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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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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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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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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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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63화

DUMMY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이곳은 연맹이라는 건물 안에 있는 비무장이라는 곳이다.

자세한 길이나 넓이는 토리의 계산 능력을 빌리지 않은 한 자세히는 모르더라도 가나 씨와 진화랑이라는 사람이 겨루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대답. 최근에도 말했지만, 2대 마스터의 성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상정할 수 있는 범위의 일입니다. 설령 이시우, 당신이 곁에 붙어서 중재하려고 해도 말이죠.”


토리의 목소리가 비교적 매우 가깝게 들렸기에 마치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역시 이 정도 인파 앞에서 대놓고 나와 대화를 나누는 걸 피하려는 생각일까.

내 주변만이 아니라 맞은편, 그러니까 사각형 모양의 비무장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가나 씨와 진화랑을 구경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또 몰라도, 이번에는 연맹이라는 곳에 월영단인지 하는 놈들이 섞여있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내 눈에 비치는 수많은 사람들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적의 정보를 얻기 위해 은밀하게 위장한 스파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나까지 긴장되고, 이곳을 떠나고 싶어졌다.


“가나 씨는 가나 씨 나름대로 뭔가 생각이 있겠지? 아니, 분명히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 게 틀림없어.”


급기야 비무가 시작되는 신호로서 진화랑이라는 사람이 먼저 달려 나갔고, 덩달아 가나 씨도 움직이면서 그 이후부터는 내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싸움이 이어졌다.

간혹 내 눈에 보이는 건 두 사람이 맞버티는 찰나의 순간에만 불과했고,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이동할 때는 미처 눈이 따라가지 못해서 잔상을 보는 게 고작이었다.


“···아니, 어쩌면 정말로 싸움을 즐기는 건지도 모르겠네···.”


가나 씨가 마음껏 날뛰는 걸 곁에서 중재하거나 말리는 게 무산된 이상 나라도 의뢰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휴··· 난 이제부터 아까 그 장소에서 수련 씨를 기다리려는데, 토리는 어떻게 할래?”

“대답. 동방국에 입국 후 2대 마스터로부터 별도로 명령받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전의 명령을 조회, 이시우의 보호 및 감시를 수행하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조금 안심했다.

내가 갖고 있는 콜트는 자기방어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이상, 토리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서 보호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긴 자주 드나들었던 서방국도 아닌 탓에 조금 긴장되기도 했었고 말이지.


“그래? 토리가 지켜준다고 하니 다행이네.”

“지적. 보호 및 감시입니다. 만일 이시우가 2대 마스터로부터 일정 반경 이상을 초과할 경우에는 강제로 2대 마스터 곁으로 데려갈 겁니다.”

“···육체도 없는 주제에?”

“대답.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분신체를 이시우에게 링크시켜서 청각은 물론 몸 내부에도 고문에 가까운 노이즈를 발생시키겠습니다.”


이렇게 듣고 보면 나를 보호하려는 건지 죽이려 드는 건지 모를 노릇이긴 하다.

그래도 나 혼자가 아닌 게 어디야.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지?”


토리와 대화하느라 미처 몰랐는데, 수많은 인파에 섞여서 힘겹게 비무장을 빠져나오니 처음 보는 곳으로 나와 버렸다.

나는 분명히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면 될 것 같았는데 말이지.


“토리, 아까 수련 씨와 헤어진 곳을 알려줄래? 가능하면 이곳의 지리도 파악해서 빠른 길을 찾아준다면 더 좋고 말이지.”

“긍정. 해당 위치로부터 일정 범위를 검색. 완료했습니다. 분신체로부터 해당 정보를 다운로드하여 해당 개체 이시우의 시각의 화면상으로 출력하겠습니다.”


그러자 내 눈앞에 있는 복도를 따라 빨간 선이 표시되면서 마치 목적지를 향해 지름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처럼 최적화 된 루트가 나타났다.

또한 내가 조금만 신경을 쓰는 것으로 눈앞에는 반투명 상태의 또 다른 지도, 무려 연맹으로 보이는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조차 출력되었다.


“···역시 최첨단 인공지능 만능 가방··· 다시 한 번 놀랐어.”

“대답. 당연합니다. 무척 우수한 저에게 있어서 겨우 이 정도로는 단 1바이트의 리소스조차 소모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토리는 이렇게 치켜세워주면 신이 나서 내가 요구하는 걸 무엇이든 들어줄테지.

