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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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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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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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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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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DUMMY

“저기 보인다!”


가나의 대답에 등에 업힌 세 사람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가나에게 업힌 형태로 거구의 몸집을 살려서 비교적 수월하게 매달릴 수 있는 기반을 다진 무명, 그리고 그런 무명을 필사적으로 붙잡은 채 줄곧 버티고 있는 장부, 마지막으로 장부에게 몸을 맡긴 채 최악의 멀미를 체험 중인 시우였다.


“우, 우으으···.”

“드, 드디어 도착했다! 이제 정신 차리쇼, 시우 도련님!”

“···마차보다··· 심각해··· 우웁!”


전날 점심 무렵부터 샬롯 백작령에서 시작해서 밤조차 지새운 채 꼬박 하루 동안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전력질주로 달려온 가나 아칸.

설령 마법과 문장력을 사용해서 억지로 기력을 충천시켜 달렸다고 하지만, 정작 가나 아칸의 승차감은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

비록 속도가 일정해도 불규칙적인 보폭은 물론이며, 심지어 언덕을 뛰어넘을 때 발생하는 공기마찰과 중력에 의해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악독한 여정이었다.


“질문. 왜 2대 마스터는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전이를 해서 도착하시지 않으려는 겁니까?”

“그러면 배가 더 안 고파지잖아!”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여전히 잘도 따라붙는 최첨단 인공지능 가방, 토리가 질문하자 가나는 도저히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섬세하지 못한 대답을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참아온 듯 가나의 배에서 마치 천둥이라도 치는 것처럼 요란스러운 배고픈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좋았어! 이제 마력도, 문장력도 거의 다 떨어졌어! 인내심도 떨어졌어! 밥, 밥 먹고 싶어! 오향장육!”


가나의 모습은 마치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짐승의 포효 같았기에 더 이상 등에 업혀있는 세 사람은 뭐라고 말할 기력조차 없었다.

그러자 토리가 대신 대답했다.


“대답. 2대 마스터의 공복을 해소하기 전에 개체명 엘리자베트 샬롯에게 연락을 주었다는 해당 이능작가를 찾아야 동방국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아, 맞다.”


지금까지 지나친 공복감을 호소하는 터라 잊고 있었던 것인지 가나는 지나간 일을 회상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은 동방국의 끝자락에 있는 접경 지역으로서 오래 전에 호기심 차원에서 시우와 방문했다가 금방 돌아간 황야였다.

그곳에는 동방국 소속으로 보이는 무인 두 사람이 허리춤에 검을 찬 채로 바위 위에 앉아 지키고 있었으며, 그 너머로는 별 볼일 없는 마을의 풍경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가나가 말했다.


“···돌파할까.”

“기각. 가상 시뮬레이터 연산 결과. 제 아무리 2대 마스터라 해도 심신에 쌓인 피로와 마력, 문장력 등의 고갈로 현재진행형으로 경비를 서고 있는 동방국 무인들을 상대로 도망갈 수 있는 확률은 43%입니다.”

“···그런 게 아니라 좀 더 인간적으로, 배고픈 가나 씨 때문에 저 사람들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아아!”


가나와 토리의 대화에 모든 정신력을 쥐어 짜내서 대답하는 시우.

그러나 가나는 여전히 입맛을 다시며, 전방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이능작가라는 사람이 언제 도착할 지,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판국에 여기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아침, 아니 점심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충. 또한 해당 이능작가의 신상에 대한 정보가 전무합니다. 실상 해당 이능작가가 먼저 대화를 신청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면 2대 마스터는 해당 지역에서 대기하거나 무인들의 경비를 돌파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최첨단 인공지능 주제에 겨우 그 정도 방법 밖에 없다고 단언하냐아아!”


시우가 혼신의 지적을 하자 어쩐지 토리가 우쭐하며 당당하게 대답, 하려는 듯 했다.


“대답. 저는 2대 마스터와 이시우, 당신과 달리 공복 같은 불편한 현상을 겪지 않는 완벽한 개체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저라면 얼마든지 해당 장소에서 대기할 수 있으며, 경비를 서고 있는 무인들 또한 완벽하게 돌파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정 불만이시라면 차선책이 있습니다만?”


