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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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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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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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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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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DUMMY

“정말, 가는 거구나?”

“응. 더, 이상, 시우, 의지하면, 안, 된다고, 우리들이, 먼저, 떠나야, 한다고, 말해줬어.”

국외추방 겸 여행에 필요한 기본 물자를 위해 시장 곳곳을 돌아다녔던 시우가 말하고, 그것들을 받아든 미셸이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래? 더 의지해도 되는데, 조금 섭섭하네.”

“시우는, 이미, 충분히, 해줬어. 해준, 게, 너무, 많아서, 차고, 넘칠, 정도.”

미셸의 말 하나하나가 시우의 마음을 후려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같이 해주지 못한 일이 많았는데··· 이렇게 억지로 헤어지는 건···!”

“억지, 아니야. 나도, 우리들도, 언젠가, 이렇게, 해야, 했었어.”

그러자 시우는 갑작스럽게 미셸을 끌어안았고, 미셸은 다소 놀란 듯 보였어도 별 다른 저항 없이 시우의 포옹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래도 난 헤어지고 싶지 않아!”

“나도, 시우랑, 줄곧, 같이, 있고, 싶어. 하지만, 그러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오히려, 나도, 시우도, 안, 좋아질, 뿐이야. 시우도, 사실은, 알고, 있지?”

미셸을 감싸 안은 미셸의 팔이 떨려왔다.

하지만 시우는 어떻게 해서든 눈물만은 참아내며 말했다.

“응··· 여기선, 괴롭더라도, 네 선택을 존중해줘야겠지···.”

껴안았던 미셸을 놔주고 언제나처럼, 밝고 힘차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부디 어디서든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

“···응! 지금까지, 나를, 줄곧, 지켜줘서, 고마웠어! 모든, 일들, 정말, 고마워!”

미셸의 작은 미소에 시우의 마음이 다시금 흔들렸다.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려는 미셸을 막을 순 없었다.

어제 샬롯 가 별장에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는 시우의 옷깃을 잡아낸 것이 마지막 어리광이었으니 말이다.

“반드시,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자!”

“응! 반드시, 또, 만나자! 그, 때까지, 잘, 있어. 시우야!”

그렇게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미셸이 정문 너머로 걸어가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향해 사라져가는 것을 줄곧 보는 것으로 시우는 미셸을 떠나보낼 수 있었다.

“···1년이었나.”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비록 시우가 이 세계에 떨어진 시간은 3년이었지만, 지난 1년 동안은 오로지 미셸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 탓인지 시우는 마음속에 깊은 공허감에 표현하기 힘든 허무함을 느끼면서도 충실했던 매일을 추억하며 만족스러워 했다.

“하아아···.”

시우는 그 동안 짊어지고 있었던 모든 것을 내려놓은 탓인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질문. 이시우는 해당 개체 아르누보 빈센트 빅토리나 미셸에게 거절. 익살스러운 표현에 의거하면, 차인 것입니까?”

그러자 어디선가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고, 시우는 조용히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쳇. 역시 있었던 거냐.”

“긍정. 물론입니다. 마지막에 가서 이시우나 아르누보 빈센트 빅토리나 미셸 중 하나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는 미지의 가능성에 의거하여 2대 마스터가 호위를 명령했으니 말입니다. 저 역시 이런 가능성에 대해 비슷한 판단을 내렸으며, 2대 마스터와 기적적으로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무기질적인 음성이었지만, 어쩐지 잘난 듯 뽐내는 어투의 토리.

시우는 이에 대해 방금 전까지 미셸에게 보여주었던 여러 행동들이나 말들을 떠올리며 적잖게 부끄러운 기분을 느꼈다.

“···그래, 나 차였다. 이제 됐냐?”

“결론. 역시 저의 추측 및 연산이 정확했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할 수 있는 모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비록 이시우가 갖고 있는 모종의 감정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불명인 부분이 많지만, 최근에 깨닫게 된 불완전한 과정의 공식을 도입하자면··· 이것이 ‘비애’라는 감정이라고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토리의 어조가 무척 즐겁게 느껴진 건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시우로서는 어떻든 상관없었다.

“그래, 그래. 난 이제 가나 씨에게 돌아가야··· 아니, 아니야.”

