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2,535
추천수 :
25
글자수 :
753,562

작성
19.05.02 13:00
조회
10
추천
0
글자
13쪽

제36화

DUMMY

이런 상황에 오로지 미셸 씨만 생각하려는 모습이 다소 지나치게 맹목적이며, 지금까지 도와준 사람들의 경위를 생각하면 스스로도 인정머리 없는 배은망덕한 놈이라는 인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조건들을 말한 후 최소한 알프레드 씨에게 그 두 사람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덧붙여 말하기도 했었다는 게 최소한의 양심이다.

필연적으로 밟아야 할 출입절차 탓에 잠깐 들리게 된 백작령 정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째서인지 정상적으로 출입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도중에 경비 씨가 ‘수고했다’는 등 있지도 않은 내 고생을 소소하게 치하했던 걸 생각하면 오지도 않을 가나 씨를 기다리는 끝에 백작령의 지원이 예상 외로 일찍 도착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비록 여기까지 오는 데 온갖 험한 꼴을 당했고, 심지어 도중에 나를 도와준 장부 씨나 무명 씨에 대한 것도 집사님에게 겸사겸사 언질 했었던 것을 제외하면,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도 보였을테지만, 그러나 결코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은 나의 목적이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미셸 씨를 만나기 위해서 일련의 사건들에게서 도망쳐 왔고, 살아남으려 했던 것이니까.

“그런데 이게 뭐야! 문이 잠겨 있잖아!”

정작 롤랑 씨의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려고 하니까 문이 단단히 잠겨 있었다.

롤랑 씨의 말 중에 연구실이라는 곳에 미셸 씨라고 추정되는 ‘괴물’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어서 혹시나 싶어서 서둘러 와 봤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게 외출 시에는 집의 문을 잠그고 나왔을 테니 열릴 턱이 없었다.

“내가 너무 성급했지. 그 유능한 롤랑 씨의 집이니 하다못해 열쇠라도 받아서 오는 건데!”

객관적으로 따져도 롤랑 씨 본인의 재능은 우수하다고 하니 분명 시기하는 사람이나 그 기술력을 독점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한 조치, 아니 그 이전에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치안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백작령을 벗어나는 만큼 영지 바깥에 거점을 마련한 시점에서 문단속부터 생각하겠지.

“젠장. 이대로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서 열쇠를 받아오는 것도 시간이 배 이상으로 걸리는데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쪽팔려!”

그렇게 심각한 분위기를 잡아가면서 알프레드 씨에게 롤랑 씨의 처우에 대해서 운운하고 나왔는데, 정작 열쇠 하나 받기 위해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건 어떨까 싶었다.

“응?”

갑자기 눈앞에 떠오르는 이 세계만의 문구, 그것은 내가 줄곧 공부했던 것을 감안한 탓인지 다소 느리게 허공에 표시되어 갔다.

“링크, 완료? 설마, 토리인가?! 아니, 그렇지. 이건 분신체인가.”

하지만 토리의 분신체라면 샬롯 백작령을, 그것도 공용 도서관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쩌면 가나 씨가 어제 저녁에 격렬한 식사로 이제야 깨어나서 걱정된 탓에 나에게 급하게 분신체라도 보내라고 명령한 것일 수도 있다.

“뭐, 과정이야 어쨌든 지금은 이런 분신체가 와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롤랑 씨의 집 문고리를 유심히 살펴봤다.

“분신체, 이 집의 구조와 보안 상태를 스캔해 줘.”

나의 말에 분신체는 곧바로 허공에서 수많은 정보가 떠오르게 했다.

오로지 나의 눈에만 보이는 그 정보들은 분신체에게 할당된 한계만큼 제한된 정보만을 보여주었고, 나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흠. 집 자체는 평범한 가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물의 습격을 감안해서 각종 재해와 대마력 대책을 한데다 무려 지하실이 있네. 그곳이 미셸 씨가 있다는 그 연구실인가?”

나는 주머니에 갖고 있는 소지품들을 뒤적이며,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중얼거렸다.

“으음~ 지금 있는 건 얼마 안 되는 소지금이랑 미셸 씨가 물어뜯을 때 대비하려는 작은 통나무 재갈, 내가 자주 애용하는 부싯돌, 이미 다 마신 물약의 병, 나를 증명하는 철제 신분증, 이 세계에서는 완전히 쓸모가 없는 내 지갑이랑 휴대 전화,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모두가 다 쓸모없잖아!”

나는 할 수 없이 철제 신분증의 테두리를 부싯돌 같은 것으로 절묘하게 뜯어내서 가느다란 철사를 만들었다.

“나중에 가나 씨한테 무진장 혼나겠지만, 지금은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비록 이런 식으로 문을 따본 적도 없고, 애초에 할 생각도 없었지만, 자세한 방법은 분신체를 통해 조정하면서 조심스럽게 할 뿐이었다.

“이렇게, 아니지. 조금만 더 구부려서, 으앗! 부러지면 안 되는데, 아주 살짝, 힘을 주면서, 큭! 이대로 조금만 더 앞으로 가면, 됐다!”

