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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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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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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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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DUMMY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와 한 잔의 차를 위해 바삐 오가는 만유성의 어느 객잔.

그곳에는 육체노동에 힘을 쓰는 장정들이나 아이들을 서당에 보낸 뒤 여유롭게 휴식을 위해 모인 아낙 등이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위화감이 강한 무리들이 객잔 구석진 자리에 모여 있었다.


“뭘 봐? 구경거리 났어? 저리들 꺼져.”


각기 여러 특색을 가진 옷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여성용이라 소소하게 화사하다거나 천의 재질이 얇아 펄럭거리기 쉬웠지만, 문제는 그 착용자들 대부분이 다리털조차 밀지 않은 남자들이었다.

당연히 여자 옷을 입은 남자 무리는 어느 문화권에서든 눈길을 끌기 충분했으며, 이들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저리 가라는 등 손사래를 쳤다.


“···중사님, 여장이 꽤 어울리지 말입니다.”

“쓸데없는 헛소리 할 거면 권력남용이라도 해서 남자 옷을 강제로 몰수하고 여자 옷을 입혀주지.”


무리의 우두머리격인 여자 옷을 입은 남자, 칼빈 중사의 이마에 핏대가 도드라졌다.

남자 옷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추했던 모양인지 공정하게 가위바위보를 제안했지만, 안타깝게도 칼빈 중사는 졌고, 그 결과로 이 무리 중에서 가장 높은 계급을 가졌어도 공정한 판결에 따라 여자 옷을 입게 되었다.


“그 빌어먹을 고양이 놈, 여자 옷은 우리들이 입고도 남을 만큼 많은데 남자 옷이라곤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적었다니.”


칼빈 중사가 입고 있는 옷은 옷깃이 내려가고 크고 넓은 소매에 치마를 허리 높이까지 묶어 가슴을 강조한데다 투명한 얇은 비단으로 몸만 가리는 대담한 형식이었다.

이에 더해서 볼이나 입술에 연지를 바를 셈으로 붉은색 계열의 위장크림을 바르니 남성 특유의 다부진 몸이나 골격만 아니었다면 아마 어느 정도 성공적인 여장이라 말할 수 있었으리라.


“···미행중인 정찰병에게서 보고를 받았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군.”


그렇게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경계나 임무에는 진지하게 임하는 것을 보고 어느 병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 중사님? 역시 만일의 상황에는 먀우 공을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하지. 공과 사를 구분해라.”


칼빈 중사의 책임은 막중했다.

명백한 적이 존재하는 이상 필요 이상의 정보 누출은 자신만이 아니라 부하들이나 숨겨진 아지트에마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명백한 적이라는 게 상대적인 기준에 의해서 수시로 바뀌는 이상 동료 이외에는 모두가 경계 대상인 것이다.


“하, 하지만 만일 먀우 공을 처리하게 된다면 저희들은 아지트에까지 귀환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부하의 지적인 타당했다.

서방국이라면 몰라도 동방국은 보수적인 나라라 출입이 무척 까다로웠고, 그것은 타국 사람에 대해서는 더 극단적이었다.

정당한 이유나 필요한 이유가 아니라면 동방국을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커다란 곤란을 겪을 테고,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방랑 상인인 먀우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그 때는 아지트에 연락해서 다소의 처벌을 각오해서라도 새로운 명령을 받으면 된다. 속사정을 마음대로 까발리는 고양이 녀석을 따라다니다가 아지트에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 낫지.”


그러자 부하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침묵했다.

이에 칼빈 중사는 전자담배를 꺼내려다 주변 눈치를 살피며 그만두고선 나지막하게 말했다.


“하아···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만, 우리들의 목적은 그 고양이 놈을 보호하면서 아지트에 무사히 여러 물건들을 보급하는 것이다.”


