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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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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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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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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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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47화

DUMMY

“먀하하! 도착했냐, 여기서부터 동방국의 주요 도시인 ‘만유성’이냐!”


그렇게 외친 먀우가 짐마차를 멈춘 곳은 서방국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하지만, 나름대로 활기가 넘치는 넓은 저잣거리였다.

빼곡하게 밀집된 낮은 건물 사이로 곳곳에서 흥정을 하는 사람들이나 간식 등을 즐기며 뛰어다니는 아이 등 적지 않은 인파로 시끌벅적했다.


“이봐, 고양이. 우리들은 은밀 행동이 주 목적이란 말이다. 그런데 하필 이런 곳으로 데려와?”


짐마차 안쪽에서 병사들과 함께 광학미채 중인 칼빈 중사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야 어쩔 수 없이 않냐? 냐가 볼 일이 있는 곳이 만유성이니 말이냐.”


그렇게 대꾸한 먀우는 다른 짐마차에 실려 있는 기절한 월영단 잔당들을 밖으로 던져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포박당해 있어서 마치 애벌레들이 줄줄이 엮인 형태로 바닥을 굴렀다.


“그럼 냐는 연맹에 들려야 하니 너희들은 이만 내려냐, 아니면 다 이미 내렸냐?”

“···뭐, 뭣?! 갑자기, 내리라니! 설마 우리들을 이 외지 한 가운데에 버릴 셈이냐!”


제 아무리 기본적으로 탑재된 광학미채로 타인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다고 해도 장시간 동안 유지할 수는 없었다.

칼빈이 우려하는 점은 광학미채에 필요한 에너지가 전부 소모되고, 중무장한 전투복 차림으로 그저 먀우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먀하하! 아직 그 리더라는 인간한테 보수도 제대로 못 받았는데 냐가 버릴 리가 없잖냐?”


그러자 먀우는 짐마차 안쪽으로 들어가 조그만 상자를 꺼낸 후 열면서 말했다.


“이건 냐가 이곳에 올 때 주요 고객들에게 돈 대신 받은 물건이냐. 이 중에는 쓸모없게 된 옷이 잔뜩 있으니 적당히 골라서 갈아입고 군것질이나 하고 있으냐.”


그 말에 칼빈은 광학미채를 풀고서 상자 속의 옷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하필 제일 먼저 손에 잡힌 게 여자 옷이었다.


“···어이.”

“먀하하! 냐가 암컷이라 그런지 그런 부류의 옷이 좀 많았다냐. 그래도 수컷 옷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정해라냐.”


그러자 칼빈을 시작으로 병사들 전원이 광학미채를 풀고 상자를 향해 뛰어들었다.

질이야 어떻든 남성용 옷을 얻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을 치는 그들을 뒤로 하고, 먀우는 밧줄로 한데 묶인 월영단 잔당들을 질질 끌면서 어디론가로 향했다.


“먀먀먀. 돈 벌러 가야냐~ 돈이냐~ 돈이냐~.”


먀우는 평소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월영단 잔당을 끌고 가는 터라 저잣거리의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부류의 시선은 항상 받아왔으며, 장사할 때를 제외하면 이런 분위기는 무시하는 편이었다.


“멈춰라, 수상한 놈.”


그리고 목표로 하는 곳에서 가까워지면서 무시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허리춤에 도를 찬 혈기왕성해 보이는 청년이 팔짱을 끼며, 먀우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거기 뒤에 끌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체 뭐지? 정체를 밝혀라!”


먀우의 현재 모습은 털로 덮힌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상태에 발목에까지 내려오는 전신 로브로 가려서 성별마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에 더해 수십 명의 사람들을 밧줄로 한데 꽁꽁 묶어서 끌고 다니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는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냐는 연맹에 볼일이 있는데, 비켜주면 고맙겠는데냐.”

“···연맹, 이라고?”


서방국 글로리아에 길드가 있다면, 동방국 만유국에는 연맹이 있다.

다만 다수의 모험가들이 주를 이루는 길드에 비해 연맹은 다수의 조직이나 문파가 주를 이루는 곳이다.

즉 연맹에 볼일이 있다는 것은 연맹 소속의 어느 조직이나 문파의 부름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 그런가. 연맹을 찾는 이라면 다소 수상하더라도 괜찮, 겠지.”

“정 뭣하면 냐를 따라와도 된다냐?”