과연 토리의 분신체였다. 열쇠 구멍의 내부 구성 같은 게 마치 투명하게 비치는 지도처럼 내 눈으로도 보여서 비교적 손쉽게 문을 열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분신체를 통한 내 눈으로 지하실로 향하는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정말, 다행이야. 지하실이 숨겨져 있어서 분신체가 없었다면 찾느라 고생했겠네.”

나는 분신체가 표시하는 곳을 향해 걸어가 책장 근처에 숨겨진 장치에 손을 대고, 바닥에서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살짝 긴장했다.

“이 안에 미셸 씨가 있다고,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렇게 불안함을 애써 감추며 철제 금속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내 움직임에 따라 통로마다 불빛이 들어왔고, 연구실이라 추정되는 지하실에 발을 딛게 되자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윽. 이게 뭐야.”

하지만 밝아진 주변에 보이는 것들, 연구실을 온통 메우고 있는 것은 다종다양한 부위의 몸체들이었다.

성인 어른의 것으로 보이는 비교적 생생해 보이는 팔이나 다리, 언제 봤는지 모를 익숙한 인체모형, 심지어 각종 내장이나 근육 등의 중요 기관들이 어떤 용액에 담가진 채 선반 가득 나열된 것도 있었다.

이 끔찍하고도 괴이한 장소를 보게 되니 정작 롤랑 씨가 평소에 어떤 연구에 매진했고, 어떤 정신 상태에 임하고 있었는지 그 단편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서 무척이나 역겨웠다.

“으, 으으! 젠장! 난 무서운 것도 싫어하지만, 잔인한 것도 싫어하는데! 설마 이 중에 미셸 씨가 있는 건 아니겠지?!”

분신체를 통해 연구실 주변을 둘러보면 확실히 미셸 씨가 있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정확한 위치는 앞서 말했던 몸체들에 섞여서 구분하기 애매했기에 찾기가 힘들었다.

“이, 이러면 직접 찾으러 다녀야 하나?”

나는 결국 다소 무거운 발길을 옮기며, 강제로 연구의 과정을 눈으로 쫓게 되었다.

각종 인체의 모형이나 다양한 부위의 몸체들뿐만이 아니라 각종 마법진이 그려진 스크롤이나 뭔가 이상한 색을 띠고 있는 물약들도 많았고, 그 중에서 인체의 해부도 같은 상당히 전문적인 그림마저 평범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이곳의 바닥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상태였으며, 심지어 매우 중요해 보이는 문서를 멀쩡히 밟고 지나간 흔적이 보이거나 무언가를 쏟았지만, 처리가 귀찮았던 것인지 변색이 되어서 말라가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정말 더럽네. 비록 롤랑 씨는 타인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았었지만, 설마 자기 일도 이렇게 무관심 할 줄은 몰랐네.”

그런 말을 조용히 읊조리고 있을 때 분신체를 통한 미셸 씨의 반응이 가까워져 왔다.

“엇, 드디어 찾은 건가!”

분신체가 유도하는 방향으로 걸음을 빠르게 옮기여 향하는 도중, 나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미, 미셸 씨!”

그것은 분명 내가 찾던 미셸 씨였다.

그러나 정작 미셸 씨는 좌우의 팔이 대칭으로 묶인 구속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은 채 전신의 곳곳에 기다란 관 같은 것이 꽂힌 채 무언가를 주입당하고 있었다.

두 눈은 초점을 잃은 채 벌어진 입가에도 관이 박혀 있어 끈적거리는 침이 ‘주르륵’하고 흐르는 것이 의식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미셸 씨! 정신 차려보세요! 제가 지금 구해드릴 게요!”

나는 급한 마음에 서둘러 미셸 씨에게 다가갔지만, 미처 관들을 뽑아내기 전에 미셸 씨의 어깨를 흔들면서 의식은 있는 지, 제대로 코로 숨을 쉬고 있는 지 확인했다.

비록 의식은 없었지만, 제대로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기절한 것이라 생각해 입 속과 전신에 꽂혀 있는 기다란 관들을 뽑아냈고, 상처를 치유 할 물약이나 응급용 도구들이 없는 탓에 뽑아지면서 생겨난 작은 상처는 미셸 씨 스스로의 회복력으로 어떻게 되길 기도하며 무작정 등에 짊어지려 했으나,

“무, 무거워?! 엄청 무겁잖아?!”

생각보다, 아니 그 이상으로 무거운 무게 때문에 미셸 씨를 어중간하게 업은 채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 했다.

의식을 잃은 사람은 보기보다 무척 무겁다는 말을 몇 번이고 들었고,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버틸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정작 이렇게 들게 되니 무척이나 무거웠다.

“큭!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이대로, 업고, 올라가야, 된다!”

나는 이를 악 물고 미셸 씨를 어중간하게 등에 짊어졌다.

