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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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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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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DUMMY

“시합 형식은 일대일 비무, 판정은 먼저 항복을 선언한 쪽이나 전투 속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패배요. 또한 무기의 사용은 목검과 같은 비살상류에 한정되오나, 그 이외의 규칙은 자유일세.”


진화랑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도를 대신해서 연맹에 준비된 비무용 목검을 쥐며 설명했다.

따라서 가나도 비무용 목검을 쥐게 됐지만, 마치 별 감흥이 없는 듯 퉁명스럽게 질문했다.


“저기, 있잖아? 이런 장난감 말고 거기 허리에 찬 걸로 덤벼보면 안 돼?”


듣기에 따라서 상대를 얕보는 것 같은 대담한 발언이었지만, 진화랑은 가볍게 떠넘기며 대답했다.


“···비록 범상치 않은 투기를 느꼈다고는 하나 소인과 낭자는 오늘 만난 참이라오. 적어도 수십 합 정도는 검을 섞고 나서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는지?”

“그런가? 그럼 그러지. 뭐.”


진화랑이 두 손으로 목검을 쥔 것에 비해 가나는 한 손으로 목검을 쥐는 것도 모자라 나머지 한 손을 등 뒤로, 즉 뒷짐을 지는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것만으로도 이전과는 달리 이미 어엿한 도발 행위가 되어 진화랑의 신경을 마구 건드렸다.

그것이 가나 본인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인지, 혹은 진화랑에 대한 일차적인 평가인지 모르는 상황에 비무 시작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 당찬 의기를 보아서라도 소인은 적당히 봐주지 않겠네!”

“하하하! 그래, 어서 덤벼!”


먼저 한 발 앞으로 뛰쳐나간 것은 진화랑.

그러나 가나와의 거리를 빠르게 좁혀나가는 진화랑의 보법에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었고 오로지 무인에 대한 투지뿐이었다.

그런 진화랑의 목검이 가나의 공격 범위 안에 닿기 직전이었다.


“···으읏?!”


놀랍게도 진화랑이 목검을 횡으로 베어내기 직전, 가나가 목검의 끝부분으로 진화랑의 목검을 간단하게 떨쳐냈다.

보통이라면 목검의 날끼리 부딪히면서 맞댄 채 서로 힘싸움을 해야 했지만, 가나는 그러지 않았다.


“자, 자, 자! 뭐해? 어서 덤벼 봐!”


가나의 공격은 그야말로 속사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빠르게 몰아붙이는 연속 찌르기였다.

만일 이 자리에 시우가 있었다면, 그리고 가나의 공격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을 두고 마치 펜싱을 떠올렸으리라.


‘···세검?! 하지만 소인과 비슷한, 아니 더한 무력이라니! 마치 장창과도 같지 않은가!’


진화랑은 가나의 연속 찌르기를 최소한의 보법으로 가까스로 피해냈지만, 정작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목검을 휘두르려 하면 한발 앞서 차단당했고, 무리해서 나아가려고 하면 목검의 끝이 쇄도해왔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수십 합을 주고받은 진화랑은 급기야 몸놀림을 가볍게 하는 신법마저 활용하며 가나에게 접근하려 했다.


‘예상 외로 대단하신 낭자였으나 이로서 유효타를···!’

“···어이쿠, 익스플로전.”


느닷없이 뒷짐을 지고 있던 가나의 나머지 한 손이 진화랑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작은 폭발을 만들어냈다.

다시금 예상 이외의 사태에 놀란 진화랑은 보법과 신법이 도중에 엉켜서 나려타곤, 즉 당나귀가 땅바닥을 구르는 것처럼 피하는 꼴이 됐고, 덕분에 가까스로 코앞까지 다가오려던 폭발을 피하게 됐다.


“이야~ 갑자기 몸놀림이 빨라져서 깜짝 놀랐네!”

“···놀란 건 오히려 소인이오! 대체 언제 화공을 숨겨두었소?!”


영문 모를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가나.

하지만 무슨 의미로 한 말인지는 분위기로 대충 파악하며, 별 것 아니라는 듯 대꾸했다.


“하지만 말이지? 아까 그게 원래 내 전투 스타일이야, 사실 이런 장난감을 쥐고 휘두르는 것도 나름대로 핸디캡인데.”


