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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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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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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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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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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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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54화

DUMMY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지하 감옥입니다. 소인은 입구를 지키고 있을 테니 그 동안 자유롭게 다니시길.”

“알았냐~.”


그렇게 말한 후 먀우는 지하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비록 통풍구 역할을 하는 비좁은 창문을 제외하고 빛은 거의 없었지만, 밤눈이 밝은 먀우로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지하 감옥은 다수의 개인용 감옥을 한데 묶어서 관리하는 구성이었으며, 감옥마다 여자 옷을 입은 남자들이 하나씩 풀이 죽은 채 늘어져 있는 게 진풍경이었다.

그 중 팔짱을 낀 채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미녀 복장의 아저씨, 칼빈 중사가 무척 눈에 띠었다.


“먀하하! 의외로 어울리지 않냐?”

“닥쳐라, 썩을 고양이.”


먀우의 예상대로, 아니 설령 예상치 않았어도 칼빈 중사는 화가 나 있었다.

동방국에 도착하고서 몸을 숨기기 위해 여자 옷을 입어야 하는 치욕스러운 선택지가 주어진데다 현지 사람에게 수상하다는 이유로 연맹에 붙잡혀 오고, 끝내 한 줄기 희망이었던 먀우에게 버려져서 갇힌 신세니 말이다.


“···역시 화났냐?”

“당연히 화났다! 그리고 억울하다!”


칼빈 중사의 짤막한 말은 먀우의 양심을 마구 찔렀다.

그러나 먀우로서도 향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


“냐, 냐라고 그 상황을 긍정해버리면 이상한 수인 취급 받지 않았겠냐?”

“···썩을, 그럼 우리들은 이상한 취급을 받아도 상관없다는 거냐!”


그러자 먀우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긍정했다.


“당연한 말을 하냐? 그 상황에서 연맹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건 안 좋으냐! 차라리 냐의 일을 알고 있는 너희들이 부담을 감수한다면 냐가 구해줄 수도 있지 않겠냐?”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이 납득하질 않는다!”


아마 칼빈 중사만이 아니라 감옥에 갇혀있는 모든 부하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희생을 감수한다고 해도 먀우의 일이나 칼빈 중사의 일이 밝혀지는 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특히 그것이 연맹 같은 거대한 조직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월영단을 사냥하겠다니, 대체 무슨 속셈이지?”

“먀? 냐는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냐?”


칼빈 중사는 의문에 의문으로 대답하는 것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 상대가 먀우라면 이해했다.


“네놈을 미행하고 있었던 부하 놈이 내게 실시간으로 보고해주었다. 설마 이런 의도하지 않은 식으로 빛을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지.”

“먀?! 뭐냐, 뭐냐! 그렇게 편리한 대화 수단은 처음 듣냐! 냐도, 냐도 해보고 싶냐!”


먀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애원했지만, 칼빈 중사는 짜증을 내며 단번에 거절했다.


“···쯧! 지금은 그런 것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 당장 내 물음에나 대답해라, 고양이 놈!”


칼빈 중사의 호통에 먀우는 안타까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며 진정했다.

그리고 진화랑이 지키고 있을 입구를 흘낏 보면서 오로지 칼빈 중사에게만 닿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미안하지만, 냐에게는 너희들을 연맹의 감옥에서 빼내 줄 협상 재료가 아무 것도 없냐. 그래서 연맹이 원하는 것을, 즉 월영단의 토벌을 도와주는 걸로 너희들을 사야 하냐.”

“···산다니?”


먀우의 말을 잠시나마 이해하지 못한 칼빈 중사였다.

그러자 먀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냐는 상인이라냐? 횟수가 적긴 해도 노예를 취급한 적도 있냐.”

“···그렇군. 연맹을 도와주는 대가로 우리들을 노예로서 사겠다는 소리인가?”


서방국에 귀족이 있는 것처럼 노예 또한 존재했다.

다만 그 존재를 공연히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을 사용인 취급을 해주지만, 노예의 취급은 극단적으로 갈릴 정도로 주인의 영향이 크다.

예를 들면 노동력을 요구하는 온갖 잡일을 떠맡기는 대신 꾸준한 식사나 수면을 인정해주는 후한 대우부터 마치 짐승처럼 취급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부려먹다가 폐기하는 악독한 부류까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즉 냐는 월영단의 정보를 모으고, 그걸 연맹 측에게 팔아넘기는 조건으로 장사에 쓸 노동력, 너희들을 노예로서 살 생각이라는 설정이냐.”