그 탓에 내 등으로 뭔가 기분 좋은 감촉이 전해지는 느낌이 직접적으로 와 닿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 따위를 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이런 으스스하고 기분 나쁜 곳을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서 샬롯 백작령으로, 광대의 잡화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우, 우오오옷! 이대로, 롤랑 씨의 집을, 어떻게 해서든, 나가면, 반드시, 마차를, 구할 테다!”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앞으로 향했고, 그 한 걸음이 무척이나 무겁고 힘들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의지만은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반대로 맹렬하게 솟구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드디어 목적의 절반을, 미셸 씨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목적을 이뤄내려 했기 때문이다.

“그, 그래. 난 해, 해낸 거라고! 점장 씨의 유언대로 미셸 씨를 지키겠다는 목적을, 이뤄내고 말았···!”

그렇게 스스로를 고양시키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때, 내 말은 갑자기 끊어졌다.

“크, 악!”

느닷없이 내 목덜미에서 퍼져가는 격통, 눈앞의 분신체에게서 경고 문구가 이어졌다.

내가 짊어지고 있었던 미셸 씨가, 내 목덜미를 깨문 것이다.

아니, 깨물고 뜯어내려고 더욱 강하게 힘을 주고 있었다.

“저, 저리 갓!”

때문에 나는 한 순간의 위기의식에 몸을 맡겨서 등에 짊어진 미셸 씨를 던진 채 바닥을 굴렀다.

기적적으로 경동맥인지 하는 핏줄은 무사한 모양인지 만화나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피가 격렬하게 솟구치지는 않았다. 다만 물린 목덜미로부터 이빨 자국 사이로 피가 몇 줄기나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좀, 숨을 쉬기 힘들었다.

“헉, 헉. 미, 미셸 씨! 진정, 하세요! 저에요! 이시우!”

반사적이었다고는 해도 바닥에 던진 충격이 나름대로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두 발로 일어나는 미셸 씨.

그러나 정작 내 부름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구속복을 입고서 나에게 돌진했다.

“위, 위험햇?!”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굴려가면서 미셸 씨에게서 거리를 두기 위해 도망쳤고, 그 뒤를 미셸 씨가 따라붙는 형태가 되었다.

“정신, 차려요! 저라고요, 미셸 씨! 아니면 혹시 빈센트, 빈센트냐?! 지금 너랑 놀아줄 생각 없으니 나중에 나오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마치 짐승 같은 괴성뿐이었다. 그러자 나는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상태는 미셸 씨도, 그렇다고 빈센트도 아니었다. 훨씬 더 악질인, 생명의 위협을 받아서 한껏 경계하고 심지어 적의마저 품게 된 들짐승과 같은, 심지어 나조차 모르는 어느 과격한 인격인 것이리라.

“헉, 헉. 젠장. 의식이!”

아까부터 거칠게나마 격렬하게 숨을 마구 쉬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숨을 쉬기가 힘들고, 미셸 씨를 짊어진 것보다 못하지만 몸도 서서히 무거워졌다.

역시 목덜미를 물린 탓에 생겨난 상처가 원인일까, 그것도 아니면 미셸 씨의 입을 통해 주입되고 있던 정체불명의 물약이 방금 생긴 상처를 통해 나에게 조금 흘러 들어왔던 건가.

“우, 우왓?!”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데,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진 문서들에 미끄러져 넘어지기까지 했다.

그 사이에 단번에 거리를 좁혀오는 미셸 씨.

결국 나는 넘어진 충격으로 다리에서 힘마저 빠져서 미셸 씨에게 덮쳐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사항입니다. 19.08.05 12 0 -
130 제130화 19.08.04 8 0 14쪽
129 제129화 19.08.03 9 0 12쪽
128 제128화 19.08.02 13 0 13쪽
127 제127화 19.08.01 10 0 13쪽
126 제126화 19.07.31 11 0 12쪽
125 제125화 19.07.30 12 0 13쪽
124 제124화 19.07.29 13 0 13쪽
123 제123화 19.07.28 12 0 12쪽
122 제122화 19.07.27 12 0 12쪽
121 제121화 19.07.26 13 0 12쪽
120 제120화 19.07.25 14 0 11쪽
119 제119화 19.07.24 13 0 12쪽
118 제118화 19.07.23 36 0 13쪽
117 제117화 19.07.22 44 0 12쪽
116 제116화 19.07.21 25 0 12쪽
115 제115화 19.07.20 22 0 12쪽
114 제114화 19.07.19 22 0 13쪽
113 제113화 19.07.18 23 0 13쪽
112 제112화 19.07.17 15 0 12쪽
111 제111화 19.07.16 22 0 12쪽
110 제110화 19.07.15 23 0 13쪽
109 제109화 19.07.14 20 0 12쪽
108 제108화 19.07.13 18 0 13쪽
107 제107화 19.07.12 26 0 14쪽
106 제106화 19.07.11 20 0 13쪽
105 제105화 19.07.10 23 0 12쪽
104 제104화 19.07.09 21 0 12쪽
103 제103화 19.07.08 25 0 12쪽
102 제102화 19.07.07 21 0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스법군'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