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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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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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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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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DUMMY

“···연합맹주님, 염열도 진화랑이 긴급히 보고 드립니다.”

“음? 무슨 일인가, 진 소협?”


진화랑은 지하 감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먀우를 앞서 보낸 후 멀리 떨어져 있는 연합맹주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연합맹주로부터 곧바로 답신이 도착했고, 진화랑은 술렁이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전음을 계속했다.


“맹주께서 보호 및 감시를 요청한 먀 소저가 식사를 마치고 지하 감옥을 방문했습니다.”

“허허허. 그건 이미 노부가 허락한 일일세. 소협은 걱정 말게나.”


연합맹주의 말처럼 진화랑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미심쩍긴 해도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화랑이 보고해야 할 내용은 따로 있었다.


“송구하오나 보고드릴 사안은 따로 있습니다. 그 먀 소저가 지하 감옥에 방문하기 이전에 월영단 놈들의 거점을 밝혀서 사냥한다고 말했습니다!”

“···호오?”


진화랑은 연합맹주에게서 돌아온 반응으로 생각해보면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고 판단하며 횡설수설 당시 상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역시 먀 소저는 뭔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갑자기 지하 감옥으로 가고 싶다거나 장사가 어쨌다든가 조사가 어쨌다든가···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연합맹주에게서 전음이 들려오지 않자 진화랑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시금 연합맹주를 불러보았다.


“···맹주님?”

“듣고 있다네, 진 소협.”


연합맹주의 순간적으로 짧았던 침묵.

그것이 진화랑을 무척 애타게 만들었으며, 먀우의 행적을 더욱 수상하게 만들도록 생각을 부추겼다.


“이럴 게 아니라 소인이 먀 소저의 뒤를 밟아서 조금이나마 정보를 얻어 보겠습니다! 비록 제 전문은 아니지만, 은형술을 조금이나마 할 줄 알아서 도움이 되지 않을···.”

“진 소협, 그럴 필요 없다네. 아니, 오히려 하지 말고, 그저 점잖게 기다려주게나.”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된 진화랑은 무척 당황스러웠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연합맹주로부터 본인의 생각과 모순되는 명령을 듣게 됐으니 오히려 이것은 무언가 깊은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마저 하게 되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마 이미 누군가를 붙여둔 것입니까?!”

“아닐세. ···아니, 아니지. 먀 소저 곁에 무언가가 있긴 했네만, 노부가 어떤 수작을 부리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다는 소릴세.”


진화랑은 당장이라도 눈이나 귀에 내력을 담은 채 조금씩 거리를 좁혀 가면 먀우로부터 무언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연합맹주가 그럴 필요 없다고 단언하자 당혹스러움을 넘어서 문득 호기심이 생겨났다.


“···그, 부디 무지한 소인에게 가르침을 베풀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허허허! 이후부터 먀 소저를 의심하지 않겠노라고 맹세한다면 가르쳐줌세.”


진화랑은 지하 감옥 내부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먀우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일생 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자들을 만나왔지만, 그 중에서 마음을 터놓고 믿을 수 있는 자는 연합맹주를 포함해도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데 타국의 사람, 아니 인간조차 아닌 자를 쉽게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송구하게도, 비록 연합의 수많은 명망 높은 대협들에게 경험으로나 무학으로나 뒤처지는 소인이기는 하나, 칼과 인생을 함께 한지 어언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그 누구도 쉬이 믿기 힘든데 먀 소저를 그리 간단히 믿으라는 건···.”

“진 소협, 노부는 믿으라고 한 적 없네. 그저 의심하지 말라 했을 뿐이네.”


전음을 통해 들려오는 연합맹주의 목소리는 무척 진중했다.

진화랑은 그 음성에 집중하기 위해 말을 멈추고 경청했다.


“확실히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소협 입장에서나 연맹의 다른 자들도 먀 소저는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일 지도 모르네만, 그렇다고 옛날처럼 무작정 의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네.”


동방국 사람들은 보수적이다. 바꿔 말하자면 타국에게 의심이 많았다.

그것은 월영단이 동방국 곳곳에 창궐하여 온갖 악행을 자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심했었다.

무인들은 저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또는 타인을 지키기 위해 각자 병장기를 착용하고서 수없이 의심하고 싸우다가 죽어갔다.


“노부가 진 소협에게 말한 적이 있을지 모르겠네만, 먀 소저는 상인일세. 이해관계를 몹시 중시하는 그 상인들 말일세.”


동방국에도 상인은 있었다.

다만 진화랑이 알고 있는 상인은 국내에서만 활동하며 바깥으로 무언가를 유통시킬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다소 비좁고 개인주의적인 상인뿐이었다.

그도 그럴 게 상인에게서 가장 중요한 인맥, 거래처 등이 모두 동방국에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상인이 이익을 버리면서 베푸는 선행을 단 한 번이라도 목격한 적이 있었나? 노부는 월영단을 토벌하기 전에도, 토벌하고 난 후에도 봤었다네.”


먀우는 상인이지만, 서방국이나 길드에 종속되지 않는 유랑 상인이었기에 행적이 자유로웠다.

장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동방국을 경유하며 선의로 나눠주는 식량이나 소소한 물자 등은 동방국의 사람들이나 연맹으로서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굶주린 자에게는 적게나마 식량을, 다친 자에게는 미약한 효과나마 약초를, 그리고 추위에 떠는 자에게는 한 조각의 천이라도 나눠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먀 소저에게 아무런 꿍꿍이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네. 진 소협은 모르는 일이겠네만, 회의실에 도착한 수상한 자들을 말할 때 먀 소저의 거동이 순간적으로 부자연스러웠다든지 아마 지금도 먀 소저 주변을 감시중인 무언가가 있을 테니 말일세.”


