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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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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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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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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DUMMY

“이걸로 정리할 건 다 했으니 좀 쉬어볼까냐.”

“···먀 소저, 짐들을 옮기는 등 육체노동의 대부분은 소인이 했소만.”


두 사람이 들어간 곳은 연맹 내에 있는 먀우의 개인실.

본래 손님용이었을 방 안은 먀우의 상품이나 연맹 관계자들에게 호의로 선물을 받은 것들로 가득하여 마치 정리 중인 비좁은 창고처럼 되어 있었다.

그런 방 안의 분위기와 이질적인 간소한 탁자에 차가 준비된 채 연합맹주가 앉아 있었다.


“오호! 이제야 돌아오는가? 수고 많았네, 먀 소저. 진 소협.”

“···매, 매, 맹주님?! 아, 아니! 염열도 진화랑이 연합맹주님을 뵙습니다! 만, 어찌하여 이토록 어수선한 곳에···!”


그러자 연합맹주는 조그만 찻잔에 담긴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설명했다.


“허허허! 그런 시시한 건 부디 신경 쓰지 말게나. 노부 같은 늙은이가 어디에서 뭘 하면서 누굴 기다리든 상관없지 않겠나?”

“그, 그런··· 하다못해 미리 전음이라도 보내주셨으면 이곳을 치우기라도 했을 텐데···!”

“먀아아악~?!”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먀우가 두 눈을 빛내며 탁자로 달려들었다.

탁자 위에는 차가 들어있는 주전자와 찻잔 이외에도 언뜻 보기에도 묵직하게 보이는 무언가의 자루 주머니가 있었다.


“이, 이, 이거! 이거 설마···?!”

“그렇소, 먀 소저. 이번에 연맹에 제공해준 각종 귀중한 무구들의 값일세.”


먀우는 자루 주머니를 열어서 내부를 확인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동전이었지만, 재질들은 하나 같이 금, 금, 금, 그야말로 금전으로 가득했다.


“···이, 이거 너무 많다냐! 냐가 예상한 것보다 배 이상은 많다냐!”

“음? 허허허. 이거, 아무래도 뭔가 실수가 있었던 것 같구려? 하지만 기왕 준 걸 다시 빼앗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냥 먀 소저가 전부 가지시게.”


무인으로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진화랑이라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액수.

동방국에서 금전 하나면 숙식을 제공하는 고급 객잔에서 몇 년은 거뜬히 떵떵거리며 살아도 부담이 없을 정도인데, 그것이 자루 주머니로 들어있다면 과장을 좀 보태서 평생을 놀면서 살 수 있었다.

즉 아무리 서방국의 무구가 귀중하고 비싸다고 하더라도 저런 터무니없는 액수가 책정되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고의였다.


“···하, 할아범? 아무리 냐라도 이건 도저히 받을 수 없냐.”


마치 당장이라도 피눈물을 흘릴 것처럼 분한 표정을 지으며 자루 주머니를 손에서 내려놓은 먀우.

그러자 연합맹주는 다시금 차를 마시며 질문했다.


“허허허. 갑자기 이제 와서 부담이라도 된다는 소리인가? 하지만 그런 걱정은 말게. 무구의 값 이외에 다른 요소들도 책정한 값이니 노부는 정당하다고 생각하네.”

“···다른 요소라니. 냐는 이 이상 무언가를 딱히 준 게 없다냐.”


먀우의 대답에 연합맹주가 진화랑에게 눈짓을 했고, 그러자 진화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개인실을 나갔다.


“좀 긴 얘기가 될 것 같네만, 자리에 앉아서 차부터 한 잔 하는 게 어떻겠나?”

“···아, 알았냐.”


연합맹주의 권유에 먀우는 탁자 위에 비어있는 잔으로 손을 뻗어 차를 따라 마시며 침상에 앉았다.


“음··· 우선 기본적인 상식이네만, 본국이 서방국의 무구를 사들이는 것에 혈안이 된 이유는 알고 있는가?

“···물론이냐. 동방국은 남쪽과 인접한 탓에 마물들과 마찰이 자주 일어냐니까 각종 무구들과 재료가 비교적 풍부한 서방국에 의지하려는 거잖냐.”


먼 옛날부터 동방국은 남쪽 위험지대, 즉 미개척 지대와 매우 인접한 탓에 영역권 문제로 자주 다투는 사이였다.