북방국에서 제외된 레지스탕스, 즉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어느 곳에라도 목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활동에 필요한 물자는 상시로 소모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동방국이나 서방국에서 조달해야 하지만, 전면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이상 은밀하게 움직여야 했다.


“덕분에 그 동안은 팔자에도 없었던 케르베로스나 히드라 같은 조직까지 신경 쓰면서 서방국을 왕래해야 했지만, 그 고양이 녀석의 행동에 따라 월영단이라는 곳까지 신경을 써야 할 판이다.”


일부러 유랑 상인을 골라야 했던 것도 연맹과 길드의 눈치를 안 보고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서였지만, 그렇다보니 유랑 상인은 케르베로스나 히드라, 월영단 같은 조직에게 약탈당하기 쉬웠다.

그것이 길드 소속의 상인과 달리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유랑 상인의 단점이자 위험성이다.


“뭐, 이제 와서 경계해야 할 세력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고양이 녀석이 월영단이라는 곳과 내통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예? 설마 그럴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먀우 공은 그 월영단에게 습격을 받았습니다.”


떠나기 전 미행 중인 조직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끼가 된 먀우는 케르베로스나 히드라가 아닌, 월영단에게 습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 월영단과 내통하고 있었다는 건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생각해라, 바보 놈! 왜 그 고양이 녀석이 갑자기 경계 대상인 케르베로스나 히드라도 아니고, 하필 타국의 월영단이란 놈들에게 습격을 받게 된 거냐!”


처음에는, 즉 칼빈 중사가 임무를 받았을 때는 케르베로스와 히드라만을 경계했었다.

그러나 이후 갑작스럽게 월영단이라는 조직이 등장하며, 서방국의 그 많은 상인들을 놔두고 먀우만을 집어내서 덮치려 든 게 무척 수상했다.


“만일 처음부터 월영단이라는 곳과 모종의 암약이 성사되어 있는 상태에서 리더가 개입해서 계약을 맺었다면 우리들은 지금 그 월영단이라는 놈들의 수중에 갇혀서 놀아난 셈이 된다.”


그래서 칼빈 중사는 연맹으로 향한다는 먀우가 혹여 월영단이라는 곳이나 그 수하들을 만나러 가는 게 아닌지 의심해서 부하 몇 명을 시켜서 미행하도록 한 것이다.


“···큭! 그렇게 된다면 따로 떨어진 우리들, 그리고 심지어 아지트마저 그 월영단이라는 놈들에게 당해버려서 그 고양이 녀석은 녀석대로 이득을 보고, 월영단이라는 놈들도 터무니없이 세력을 확장할 테지.”

“···그, 어쩐지 중사님이 너무 깊게 생각하시는 건 아니신지?”


칼빈 중사는 부하의 말에 잠시 이성을 되찾으며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럴 수도, 있겠지. 고작 일개 중사와 소대가 타국을 드나들면서 중요 참고인을 24시간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니 신경이 날카로울 수도 있겠지.”


칼빈 중사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 했고, 그렇기 때문에 먀우의 행적에 의심을 하면서도 미행을 붙여서 기다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지트에서 전해 듣기로는 저희 소대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동료들이 여러 방향으로 경유해서 물자를 모으고 있다고 하니 너무 부담감을 느끼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아지트라고 역시 먀우에게만 의지하는 하는 것은 아니며, 각기 다른 방식들을 채용해서 동방국과 서방국의 물자를 조금씩 모으는 중이었다.

그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는 칼빈 중사는 주어진 임무에 대해 부담감이나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끼며, 저마다 여자 옷을 입은 부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고맙다, 자식들. 그 빌어먹을 여자 옷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게 저마다 여자용 의복을 입은 남자들끼리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며 쓸쓸하게 웃어넘길 무렵이었다.

객잔 안으로 칼이나 창 등으로 무장한 소수의 무리가 들어왔다.

그리고 곧바로 칼빈 중사 일행을 노려보며 성큼성큼 다가오자 부하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주, 중사님?”

