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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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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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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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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DUMMY

“···소녀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도 좀 그렇습니다만, 대체 언제까지 식사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미 다른 탁자에는 온갖 요리가 담겨 있었던 접시들이 겹겹이 쌓여서 마치 탑처럼 되어있었다.

점소이는 주문을 받고, 음식을 옮기고, 그릇을 치우는 등 바빴으며, 주방에 있는 객잔의 주인장은 있는 힘을 다해 주문받은 음식들을 줄곧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럽게 보인 진수련이 식사중인 가나에게 묻자 가나는 입 안에 한가득 차있던 음식들을 모조리 삼키며 대답했다.


“음~ 아직 배가 절반 밖에 안 찼는데···.”

“아니, 가나 씨?! 이미 인간으로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을 넘어서 식사 중이신데요···?!”


시우의 지적에 가나는 잠시 식사를 중단했다.

그 동안 가나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동시에 마력과 문장력으로 바꾸고 있던 터라 굳이 예시를 들자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었다.

고로 가나의 식사는 포만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게 아닌, 순전히 음식의 향과 맛을 즐기기 위한 취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그거 말인데··· 앞으로 몇 인분만 더 먹으면 안 될까.”

“그러다 살 쪄요, 가나 씨?”


그러자 가나는 남아있는 음식들을 보면서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아무리 먹는 족족 마력과 문장력으로 바꾸고 있다고 해도 미세하게 남는 잔류 에너지는 그대로 군살로 넘어간다.

하지만 그 군살마저 평소의 격렬한 의뢰 내용으로 인한 운동이나 문장력으로 충분히 해소시킬 수 있다고, 가나는 그렇게 반론하려 했다.


“게다가 이번 의뢰만 무사히 끝마치면 그 이후부터는 누구도 뭐라고 안 하니 그 때 가서 마음껏 즐기시지 그래요?”


듣고 보면 시우의 말이 맞았다.

비록 식사중이라도 의뢰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들을 만큼 들었다.

월영단이라는 나쁜 조직들이 문장력으로 꼼수를 부리는 모양이라 상황이 긴박한 것은 사실이니, 가나는 당장의 공복이 해소된 만큼 의뢰에 집중해야 했다.


“아아~ 알았어, 알았다고. 나 참, 샤베트나 시우나 하나같이 일, 일 밖에 모른다니까.”

“그러는 가나 씨야 말로 먹는 것 밖에 모르시면서···.”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던 진수련은 웃음이 피어나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태도를 고쳐서 말했다.


“···크흠! 이번 의뢰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본국의 연맹··· 그러니까 서방국 식으로 말하자면, 길드에 도움을 받을 예정입니다.”

“헤에··· 동방국에도 길드 같은 게 있었구나?”


그렇게 말하는 도중 진수련은 음식 값으로 생각되는 작은 자루 주머니를 통째로 주인장에게 건네주었고, 가나 일행들보다 앞장서서 객잔 바깥으로 나갔다.


“대체 어떻게 안 건지 연맹에서도 월영단에 대한 일에 경각심을 갖게 된 게 고작 며칠 전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소녀나 아칸 공이 협력한다면 월영단 토벌에서부터 이능작가에 대한 단서를 찾는 것조차 수월하겠죠.”

“···저기, 수련 씨? 만일 그 연맹이라는 곳에도 월영단의 이능작가가 손을 쓴 후라면 어떻게 하죠?”


시우의 지적은 날카로우며 지극히 당연했다.

당장에 객잔 바깥을 돌아다니는 일반인들에 한해서도 일부분 문장력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연맹에도 월영단의 손길이 뻗쳤을 가능성이 있었다.


“훌륭한 지적입니다, 이 공자. 소녀도 그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후에도 주의할 예정입니다만, 특별히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겁니다.”

“···엑? 가나 씨의 문장력을 덮어쓰게 해서 원래대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요?”


그러자 줄곧 침묵하고 있던 가나가 목이나 어깨를 돌리는 등 뭉친 근육을 푸는 행동을 하며 대답했다.


“응. 나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하지만 내가 잠깐 걸으면서 감지해 본 사람만 해도 벌써 수백 명이야. 수가 너무 많아.”


그 대답을 들은 진수련이 안심하며 보충했다.


