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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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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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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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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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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58화

DUMMY

갑작스럽게 일행 앞에 등장한 여성에게 시우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당신이 엘리자베트가 말했던 이능작가 분이신가요?”


그러나 정좌한 채로 굳어진 채 말을 잇지 못하는 여성.

아무래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탓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모양인지 젓가락을 들고 있는 손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일단 제 이름은 이시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에 죽을 것 같은 상을 하고 있는 여성분이 자칭 베테랑 이능작가라는 가나 씨, 그리고 제 뒤에 있는 분들은 엘리자베트가 고용한 동방국 사람인 장부 씨, 그리고 몸집이 크신 분이 무명 씨 입니다.”

“보충. 첨언하자면 저도 있습니다만, 시각 정보로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미리 밝혀두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최첨단 인공지능 다차원 만능 가방인 ‘인벤 토리’입니다. 부디 토리라고 불러주시길 희망합니다.”


시우가 일행들을 소개하자 점차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는 여성.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예의 바르게도 젓가락을 든 손을 거두어 무릎에 올린 후 정좌한 채로 고개를 숙였다.


“이, 이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면목이 없습니다. 소녀는 햇병아리 이능작가인 진수련이라 합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귀공들께서 아가씨가 말씀하신 도우미라 짐작이 됩니다만···.”


그렇게 인사를 하며 고개를 든 수련은 배를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나를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보다 못한 시우가 그럴 듯하게 변명해야 했다.


“···엘리자베트의 의뢰를 받고 문장력까지 써 가면서 동방국까지 곧장 달려온 직후라, 어제부터 아무 것도 안 먹은 탓에 부디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아하하··· 물론 이해하고말고요! 본국의 위기에, 그리고 무력한 소녀를 위해 달려오신 분들인 만큼 충분히 이해합니다!”


대화가 끊어질 무렵 주변을 둘러보던 수련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이곳은 본국의 가장 끝자락에 있는 빈곤한 마을입니다만, 소녀가 있던 만유성과는 꽤 거리가 있는지라··· 심신이 무척 피로한 상태에서도 아칸 공의 절륜한 문장력에는 그저 경탄스러울 뿐입니다.”


시우는 양심이 찔리자 본심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가능할지 어떨지는 몰라도 제안을 한 건 저여서··· 어쩐지 좀 미안하네요.”

“후후후. 좀 당황스럽긴 했어도 소녀는 신경 쓰지 않으니 부디 괘념치 마시길, 이 공자.”


시우는 수련의 말에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을 짓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장부가 살며시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시우 도련님. 공자란 일반적인 성인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공부 같은 학문을 하는 자를 말하기도 합죠. 그러니 간혹 잘 모르는 호칭을 듣게 되더라도 그러려니 하십쇼.”

“아,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수련은 옷자락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일행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럼 이런 곳에서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것도 뭣하니 ‘일행 분들은 우선, 소녀가 머무르고 있는 객잔에 이동’하도록 하죠.”


수련의 말이 끝나자 빈곤한 마을의 풍경이 갑작스럽게 바뀌었고, 어느 샌가 일행들은 사람이 거의 없는 무척 한가로운 객잔에 도착해 있었다.

그러자 수련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곳이 소녀가 머무르고 있는 객잔입니다만, 해가 중천임에도 인적이 없는 건 그러한 사정이 있어서 소녀가 일부러 조정한 것이니 부디 괘념치 마시길.”


객잔 안에는 주방에서 졸고 있는 주인장과 구석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는 점소이 뿐이었다.

그 중 오직 한 탁자에만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그곳이 방금 전까지 수련이 식사를 하던 자리였다.


“···바, 밥이다아아아!”


실성한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로 돌진하는 가나.

그걸 말없이 바라보는 수련과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시우.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가나 씨 때문에···.”

“···아, 아뇨. 이 공자께서 고생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소녀로서는 그저 힘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해드릴 말이 없군요.”


