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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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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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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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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DUMMY

나는 드디어 정신이 몽롱한 끝에 꿈이라든가 환상을 보게 되는 것인가?

빈센트가 날 여자애처럼 들어 안은 채 롤랑 씨의 집을 뛰쳐나오니 눈앞에 왠지 모르게 무척 화가 난 가나 씨가 서 있었다.

확실히, 그 살기만큼은 꿈이라든가 환상은 절대 아니다.

“아, 음. 그래. 정말 빌어먹게 기막힌 타이밍이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이 상황에 대해 해명을 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전신에 힘이 빠진 채 축 늘어져 있었고, 고작해야 상황을 보고 판단해서 스스로 생각하는 게 고작이니 말이지.

그에 비해 가나 씨는 내가 뭐라고 표현하기가 무섭게 살기등등한 기세를 띠면서, 이쪽으로 돌진해오잖아?!

“우, 우왓?!”

그나마 방금 가나 씨의 돌진을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었던 건 지금의 인격이 빈센트라는 점이 다행스러운 부분일까.

아니, 돌진만 해오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휘두르잖아?!

“우왓! 자, 잠깐! 기다려! 이쪽은 보시다시피 손을 못 쓴다고?!”

가나 씨의 주먹을 이리저리 간발의 차로 피하는 빈센트.

그러나 정작 지금의 상황을 해명할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빈센트도 남아도는 힘으로 발차기를 하며 항전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시우를, 내놔! 이 배은망덕한 누더기 같으니!”

그러고 보면 가나 씨가 미셸의 모습을 직접 보는 건 점장 씨가 돌아간 날 이후로 처음이었던 건가?

“젠장! ‘나’는 그러고 싶지만! ‘다른 놈’들이 거절하라고 하잖아! 어이, ‘너희들’! ‘그 녀석’을 빨리 설득하라고!”

빈센트는 빈센트 나름대로 ‘안’과 ‘밖’을 동시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대로 가다간 정말 내 쪽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보고. 정찰을 보낸 분신체로부터 정보가 송신되었습니다. 정보의 열람을 요청. 확인했습니다. 지금부터 정보의 분석을 개시. 2대 마스터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토리가 그렇게 말하는데 정작 가나 씨는 아직까지 진정하지 못한 채 빈센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아, 빌어먹을! 이젠 ‘나’도 몰라!”

엥, 갑자기, 나를 공중에 던졌어?!

“시, 시우야!”

나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한 가나 씨가 나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커, 헉!”

한 눈을 팔고 있는 가나 씨의 뒤통수에 작렬하는 빈센트의 발차기.

어, 어째서?!

“읏차! 아~ 하하하! 짜증나게 굴더니 꼴좋다!”

빈센트는 다시금 나를 들어 안고 기운차게 웃더니 샬롯 백작령을 향해 뛰어갔다.

그에 비해 가나 씨는 머리부터 땅에 처박힌 채 일어서질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아마 빈센트 녀석이 힘 조절을 하지 않은 채 발차기를 날린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짓을 벌이고 태평하게 굴다니, 역시 내보내야 하는 인격을 잘못 고른 건 아닐까.

“아!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그 녀석’이 자꾸 헤어지기 싫다며 아주 울고불고 난리잖아! 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게다가 그 짜증나는 여자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으니, 이 기회에 차라리 머리 좀 식히고 오라고 손수 손을 써도, 아니 발을 써도 뭐라고들 하냐!”

아직까지 ‘안’쪽에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빈센트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그냥 미셸 씨 안에 이지적인 인격 중 하나가 나와서 친절하게 대화로 해결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지.

“아하하하! 바보 같은 놈들! 그거야 당연하잖냐! 이대로 영지 안으로 들어가서 보이는 족족 닥치는 대로 습격하고, 빼앗아서 이놈한테 물약을 여러 가지 붓다 보면 알아서 살아나겠지! 캬하하하!”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내 처우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엉? 갑자기 뭐야, 이 글씨들은? 피해? 엥, 이건 ‘너희들’이 아니라고? 그럼 대체 내 눈 앞에 있는 이것들은 뭐야?!”

갑자기 빈센트의 행동이 이상했다.

나로서 짐작이 가는 건 토리가 보낸 분신체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피하라는 문구가 보인다는 건 토리가 보내는 메시지인가?

“젠장! 이 빌어먹게 짜증나는 글자들이 자꾸 내 앞을 얼쩡거리고 있잖, 우왓?!”