자칫 허리춤에 있는 도를 빼들어 휘두를 심산이었던 청년은 긴장을 유지한 채 대답했다.


“···좋다. 연맹까지 동행해주지.”

“먀하하!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냐는 냐쁜 놈이 아니냐.”


그렇게 먀우와 청년이 미묘한 거리를 취한 채 몇 분 동안 걷자 입구 주변에 연맹을 상징하는 황금빛의 수가 놓아진 용오름 그림이 새겨진 기둥에 도착했다.

그 기둥 주변으로 깨끗한 인공 호수가 있었고, 호수 위로는 견고하게 만들어진 붉은 빛 구름다리가 걸려 있어 호화로운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구름다리 너머로는 10층도 족히 넘어가는 길고 거대한 건축물이 있었는데, 그것이 연맹이라 불리는 조직의 총본산이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더 이상 발뺌은 못할 테고, 대체 어느 곳에게 부름을 받고 온 거냐.”

“오? 냐 대신 누군가 불러줄 생각이냐? 그럼 연합맹주라는 인간 좀 불러 줄래냐?”


그러자 청년은 화들짝 놀라며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연맹의 지배자이자 동방국 전역을 통틀어도 무공 실력이나 각종 영향력이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한 인물인 연합맹주의 이름이 눈앞의 수상한 자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오, 오오! 이 친근한 기운이 누구인가 했더니, 먀 소저가 아니신가!”


청년이 차마 반응도 하기 전에 기묘하게도 목소리가 먼저 닿은 인물.

아직까지 저편에서 호수 위를 걷고 있다고 생각한 반면, 눈 깜짝 할 사이에 거리를 좁혀 다가온 눈썹이나 수염이나 백발이 만연한 평범하고 단정한 차림새의 노인.

그러자 청년은 다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여, ‘염열도 진화랑’이 연합맹주 님을 뵙습니다!”

“···오? 허허허. 그래, 자네가 요즘 신진기예로 유명한 그 염열도인가. 만나서 반갑네.”


그저 어디에나 볼 법한 평범한 차림의 노인이었지만, 진화랑이라는 청년이 한쪽 무릎을 꿇고서 심신을 다해 예의를 표하는 것에 먀우는 의문을 느끼며 질문했다.


“···먀? 혹시 연합맹주 할아범은 뭔가 엄청난 인간이었냐? 냐는 그냥 손이 좀 넓은 할아범인 줄 알았냐.”


그러자 제자리에서 벌떡 선 진화랑이 두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이, 이놈! 감히 누구 앞에서 그런 소릴!”

“허허허! 아니, 먀 소저의 말이 맞는 말일세. 진 소협 같은 미래가 유망한 인재 앞에서 노부는 그저 지나간 영광을 간신히 쥐고 있는 늙은이에 지나지 않다네.”


그렇게 별 것 아닌 일인 것처럼 소소하게 웃어넘기는 연합맹주의 재치에 진화랑은 어쩔 줄 모르고 있으려니 먀우는 밧줄을 잡고 있는 손을 당겨서 무리들을 끌고 와 말했다.


“먀하하! 뭔지 잘 모르겠지만, 연합맹주 할아범이 뭔가 굉장히 높은 인간이란 걸 알게 됐으니 혹시 이놈들을 부탁해도 되겠냐?”


그러자 연합맹주와 진화랑이 밧줄로 꽁꽁 묶인 사람들에게 주목했다.


“먀 소저, 이 분들은 누구신가?”

“음~ 듣기로는 월영단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라더냐.”


그러자 진화랑은 곧바로 허리춤에 걸려있는 도에 손을 뻗었고, 연합맹주는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어··· 월영단이라니. 몇 년 전에 노부가 이끄는 연맹의 고수들과 일망타진 했을 터인데, 대체 어떻게···?”

“서방국의 어느 영지에서 설치고 있기에 연맹 같은 곳에 넘기면 보상금이 냐올 것 같았냐.”

“서, 서방국이라니?! 설마 그렇게 먼 곳에서···?!”


진화랑이 놀라는 것은 무리도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월영단이라는 조직이 출현해 다방면으로 악행을 벌이며 동방국 전역을 휩쓸면서 누구 할 것 없이 공포에 떨게 했을 무렵, 연맹을 필두로 다른 중소조직이나 문파들이 합심하여 동방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싸움을 반복했었다.