심지어 수저조차 사용하지 않고 손을 사용해서 음식들을 입 속으로 마구 쑤셔 넣는 그 모습에는 베테랑 이능작가로서의 이미지보다는 며칠을 굶은 거지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러던 중 장부가 시우의 어깨를 건드리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럼 시우 도련님, 저와 무명 놈은 연맹에 입국 절차로 보고하러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요.”

“아,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저희 대신 수고해주세요.”

“예입.”


그렇게 장부와 무명이 떠났지만, 신경도 쓰지 않으려는 가나를 보며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다가갔다.

그에 비해 가나를 줄곧 바라보고 있었던 수련은 점차 음식의 양이 부족할 것처럼 보이자 구석을 청소하는 점소이를 불러서 추가로 주문을 했다.


“거기, 점소이. 주인장이 쉬는 중에 미안한데, 지금 당장 식사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을까? 아마 10인분은 족히 나올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한 수련이 점소이의 손에 은전 하나를 쥐어주자 주문을 받은 점소이는 미소를 지으며 청소를 그만두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주문을 마친 수련이 자리로 돌아가니 접시에 남아있던 식사는 가나가 전부 먹어치운 상태였고, 그제야 겨우 제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캬하~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좀 살 것 같네!”

“···가나 씨, 저는 그 동안 무척 창피했다고요.”


정신을 차린 가나의 눈이 수련에게 향하자 수련은 작게 미소지으며,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소녀가 재차 인사드립니다. 그토록 유명하신 이능작가 아칸 공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 하하하. 미안, 미안! 말 그대로 배고파서 정신이 없었거든. 그런데 이름이··· 뭐였더라?”


어쩌면 해석하기에 따라서 지극히 무례할 수 있는 태도였지만, 수련은 개의치 않고 다시금 자기소개를 했다.


“예. 소녀의 이름은 진수련, 동방국 소속의 햇병아리 이능작가랍니다.”

“헤에~ 뭔가 시우 같은 짤막한 이름이네.”


그런 재미있는 지적에 진수련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후후후. 이쪽의 이 공자와는 동향이니 비슷할 수도 있겠···.”

“···아, 음. 수련 씨께는 죄송합니다만, 저는 동방국 출신이 아니라 이세계 출신입니다.”


그러자 진수련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맞은편에서 차를 벌컥벌컥 마시는 가나가 대신 대답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시우 쪽 세계와 동방국이 뭔가 비슷한 경향이 있다나 봐.”

“그, 그러시군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세계는 넓고, 소녀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시우는 가급적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저기, 가나 씨? 이번에 동방국을 찾아온 이유가 따로 있을 거 아니에요?”

“···응? 내 점심밥 말이야?”

“···그거 말고!”


그러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답. 샬롯 백작령에서 이능작가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엘리자베트 샬롯에게 월영단 조사 의뢰를 받고, 해당 지역에 있으리라 추정되는 이능작가의 도움을 받기 위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 맞다, 맞아. 근데 토리는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가나의 말에 토리는 마치 불만스러운 듯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대답. 방금 전입니다. 개체명 진수련이 저를 인식하지 못했던 탓인지 그 자리에 홀로 남겨져서 현장에 남아있는 문장력을 더듬어가면서 쫓아왔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소녀 때문에 괜한 고생을 시키게 만들었군요.”


계속해서 돌고 도는 대화 속에서 진수련은 민망함을 떨쳐내기 위해 대화를 계속했다.


“···아, 아무튼! 그러한 연유로 소녀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점소이가 주문받은 음식들을 들고서 수없이 옮기는 등 가나는 그것들을 집어먹으며 진수련의 말을 듣고 있었다.


“···크흠! 이미 아시다시피 본국에는 월영단이라는 악독한 조직이 있습니다만, 소녀로는 상대하기 버거워 도움이 필요하던 참이었습니다.”

“···저, 수련 씨? 저희가, 아니 가나 씨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시우의 말에 수련은 객잔의 창밖을 보며 심각하게 말했다.


“이미 본국의 만유성에는 월영단의 손길이 닿아있습니다. 심지어 현재 소녀의 시야에 비치는 자들 중에도 월영단의 자객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죠.”

