨럭! 연금술로 육체를 구성하고, 마법으로 저승에서 영혼을 끌어내 옮겨 놓으면, 크하하하!”

그러자 알프레드 씨는 롤랑 씨에게 다가가더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네가 포기할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 50년 전에 죽었고, 이렇게 초인적인 몸을 갖고 다시 태어났으니까. 아무리 거금이 필요하다고 해도 온갖 나쁜 소문으로 가득한 북방국에 지원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 이제 제발 부탁이다.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고 옛날처럼 돌아와 다오.”

혼자 미친 듯이 웃고 있던 롤랑 씨는 갑자기 웃음을 멈춘 채 이를 갈며 말했다.

“큭! 닥쳐! 닥치라고! 그 동안 줄곧 혼자였던 이 몸에게, 이제 와서 그런 입에 발린 헛소리를 한다고 50년이나 던져둔 죄를 모두 갚을 것 같으냐! 이 몸은, 나는 오로지 기억 속의 아버지만을 의지하면서 그 무엇도 견뎌왔다! 이런 상처쯤은 아무 것도 아니, 쿨럭.”

롤랑 씨가 허세를 부려가면서 무리하게 일어나려고 하자 다시금 토혈을 쏟아내며 힘없이 주저앉게 되었다.

이미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출혈인데,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일까.

“나,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 쿨럭! 쿨럭! 곧, 곧 아버지를, 만날, 수, 쿨럭!”

하지만 그 모습은 마치 죽기 직전을 앞둔 단순한 피투성이 노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 봤던 그 광기 넘치는 모습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뭔가, 이런 사람이라도 갑자기 불쌍하다고 생각해 버렸다.

“시우 님.”

그런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갈등을 하고 있을 때, 알프레드 씨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아, 네.”

“그 동안 항시 주시하였음에도 미처 도와드리지 못한 점을 용서해주십시오. 또한 제 딸인, 롤랑이 민폐를 끼쳐서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알프레드 씨의 그 말에 롤랑 씨는 아픈 몸을 이끌면서 뭐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할 뿐이었다.

사실 내가 대답하기도 애매한 게,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직접적인 피해 같은 건 없었고, 그저 미셸만 찾을 수 있다면 다른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서 예의상 ‘아닙니다.’라든가, ‘괜찮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대인배도 아니었고, 아직까지 롤랑 씨에 대한 미심쩍은 부분도 많았으니까.

“용서, 못 해요. 알프레드 씨 앞이니까 결코 나쁘게 말할 생각은 없지만, 롤랑 씨는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이상했다.

갑자기 마을 사람들과 본 적 없는 기사들이 엄청나게 나타나서 나를 쫓더니, 기껏 도와주러 온 장부 씨와 무명 씨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끼쳤고, 비록 내 결정이긴 했지만 상가 구역에서 폐촌 구역까지 몰린 끝에 그런 엄청난 일을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마치 모든 일이 롤랑 씨의 손아귀에서 일어난 것 같았다.

뭐, 비록 증거 같은 건 없었지만, 내가 붙잡혔을 때 가나 씨나 엘리자베트에 대한 것을 적잖이 언급을 해도 본인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듯 의미심장한 말을 했던 걸 떠올리면, 오히려 그 정도 규모의 인파 정도는 손쉽게 조종해서 이번처럼 사건을 일으키려 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은 중상을 입은 불쌍한 노인에 지나지 않지만, 그 광기가 가득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방심할 수는 없었다.

“물론, 입니다. 저로서도 모든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자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번에는 롤랑의 계획된 사건 같은 것만이 아니라 우연이 몇 겹이나 겹쳐서 일어난 사고 같은 것이니 지금은 처벌이나 보상 같은 형식적인 이야기보다 사람 사이의 감정적인 선에서 먼저 해결을 보고 그 후에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러니 요약하자면, 알프레드 씨의 말은 지금 당장은 처벌하기 곤란하다는 것 같으니 좀 더 제대로 된 처벌이나 보상은 나중으로 미루어 달라는 소리일까?

어디에서나 갑자기 솟아나는 기묘한 등장이 취미인 알프레드 씨였지만, 그런 알프레드 씨라도 무척이나 바쁠 테지.

“그럼 저는, 최소한 세 가지 조건이 있으니 그 세 가지만은 반드시 지켜줄 수 있나요?”

그러자 알프레드 씨는 즉시 대답했다.

“지킬지 어떨지는 내용을 들어봐야 알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응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알프레드 씨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먼저 저의 조건을 말하기 전에 다시금 못을 박겠습니다만, 제 조건은 별개로 쳐도 저나 미셸 씨, 그리고 그 이외에도 이번 사고에 우연히든 아니든 엮이게 된 일련의 피해자들에 대한 것들과 그에 따른 형식적인 보상은 형식적으로나마 해줘야 할 겁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롤랑 씨의 자백과 참회는 필수겠죠. 잘 아시겠죠?”

“물론, 입니다. 이번 사고에 관해서는 저 뿐만이 아니라 샬롯 아가씨께서도 하실 말씀이 있으신 지라 조만간 대대적인 보상이 있으리라고 저 개인으로서도, 아가씨께서도 약속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얘기가 정해지자 나는 순순히 알프레드 씨에게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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