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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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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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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DUMMY

“···허어! 설마 그 악명 자자했던 월영단의 잔당들이 아직까지 살아 남아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본국을 벗어나 심지어 그 서방국에까지 더러운 손길을 뻗으려 할 줄은···!”

“···불찰이로다. 이토록 중요한 사안을 어째서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건지!”


연맹 내에서 저마다 나름대로 발언권을 갖고 있는 중소규모 조직의 수장이나 간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월영단의 출현에 여러 감상들을 주고받고 있을 무렵.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일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극단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


“정말 괘씸한 잔당 놈들! 이럴 게 아니라 당장 연맹에서 토벌대를 조직해서 당장 그 놈들의 거점을 색출해서 목을 쳐 내야 할 것이오!”


그러자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르는 회의장에서 저마다 손을 들어 의견을 말했다.


“대협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하오! 그렇다면 그 중책을 소인의 문파가 앞장서서 짊어지도록 하겠소!”

“하하하! 그럴 필요 없소! 토벌대에 필요한 인력은 명망 높기로 소문이 자자한 본가에서 차출하도록 하겠소!”

“아니, 역시 이런 건 대규모 지원이 될 예정이니 질보다 양을 생각해서 연맹에 상시 대기중인 본가의 젊은이들을 보내야 하는 것이···!”


얼추 듣기에는 긍지와 열정이 넘치다 못한 그들은 저마다 타국에 은혜를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연맹 내에서 중요한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찬란한 실적과 명예를 원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행태가 아니꼬운지 일부가 반박했다.


“정말 한심하군, 고작 어느 곳에서 토벌대를 차출하느냐로 본좌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셈인가! 안 그래도 만유국 곳곳에서 도움을 바라는 민중들이 넘쳐나는 마당에 그런 건 서방국 측이 알아서 하지 않겠나!”

“···뭐, 뭣?! 지금 그 말을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본국의 실수를 타국이 처리해야 한다고?! 그랬다간 연맹의 명예가 크게 실추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가!”

“···갈! 본디 연맹의 의의는 본국에 있소! 그런데 부와 명예에 눈이 멀어서 정작 지켜야 할 것을 보고 있지 못하다니!”

“바보 같은 소리! 이는 그런 식으로 단순한 게 절대 아니오! 자칫 외교적인 문제로까지 번져서 추후 본국에까지 미치게 될 중요한 사안이오! 진정으로 민중을 지키고 헤아릴 줄 안다면, 본국의 치부를 수습할 생각을 해야지!”


저마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는 자나 일리 있는 의견이라며 동조하는 자들 등 회의장은 갑작스러운 말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비록 연맹이 수많은 문파나 조직의 집합체지만, 이처럼 각기 다른 목적과 다양한 의견이 생겨나는 것으로 쉽게 대립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누가 옳고 그르든 내부문제로 번져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연맹 그 자체일 것이리라.


“모두 조용히 하시게!”


마치 하늘에서 떨어져 땅을 둘로 갈라버리는 강력한 벽력과 같이 충격적이고 우렁찬 사자후, 그 사자후의 주인공은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연합맹주였다.

만일 이런 엄청난 사자후에 내력을 더욱 실어주었다면, 회의장의 수많은 무인들이 멀쩡하지 않았으리라.


“이런 노부라도 현 사안이 시급하다는 점은 숙지하고 있으나 하필 외지인 앞에서 추태를 보여 가면서 서로 헐뜯고 논해야 할 일인가!”


그 말에 회의장의 모두가 숙연해졌고, 연합맹주는 애써 냉정해지며 제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연합맹주의 옆에 앉아있는 유랑 상인, 먀우는 수인 특유의 민감한 감각 탓에 방금 전의 그 사자후를 바로 옆에서 듣게 된 참이라 머리를 감싸는 등 무척 고통스러워 했다.


“이, 이런! 정말 송구하네, 먀 소저! 노부가 흥분한 한 탓에 미리 언질하지 못 했었나보오···!”


먀우는 일시적인 두통을 참아내며 애써 평정을 유지한 채 대답했다.


“냐, 냐는 괜찮다냐. 좀 놀라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냐.”

“크, 크흠! 거듭 면목이 없구려.”