진화랑은 연합맹주의 말을 듣고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진정하며 자신을 돌아보았다.

현재로서는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고, 여전히 귀빈으로서 접대해야 할 중요 인물이었다.

그런데 도리어 몇 마디 말에 현혹되어 갑작스럽게 의심하는 것은 신중한 것을 넘어 무례한 처사가 아닐까 말이다.


“아니면 진 소협은 노부의 안력을 의심하려는 겐가?”

“그, 그렇지 않습니다! 말씀은 충분히 잘 알겠습니다! 모자란 소인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결국 진화랑으로서는 먀우에게 수상한 마음을 품을지언정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허허허! 사실 노부가 이렇게 거창하게 말을 했지만, 먀 소저를 좀 더 믿을 수 있게 된 건 극히 최근의 일일세.”

“···그,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자 연합맹주가 전음으로 그리운 것을 생각하려는 듯 안타깝게 말했다.


“후, 후후후! 예전에 노부가 먀 소저에게 답례로 건네주었던 딸의 옷을 회의실에 들어왔던 누군가가 나눠서 입고 있었다네.”

“···아, 예?”


회의실 당시에 참가조차 못 했던 진화랑으로서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연합맹주만이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고만 추측해야 했다.


“어떤 연유로 먀 소저가 그들을 모른 척하고, 어쩔 수 없이 갈라져야 했던 거겠지. 그러니 먀 소저가 그들을 만나기 위해 지하 감옥으로 향한들 연맹으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걸세.”


진화랑은 칼을 찬 무인인 만큼 몸을 쓰는 일이나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것은 잘 했으나 계략이나 군사 등 머리를 굴리는 건 그다지 미덥지 못 했다.

그렇기 때문에 연합맹주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다고 해도 절반은 이해조차 못하고 흘려버려야 했다.


“···그, 그렇게 깊은 뜻이! 이 염열도, 다시금 배우게 됩니다!”

“허허허! 아니, 방금 것은 노부의 개인적인 의견일세. 진 소협이 줄곧 다르게 생각하고 싶었다면, 굳이 강요하지는 않을 걸세.”


그러나 진화랑은 연합맹주의 말을 믿어야만 했다.

모든 면에서, 특히 정신적인 면에서 연합맹주와 비교조차 불허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으니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도 무인이었다.

무려 연맹의 정점께서 의심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경험도 얼마 없는 한낱 무인 나부랭이가 불복한다는 건 말이 안 됐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아까 전에 진 소협이 보고했었던 월영단 토벌에 대한 것도 노부가 명심하도록 하겠네. 그럼 먀 소저를 계속해서 잘 부탁함세.”

“···존명!”


그렇게 전음이 끊어지고 진화랑은 탐탁치 못한 기분을 억지로 날려 보내며 지하 감옥 안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먀 소저! 이제 충분할 터이니 부디 나와 주실 수 있겠소?!”

“알았냐, 지금 나가냐!”


그 후 평소대로인 먀우가 지하 감옥의 어둠 너머로 걸어 나오자 진화랑은 괜한 의심을 지우기 위해 일부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 하하! 연맹의 지하 감옥은 어떠하셨는지···?”

“그냥 그저 그랬냐, 별 거 없었냐.”


그러나 진화랑의 말에 대충 대답한 먀우는 마치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하려는 듯 진화랑의 얼굴조차 안 보고 그대로 앞장섰다.


“먀, 먀 소저?! 기다리시오! 소인도 같이 가야 하오!”


그러자 순간, 먀우가 걸음을 멈추고 진화랑을 돌아보며 질문했다.


“어쩐지 냐에게 대하는 태도냐 말투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냐?”

“···그, 그렇소? 소, 소인은 잘 모르겠소만···?”


연합맹주와의 전음을 의식하고 있는 나머지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태도나 말투가 바뀌어서 동향의 사람처럼 친근하게 바뀌어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진화랑.

그러나 먀우는 이상한 것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자, 잠시만 기다리시오! 대체 어디를 그리 바삐 향한단 말이오?!”

“···먀? 그런 걸 왜 궁금한 거냐? 아니, 냐의 일을 왜 그렇게 궁금한 거냐?”


먀우의 질문에 진화랑은 연합맹주의 전음을 의식하며 의심하지 말라는 것을 떠올리고, 어중간하게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아~ 그, 그게 말이오? 일단은 이곳이라도 연맹 내이기도 한데다··· 소인은 먀 소저를 보호해야 하는 맹주님의 명도 있어서 말이오? 그래서 그렇다고 할지···? 아무튼 그렇다오!”


그러자 먀우는 정확히는 알지 못해도 귀찮다는 듯 심드렁하게 말했다.


“먀아아··· 냐는 이제부터 연맹으로 옮겨진 냐의 마차의 각종 물품들을 점검해야 하냐. 그리고 목록을 작성해서 매매 수속 절차도 거쳐야 하고, 이 근처의 상인들도 만나서 자릿세도 넘겨줘야 하냐. 그리고 마지막에는 씻고 잘 건데, 그걸 전부 일일이 따라오겠냐?”

“···적어도 취침 전까지는 동행하겠소.”


제 아무리 연합맹주의 말을 듣고서 인식을 바로 잡게 된 진화랑이라도 온종일 먀우에게 붙어다닐 수는 없었다.

진화랑이라도 무인은 무인인 만큼 연맹 소속으로서 실력 단련을 게을리 하는 것은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기에 밤중은 반드시 헤어져야 했다.

그 때까지는 진화랑이 먀우의 곁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연합맹주의 말처럼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자인지 판가름하기 위한 동행이 필수였다.


“마음대로 하라냐, 대신 냐는 신경쓰지 않을 테니 그건 알아서 하라냐.”

“···알겠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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