미셸을 떠나보낸 시우가 뒤로 돌아서며 말하려다 말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출입하는 정문 근처에서 익숙한 얼굴을, 아직까지 다소 늙어있는 상태의 롤랑을 보았기 때문이다.

롤랑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경비병에게 목록을 확인받은 채 자신의 집이자 연구소로 향하려던 참인 것 같았다.

“잠깐 기다려, 요! 롤랑, 씨!”

시우는 롤랑에게 경어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며 가던 길을 가려는 롤랑을 붙잡았다.

“이거야, 원. 또 시우 꼬맹이로군. 보아하니 드디어 그 누더기 괴물에게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것 같군?”

롤랑의 말 한 마디마다 시우는 발끈했지만, 이토록 시우가 참아가면서 롤랑에게 일부러 접근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네, 맞습니다, 롤랑 씨.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당신이 미셸을 노릴 수 없을 겁니다.”

시우의 말에 롤랑은 다소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곧바로 여유로운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확실히, 좀 아깝긴 하더군. 하지만 이 몸은 더 이상 그런 괴물 따위에게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 대답은 시우로서 예상 외였기 때문에 뭔가 숨겨둔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생각하려던 찰나, 롤랑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순순히 말했다.

“이런, 그리 경계하지 말게나. 이 몸은 더 이상 그 괴물에 대해서 상관하기 싫다네. 이 몸의 손에 들어오기 전이나 들어왔을 당시라면 몰라도, 이렇게 명백하게 이 몸의 손에서 멀리 벗어난 개체에 대해서는 금방 잊고 다른 방안이나 대책을 강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지나간 수단만을 계속 되풀이하는 꼴이 되기 때문일세.”

실제로 롤랑은 연구자로서 미약하게나마 흥미가 있을지언정 더 이상 미셸에 대한 집착은 거의 사라진 이후였다.

한 번은 억지로 납치해서 조사하려 했던 만큼 필수로 얻어야 할 정보들은 이미 롤랑의 뇌리에 고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시우는 불편한 표정을 지우지 않으면서 확인삼아 몇 번이나 물어봤다.

“정말로, 더 이상 상관하지 않으신다는 거죠? 몰래 용병이나 자객을 고용해서 미셸을 뒤쫓는다거나, 관심 없는 척하다가 저와의 대화 이후에 갑작스럽게 마음이 바뀐다거나, 모든 잘못을 뉘우치고 속죄하기 바라는 마음에 미셸을 따라간다거나?”

“꽤 끈질기군, 시우 꼬맹이. 자네의 그 더러운 집착 탓에 방금 전까지 남아있던 연구자로서의 흥미마저 떨어진 참일세. 이제는 그 누더기 괴물이 삶을 구가하기 위해 내게로 찾아오든, 어디인지 모를 곳에서 나 홀로 죽든 알 바 아니네.”

그런 확답을 얻고서 시우는 마음속에서 안심했지만, 응어리가 모두 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는 롤랑 씨를 여전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시우 꼬맹이. 나도 자네를 용서하지 않을 걸세.”

시우와 롤랑은 서로를 노려보면서도 마주보려했다.

시우는 하마터면 미셸이라는 지인을, 롤랑은 하마터면 50년 동안 줄곧 갈망해 온 인생 그 자체를 잃을 뻔 했으니 말이다.

“단지 미셸의 일만이 아니에요. 그 때 지하에서 봤었던 그 끔찍한 광경들을 생각하면, 당신은 좀 더 무거운 벌을, 그것도 데우스의 신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우가 언급한 데우스의 신벌은 이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악취미이며, 그 규모가 무척 방대하고 거대한 악에게 행하는 이 세계 최고의 처벌이다.

그런 말을 들은 롤랑은 가볍게 실소하며 대꾸했다.

“후후후. 역시 자네는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기 짝이 없군. 하지만 아마 시우 꼬맹이가 생각하기로는 이 몸은 필시 자기만의 꿈만을 꾸기 위해 그 이외는 어찌되어도 상관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갈망만 하는 비열하고 악독한 무뢰배처럼 비쳐지겠지?”

그리고 롤랑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 몸이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그렇다네. 자네만의 생각은 이 몸의 사상과 비교해서 정답에 매우 가깝네.”

그러나 정작 시우는 본인의 생각이 맞았다는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부디 오만하게 착각하지 말게나. 이 몸만이 아니라, 자네를 포함해 이 세계에 있는 그 누구라도 생각하고자 하는 것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네.”

