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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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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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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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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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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61화

DUMMY

삶이 지루했다.

딱히 쓸 곳도 없는 주제에 약이나 마법 같은 걸 만들어서 자랑하는 게 뭐가 그리 좋다고, 숲 속 깊은 곳에 처박혀서 자기 저주가 더욱 치명적이라는 등 떠드는 게 싫었다.

어차피 다들 고만고만한 수준이라 그럭저럭 칭찬해주면 그냥 넘어가는 주제에 말이지.


“이봐, 니제르!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아?”

“···엉?”


만날 때마다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해온 지 어언 수백 년이 지나간다.

딱히 듣지 않아도 내용은 다 알 정도로 말이지.


“이번에 마왕의 성 주변에서 또 새로운 종류의 독초가 자라났다고! 가서 뽑은 다음 실험해보자!”

“아··· 그런 거 나한테 묻지 말고, 그냥 마음대로 해 버려.”


벌써 수백 년 동안 귀찮게 거려서 이름은 까먹었다.

쓸데없이 활기차고 실험에 의욕이 넘치는 마녀.


“···니제르? 너는 매사가 귀찮다는 듯 말하는데, 도대체 뭐라도 관심이 있긴 한 거야?”


나도 잘 모르겠다.

실험 같은 것도 때려치우고 멍하니 시간을 보낸 지 수백 년 동안 유일한 유희거리는 특별한 인간을 찾는 것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런 남쪽 지대에 인간이 있을 리 없지.


“글쎄··· 난 지금도 너랑 함께라면 충분히 즐거운데?”

“···그래?”


사실 거짓말이다.

수백 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나와 아무런 의견이 맞지 않았던 녀석과 친해질 턱이 없었다.

단지 이 녀석이 일방적으로 내게 접근해오는 것뿐이다.


“자, 본 적 없는 독초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고! 어서 가자!”

“···아, 좀 잡아끌지 마! 알았어. 내가 스스로 날아갈게, 날아간다고!”


비록 내 삶이 지루하긴 해도 최소한의 취미가 있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언젠가 만난 적이 있었던 특별한 인간, 가나 아칸을 떠올리며 이름도 잊어버린 마녀와 어두컴컴한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렇게 몇 시간을 줄곧 날기만 했을 때 마왕성 근처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 하하··· 마왕성 근처는 좀 무섭긴 해도 좋은 재료들을 얻을 수 있어서 짜릿하단 말이지!”

“그래? 그거 잘 됐네.”


만일 내가 삶에 질린 끝에 스스로 죽을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면, 찾게 될 장소인 마왕성이다.

마왕성 주변은 마나가 짙어서 제 아무리 마녀라고 해도 보조 마법이나 결계가 없으면 숨쉬기가 힘들다.

그런 상황에 마왕성으로 직접 들어가게 된다면, 마녀든 뭐든 마나 중독으로 쓰러지겠지.

적어도 목을 절단하는 거나 폭사하는 것보다 조용하고 근사한 죽음일 것이다.


“하지만 재수 없게 순찰 중인 악마들이나 마족을 만나는 날에는 독초고 뭐고 당장 도망쳐야지? 난 아직 실험하고 싶은 게 잔뜩 남아있거든!”

“그래, 그래.”


이제 하늘을 나는 등 눈에 띠는 행동은 자제하고, 악마처럼 보이는 마법을 써서 변신하면 적어도 갑작스럽게 들킬 염려는 없다.


“폴리모프!”

“···폴리모프.”


동시에 변신 마법을 발동시켜서 서로 하급 악마로 변한 것을 확인하고, 마왕성 주변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사실 성이라고 해도 마치 개미굴처럼 커다란 산에 수많은 동굴을 뚫어놓았을 뿐이지만 말이지.

만나본 적도, 만날 생각도 없지만, 아마 마왕이라는 작자가 손수 만들었다고 하는데··· 대체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이런 장난질이나 하면서 마족들의 정점에 군림하는지 모르겠다.


“···앗! 이, 이거야! 이 독초야!”

“···보면 알겠어?”


확실히 본 적 없는 독초였다.

대체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잎이 제각각 뾰족하거나 둥글기도 하는 등 공통되지 않았고, 심지어 꽃 부분의 색도 새까맣다.

이걸 독초라고 불러야 할지, 독화라고 불러야 할지도 애매하다.


“아니! 몰라! 그래서 좋은 거야! 이걸 많이 꺾어서 내 피로 물약도 만들어보고, 머리카락이랑 섞어서 가루로 만들어서 뿌려도 보고, 다른 독초랑 섞어서 요리에도 써볼 거야!”

“···미리 말하지만, 난 안 먹는다.”


벌써 수백 번도 넘게 반복한 이야기다.