갑자기 무언가에 걸려서 넘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앞으로 경쾌하게 넘어지는 빈센트.

덕분에 나는 그 반작용으로 줄곧 안겨 있다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땅을 굴러다녔다.

“크악! 이번엔 또 뭐야!”

내 쪽에서 보면 빈센트의 양 발이 땅 속에 박힌 것처럼 보이는데, 빈센트는 격렬하게 몸부림을 쳤지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젠장! 내가 대체 왜 이런 우스운 꼴이, 응?”

문득 나와 빈센트의 위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것을 느꼈고, 그 어떤 때보다도 격렬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마, 마, 말도, 안 된다고, 저거! 제정신이냐?!”

그것은 쓰러져 있는 내 눈으로도 전부 담아내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흙으로 만들어진 ‘손’이었다.

아마 만화나 영화 같은 곳에 나오면 특수 효과라 치부할 정도로 규격 외의 크기를 가진 그 손은 천천히 빈센트가 있는 곳을 향해 명백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아, 악! 악! 아악! 살려 줘! ‘누구’라도 좋으니 ‘나’랑 바꿔 줘! 저거, 맞으면 나 골로 간다고! 어이, ‘너희들’! 고개 돌리지 말고, 바꿔달라니까?! 아, 아아악!”

그 거대한 손은 분명 빈센트가 있는 곳을 아슬아슬하게 덮쳤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덮친 이후 대량의 흙먼지나 충격파가 퍼지지 않는 등 명백하게 물리적 법칙을 위반하는 현상을 보이며 언제 그랬냐는 듯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져 있었다.

설마, 환상의 일종이었나?

하지만 그렇다고 치부하기엔 빈센트의 주변이 강력한 무언가에 깔리기라도 한 것처럼 깊게 파여 있었다.

“미안해, 시우야. 지금 당장 치료(힐링)해 줄게.”

언제부터 와 있었던 것일까, 가나 씨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내 몸에 서서히 활력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보고. 해당 개체 ‘아르누보 빈센트 빅토리나 미셸’의 침묵을 확인, 그러나 생명에는 별 다른 지장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격을 받기 직전 모든 힘을 쏟아내 정면으로 맞선 것으로 추정. 현재진행형으로 매우 빠르게 자연 회복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토벌하시겠습니까?”

“아냐. 홧김에 몇 배로 되갚아 주기는 했지만, 나도 상당히 열을 받아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고, 자세한 설명이나 처벌은 시우에게서 들은 후에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 그보다 지금은 시우의 상태가 먼저야.”

가나 씨와 토리의 말을 들으며, 나는 몸에 활력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고, 비록 손끝 부분뿐이었지만, 서서히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대답. 현재 이시우는 체내의 산소 결핍으로, 즉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가 부족하여 잠시 기절한 것뿐입니다. 다만 신체적으로도 다소의 피로가 쌓여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대로 마법으로 치료를 하는 것보다 휴식을 위한 장소를 찾아내서 자연적으로 피로를 풀어가면서 회복을 노리는 것이 효율적이리라 사료됩니다.”

“에, 그런 건가? 뭐, 토리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대로 별장까지 옮겨서 차분하게 치료에 전념하는 게 좋겠지?”

가나 씨의 회복이 제대로 듣고 있는 모양인지 이제는 손끝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몸을 힘겹게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토리의 말대로 피로가 남아있는 탓인지 왠지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지만,

“가, 가나 씨.”

그래도 일단 무사하다는 말 정도는 해주는 게 낫겠지.

“시우야? 정신이 들어?!”

실시간으로 회복을 해주면서도 내 양 어깨를 잡아서는 격렬하게 앞뒤로 흔들어주는 가나 씨.

솔직히 전신에 힘이 빠져 있는 만큼 어지럽다.

“이, 이, 이 바보얏!”

“커헉?!”

근데 느닷없이 뺨을 맞아버렸다?!

“적어도 어디를 간다면 간다고 말이라도 해주던가! 아무 말도 안하고 나가면 걱정 했잖아!”

그건, 순수하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도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뺨은 심하지 않은가!

“저, 저를, 믿는다고, 할 때는, 언제고요.”

“그거랑 이거는 다른 문제! 하다못해 적어도 토리에게 말이라도 하고 나가란 말이야! 너는 특히 마나도 다룰 줄 모르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단순히 약해 빠진 일반인이니까!”