그러나 제 아무리 뛰어난 무인이라도 마물들을 상대로 선전한다고 해도 무기나 방어구가 빈약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소. 물론 본국에도 뛰어난 장인들이 많지만, 그 이상으로 서방국의 진보된 기술과 풍부한 자원에 비하면 본국은 그저 새 발의 피나 마찬가지일세.”


때문에 동방국으로서는 서방국의 상인들과 정기적인 계약을 체결해서 다양한 무구들을 사들이고 싶었지만, 서방국은 최근 들어 외화의 유입이 과도하게 많아진 탓에 자중하려 했고, 그 탓에 몇 개월에 걸쳐서 동방국과 서방국은 거의 교류가 끊어지기 직전에 다다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노부 말고도 본맹의 다양한 무인들이 먀 소저에게 긍정적인 의미에서 대단히 흥미를 갖고 접하고 싶어 한다네.”

“···아, 이거 설마 계약금이냐?”


여러 사람들, 특히 연맹에 소속된 각종 가문이나 문파에서 지원하는 계약금이라면 마땅히 이해할 수 있는 액수였다.

즉 이것은 다소 노골적이긴 해도 먀우에게 보내는 신뢰이자 신용, 그리고 정기적으로 얼굴을 맞대서 매매를 부추기려는 압박이었다.


“허허허! 어쩌면 많이 당혹스러웠으리라 생각하네만, 노부로서도, 그리고 본맹으로서도 먀 소제에게 충분히 이익이 되는 거래라고 생각하네.”


연합맹주의 말을 듣고 먀우는 잠시 고민했다.

먀우가 남쪽에서 올라와 서방국에서 유랑 상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은 서방국에는 부족했던 남쪽 위험지대의 다양한 물품들을 수출한 탓이 컸었다.

현재에도 비슷한 경위로, 이번에는 동방국이 서방국의 물품을 간절하게 바라는 점에서 먀우는 다시금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느꼈다.

그러나 먀우는 그 제안을 거절해야 했다.


“냐는, 역시 본래 받아야 했을 값만 받아야겠냐.”

“···허어. 혹시 폐가 안 된다면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왜냐하면 지금은 북방국, 정확하게 말하자면 북방국의 레지스탕스인 리더라는 자와 계약을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먀우는 길드처럼 확고한 입지를 가진 것도 아니고, 서방국의 상단처럼 대규모 상업에 최적화 된 것도 아니었다.

상인 무리들이라면 모를까. 한 사람, 아니 한 수인에게 너무나 과도한 계약이었다.

더군다나 리더와의 계약은 비밀을 엄수해야 했기에 섣부른 계약은 오히려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질 수 있었다.


“···냐, 냐는···.”


그러나 먀우도 상인 나부랭이로서 눈앞의 막대한 금액을 두고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지금은 자루 주머니지만, 이후부터 그 자루 주머니가 수십 배 이상으로 불어난다고 상상만 하면, 그리고 북방국만이 아니라 수많은 동방국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면, 먀우는 어딜 가든 우호적으로 환영받게 될 것이리라.

그러면 남쪽 위험지대를 구르던 시절과는 영원히 작별할 수 있을 것이다.


“냐, 냐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금화에 파묻히는 사치스러운 삶, 그 속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연.

설령 그것이 돈만을 위한 인연이라고 해도 먀우는 그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남쪽에서 태어나고 구를 때는 누군가에게 이용조차 받을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고 처절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냐는··· 금화보다 더 좋은 제안을 하고 싶다냐!”

“···허어? 부디 가감 없이 말해보게나.”


하지만 먀우는 언젠가 수중에 넣게 될 막대한 이익보다 눈앞의 의뢰를, 그리고 이미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중시하기로 했다.

언젠가 곁에서 사라져버린 작은 친구를 생각해서라도, 지금은 욕망을 억누르고 자중해야 할 때였다.


“냐는 지하 감옥에 수감된 그 변태 수컷들을 원한다냐!”


먀우의 말에 정적이 흐르는 개인실.

그 순간 먀우는 손사래를 치면서 부정했다.


“아, 아니냐! 아마 할아범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문란한 건 절대 아니냐! 굳이 말하자면 냐는 소동물 같은 연하 쪽이 취향이냐.”

“···노부는 딱히 아무런 말도 안 했다만···.”