하지만 다른 의미로 놀라운 건 연맹이라는 건물의 구조였다.

비록 샬롯 백작령의 성과 비교하면 장식면에서는 다소 수수하더라도 크기만큼은 뒤지지 않았다.

지하를 포함해서 11층으로 구성된 건물에는 각각 개별적인 구조의 정원 등이 다수 갖추어져 있는데, 그 정원만 하더라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샬롯 백작령의 성에는 집사나 메이드가 있다고 하면,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각 층의 주인이면서 관리인이기도 하는 구나.”

“보충. 참고로 2대 마스터의 육체 능력을 기준으로 각 층마다 그보다 우수한 사람이 극소수이며, 그 아래로 비슷하거나 기준치 미달인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시우와 비슷하거나 약한 사람은 아이를 제외하면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마음이 다소 착잡한 정보이긴 해도 나로서는 이곳의 사람들과 정면으로 승부하면 승산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치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앞에 표시되는 길을 따라 나아가자 수련 씨와 헤어진 장소에 도착했다.


“어? 수련 씨가 없네? 설마 윗층에서 아직까지 상담 중이신가? 아니면 나랑 가나 씨를 찾으러 돌아다니시는 건가?”


전자면 또 몰라도 후자라면 수련 씨에게 더할 나위 없는 민폐였다.

기다리라더니 멋대로 사라져 버리는 건 수련 씨에게 죄송할 따름이니 말이지.


“토리, 혹시 지도상에서 특정 인물의 위치 같은 것도 검색할 수도 있어?”

“긍정. 물론입니다. 다만 통계상으로 산출된 정보가 아닌, 직접 대면하여 저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있는 인물만 가능합니다.”

“그럼 오늘 만났던 진수련 씨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줄래?”

“긍정. 알겠습니다. 목표 확인. 위치 추적. 완료했습니다. 분신체를 통해 지도상으로 표시하겠습니다.”


내 눈앞에 반투명 상태로 나타난 연맹의 건물 구조 중에서 붉은 점이 반짝하고 빛났다.

위치는, 무려 내가 방금 전에 빠져나왔던 비무장이었다.


“···어?! 지금 수련 씨 비무장이라고 나와 있는데?!”

“대답. 그러면 해당 개체 진수련이 비무장에서 2대 마스터의 싸움을 목격하고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추정하기로는 높은 확률로 월영단의 이야기를 마친 후, 2대 마스터를 찾으러 왔다가 소식을 듣고 비무장에 향하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나 혼자 멋대로 빠져나와서 나중에 혼란스러울 것이다.

지금 바로 돌아가야겠다.


“먀아아~ 혹시 시우냥 아니냐~?”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더니, 멀지 않은 거리에서 먀우 씨가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먀, 먀우 씨?!”


어깨에 무언가를 짊어진 채 이동하고 있는 먀우 씨.

언뜻 보기에도 무게가 상당히 나갈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수인이라 그런지 한 손에 안아들기도 하고 힘이 세긴 센가보다.


“먀하하! 설마 이런 곳에서 냐랑 만나다니, 혹시 시우냥도 연맹에 볼 일이 있었던 거냐?”

“···아, 네! 수련 씨께서 이능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높으신 분의 조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해서 말이죠!”


이번 일과 아무 관계도 없는 먀우 씨를 월영단 같은 위험한 일에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즉석으로 변명을 해버렸다.

그렇다고 먀우 씨가 결코 약하다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일과는 관계도 없는 마당에 신세를 지는 건 개인적으로도 미안하고 말이지.


“그런데 가냐냥은 어디갔냐?”


만일 먀우 씨에게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가나 씨와 진화랑이라는 사람을 두고 대대적인 내기를 벌여서 돈을 벌 것 같았기에 다시금 적당히 변명하기로 했다.


“···가, 가나 씨는 수련 씨와 함께 이능작가의 일에 대해서 높으신 분과 상담하기 위해 잠시 떨어지기로 했어요.”

“먀아? 그러냐? 뭐, 그런 가냐냥이라도 진지할 때는 진지하니 말이냐. 이능작가에 대해서 뭔가 성과라도 얻어가길 빌어야겠냐.”


정작 그 가나 씨와 수련 씨가 있는 비무장으로 돌아가려던 차에 갑작스럽게 먀우 씨를 만난 탓인지 조금이나마 억지를 부리고 싶어졌다.