이 녀석이 쓸데없는 걸 만들어서 남들에게 자랑하는 겸 나에게 먹이려는 게 무척 성가시다.

그렇다고 안 먹으면 어떻게든 먹이려 하고, 다른 녀석에게 먹이려고 하면 괜히 성질을 낸다.

그럴 때마다 온갖 해독 마법을 써서 억지로 먹는 게 일상이지만, 이젠 지긋지긋하다.


“···봐! 저기에도 또 있잖아! 의외로 찾는 게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다!”


마치 먹이를 눈앞에 둔 들짐승처럼 잘도 뛰어다닌다.

내가 그 뒤를 어기적어기적 따라다닐 무렵,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 없어요!”

“···응? 뭐지? 이건, 목소리인가? 비명?”


나만 알아차린 게 아니라 독초 따기에 집중하고 있던 녀석도 들은 것 같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내게 있어서 처음 듣는 특이한 목소리였다.

언뜻 나보다 굵고, 힘차다고 해야 할까.


“저쪽이야! 한 번 가보자!”

“···응.”


이 근방의 마물이라면 자아를 가지지 못할 것이고, 악마라고 단정 짓기에도 말하기 힘든 절박함이 느껴졌으며, 그 이외의 상위 마족들은 저런 목소리로 남쪽에서 무언가를 꾸밀 리가 없었다.

도대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굴까?


“살려··· 히, 히익?! 괴, 괴물이다아아!”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 도착하자 하마터면 내 눈을 의심할 뻔 했다.


“아, 아아앗?! 이, 인간이잖아?!”


쓸데없이 소리치지 않아도 눈앞에 주저앉아 있는 게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좀 특이한 옷차림에 생김새도 유별나지만, 체내의 마력량을 느껴봐도 확실히 인간이었다.

다만 내가 지난 수백 년 동안 보아 온 것들과 달리, 그것은 무려 수컷이었다.


“얘! 이거 봐! 이거 인간, 그 중에서도 남자라는 거 맞지?! 나 책에서 본 적이 있어!”

“···세상에, 게다가 여긴 남쪽이라고.”


모든 마녀들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린 규율에 따라 남쪽 깊숙한 숲 속에 대규모 결계를 친 마을에서 살고 있기에 마을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때문에 인간을 거의 본 적이 없고, 하물며 남자라는 개체는 수백 년 동안 문헌상으로 본 게 전부였다.

게다가 이곳은 남쪽, 즉 다른 지역에 비해 마나가 무척 풍부해서 자칫 중독 증상을 일으킬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눈앞의 인간 남자는 다리를 삔 것을 제외하고, 멀쩡하게 숨도 쉬고, 소리도 지르고 있었다.


“저,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오지 마, 이 괴물들아!”

“아하하하!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겁을 먹었는데? 귀여워라~!”


이 녀석은 인간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능작가이기에, 이 남자의 말을 자연스럽게 해독해서 들을 수 있었다.

이 인간 남자는 아마도 우리들이 하급 악마로 보이기에 겁을 먹은 것이리라.


“···얘, 니제르! 나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뭔데.”


눈앞의 인간 남자는 일어서서 도망가려고 하는 듯 했지만, 무슨 연유인지 다리를 절면서 우리들에게서 거리를 두려고 했다.

마치 들짐승을 앞에 둔 먹이처럼 말이다.


“이 인간 남자, 우리 마을에 데려가서 실험체로 삼으면서 기르자!”


역시, 내 예상대로 전형적인 마녀들이 할 법한 평범한 생각이다.

인간은 간혹 모험가인지 뭔지하는 것들이 남쪽 숲에 발을 들여놓다가 길을 잃거나 마물에게 습격을 받아서 죽기 직전에나 볼 수 있는 무척 희귀한 실험 재료다.

그것도 무려 남자라니, 제 아무리 나라도 흥미가 끌렸다.


“···좋아. 그러자.”

“아자! 좋았어, 지금 당장 데려가자!”


그렇게 인간 남자에게 향한 순간, 눈앞의 인간 남자는 더 이상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머, 머, 머리가··· 흐, 흐아아아악!”


나는 녀석이 인간 남자에게 정신이 팔려 방심한 틈을 타 단번에 목을 절단했다.

그러자 폴리모프가 풀리고 본래 모습이 드러나고, 바닥에 구르는 머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니, 니제르? 어, 어째서··· 왜···!”


역시 나와 같이 수백 년을 산 마녀답게 생명력 하나는 끈질기다.

보통 마녀라면 목이 잘린 순간 곧바로 죽어버릴 텐데, 그래도 이대로 두면 머지않아 죽겠지.


“뭘 새삼스럽게, 저 인간 남자는 내 꺼야.”

“하, 하지만··· 왜 나를, 어째서 죽이려는 거야?!”