가나는 비록 무기의 사용법을 알고 있어도 무기 자체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

이능작가가 갖고 있는 문장력을 활용하는 것을 포함해서 양 손으로 서로 다른 마법을 쓰면,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진화랑으로서는 딱히 비무 규칙에 위배되는 게 아닌 한 다시금 주의를 할 뿐이었다.


“···과연 낭자는 검법은 물론, 화공에도 능하다고··· 그렇다면 소인도 조금은 진심을 내도록 하겠소.”


진화랑은 아직까지 허리춤에 차고 있는 도를 뽑아들지 않았다.

그 대신 목검으로 진화랑의 진기가 흐르면서 희미하게 은은한 빛을 띠게 되었다.

진기가 깃든 목검 자체는 가감에 주의하면 여전히 비살상의 영역이지만, 그 대신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을 갖게 됐다.


“···흡!”


진화랑은 단 한 번의 기합으로 가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지면을 나려타곤으로 구른 만큼 보법와 신법을 활용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목검의 범위 안으로 진입한 것이다.


“···이, 익스···!”

“종횡무진!”


진기가 담긴 목검의 수많은 검로에 의해 가나의 목검과 익스플로전이 막혔다.

가나의 연속 찌르기가 공격을 시작하기도 전에 중단시키는 기술이었다면, 진화랑의 공격은 무식하게 힘을 내세워서 가나의 공격과 함께 몸마저 밀어내는 기술이었다.

그야말로 속도와 힘의 대결이었다.


‘우왓?! 뭐야, 이 아저씨! 갑자기 공격 하나하나가 무겁고 더 빨라졌어!’


가나의 오른손의 연속 찌르기는 진화랑의 종횡무진에 속속 막혀서 뒤로 밀려났고, 왼손의 익스플로전은 진화랑이 줄곧 주시하다가 폭발 타이밍만을 파악해서 고개를 피하거나 빼는 것만으로 여유롭게 피해냈다.

즉 가나의 공격은 진화랑에 있어서 약하고 단조롭게 변해버린 것이다.


‘···게, 게다가 아까부터 목검을 쥔 손이 조금씩 아파오는데···!’


가나 또한 모르고 있었다.

진화랑의 목검에 담긴 진기가 가나의 목검을 통해 흘러 들어와서 손목이나 팔, 어깨 등으로 충격을 축적시켜서 무리를 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자 급기야 가나는 지금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을 파악하고 전투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하, 하하! 점점 재미있게 됐는데··· 그럼 슬슬 다른 손으로 바꿔··· 우, 왓?!’


가나가 목검을 왼손으로 옮기려는 아주 짧은 순간, 진화랑이 의도했던 대로 가나의 빈틈을 노리고 목검을 위로 휘둘러 가나의 목검을 바깥으로 튕겨내 버렸다.

수없이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날아가던 가나의 목검은 그대로 지면에 박혔고, 가나의 얼굴 앞으로 진화랑의 목검이 멈췄다.


“하하. 내 그럴 줄 알았소! 한 손에 의지한 검법에 무리가 없을 리 없지! 하물며 소인의 진기가 흐르는 목검을 상대로 이 정도로 버틴 게 오히려 용하오!”


진화랑의 공격은 단지 강한 것만이 아니라 상대의 무기를 통해 진기를 축적시켜 고통을 주는 만큼 손으로부터 무기를 떼어내게 할 의도도 있었다.

뒷짐을 졌던 손으로 화공을 했던 걸 생각하면 오른손의 목검이 왼손으로 옮겨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

그 순간을 포착하고 무기만을 떨쳐내서 무력화 시키는 것은 진심을 보이는 진화랑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보아하니 전투 속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네만?”


동방국의 무인들은 대부분 무기를 사용하지만, 그 중에는 권각술이라 하여 주먹과 다리를 이용한 무공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가나가 검 실력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항복을 권유하는 건 어디까지나 외지인에 대한 예우였다.


“무슨 말이야.”


그러나 당연히, 가나가 이를 수긍할 리가 없었다.


“이제 나도 슬슬 진심을 보이려고 하는데?”