가나 씨도 마음껏 먹고, 마시고, 싸움질을 하는 마당에 나라고 언제까지고 항상 이리저리 휘둘려야 하는 걸까, 하고 말이지.

고로 나는 속으로 말을 했다.


‘토리, 혹시 들려?’

‘보충. 정확히는 이시우, 당신에게 링크되어 있는 분신체를 통해서 매초마다 발산되는 뇌파와 신체적 변화를 감지하여 수신하는 겁니다. 그걸 들려라 표현하는 거라면, 들리고 있습니다.’


우와! 정말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성능이네! 이젠 거의 마법의 영역이잖아! 라고 속으로 감탄했지만, 이것마저 들리고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토리에게 내 말이 들리는 거라면 얘기는 빠르다.


‘난 지금부터 먀우 씨와 함께 바깥을 돌아다닐 거야. 수련 씨가 일부러 가나 씨를 찾아간 것 같으니 심각한 이야기에 굳이 나까지 같이 있을 필요는 없겠지. 그러는 대신 나는 부족해진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개별 행동을 해도 되겠지?’

‘···긍정. 이시우의 안전을 위해 2대 마스터로부터 정해진 범위 이상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었습니다만, 초대 마스터에게로 타깃을 변경. 이후부터는 일시적으로 초대 마스터로부터 정해진 범위 이상의 행동을 제약하겠습니다.’


만일 잘만 된다면, 이번 계기 이후로 가나 씨가 정해진 목적 이외의 일로 함부로 행동해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조금이나마 고치게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언제나 활발하고 기운 찬 가나 씨라도, 이번만큼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후일에 스스로를 자중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충고라고 해두자.


‘혹시 가나 씨에게는 분신체를 통해서 먀우 씨와 함께 물건을 사러 갔다고 메시지 같은 걸 전해줄 수 있어?’

‘긍정. 가능합니다. 또한 이시우, 당신의 그런 대응을 한발 앞서서 생각해서 2대 마스터에게 메시지를 전송한 직후입니다.’


마치 눈앞에 우쭐하고 있는 토리의 이모티콘이 출력될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런 건 제쳐두고 지금은 눈앞에 있는 먀우 씨가 중요했다.


“···저기, 먀우 씨? 만일 괜찮으시다면 지금부터 저와 같이 물건을 사러 가지 않으실래요?”

“···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속내로 토리와 대화를 나눈 지 고작 수 초 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고개를 갸웃하며 먀우 씨가 반문했다.


“아니, 그게 말이죠? 동방국에 온 건 좋은데, 정작 저희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이 거의 다 바닥이 나서 이 기회에 동방국도 둘러볼 겸해서 부족한 것들을 전부 사두려고요.”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하다.

가나 씨가 밥에 정신이 팔려서 물자 보급을 소홀하게 했더니 익숙하지 않은 동방국에 와서 물자를 보급해야 했고, 이곳의 물가도 모르는 판국에 상인인 먀우 씨를 만나게 된 건 어떤 의미에서 보면 행운 같았다.

유랑 상인인 먀우 씨라면 적정 가격, 혹은 그 이하로도 필요한 물자들을 구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먀우 씨가 바쁘시지 않다면 말이지.


“먀, 먀아아아악!”

“···에? 먀우 씨?!”


갑자기 전신의 털을, 아니 내 쪽에서 보면 로브로 전신을 빈틈없이 감싸고 있는 탓에 얼굴의 털만 보였지만, 아무튼 먀우 씨의 비명과 함께 얼굴의 털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혹시 내가 먀우 씨의 기분이라도 해친 걸까?


“냐, 냐한테 말이냐?!”

“···에? 뭐어··· 먀우 씨가 괜찮다면 말이죠···?”


어째서인지 먀우 씨는 내 양 어깨를 잡고서 진지하게 대답했다.


“···냐, 냐는 엘리냥에게 들어서 이미 알고 있냐! 이게 바로 그 데이트라는 거냐?!”

“···네?”


왜 여기에서 갑자기 엘리자베트의 이름이 나오는 건지, 그리고 고작 물건 사러 가는 게 왜 데이트로 연결되는 건지 나로서는 이해가 모자랐다.


‘대답. 저 또한 데이트라는 행위에 매우 흥미롭습니다. 비록 종족을 넘어선 이성 관계지만, 이후의 성장과 진화를 위해서 이시우와 초대 마스터에게 링크시킨 분신체를 통해 유용한 데이터를 얻어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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