연합맹주의 사자후에 본의 아니게 휘말린 먀우 탓인지, 회의장의 분위기는 한층 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이는 연합맹주의 실수가 우스웠고, 어떤 이는 괴로워하는 먀우에게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저, 실례하오나 맹주께 질문이 있소만.”

“으, 으흠! 그래, 뭔가?”


질문을 한 건 방금 전까지 토벌대 차출대신 민중의 안전과 안녕을 생각하자는 무인이었다.


“그··· 새삼스럽다고 해야 할지, 맹주 옆에 있는 괭이는 대체 누구신지?”


먀우의 존재는 연합맹주를 포함한 연맹 소속의 일부의 무인만 알고 있었기에, 지금처럼 연맹의 주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 상황에서라면 당연한 의문이었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 아직 귀공들에게 정식으로 소개하지 않았었나보오. 이쪽은 대륙 곳곳을 누비며 온갖 귀중품을 취급하는 남쪽 출신의 유랑 상인, 먀 소저라 하네.”

“···먀? 냐는 먀우라고 해! 잘 부탁들 하냐.”


연합맹주의 소개가 끝나자 회의장은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웅성거렸으며, 그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남쪽 출신이라니, 설마 마물들이 서식하는 그 남쪽 말인가?”

“소문으로 듣자하니 이족보행을 하는 금수가 있다고 하던데, 정말로 실존할 줄이야.”

“허나 그런 자가 언제부터, 어찌하여 연합맹주께 꼬리를 치고 있었는지···.”


동방국은 보수적이라 했지만, 그건 연맹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국의 문제만을 위해 조직된 연합이기에 어쩌면 필연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게 되겠지만, 극히 일부는 다른 대응을 취했다.


“저 분이 연합맹주가 말씀하시던 먀 소저란 말인가.”

“···호오? 비록 겉은 금수의 가죽처럼 보이나 꽤나 기운찬 소저가 아닌가!”

“하하하! 먀 소저에게는 옛날에 금전 문제로 신세를 진 적이 있었는데, 설마하니 이번에도 신세를 지게 되다니.”


적지 않은 웅성거림에 연합맹주는 손바닥을 한 번 치는 것으로 침묵시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귀공들이 하고 싶은 말은 이해하네, 그러나 지금은 월영단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네. 그러니 지금은 부디 그 사안에 대해 집중들 해주게.”


그러자 저마다 소란스러웠던 무인들은 연합맹주의 말에 집중했고, 회의장에는 오로지 연합맹주의 말만이 울려 퍼졌다.


“···크흠! 다들 고맙네. 그럼 우선 이번 사건의 중요 인물이자 피해자인 먀 소저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해 듣기로 하세.”


연합맹주의 말에 먀우에게 집중되는 이목들, 그러나 먀우는 상인답지 않게 긴장했다.

사실 여러 사람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는 일은 상인에게 있어서 일상적이다. 설령 그것이 장사 이외의 일이라도, 신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변치 않는다.

하지만 먀우가 긴장하는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먀, 먀하하··· 뭐, 뭔가 기대하게 만들어서 미안한데냐. 냐는 그 월영단인지 뭔지에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에는 무척 혼란스러워서 어쩌면 다들 실망할 수도 있겠냐.”


첫 번째는 정보의 부족, 즉 거래할 수 있는 소재가 부족한 점이었다.

제 아무리 계산과 화술이 능한 장사치라도 정작 대화 재료나 소재가 없으면 물건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당시 경험담을 말하는 도중에 칼빈 중사 일행에 대한 것마저 들킬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으, 음. 잠시 생각하고 보니 지당한 말이군. 아무리 먀 소저가 각국을 상대하는 유랑 상인이라도 본국의 은밀한 조직인 월영단에 대한 자세한 내역까지 미처 파악하지 못하겠지.”


그렇게 안타깝다는 듯 새하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하는 연합맹주.


“그러나 지금은 그런 전문적인 것보다 먀 소저가 그 당시에 보고, 듣고, 느낀 것만을 알려줘도 상관없네.”


먀우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거래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했다.

이곳에 온 목적은 어디까지나 붙잡은 월영단 잔당을 넘겨서 보수를 받고 떠나는 것뿐이며, 그 이상은 체류하는 시간에 비해서 손실이 점차 커져가게 된다.