“···하지만 연맹 측이 그걸 승낙할 줄은 어떻게 알지? 연맹으로서는 정보만 받아내면 언제든지 네놈을 내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칼빈 중사의 지적은 지극히 타당했다.

물론 그건 먀우와 연맹 측의 관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말인 만큼 먀우는 손사래를 치면서 정정해주었다.


“아니냐, 연맹은 그런 짓을 할 수 없냐. 그래서 냐가 아까 말했잖냐? 연맹과 신뢰를 잃을 순 없다고 했었냐.”


먀우는 과거에 동방국을 경유하면서 장사 이후에 남은 것들이나 조악한 품질의 물건들을 무상으로 나눠주었다.

그 당시가 마침 월영단과의 내전으로 물자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부족했을 무렵이기에 먀우라는 상인의 선행을, 그리고 추후에 따라오게 될 이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연합맹주라는 인맥을 얻어낸 후에도 지속적으로 교류를 갖게 될 수 있었다.


“다른 상인이라면 몰라도, 냐에 한해서만큼은 연맹이 그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진 못할 거냐.”


먀우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칼빈 중사는 믿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비록 광학미채로 은신 중인 부하에게 명령해서 무리하게 탈옥한다고 해도 연맹에게 찍히는 건 레지스탕스 활동에 있어서 당장의 메리트보다 이후의 리스크가 압도적으로 컸었다.

하지만 아무리 먀우의 말을 믿고 싶어도 칼빈 중사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 뭐든 다 좋다고 친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뭐지? 보시다시피 우리들은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만?”

“먀하하! 그런 건 냐도 보면 알고 있냐!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말한 것치고는 수단 자체는 의외로 단순하냐.”


그렇게 말한 먀우는 갑작스럽게 말을 멈췄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냐가 미끼가 되는 거냐.”

“···미끼, 라고?!”


먀우가 처음으로 월영단에게 노려진 것은 서방국의 샬롯 백작령에서 장사를 마치고 난 이후였다.

수많은 상인들 가운데에서도 하필 먀우를 노린 이유는 길드의 보호를 받지 않는 유랑 상인이면서 이에 더해 좀처럼 입수할 수 없는 귀중한 물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당시의 월영단 잔당들은 별 다른 위험 없이 귀중한 물자들을 얻고자 하려했다는 사실이다.


“정확하게는 냐랑 냐가 갖고 온 모든 물품들을 미끼로 쓸 거냐.”

“···바보 같긴, 이번에는 지난번과 상황이 다르다! 여긴 동방국이라고! 게다가 미끼로 쓸 예정인 물품 중에는 리더가 부탁한 특주품들도 섞여있을 텐데!”


칼빈 중사는 의뢰를 받은 물건의 상세한 시세는 몰라도 리더가 직접 명령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물품들, 그 중에는 특별하게 주문해서 제작한 물품에 대해서는 반드시 가져오라고 할 정도로 주의를 받았다.

그런 물건을 한낱 미끼용으로 쓰려고 하는 건 상황에 따라 임무가 실패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의미했다.


“먀하하··· 그러고 보니 어쩌면 그 월영단이라는 놈들의 목적은 냐보다 리더라는 인간이 요구한 특주품일 지도 모르겠냐.”


서방국에서 먀우를 습격했던 월영단 잔당들은 개인이 아닌 집단이었다.

앞서 말했던 먀우가 유랑 상인이었다는 점 이외에도 뭔가 숨겨진 목적 등이 있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미끼를 사용한 작전은 칼빈 중사가 함께 있을 때와, 즉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리스크를 동반한 극단적인 방법일 것이리라.


“어이, 바보 고양이! 경우에 따라서는 네놈과 은신 중인 부하만이라도 리더에게 향해라! 설령 우리들은 연맹 놈들에게 고문을 당하든 죽임을 당하든 그 무엇도 발설하지 않을 테니···!”

“먀하하! 정말 바보 같은 인간이냐, 냐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냐?”


먀우로서도 최악의 상황으로 그 방법을 생각을 했었지만, 금세 포기하고 앞서 말한 미끼 작전을 떠올렸었다.

왜냐하면 먀우는 더 이상 타인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그 무엇보다 질색했다.


“···냐가 어제 말했잖냐? 아인들은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싫어한다고냐.”


어제 칼빈 중사와 나눴던 대화.

그것의 계기는 먀우의 귀를 긁어주는 하찮은 것이지만, 먀우에게는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냐의 동족들, 묘인족은 수인 중에서도 수가 무척 적다냐. 그래서 아인이 갖고 있는 경향이 무척 강해서··· 동족끼리조차도 믿을 수 없고, 어떻게든 독자적으로 살아야했냐.”


