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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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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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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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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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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DUMMY

가나는 화가 많이 난 듯 투덜거리며, 양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장부와 무명을 별장 앞에 마구잡이로 던졌다.

“아, 아얏! 아, 아칸 누님, 중환자들한테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요?!”

그러자 가나는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장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난 옛날부터 회복 계열 마법은 서툴러서 그런 중상을 단번에 낫게 할 수 없단 말이야! 게다가 너희들 두고 오는 것도 좀 그래서 일부러 텔레포트도 사용 못하고, 폐촌에서부터 짊어진 채 뛰어온 사람에게 그런 소리라니,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그 말에 장부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장부의 뒤에 숨어있는 무명은 전신을 벌벌 떨면서 소리 죽여 울먹이고 있었다.

그런 그 두 사람을 뒤로 하고 별장으로 향하는 가나의 곁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십시오. 아칸 씨.”

이런 긴박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샬롯 가를 모시는 자로서 정중한 태도에, 단정한 차림을 한 초로의 집사인 세바스티아 알프레드였다.

“알프레드 집사님, 역시 기다리고 계셨군요.”

“물론입니다. 저희 샬롯 아가씨께서 고용한 이들을 몸소 데려와 주셨으니, 이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알프레드가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했지만, 정작 가나는 기분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지고 있었다.

“집사님, 제가 여기로 돌아온 이유가 고작 저기 있는 똘마니 놈들 때문이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아칸 씨의 사정은 이미 먼저 오신 시우 님에게 대강 들었으니 말이죠.”

사실 알프레드 입장에서는 들었다기보다는 보았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이겠지만, 그 부분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알프레드의 말이 끝난 직후 가나는 소리 높여 외쳤다.

“그거 잘 됐군요! 그럼 지금 당장 시우랑 시우를 데려간 놈이 어디 있는지 말해주세요! 별장 안인가요, 그 두 사람을 만나러 가겠어요.”

가나는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시우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시우를 데려간 녀석을 두들겨 패서 혼내주고 싶다’는 듯 살기등등한 모습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알프레드는 잠시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칸 씨께는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시우 님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는 있겠으나 나머지 한 분에 대해서는 어떤 조건이 걸려있기에 제 입으로는 발설하기가 어려운 일이라 그 부분만큼은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주변의 마나가 마치 파도가 치는 것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

가나는 진심,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가까운 정도로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집사님, 설마 시우를 데려간 놈을, 저의 ‘적’을 감싸주겠다는 소리인가요?”

하지만 이에 질세라 알프레드도 마나의 격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꿋꿋하게 버티면서 평온하게 대답했다.

“그건, 당치도 않는 소리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샬롯 가의 사용인으로서 타인에게 부탁을 받은 것은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앞서 말씀드린 조건을 지키고자 하려는 것뿐입니다.”

가나는 ‘조건, 그게 대체 무슨 대수인가’ 싶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명백하게 자신의 ‘적’을 감싸려고 하는 알프레드에 대한 분노가 이성적인 사고를 앞서고 있을 뿐이었다.

“···세바스티아 알프레드 집사님? 정말로, 저를 상대로 어떤 입장이라도 고수하겠다는 건가요?”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의 입장 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부디,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후에 저에 대한 문책을 샬롯 아가씨에게 개인적으로 요청하시든, 아니면 앞서 걸려있는 조건을 해결하신 후 따로 면회를 요청하시든 마음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보다 지금은 시우 님의 행방이 먼저가 아닌지요?”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마나의 격류가 주변을 온통 날려버리고 있었다. 그에 비해 알프레드는 꿋꿋하게 버티는 게 고작일 뿐, 이대로 맞붙게 된다면 어떤 피해가 생길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보고. 몇 초 후 전투태세에 돌입하려는 2대 마스터에게 알립니다. 현재 이 별장 안에 이시우의 반응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샬롯 백작령 전역으로 탐색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 현재의 장소로부터 이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이시우가 백작령 바깥까지 나갔을 경우를 고려하면 현재진행형으로 위험성이 대폭 증가할 것이니 부디 냉정한 판단을 요구합니다.”

토리의 보고 덕분에 가나는 살기등등한 기세를 죽여가면서 이를 갈았다.

그에 비해 알프레드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마음속으로나마 토리에게 감사를 하며, 작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휴우. 아칸 씨의 온정과 토리 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알기로 시우 님은 현재 백작령 바깥으로 나가신 것으로 압니다만, 정작 이유를 저에게 물으셔도 지극히 사적인 것이라 대답해드리기 어려운 점은 다시금 사죄하겠습니다.”

가나는 알프레드의 말을 듣고 샬롯 백작령의 정문 방향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집사님,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지금은 물러가겠지만, 나중에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겁니다. 그 때는 이렇게 끝나지 않아요.”

그러자 이곳을 찾아올 때와는 또 다르게 이미 ‘평범한 시야’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달려가는 가나.

알프레드는 주머니에 마련되어 있는 손수건으로 이마에 배어나온 식은땀을 닦아내며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맞이한 건 두 사람의 메이드, 마리엘과 마리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세바스티아 집사님.”

“수, 수고하셨, 습니다.”

“아아, 마리엘 양, 마리 양. 저야 말로 민폐를 끼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안심하셔도 괜찮을 겁니다.”

비교적 평온해 보이는 마리엘과는 달리 마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부들부들 떨면서 끼어들었다.

“어, 어, 어쩌죠! 아, 아직 샬롯 아가씨께서 오시지도 않으셨는데, 이, 이, 이런 대형 사건이 저희들에게 일어나다니! 세바스티아 집사님의 손님인데, 아칸 님이 저렇게 화를 내시는 걸 보면 분명 엄청난 일이 일어날 거라고요!”