이건, 마음에 사무치는, 무척 아픈 말들이었다.

뭐, 대부분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지.

“죄, 죄송합니다.”

“대답. 앞으로는 이시우에게 분신체를 의무적으로 링크 시켜서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하도록 설정하겠습니다. 이에 대한 사생활 침해라든가 인권 침해라든가 이시우의 반론은 일절 받지 않을 예정이니 순순히 포기하도록 하십시오.”

아니, 그건 그거대로 상관없는데 대체 사생활 침해나 인권 침해는 어디에서 배운 개념이냐.

그건 그렇고, 다른 무엇보다 미셸이 신경 쓰인다.

“저, 저기, 미셸 씨는, 어떻게 되죠?”

“흥. 그런 거, 나도 몰라. 더 이상 신경 쓰기 싫어.”

뭔가 미셸 씨를 엄청나게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미운 털이 너무 박혀버린 걸까.

뒤통수를 후려치고 도망친 것에 대해서는 나도 다소 지나치다는 생각이 있긴 하지만, 가나 씨의 대응은 그런 내 생각조차 훨씬 아우르는 무식한 대응이었으니.

“다만 이번처럼 시우에게 몹쓸 짓을 언젠가 또 다시 하려고 한다면, 이 정도 선에서 끝나지는 않을 거야.”

정작 미셸 씨, 본인도 아닌 주제에 새삼 그 미래를 상상하고 싶지는 않았다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 테고, 가나 씨도 용서하지 못할 테지.

“가, 가나 씨? 그 문제에, 대해서, 말인데요.”

“뭐. 왜. 뭐.”

윽. 상당히 반감을 가진 채 대꾸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아, 그게, 모험을 떠날 때, 미셸 씨도 함께 데려가고 싶은데 말이죠.”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양 어깨에서 손을 떼는 가나 씨.

그러나 이제는 이런 수단 밖에 남지 않았다.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경험을 쌓아서 홀로 설 수 있도록 곁에서 교육하고, 지도해서 다양한 것들을 보게 하고, 또한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이 세계에 온 이후로 여러 가지를 점장 씨에게 배웠던 것처럼 미셸 씨 역시도 여러 가지를 내 곁에서 배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것이 수많은 위험을 떠안고 살아간다는 것이고, 동시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 될 지도 모르는 극단적인 선택이 될 지라도 말이다.

더는, 그래. 더는 그 잡화점에서만 안전하게 생활하는 일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언제까지 줄곧 감싸고 도는 건 좋지 않다.

“저기, 가나 씨?”

아까부터 가나 씨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굳어져 있었다.

설마, 내 말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던 걸까?

“대답. 그렇다면 이제부터 해당 개체, 아르누보 빈센트 빅토리나 미셸이 2대 마스터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경쟁 상대가 되는 것입니까?”

응? 자리? 경쟁 상대? 토리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 그, 그런 일은 내가 용납 못해! 절대로!”

갑자기 가나 씨가 매우 드물게 소리 높여 반론했다. 덕분에 난 엄청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가나 씨와 토리가 곁에 있다면, 이번처럼 저를 공격하려는 경우는 극단적으로 줄어들지 않을까요?!”

나는 이번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수단을 써서 미셸 씨를 보호할 뿐이었다.

그것이 이미 떠나가신 점장 씨에 대해 나의 최대한의 속죄니까.

“그, 그,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그, 음,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너무 섣부른 결정 같으니까!”

어쩐지 급하게 이번 주제에 대해 넘어가려는 모습 같았지만, 나로서도 급하게 제안했다고 생각하기에 지금은 가나 씨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난 미셸 씨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점장 씨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결정을 번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가나 씨를 설득해야만 한다.

“하아~ 그 동안 단 둘만의 여행이, 즐거웠던 모험이, 저런 누더기 같은 여자애한테, 우리 시우가, 응. 절대 그럴 수야 없지! 흥!”

뭔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다짐을 하는 가나 씨였지만, 어쨌든 나로서도 반드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니 결코 질 수 없었다.

“보고.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불균형 관계로군요. 이것이 소위 말하는 삼각관계라는 것입니까? 이토록 서로의 관계에 신경 쓰려는 모습을 보는 게 흥미로울 줄은 예상 밖입니다. 이것 또한 2대 마스터가 말씀하신 불균형의 성과라니, 해당 주제에 대한 정보는 저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흥미 깊은 자료가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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