이대로는 정말 가나가 경비들을 돌파하려 할 기세였기에 시우는 절실하게 물었다.


“역시 최첨단 인공지능! 제발, 그 방법이란 걸 알려주세요!”

“대답. 해당 개체, 대장부와 무명을 이용하는 겁니다. 두 개체 또한 동방국 소속인 만큼 필연적으로 출입을 위한 모종의 허가증이나 인맥이 있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다만 그럴 경우에는 해당 이능작가와 만나지 못하고 도중에 엇갈릴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뭐든 상관없어! 나는, 당장, 밥을, 오향장육을, 배가, 터지게, 먹고, 싶다고!”


급기야 이성조차 잃을 기세인 가나.

결국 연이은 여행의 피로 탓에 초췌한 몰골의 대장부와 무명이 어기적어기적 경비들에게 다가갔고, 그 뒤로 가나와 시우가 따라붙게 되었다.


“동방국에 온 것을 환영하네. 외지인이 본국에 무슨 볼 일인가?”

“···아, 그게 말입··· 아니, 그게 말이지.”


아무리 대장부라고 해도 차마 거지마냥 배고파 죽을 것 같아서 음식 좀 구하려고 어쩔 수 없이 왔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 마당에 대장부는 문득 기막힌 묘안이 떠올랐다.


“···크흠! 이 용맹한 여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 멀리 서방국에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매우 유명하고 강한 분으로서 본국의 월영단 토벌을 위해 몸소 동방국을 찾아주셨다네!”

“뭐, 뭣이?!”


장부와 무명은 여행 초반에 샬롯 백작령을 떠나는 도중 시우에게 단편적으로 사정을 전해들은 정도에 불과했지만, 듣기로는 월영단과 관계가 있다고 하니 아예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가나는 개인적인 감상으로 매우 강한 인물로서 제 아무리 월영단이라 할지라도 호적수가 없으리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어 지금의 변명을 말한 것이리라.


“그, 그러고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귀기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으, 음! 이토록 어마어마한 살기는 필시 범상치 않은 수라를 건너 온 실력자이겠지.”


그 근본이 공복감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알 리가 없는 두 무인은 저마다 납득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우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저기 뒤에 있는 자는 무슨 용무로 온 건가?”

“아··· 그, 저 분은 서방국의 어느 고명한 가문의 데릴사위일세! 견문을 넓히기 위해 서생 자격으로 오고자 부탁을 받았네만, 어떻겠나?”


장부의 말에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무인들.


“본래라면 외지인이기에 엄중한 사법 절차를 받아야 할 테지만, 본국의 위기에 선뜻 손을 내어줄 귀빈들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겠지.”

“마침 본국의 사람과 함께이니 저기 있는 여협은 표사 자격으로, 공자 분은 서생으로 출입을 허락하도록 하지.”

“오오! 고맙네, 고마워!”


그러자 장부와 무명은 두 손을 앞으로 모아 감사 인사하자 두 경비는 쑥스러운 듯 무안하게 대답했다.


“하하하! 뭘, 타지에서 생활하는 동향 사람의 부탁인데 이 정도 혜택은 들어줘도 되지 않겠나.”

“대신 연맹에 만큼은 확실히 보고할 터이니 추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개인적인 입국 절차를 밟아두게나.”

“크하하! 귀공들의 넓고 후한 인덕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네! 자네들의 충고는 끝까지 명심할 터이니 앞으로도 부디 수고해주시게!”


그렇게 두 경비를 지나쳐 마을로 들어갈 무렵, 가나는 마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밥, 밥은 어디냐!”

“제발 진정하세요, 가나 씨. 이제 막 마을에 들어온 참인데 쫓겨나고 싶으세요?”


하지만 시우의 말이 귀에 닿지 않는 건지 가나는 침을 질질 흘리며 음식 냄새를 맡기 위해 마을 안으로 달려간 참이었다.