몇 개월에 걸쳐서 계속되는 싸움 속에서 적의 수괴인 월영단주를 특정해서 쓰러뜨리는데 성공하고, 나머지 말단들을 추적하여 일일이 근절시키던 일은 연맹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와 불신을 낳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방국에서 그 잔당들이 발견된 것이다.


“이보게, 염열도. 지금 즉시 연맹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을 모아줄 수 있겠나?”

“조, 존명!”


연합맹주의 부탁을 듣자마자 진화랑은 곧바로 보법을 사용해서 연맹 쪽으로 사라졌고, 연합맹주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면목이 없소, 먀 소저. 노부와 연맹의 부주의로 크나큰 불찰이 일어나게 된 점에 대해서 깊이 사과하는 바라오.”

“···먀? 아니, 냐는 딱히 서방국 대표로 뭔가를 따지려고 온 것도 아니고, 보수만 받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냐.”


실제로 먀우가 연맹을 찾아온 이유는 월영단의 잔당들을 넘겨서 보수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인데냐? 냐가 갖고 온 물건들을 평소처럼 매입하는 겸 이번에 잡아온 그 월영단인지 뭔지라는 녀석들의 몫까지 추가로 두둑하게 얹어주면 고맙겠냐.”

“오, 오오··· 그야 물론일세! 본맹에서도, 그리고 노부로서도 먀 소저가 갖고 온 서방국의 문물을 크게 환영하는 바이네!”


근심거리로 잠시 어두워졌던 연합맹주가 금세 환한 표정으로 변하며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먀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먀먀먀~ 고맙긴 해도 역시 할아범은 이상한 인간이냐. 다른 동방국 인간들은 냐냐 다른 지역의 문물을 굉장히 안 좋게 보는데 말이냐.”

“허허허! 먀 소저의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정곡을 찌르는 군. 허나 본국이 보수적인 것은 앞으로의 연맹이 지양해야 할 자세라네.”


동방국 사람들은 보수적이다.

이것은 서방국에 널리 퍼진 인식이기도 하고, 실제로 같은 동방국 사람들에게마저 통용되고 있는 인식이기도 했다.


“이미 죽을 날이 머지않은 노부라 그런지, 세상은 무척 빠르게 변하가고 있다네. 그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방금 전의 그 염열도 같은 신진기예들이 활약하기 위해서는 노부 같은 자들이 전혀 다른 문명을 먼저 접하는 것으로 먀 소저처럼 서로 이해하고 친목을 도모해야 된다고 생각하네.”


연합맹주는 이미 노인이기에 개인의 욕심에 초연했고, 위치가 위치인 만큼 의무감과 책임감을 갖고 미래를 걱정하는 온화한 지배자였다.

아직까지 서방국과 적극적으로 교류를 맺지는 않았지만, 유랑 상인인 먀우와 지속적으로 교우를 다지는 것으로 조금씩이나마 인식을 달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먀하하. 할아범이 그렇게 말해주니 어쩐지 부끄럽다냐.”

“허허허! 이런 곳에서 계속 얘기하는 것도 좀 그러니 아예 안에 들어가서 차라도 한 잔 하는 게 어떠신가? 본맹이라면 설령 먀 소저의 맨얼굴을 보여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줄 걸세.”


그러자 먀우는 던져두고 온 칼빈 일행을 떠올리는 듯 잠시 고민하다가 어제 마차를 몰던 중에 함부로 귀를 만지작거린 칼빈의 소행이 떠올랐다.


“먀먀! 그럼 호의를 받아들여서 잠시 안에서 쉬고 가겠다냐!”

“오오오! 잘 생각하셨소, 먀 소저! 마침 월영단 잔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참이니 잘 부탁하겠소!”

“···먓, 그런데 냐는 뜨거운 건 못 먹으니 차가운 걸로 부탁한다냐.”

“알겠소, 노부가 차갑지만 깊이가 있는 차를 들 수 있도록 말해보겠네.”


그렇게 연합맹주와 먀우는 서로에 대한 안부를 물으면서 연맹을 향해 걸어갔다.

그 이후 호수 주변으로 갑작스런 파문이 일어나고,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신 보안? 칼빈 중사님, 예상대로 먀우 공이 연맹 안으로 들어가는 듯합니다. 그럼 명령받은 대로 북방국이나 그 이외 불필요한 정보를 발설할 위험이 있는 경우 재량껏 판단해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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