“너희는 조용히 해.”


마치 커다란 바위를 한데 모아놓은 것 같은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 그리고 턱과 입 주변을 뒤덮고 있는 덥수룩한 수염이 특징인 중년 남자가 무리를 대표해서 칼빈 일행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거기 낭자 분들··· 아니, 귀공들에게 볼 일이 있소만, 잠시 시간 괜찮으신지?”


먼저 말을 건 자 말고도 그 뒤로 도열한 자들은 하나같이 각종 병장기를 대동하고 있었고, 그에 비해 칼빈 일행은 우스꽝스러운 옷차림 신세였다.

시간이 있든 없든 대화를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무, 무슨 일, 입니까?”


그러자 칼빈 중사가 애써 침착하며 대화에 응하자 중년 남자는 칼빈 중사에게로 시선을 고정시키며 대답했다.


“···음. 다름이 아니라 귀공들에게는 수상하다느니 미심쩍다느니 하는 주민들의 신고가 통보되어서 말이오.”


외지인인 칼빈 중사 일행 입장에서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다.

아니,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소리였기에 오히려 일행들의 부당함을 주장하고자 싶었으리라.

그러나 칼빈 중사 일행은 미친 놈 취급을 받더라도 본래의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된다.


“아, 아하하! 그, 그렇군요! 그렇겠죠?! 무,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했습니다! 지금 당장 여기를 나가겠···.”

“···아니, 그럴 필요 없소. 귀공들에게는 잠시 연맹까지 같이 가주었으면 하오.”


예정된 수순에 부하들은 작게 숨을 삼켰고, 칼빈 중사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일반인도 아니고, 척 봐도 전문적으로 무예를 배운 사람처럼 보였다.

아무리 칼빈 중사 일행이 북방국의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구성된 일류 소대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장비들을 갖추었을 때 한정된다.


“···연맹이라니, 대체 당신들이 누구시기에 그런 명령을 하는 겁니까?”

“···크흠! 소인은 연맹 소속의 무인, ‘대력창 양산박’이라 하오.”


그렇게 별호와 이름을 밝히자 객잔 내부에서 노골적인 환호와 웅성거림이 가득했다.

양산박이라 이름을 밝힌 무인은 주변의 환호를 들은 탓인지 약간 우쭐해져서 얼굴을 붉혔지만, 칼빈 중사만은 확실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자, 소인이 누군지 밝혔으니 다음은 귀공 차례라네.”


칼빈 중사는 숨 막힐 듯 답답한 기분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지만, 함부로 이들을 도발했다간 먀우나 이후 일들에 지장이 생길 것을 고려하면 어느 것이든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저, 제 이름은 칼빈, 이라 합니다.”

“칼? 비누? 혹시 귀공은 서방국 출신이시오?”

“···예에, 얼마 전에 지인을 따라 이곳 만유성에 입성하였습니다.”


섣부른 거짓말을 했다가 나중에 들통이 나면 큰 화를 입을 것을 생각해서 칼빈 중사 입장에서는 정보를 최소한으로만 밝혀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협력을 구하는 척을 하기로 했다.


“호오오··· 서방국이란, 말이오?”


양산박이라 이름을 밝힌 남성이 칼빈의 전신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마치 수치스럽게 품평을 당하는 것 같은 여성의 기분을 느끼게 된 칼빈 중사는 반드시 먀우에게 복수해주리라 다짐한다.


“뭐, 귀공들이 서방국의 인물인지 아닌지는 연맹에서 판단한 일이니··· 소인들도 방금 전에 안 좋은 소식을 접한 터라 신경이 곤두서서 말일세. 그러니 조금 번거롭더라도 부디 이해해주시게.”

“아, 아하하··· 무, 물론 그래야죠.”


이렇게 칼빈 중사 일행은 여자 옷을 입은 채 반강제로 연맹까지 끌려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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