“제발 좀 진정해, 마리. 지금 당장은 괜찮잖아. 게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세바스티아 집사님이나 샬롯 아가씨께서 해결해주실 거야. 우리들은 우리들에게 맡겨진 일을 하면 될 뿐인 이야기라고.”

두 사람이 애써 진정하려 하면서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 알프레드는 마음속으로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기분도 느끼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두 분에게 다시금 감사를, 그래서 제 손님의 용태는 어떤가요?”

그러자 대답한 것은 언니인 마리엘 쪽이었다.

“일단 샬럿 가의 메이드로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고 봅니다만, 역시 전문적인 의학 쪽은 문외한이고, 하물며 저나 마리는 회복 마법을 쓸 줄 모르니 되도록 빨리 교회를 방문하거나 보다 전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회복 물약을 먹이게 해서 고통을 덜고 있지만, 상처 부위는 그저 막아만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롤랑의 안에는 아직 시우가 쐈던 총알이 남아있었다. 적어도 총알을 제거하고 상처를 봉합하거나 치료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생각하면, 이계의 문물에 지식이 없는 마리엘로서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일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이후부터는 밖에 계신 두 분을 데려와서 치료한 후 원래의 직무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손님의 용태는 제가 확인하면서 대처하기로 하죠.”

그렇게 말한 후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는 알프레드.

“어, 어, 언니? 정말로 괜찮, 겠지? 위험하지는 않겠지?”

“마리, 그건 그냥 부상당한 노인일 뿐이잖아. 게다가 세바스티아 집사님과 비슷한 연령으로 보이는 걸 생각하면 연인이거나 지인이겠지. 대체 뭐가 그리 걱정인 거야? 호들갑은 그만 떨고 어서 일이나 하자.”

두 사람은 그렇게 단정 짓고 약간의 의구심만을 남긴 채 자기 일로 되돌아갔다.

그 무렵, 별장 안에 마련되어 있는 수많은 방들 중 한 곳에 들어간 알프레드는 곧바로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아. 롤랑, 역시 마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구나. 되도록 빨리 치료해주고 싶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저 미안할 따름이야.”

정작 롤랑은 더 이상 화를 낼 기력도 없는 것인지 침대에 누운 채 축 늘어져서 힘없이 대답할 뿐이었다.

“망할, 그 얼굴로, 이 몸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허허허. 중환자인 주제에 입만은 아직 살아있어서 다행이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롤랑은 분하다는 듯 작게 혀를 차며 말했다.

“···쳇! 왜, 나를, 아니, 이 몸을 살려준 거지? 역시, 자기 자식은, 소중하다든가?”

이에 대해 알프레드는 작게 숨을 삼켰지만, 애써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글쎄다. 네 말대로 아직까지 자식 사랑이 남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시우 님이 떠나기 직전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신 것 때문일 수도 있겠지.”

“뭐, 시우, 꼬맹이가, 조건을?”

롤랑으로서는 상당히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나마 작정하고 죽이려고도 했었으니 말이다.

그러자 알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에 있는 의자를 끌어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엇차. 그래. 한없이 자비로우신 시우 님의 소소한 배려란다.”

“크, 크크큭! 끝도 없이 바보 같은, 빌어먹을 영감에, 순해 빠진 바보 같은, 꼬맹이군. 이 몸을, 당장 죽어가는 이 몸을 두고, 감히, 조건이라니, 크크큭!”

그것은 적의를 버리려는 허탈한 웃음일까, 아니면 그저 어이없는 탓에 새어 나오는 웃음일까. 어느 쪽이든 마치 체념한 것 같은 표정이 된 롤랑으로서는 조금이나마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심히 굴욕적이 되었다.

“그래서, 그 조건이란 게, 뭐였지?”

그러자 알프레드는 오히려 이것을 기다렸다는 듯 작게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허허허. 아주 간단한 조건들이었지. 첫째, 미셸이라는 분의 위치를 가르쳐 줄 것. 둘째, 나중에 시우 님 본인과 미셸과 함께 찾아갈 테니 얼굴을 보게 되면 진심을 다해 사과할 것. 셋째, 실패했다고 생명을 도외시하면서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

물론 주변 사람들에 대한 피해나 기물 파손 등 대해서는 별도로 보상을 해야겠지만, 롤랑은 그 말만을 듣고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길게 침묵을 일관했다.

“참 묘한 분이지? 당장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에게 느낀 점이 많았다는 구나.”

롤랑은 아직까지 뱃속에 박혀 있는 총알의 감촉을 느끼며 작게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흥. 묘하긴 얼어 죽을, 그냥, 어이없을 정도로, 정말 바보 같을 정도로, 그저 단순히 순진한 것뿐이잖아.”

하지만 롤랑은 어째서인지 분하면서도 안심이 되는 감정을 느끼면서 알프레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봐, 영감. 시우 꼬맹이는, 그 바보 같은 덜 떨어진 녀석은 지금 어쩌고 있지? 이 몸이 기억하기로는, 문단속을 철저하게 한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러자 알프레드는 끼고 있는 단안경을 다시금 고쳐 쓰면서 먼 곳을 바라보려는 듯 눈살을 조금씩 찌푸리며 말했다.

“오, 오오. 염려하는 것과 달리 무사히 데리고 나온 모양이군? 아니, 그런데 이건, 어허. 어쩐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는 것 같군.”

알프레드의 탄식에 롤랑은 의문을 표하려 했지만, 그 직후 알프레드가 짤막하게 설명했다.

“하필 부상당한 시우 님을 데리고 나온 미셸이라는 분이, 무척 화가 난 아칸 씨와 정면으로 만나고 말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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