시우는 조용히 침묵해야 했다.

시우도 또한 미셸을 보내주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해온 일들을 생각하면 롤랑보다 못하면 못 했지만, 객관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는 자네를 모르고, 자네도 나를 모르네. 고로 자네가 그 지하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꼈을 지라도 이 몸은 부정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긍정할 생각도 없네. 즉 이 몸의 실험은 인체를 사용해야만 진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인체를 사용했을 뿐이지, 가령 나무나 금속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면 비용과 효율을 고려하여 그것들로 대체했었겠지.”

하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시우라도 알아볼 수 있는 그것들은 분명 인체였다.

나무나 금속 따위가 아닌, 설령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의 일부였다고 해도 그 비윤리적인 광경은 시우에게 악에 가까운 관점을 비추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법칙은 인간들의 사상이 만들어 낸 법칙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네. 그것이 개인이든 집단이든 앞으로 발전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만든 업을 짊어지고, 끝없이 죄와 벌을 받을지언정 결코 멈출 수는 없네.”

“그 끝이 비극이라도, 말입니까?”

그러자 롤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하하하! 그걸 판단하는 건 현세의 존재가 아니라, 그토록 광기 넘치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이후의 존재들이 결정할 문제일세. 오랜 시간 끝에 결과가 없었다면 그것은 단지 미쳐버린 악에 불과할 뿐이고, 눈부실 정도의 결과가 탄생하면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구원이자 희망이 되겠지!”

즉, 모 아니면 도라는 것.

후세에 나타나게 될 결과에 따라 그것은 정의가 되기도, 악이 되기도 한다.

시우의 행동 역시 방금 같은 결말이 아니었다면, 그것은 명백히 악에 가까운 짓으로 모든 죄를 물고서 어떤 방식으로 파탄이 나 부정적으로 흘러갔을지 알 수 없었다.

“고로 이 몸은 앞으로의 꿈과 실험을 위해서라면, 자네의 지인을 이용했던 것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걸세.”

“그런, 가요···.”

시우는 미셸을 존중하여 광대의 잡화점이라는 장소를 골랐으며, 편안한 생활을 위해 자유가 없을지언정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비록 죽은 자와의 약속으로 타인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의 지원을 거절해야 했고, 미셸의 상태를 고려하여 감금하는 방식을 취해야 했지만, 그 끝은 최선의 결과였다고 믿고 싶었다.

왜냐하면 시우는 일반적인 상식과 교양을 갖춘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럼 하다못해 실험을 하실 거라면, 죄를 지은 사람을 소재로 써주세요.”

“···호오? 이건 또 의외로군? 굳이 이단심문관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이, 교양을 갖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 데우스의 이름으로 이 몸을 벌하라느니 지껄일 텐데?”

롤랑의 말에 시우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저는 별다른 힘도, 정의도 없는 단순히 평범할 뿐인 인간입니다. 제 주변 사람이라면 몰라도 만나본 적조차 없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안위마저 신경 써야 할 정도로 착하지 않아요.”

“···후후. 앞서 순진하다고 말했던 것은 철회하도록 하지. 하지만 자네는 여전히 어리석어. 그것은 단순히 자네의 능력이 부족함을 뜻하네.”

롤랑은 그렇게 말한 후 시우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그것은 시우가 사용했던 콜트였다.

“···무슨 생각이시죠.”

“그저 어리석고 무능력한 자네에게 딱 맞는 작별 선물일세. 사실 그 동안 호기심이 동해서 침대에 누워있을 동안 심심풀이 겸 이것저것 만지다 의외로 별거 없어서 싫증이 났을 뿐이네.”

그런 롤랑의 말에 시우가 적게나마 적대감을 갖자,

“···윽! 이, 이건?!”

마치 무언가가 손을 통해 빠져나가는 감각에 시우가 짧게 신음했다.

“후후. 어떤가, 굉장하지? 연금술로 분해했다가 재연성할 때 그 물건의 탄알을 사용자의 마력으로 충당하게끔 개조시켜줬다네.”

롤랑은 그렇게 말하고는 시우를 지나쳤다.

“노인네의 괜한 참견이라 생각하면, 그걸 파괴하든 버리든 마음대로 하게. 하지만 지금의 자네가 그런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무능력한 시절로 돌아가리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진 않을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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