주변의 마나가 떨렸다.

그야 그렇겠지.

이미 몸과 떨어졌는데 성대를 써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조작해서 마나를 울리는 거다.

즉 마지막 발버둥이다.


“우후후··· 그야 수백 년 전부터 줄곧 지긋지긋했거든? 뭐든지 다 지루해! 너도, 마을도, 다른 마녀들도 전부 다!”


그렇게 점차 생명력을 잃고 죽어가는 옛 친구의 머리를 걷어차고, 겁을 먹은 채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인간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사, 살려주세요! 제, 제발 목숨만은···!”

“···걱정하지 마.”


나는 인간 남자 앞에서 폴리모프를 풀고 원래 모습을 보여주며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니제르, 니제르 하우사. 넌 오늘부터 내 장난감이야.”


그런 일이 벌써 수십 년이나 흘러갔다.

그 동안 내가 장난감이라고 선언한 그 인간 남자는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의외로 재미있었다.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온갖 감정에 놀라우면서도 뭐라 표현하기 힘든 욕망이 일어났고, 급기야 인간들이 말하는 부부 관계가 되어도 봤다.


“···어머, 그리운 기억이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날이며, 지나간 일이다.

남편은 내가 건 저주로 죽어버렸고, 하나뿐인 자식은 행방불명이다.

그런 날들이 있었다는 추억이 이번처럼 꿈으로 나타나는 날이면 어쩐지 기운이 넘친다.


“그럼 좀 쉬었으니 다시 시작해 볼까?”


지금의 나는, 니제르 하우사는 월영단의 부단주 자격으로 불로불사라는 바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리고 내 목표를 위해 두 사람을 상대로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이름이··· 대장부와 무명이던가?”


두 사람은 각각 서방국에서 수입한 구속용 특제 쇠사슬에 묶인 채 벽에 멍하니 기대어 앉아있었다.

벌써 몇 시간 동안 내 문장력을 줄곧 받으면서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기절한 것이겠지.

단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아니, 그러고 보니 사람이 아니라 오우거였지? 안 그래, 무명?”


기절한 장부라는 남자와는 달리 아직까지 어중간하게나마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남자, 무명이 다시금 날뛰기 위해 쇠사슬을 끊으려 했다.


“이미 몇 번이나 말하지만, 헛된 발버둥이야. 그 쇠사슬에도 내가 문장력을 걸어서 힘으로는 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놨거든?”


설령 오우거, 아니 트롤이나 기간트가 끊으려고 해도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끊을 수 없을 것이다.

유일하게 풀려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다시금 문장력을 덮어씌우는 것 밖에 없다.


“아니면··· 네가 여기 있는 장부 대신에 전부 털어놓는다면, 달리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


내 말이 의외라는 듯 명백히 놀라는 반응이 웃긴다.


“설마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네놈들 중에서 오로지 무명, 너만 문장력에 의한 세뇌가 듣지 않았다는 것을?”


장부라는 남자, 즉 예전의 소졸은 누군가의 문장력에 의해 정신이 개조되어 세뇌되었을지 몰라도, 누군가의 의도인지 혹은 운이 좋았던 건지 무명만은 세뇌가 되지 않았었다.

즉 무명이라는 남자, 아니 오우거는 샬롯 백작령의 실패 이전부터 모든 것을 온전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내가 두 사람에게서 강제로 기억을 엿볼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네가 순순히 말해준다면 쓸데없이 힘을 들이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지?”

“···조건··· 있, 다.”


설마 인간인 척 하는 오우거 주제에 감히 나에게 조건을 내걸려고 하다니, 그대로 죽여 버릴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자기 손으로 죽일 걸 왜 네가 죽이냐는 등 월영단주에게서 또 시끄러운 잔소리를 들을 테고 말이지.

어차피 누가 죽이든 마찬가지 아닌가.


“···흥. 일단 듣고 생각해볼까?”

“···장부···살려, 줘···.”


하하하. 이게 바로 그 사내들의 우정놀음이라는 건가? 이거 또 특별한 경우를 다 보겠다.


“장부는··· 내 가족··· 형제 같아··· 그러니, 까··· 나는 상관, 없어도··· 장부만큼, 은···!”


하, 하하하.

가족, 이라니.

이제 와서 가족이 다 뭐라고···.


“···네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전부 다 불었다는 증거도 없는데?”

“···내가, 남는다! 남아서, 끝까지, 버틴다!”


하등한 오우거 주제에, 하필 그이랑 똑같은 눈빛이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각오를 하는 눈빛.

그런 모습을 보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후후후. 뭐, 좋아. 월영단주에게는 내가 잘 설명할 테니, 마신의 이름을 걸고 여기 있는 이 장부라는 남자를 살려주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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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제104화 19.07.09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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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제102화 19.07.07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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