남쪽 위험지대는 서방국이나 동방국과 달리 제대로 된 사회나 문명도 없이 각 종족마자 독자적인 지배 구조를 갖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행하는 건 ‘약육강식’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원칙뿐이었다.

그런 진리조차 실천할 수 없을 정도로 수가 적고, 타인을 의지할 수 없는 묘인족은 저마다 뿔뿔이 흩어졌고 그 중에는 먀우도 있었다.


“냐는 인간들이 부러웠다냐. 동족들에 비해 수도 엄청나게 많은데다 다양하게 교류를 갖기도 했으니 말이냐.”


그렇게 홀로 살아남아야 했던 먀우는 외로웠다.

동족들에게, 심지어 낳아 준 부모에게조차 신뢰받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남아야 했던 먀우는 약육강식이 생존을 좌우하는 환경은 그야말로 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먹이조차 제대로 구할 형편이 없었기에 굶어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었다.

어제까지는 안전하다고 여겼던 보금자리가 압도적인 포식자나 타 종족의 집단에 의해 침범당해서 도망쳐야 했던 날들도 많았다.

심지어 배고픔도, 외로움도 견뎌가며 간신히 기를 수 있었던 작은 동물조차 잃어버렸던 날도 있었다.

그래서 먀우는 남쪽 위험지대를 떠나 인간 세상으로 떠나게 됐다.


“냐는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잃고 싶지 않냐··· 상인의 생명인 신뢰를 저버리더라도 누군가를 잃게 되는 건 정말 사양하고 싶냐.”


먀우에게 있어서 유랑 상인이라는 직업과 이익은 그저 인간들과 접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저 좀 더 많은 인간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그저 좀 더 많은 관계를 쌓고 싶었다.

그저 좀 더 많은 무언가를 원했을 뿐이었다.


“먀하하하! 냐는 욕심이 많아서 말이냐? 유랑 상인이라는 직업도, 돈도, 신뢰도, 인간관계도, 목숨도 전부 중요하냐! 그러니까 그 정도로 진심이란 말이냐!”


칼빈 중사로서는 남쪽 위험지대에 대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는 만큼 먀우가 어떤 생활을 해야 했고, 무엇을 잃게 된 것인지 전혀 알지 못 한다.

그러나 북방국에서 생활하면서 먀우 같은 눈을 본 적이 있었다.

먀우의 눈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전사의, 결의의 눈빛이었다.


“뭐, 냐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면 연맹에게라도 도움을 청하면 상관없지 않겠냐? 그리고 미끼 작전으로 월영단이라는 놈들이 제대로 걸려들지 확신을 하는 것도 좀 그러니 말이냐.”


먀우가 분위기도 전환할 겸 낙관적인 의견을 말하자 줄곧 듣고 있던 칼빈 중사는 어이없다는 듯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아아, 그래? 아무튼 네놈이 실패하면 곤란해지는 건 우리들이니 어떻게든 해라, 빌어먹을 고양이 놈.”

“···먀하하! 걱정 말라냐! 만일 주문한 특주품을 잃게 되도 냐의 재산을 털어서 서방국에 건너가서 다시 만들 테니 말이냐!”


그렇게 재치는 말을 하면서 칼빈 중사를 위로해주려 하자 지하 감옥에 진화랑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먀 소저! 이제 충분할 터이니 부디 나와 주실 수 있겠소?!”

“알았냐, 지금 나가냐!”


진화랑의 부름을 받고 먀우가 지하 감옥을 나가려 하자 칼빈 중사가 아무 것도 없을 허공에 중얼거렸다.


“통신 보안, 이쪽은 칼빈 중사. 응답하라.”

“통신 보안, 무슨 일입니까?”


허공에 들리는 목소리는 먀우를 미행하는 은신 중인 칼빈 중사의 부하였다.


“이후로도 저 빌어먹을 고양이를 감시하면서 백업해라. 만일 저 녀석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면··· 리더의 정보가 노출될 위험이 있다. 알겠냐?”

“···중사님, 솔직하지 못하시지 않습니까?”


그러자 칼빈 중사는 뜻하지 않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자 의도치 않게 소리를 질렀다.


“···닥치고 명령에나 따라라! 안 그러면 명령불이행으로 징계처리 할 테다!”

“하아~ 예에~ 예. 알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예? 예?! 저 놈 말하는 거 보소?! 너 인마, 나중에 풀려났을 때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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