가나 또한 문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본인의 감정을 우선하여 빌어진 비무였지만, 어디에서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는 월영단 잔당을 고려하면 문장력을 보이는 건 예상치 못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가나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서방국식 검법 대신 이번에는 평소에 사용하는 전법이자 특기, 마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저기, 아저씨?”

“···적어도 소협으로 불러주시오.”


진화랑의 부탁 아닌 부탁에 가나는 진수련이 했던 말투를 떠올리며 다시금 말했다.


“그럼 진 소협, 나를 쓰러뜨릴 수 있는 시간을··· 대충 다섯을 줄게. 그 이상 넘어가면 아마 지게 될 걸?”


가나의 영문 모를 말에 진화랑은 의아하며 말했다.


“다섯, 이라니? 대체 무슨···.”

“블레스(축복).”


가나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강화 마법, 블레스(축복)에 의해 가나의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그것을 아까 말했던 다섯 중 첫 번째였다.


“···낭자?”

“헤이스트(가속).”


가나의 마법이 또 발동되었다.

강화 마법, 헤이스트(가속)에 의해 가나의 모든 움직임이 한 차원 더욱 빨라졌다.

이것을 무인에게 비유하자면, 단 한 번으로 보법, 신법, 경공을 마친 격이었으니, 이번으로 다섯 중 두 번째였다.


“···설마?!”


진화랑은 물론이고, 동방국 사람이라면 누구도 모를 의문스러운 주문.

그러나 방금 전 익스플로전을 몸소 경험한 진화랑은 심상치 않은 예감에 가나를 구속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무방비인 상대에게 목검을 휘두르는 건 제 아무리 비무라 해도 용서받기 힘든 일이었지만, 신변을 구속하기 위한 공격은 예외였기 때문이다.


“포커스(집중).”

“···무, 뭣···?!”


가나는 방금 전까지 피하는 것도, 막아내는 것도 고역이었을 진화랑의 움직임과 공격이 이번에는 너무나 여유롭게 피해냈다.

종이 한 장 차이도 아니고, 목검이나 손이 닿기 직전도 아니고, 아직까지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한 발, 아니 두세 발은 더 멀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마친 세 번째 마법의 말이 진화랑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조, 종횡무진!”

“마나 아머(마력 갑옷).”


네 번째 마법 이후 느닷없이 들려오는 금속음.

목검으로 쳐낸 부분으로부터 들려오는 둔탁하고 맑은 소리는 인간의 살갗에서 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물며 진기가 담겨있는 목검인데도 오히려 진화랑에게 진기가 조금씩 역류되는 상황이었다.


‘서, 설마 이것은··· 방탄기공?!’

“드래고닉··· 아니, 오우거 스트렝스(오우거의 힘).”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마법마저 발동되자 진화랑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불안한 예감을 느끼며 전신의 진기를 활성화 시켰고, 들고 있는 목검에도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진기를 흘려냈다.


“···낭자, 대체 정체가 뭐요···?”

“···나? 아까 말했잖아? 가나 아칸이라고. 그냥 관광객이야.”


진화랑으로서는 가나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게 겨우였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거리를 좁혀 들어와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중이었고, 진화랑은 반사적으로 목검의 칼날을 옆으로 눕혀 복부를 지키려 했다.


“···엇, 뭐야?! 앞이 안 보여!”


이 때 하필 시우가 가나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분신체를 통해 전송되어 가나의 눈앞을 텍스트로 가려버렸다.

그 잠시 동안 전투의 긴장감이 날아가고, 당황한 탓에 쓸데없는 힘마저 주먹에 들어가 버렸으며, 복부 바로 앞에서 멈추려던 주먹이 곧바로 직진하게 되었다.


“푸엏헑헝얼허얽?!”


복부를 지키던 진기를 두른 목검이 마치 과자처럼 간단하게 부러졌다.

그리고 주먹은 그대로 진화랑의 복부에 닿았고, 그 즉시 내장을 관통해서 진화랑을 비무장 너머로 날려버렸다.

만일 드래고닉 스트렝스(드래곤의 힘)가 발동됐다면 상반신과 하반신이 작별하여 어마어마한 소란이 일어났으리라.


“···아, 아아아앗?!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제, 제발! 죽지만 마라! 죽지만 않으면 살려는 드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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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제105화 19.07.10 15 0 12쪽
104 제104화 19.07.09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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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제102화 19.07.07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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