덕분에 가나를 막기 위해 대장부와 무명이 몸을 던져서 달려들어야 했다.


“그, 아아아! 이거 놔아아!”

“으, 으으읏?! 시, 시우 도련님! 누님을, 어떻게든, 해볼 수 없겠습니까요?!”


시우는 가나와 함께 여러 곳을 여행을 해오면서 식량이 부족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 때마다 무리에서 떨어진 고블린이나 오크를 잡아먹을 생각을 하거나 알지도 못하는 특이하게 생긴 버섯 등을 마구 집어먹는 등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시우는 그런 상황을 상정해서 대책을 최종 수단이자 비장의 수단을 마련해놨다.


“···토리, 아직 비상식까지는 남아있겠지?”

“긍정. 물론입니다. 현재 비축해 둔 비상식은 긴급 매뉴얼에 의거하여 장기간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탓에 2대 마스터나 이시우의 생명이 위독하다고 판단할 시기를 상정하여 마련한 최후의 수단입니다.”


고작 하루 굶는 것으로 호들갑을 떠는 대응이라 생각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가나 아칸이 야생에서 식사를 못한 지 며칠이 지나자 이성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채 원초적인 짐승의 사고방식으로 전락하여 눈에 보이는 것들을 죄다 먹으려 들려고 했던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문장력을 과도하게 소모하신 모양이야. 조금 이른 감이 있겠지만 비상식을 먹이게 해 줘.”

“긍정. 허가합니다. 이대로 2대 마스터의 폭주가 지속된다면, 향후 동방국의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되니 말이죠.”


그렇게 대장부와 무명이 가나를 붙잡고 있는 사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가나의 입 속으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가나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토리가 꺼내준 비상식을 씹었다.


“···이, 이건···!”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게 된 가나 아칸. 그러나 상태가 이상했다.


“···우, 웁!”


그 반응에 움찔한 대장부와 무명이 가나에게서 떨어지고, 가나는 양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지면에 주저앉은 채 소리 없이 괴로워했다.

그러자 시우 곁으로 다가온 장부가 물었다.


“시우 도련님, 방금 누님이 드신 게 대체 뭐기에 저렇습니까?”

“···남쪽 위험지대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귀한 작은 과일이야. 원래대로라면 물에 넣어서 불리는 걸로 양을 늘리고, 맛을 희석시켜야 했겠지만··· 지금은 가나 씨 입 속의 침이면 아마 충분하겠지.”

“대답. 해당 과일의 이름은 아직 명명되지 않았습니다. 남쪽 출신의 어느 고양이형 아인이 평하길, 인간에게는 아직 이른 맛이라고 하더군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강렬한 맛에 정신을 차리는 가나는 차마 뱉지 못하고, 억지로 삼키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내, 내 점심밥을··· 이런 걸로··· 때우려 할 수는 없어···!”

“당연하죠, 가나 씨. 저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긴 하지만, 지금은 우선 부디 이성적으로··· 아니, 냉정하게 생각해서 움직이도록 하자고요?”


마을에는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지만, 정작 엘리자베트가 말해준 이능작가와는 만나지 못한 상태였다.

어쩌면 이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고, 당장은 그 이능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못해도 숙소 정도는 구한 뒤에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게 좋으리라.


“아니면 조금 민폐를 끼칠 지도 몰라도 가나 씨가 남아있는 문장력을 모조리 쥐어짜서 그 이능작가 분을 여기로 불러올 수는 없나요?”


그야말로 상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방법.

그러나 가나는 본인의 공복 이외에 그런 사소한 사정 따위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에, ‘엘리자베트 샬롯이 말하던 그 이능작가가 우연히 이곳에 왔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그 직후 가나 아칸 앞으로 누군가가, 아니 비단 옷을 입은 여성이 정좌를 한 채 살포시 떨어졌다.

마치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기 직전인 참에 불려온 탓인지 한 손에는 접시를, 다른 손에는 젓가락을 든 채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해 굳어진 채였다.


“···아? 엣?! 여, 여긴 어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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