“···설령 소녀의 문장력마저 합한다 해도 부족하리라 여깁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월영단의 이능작가와 비무가 벌어질 순간에 정작 내력과 문장력이 고갈되면, 그야말로 사면초가일 겁니다.”

“···그러면,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수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거잖아요?!”


그러자 이번에는 토리가 대답했다.


“대답. 그런 무식할 정도로 비효율적인 방법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월영단 소속의 이능작가를 색출하여 무력화시키는 겁니다.”

“오오! 그래,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거야!”


어쩐지 우쭐하려는 듯 의기양양한 어투의 토리와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끼어드는 가나.

게다가 진수련도 식사 도중에 사건의 요지를 파악한 게 나름대로 다행스러운 모양인지 짧게 안도의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후우. 바로 그렇습니다. 문장력의 지속 시간은 이능작가의 의지에 따라 달라집니다만, 그렇기에 반영구적인 문장력은 이능작가 본인이 풀거나 외부에서 푸는 수밖에 없죠.”


거기까지 들은 시우는 이번 의뢰의 목적을 떠올리고, 깨달았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네요. 이건 그야말로 월영단 소속의 이능작가만 찾아낸다면, 이 말도 안 되는 엄청난 규모의 전투와 엘리자베트의 의뢰를 동시에, 그것도 빠르게 끝내버릴 수 있다는 소리네요!”

“하하하! 그래, 그래! 뭐, 나로서는 강한 녀석과 한 판 붙어볼 수 있고, 이능작가의 정보도 덤으로 얻어낼 수 있을 테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말이지!”

“···게다가 이는 소녀의 견해입니다만, 아마 이번 월영단 사건이 무사히 해결된다면··· 본국의 연맹으로서도 아칸 공께 커다란 빚을 지게 되는 셈이니 엘리자베트 아가씨와는 별도로 후한 보상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 낙관론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의욕에 가득 찬 가나와 만일의 상황을 상상하며 각오를 다지는 시우는 진수련의 안내를 따라 연맹에 도착하게 됐다.

진수련이 앞장서고 있었던 덕분인지 연맹에 도착하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고, 누군가 말을 걸어오는 등 쓸데없는 마찰도 피할 수 있었다.


“···그럼 소녀는 이쯤에서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응? 갑자기 어디 가?”

“일단 소녀라 해도 이능작가이기 이전에 본국의 무인으로서 연합맹주께 인사를 드리는 동시에 사정을 설명해야 하니 말이죠. 이 근처에서 적당히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빠른 걸음으로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진수련.

결국 연맹의 한가운데에 가나와 시우,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토리만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진수련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연맹이라는 곳은 샬롯 백작님의 성과는 다른 의미에서 엄청난 곳이네요.”


사람들의 복장부터 건축 양식까지 서방국과는 완전히 달랐기에 가나와 시우 입장에서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연맹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등이나 허리춤에 특기로 삼고 있는 병장기, 즉 무기를 소지한 채 멀쩡하게 돌아다녔으니 말이다.

물론 서방국의 길드에도 무기를 든 모험가들이나 용병들이 많았지만, 연맹의 무인들은 거리낌이 없다고 해야 할지 좀 더 개방적인 느낌이 강했다.


“하, 하하. 일단 상식 수준에서 동방국의 언어도 배워두긴 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올 것 같아서 괜히 긴장되네요.”

“후후후. 그러게 말이야. 누군가 싸움이라도 걸러 오지 않으려나.”


그 말을 들은 시우는 지금까지 느끼고 있던 여유로움이 완전히 날아가 버리는 등 다른 의미의 긴장감이 흘렀다.


“···가나 씨? 다른 때는 몰라도, 이번만큼은 정말 자중하세요?”

“음~ 그건 어떨까? 월영단 측의 이능작가의 문장력으로 세뇌된 사람이 찾아와서 시비라도 걸면 말이지~?”


당연한 말이지만, 시우는 이능작가도 아니기에 누군가가 시비를 걸러 와도 그 자에게 문장력이 작용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이능작가인 가나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뇨, 평범하게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런 개방적인 곳에서 대뜸 시비를 걸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거기 있는 낭자와 공자, 무언가 곤란해 보이는 것 같소만?”