먀우는 부끄러운 마음에 목이 탄 모양인지 찻잔에 차를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고 다시금 말했다.


“냐는 그 수컷들을 상품으로, 노예로서 받아가고 싶다냐.”

“···노예, 라?”


동방국에는 노예라는 말이 친숙하지 않았다.

연합맹주조차 태어나지 않은 먼 옛날에는 무인들이 일반인을 착취하는 시절이 있었다고는 들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노예 같은 불합리한 인간은 거의 없었다.


“흠··· 본국 출신이 아닌 만큼 뭐라 말하기 어렵네만, 노예라고 말하니 꽤나 극단적이구려?”

“먀하하! 아마 그럴 거냐. 서방국 일부 영지에는 노예가 생활화 되어 있으니 말이냐.”


그러자 연합맹주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오호! 본맹에서 가두고 있는 그 죄인들을 노예로서 서방국에 수출할 셈이신가?”

“그렇다냐!”


물론 먀우의 진정한 목적은 칼빈 중사 일행을 동방국에서 무사히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니 노예 얘기는 거짓이었다.

하지만 먀우가 상인이었고, 장소가 동방국인 만큼 개연성은 그럴 듯 했다.


“허허허! 확실히 목숨 값에 비하면 여기 있는 금화 주머니는 푼돈에 지나지 않을 걸세!”

“먀하하! 사실 그쪽 주머니가 탐이 나긴 했어도 그건 나중에 노예들을 팔고 나서 다시 보여줬으면 좋겠냐!”


즉 먀우의 말은 당장 해결 할 사안이 생겼으나 계약의 일은 나중에 추후 다시금 상의하기로 하자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들은 연합맹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비록 안타깝지만 본맹의 가주들에게는 노부가 적당히 일러둘 터이니···.”

“근데 말이냐, 할아범? 냐의 생각으로는 왠지 수지가 안 맞는 것 같냐.”


먀우는 다시금 차를 마시려 했지만, 주전자에 차가 다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서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렇잖냐? 거기에 있는 주머니에서 계약금을 빼면 무구 값뿐인데, 수컷 노예들을 사게 되면 오히려 냐가 손해를 보게 되지 않겠냐?”

“···그건, 그렇겠구려.”


즉 칼빈 중사 일행을 받아내기 위한 대가가 없었다.

먀우는 그걸 연합맹주보다 먼저 집어내서 말을 시작했고, 그 때문에 연합맹주는 가만히 듣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말인데냐? 냐의 새로운 거래 제안이 있는데, 들어보겠냐?”

“허허허. 이러면 선택지가 없잖소, 먀 소저.”


사실 일의 전말을 그 동안의 경험과 눈치, 전음 등으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연합맹주는 눈앞의 수인이 재롱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귀여웠다.

보통 사람이라면 질색을 하며 먀우의 분위기에 휘말렸을 것을, 연합맹주는 진심으로 즐거운 듯 대답했다.


“먀하하! 그럼 지금부터 본론을 말하겠냐!”


그 후로 지하 감옥에서 칼빈 중사와 나눴던 이야기를 연합맹주에게도 구체적으로 말하게 됐다.

현재, 연합이 월영단의 출현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그 발단이 된 본인인 먀우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걸 이용해서 먀우가 미끼가 되어 월영단을 이끌어 낼 역할을 맡고, 대신 먀우 개인의 안전을 연맹에서 보장해주며, 먀우는 가능한 만큼 미끼 역할을 수행하면서 월영단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

고로 먀우는 미끼를 가장한 스파이, 즉 밀정 등의 역할을 해서 칼빈 중사들을 빼낼 값어치를 대신 지불한다는 소리였다.


“···오호. 확실히 본맹에서 월영단에 대한 정보는 매우 귀중하지. 하지만 그렇기에 본맹은 월영단 놈들에게 필연적으로 경계를 당하고 있을 테니 그 의표를 찔러서 외지인인 먀 소저가 미끼가 된다, 라···?”

“그런 얘기냐!”


연합맹주는 고민하는 듯 찻잔에 손조차 대지 않고 침묵했다.

하지만 침묵하는 시간자체는 짧았다.


“···허허허! 본맹의 수많은 고수들이 먀 소저를 지켜줄 것을 이 맹주의 명예를 걸고 약조함세.”

“먀하하! 그럼 계약이 무사히 체결된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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