“···월영단이라는 조직이 그렇게나 위험한가요?”


시우의 질문에 수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월영단이 전성기 시절에 크게 활약했을 때는 본국의 연맹과도 감히 견줄 정도로 거대한 규모이기도 했고, 풍문으로 듣기로는 본국의 마을 수십 곳을 지배하여 이익을 위해 착취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악독한 게···.”


진수련은 거기까지 말한 후 잠시 뜸을 들였다.


“···가장 악독한 게 불로불사라는 목적을 빌미로 본국의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을 비인도적인 실험에 쓰이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때 시우는 서방국에 있는 롤랑을 떠올렸지만, 수련이 말하고 있는 월영단은 그 이상으로 사악하다는 듯 했다.


“그런 실험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고, 게다가 힘들게 모은 귀중한 자산을 강탈하거나 문헌들을 닥치는 대로 모으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리들이 본국 전체에서 소란을 피웠던 게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덕분에 본국은 최근에 들어서야 가까스로 회복하는 낌새를 보이고 있으나···.”


진수련이 바깥을 내다보며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는 사실 거짓된 평화입니다. 월영단 놈들이 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지··· 소녀 이상으로 강력한 이능작가를 고용해서 예전 이상으로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예?!”


그 말에 깜짝 놀라는 이시우, 그러나 가나는 도중에 식사를 중단하지 않은 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 그걸 어떻게··· 수련 씨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증거는 있나요?”

“···증거라고 해야 할지, 계기 자체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그저 소녀의 문장력이 통하지 않았거든요.”


월영단이 연맹에 의해 가까스로 토벌당하고, 이능작가인 진수련은 월영단으로 피해를 보아 마음에 생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타인에게 문장력을 쓰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문장력이 튕겨나갔다고 한다.


“···통하지 않는다니? 가나 씨, 그럴 수가 있나요?”

“···응? 뭐, 강력한 문장력으로 모종의 암시를 건다면··· 그보다 더 큰 문장력이 아니면 덮어씌우거나 무효로 만들지 못하겠지.”


그러자 시우는 어제 엘리자베트가 예시를 보여줬던 일이 떠올랐다.

엘리자베트의 문장력으로 만든 바람을 가나가 더 큰 문장력으로 상쇄시킨 것을 말이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소녀도 문장력을 사용하여 정보원을 월영단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들 사이로 보냈었습니다만, 다음 날에 더 큰 문장력으로 덮어씌워져서는 월영단 무리의 일부가 된데다 소녀의 정보마저 죄다 밝혀지게 된 것이죠.”


그러자 시우는 그제야 객잔의 상태에 수긍이 갔다.

수련은 개인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여겼던 만큼 사람들로 북적일 터인 객잔을 문장력으로 조정해서 비워낸 것으로 거점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월영단들의 눈길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대방에게 유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현재진행형으로 식사 중인 가나 아칸이라는 것이다.


“그, 그래도··· 그 월영단과 이능작가와의 연관이 없잖아요? 어쩌면 다른 이능작가의 독단일 수도 있고, 수련 씨의 생각이 과한 거라면···.”

“···안타깝게도 이 공자, 정보원을 빼앗긴 이후로 소녀 앞에 월영단이라 이름을 밝힌 살수가 수도 없이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때마다 도망치긴 했습니다만···.”


아까의 사례처럼 상대방이 문장력으로 세뇌를 받고 있는 만큼 수련의 문장력이 통하지 않을 것이니, 즉 수련으로서는 쓰러뜨리거나 도망치거나이리라.


“대략적인 상황은 방금 설명했다시피 소녀로서는 월영단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숨어있는 실정입니다. 하오나 아칸 공의 강력한 문장력이라면 필시 대항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단언하자 아직까지 식사 중인 가나는 창밖을 보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새겨진 문장력의 위력을 가늠하려고 하기 직전, 문득 지나가는 인물 중에 익숙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


“···엇. 먀우 씨···!”


가나의 목소리가 의외로 컸던 건지, 아니면 먀우의 귀가 밝았던 건지 먀우도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먀?! 가냐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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