시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맹을 돌아다니는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허리춤에 찬 한 자루 도가 살벌하게 반짝이는 혈기왕성해 보이는 청년은 명백하게 가나와 시우를 바라보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초면에 실례하오만, 보아하니 외지인 같은데 본맹에 어떤 용무로 찾아온 것인지 여쭤도 되겠소?”

“아, 아~ 그, 그게 말이죠···.”


일부러 대답을 길게 늘어뜨리며 시간을 끄는 시우는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가나를 제치고 청년과 대화를 하기 위해 변명거리를 짜냈다.


“···관광이에요! 저희는 서방국에서 소문을 듣고 팢아온 관광객이랍니다!”

“호오? 이쪽의 공자는 관광이라, 하오나 그러면 그쪽의 투기를 흩뿌리는 낭자께선 어떤 용무로 찾아온 것인지 여쭤도 되겠소?”


시우가 눈치를 챘을 땐 이미 늦었다.

배가 부른 가나는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이미 싸울 기세였고, 하물며 그걸 숨길 생각조차 없는 모양인지 여유만만인 미소마저 지으며 청년의 말에 대답했다.


“이야~ 그럼 나도 일단은 관광, 이라고 해둘까? 동방국의 음식은 정말 맛있었고, 주변에는 처음 보는 것들뿐이라 신기하지만 말이지? 그래도 뭔가 살짝 부족한 감이 있어서 아쉬운데···.”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따름인 시우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빈정거림, 그것은 곧 투기였다.

도를 찬 청년은 물러서지 않고 그 기백에 맞서면서 어중간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 했다.


“···음. 꽤나 당당한 낭자이시구려? 그래도 본맹의 자랑이자 명물을 접하지 않고서야 제대로 된 관광이라 말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네만··· 어떠하신가?”


그러자 가나는 청년의 미끼를 아무 생각 없이 덥석 물었다.


“···명물? 혹시 이곳만의 먹을 거?”

“하하하! 안타깝게도 아닐세. 그러나 낭자 같은 투기를 발산하는 자들에게 먹는 것보다 즐거울 것이라 생각되네.”


그 후 청년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도를 톡톡 건드리며 눈짓했다.


“혹시 본맹의 설립 의의를 알고 있으시다면, 비무장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시지 않겠나?”

“···비무장? 몰라, 그런 거.”


그러나 눈치가 빠른 시우는 이미 알아챘다.

이미 이쪽의 청년도 가나의 투기에 호승심을 자극받은 탓인지 언제부터인가 진심을 보이고 있었다.


“흐음. 외지인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이른바 무력 같은 서로의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본국 사람들만의 화합의 장일세.”


역시나 가나도 눈치를 챈 모양인지 시우를 흘낏 바라봤다.

그러자 시우는 고개를 전력으로 저으며, 극구 부정했다.


“응! 그거 괜찮은데?! 한 번 해보고 싶어!”


시우는 당사자 앞에서 ‘아니, 잠깐, 가나 씨?! 난 분명히 거절하라고 했는데?!’라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그저 침묵할 따름이었다.

그러자 청년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하하하! 낭자라면 그럴 줄 알았소! 그러면 이쪽의 공자도 함께 하실 텐가?”

“···앗, 아뇨. 저는 이쪽 분과는 다르게 육체파가 아닌 지라··· 얌전히 구경만 할게요.”


그 태도에 가나 또한 호승심을 자극 받아서 양 손을 번갈아가면서 푸는 행동을 하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오~ 설마하니 시우랑 같이 덤비라니, 아무래도 얕보인 모양이네? 이렇게 남에게 얕보인 건 정말 오랜만이네~ 서방국에서는 나름대로 유명인사다보니 이런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말이지?”


어느 샌가 연맹 곳곳을 돌아다니던 몇몇 사람들이나 무인들의 시선이 집중되더니 가나와 청년을 두고 소소한 내기마저 하고 있었다.


“···이거 외지인을 앞에 두고서 초면에 실례를 했소, 소인은 ‘염열도 진화랑’이라 하오. 잘 부탁하오.”

“아아. 내 이름은 ‘가나 아칸’이야. 동방국의 사람과는 처음이니 적당히 부탁한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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