물론 상인으로서 신용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현재 떠맡고 있는 주요 고객인 칼빈 중사 일행을 내치면서까지 받을 필요는 없었다.

고로 지금으로서 최선은 칼빈 중사 일행의 행적을 숨긴 채 당시 경험담을 말해주고 사라지는 것이다.


“···먀, 먀하하. 그럼 지금부터 당시 상황을 설명하겠다냐. 그 당시에는 서방국에 샬롯 백작령이라는 영지에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어서 방문했었는데냐···.”

“기, 긴급한 용무입니다, 맹주님!”


갑작스럽게 회의장의 문을 열고 들어온 간소한 차림의 병졸.

그러자 회의장에 앉아있는 무인들이 하나같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방해가 된 병졸을 노려봤고, 연합맹주 또한 탐탁지 않은 듯 대답했다.


“···지금은 중요한 회의 도중일세. 부디 짤막하게 부탁하네.”

“그, 죄, 죄송합니다! 하오나 연맹 근처의 객잔에서 수상한 무리를 봤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들어와서, 어쩌면 월영단의 잔당일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회의장은 다시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 월영단이 연맹에 의해 해체된 후 그 잔당들을 소탕하면서 그 흔한 시정잡배조차 발생하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 같은 중요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주민들로부터 수상한 무리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현재 한 발 앞서 대력창이 수상한 무리들을 끌고서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만, 어떠하십니까?”

“···음! 그렇다면 이곳으로 데려오게. 먀 소저가 당시 경험담을 말하는 것으로 조금이라도 동요를 보인다면 월영단의 잔당이라 생각해보겠네.”

“존명!”


그렇게 병졸이 나가자 자리에 앉은 무인들 중 하나, 둘씩 서서히 입을 열었다.


“이 시기에 주민들로부터 수상한 무리라고 판단되다니, 설령 월영단의 잔당이 아니라 해도 불쌍하기 짝이 없구려.”

“월영단 토벌 이후로 간신히 되찾은 평화일세! 민심에 불화가 일어날 수 있는 요인은 그 무엇이든 배제해야 마땅하지!”


다소 극단적인 반응이긴 해도 그 연합맹주조차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다.

그런 살벌한 분위기에 먀우는 두고 온 칼빈 중사 일행을 떠올리면서 어떻게 말해야 당시 상황을 자연스럽게 각색시킬 수 있는지 줄곧 고민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엣헴. 실례들 하오! ‘대력창 양산박’이 수상한 자들을 이끌고 입장하겠소!”


회의실의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모두의 눈에 들어온 건 앞장 선 거구의 사나이인 양산박이 아니었다.

바로 그 뒤에 정렬한 여자 옷을 입은 일련의 남자 집단, 칼빈 중사 일행들이었다.


“뭐, 뭣?!”

“아니, 어찌 저런 파렴치한 차림을?!”


확실히 수상했다.

설령 주민들이 아니라도 그 누구라도 수상하게 생각할 법인 차림새의 남자 무리들의 출현에 무인들은 저마다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그 중에는 먀우도 끼어 있었다.


“···음? 갑자기 왜 그러시오, 먀 소저? 마치 눈동자가 벼려진 칼처럼 날카롭소만?”


연합맹주의 말에 먀우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 했다.

칼빈 일행을 긍정하자니 지금까지의 호의와 신뢰가 무너져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극도의 수치심을 떠안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부정하자니 본래 목적인 의뢰의 실패는 물론, 주요 고객으로부터 신용도를 잃어버리게 되는 커다란 실책이 되어버린다.


“···먀, 먀하하! 그, 그게 말이냐아아···.”


그렇게 도움을 절실하게 바라는 칼빈 중사의 눈빛과 어쩔 줄 몰라하는 먀우의 눈길이 마주쳤다.

그 찰나의 사이에 서로에 대한 원망이 섞인 대화가 눈으로 오갔으며, 결국 먀우는 그들에게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냐, 냐는 사실 저런 이상성욕을 자랑하는 변태들을 제일 싫어한다냐! 기분 나쁘다냐!”

“어이! 빌어 처먹을 썩을 고양이 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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