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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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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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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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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DUMMY

“자, 마시라냐.”

“감사합니다.”


먀우 씨가 끓여둔 물로 차를 타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찻잔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어 가볍게 예의를 표하며, 한 모금 마셨다.


“사실 준비해놓은 예비용이 없어서 냐가 애용하고 있는 걸 대신 썼냐.”

“···푸우웁!”


그러고 보니 어쩐지 찻잔 주변에 발톱 자국 같은 게 묘하게 긁혀져 있는 찻잔이잖아!


“먀하하! 걱정하지 마라냐! 차를 타기 전에 미리 깨끗하게 닦았으니 말이냐!”


그런 먀우 씨가 갑자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러세요?”

“···아니, 역시 시우냥은 신기하냐.”


대체 뭐가 신기하다는 걸까?

먀우 씨가 보기에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뭔가 확연히 다른 차이가 있는 걸까.

나 같은 건, 가나 씨에 비하면 아무 쓸모도 없는 평범한 남자인데 말이지.


“유랑 상인인 냐도 모르는 걸 알고 있기도 하고, 방금도 냐가 없었으면 시우냥은 정말로 죽었을 지도 모르냐. 무섭지는 않았냐?”


아아, 요컨대 내 태도가 평범하지 않다는 소리인가.

하기야 방금 전에 죽을 뻔 했는데 한가롭게 차나 마시는 걸 두고 평범하다고 생각하기는 좀 어려울까.


“확실히 무섭긴 했지만, 줄곧 가나 씨랑 같이 다니면서 익숙해졌다고 할지··· 아니, 먀우 씨가 마차 안에서 쉬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말이죠.”

“먀하하하! 그건 그렇냐! 시우냥 입장에서 생각하면 물 끓이려 했던 냐가 갑자기 덮쳤을 거라고 생각할 것 같냐!”


어쩐지 매우 씨가 말하면 장난처럼 들리지가 않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무섭지 않았던 큰 이유는 역시 희망 때문이리라.

그 현대식 물건들을 보고 나와 같은 이계인이, 점장님 같은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서 만나보고 싶었다.

그저 그 뿐인 생각에 두려움보다 반가움이 더 컸었다.

나는 가나 씨와 먀우 씨와 토리와 함께 있지만, 그래도 나는 역시 혼자였으니까.


“먀아~ 그럼 어디에서부터 설명해야 할까냐~?”

“···꼭 저에게 모든 걸 무리하게 털어놓으실 필요는 없어요. 말씀만 하시면 입을 다물 수도 있고요.”


내가 말하긴 했지만, 딱히 먀우 씨를 배려해서라기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먀우 씨의 사정을 듣고 나면, 더는 가나 씨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불안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냐도 그랬으면 정말 좋겠지만 말이냐? 애매하게 알고 있는 것보다 확실하게 알고서 입을 다무는 게 좋을 것 같단 말이냐. 괜한 의심이 생겨서 오해받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


그건 그럴 지도 모르겠다.

먀우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내가 방금 전의 상황을 두고 마음 속 어디엔가 안심하는 한편, 어디엔가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이 참에 확실하게 들어두고 아예 관심을 끊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 세세한 부분은 건너뛰고 대략적인 개요만 설명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남의 사정을 무리하게 파고드는 건 싫어하니까요.”

“먀하하! 알았냐.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부터 말하겠냐.”


먀우 씨는 마차 안을 한 차례 흘낏 바라본 후 나에게로 시선을 바꾸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렇게 말하자니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말이냐, 아까 시우냥을 덮치려던 수컷은 냐의 주요 고객의 부하 같은 거냐.”

“···확실히, 그렇게 들으니 제가 다른 의미로 위험했던 것 같네요.”


일부러 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건지, 아니면 의도치 않게 사실 그대로를 말하다가 문득 깨달은 건지 먀우 씨의 말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먀우 씨의 말은 진지했다.


“이제는 시우냥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시우냥을 덮치려던 이유는 아마 북방국의 자객 같은 걸로 오해했던 거라고 얘기를 했었냐··· 고로 여기에서부턴 좀 위험한 얘기냐.”


나는 찻잔에 담긴 차를 홀짝이며 먀우 씨의 유머 섞인 말을 경청했다.


“냐와 저기 있는 부하 녀석을 포함한 주요 고객들은 북방국의 눈치를 보면서 위험한 여행을 하는 도중이냐. 그래서 북방국의 기술력이 도입된 물건을 파악한 시우냥을 북방국의 자객으로 본 것 같냐.”


위험한 여행이라니, 그 북방국이라는 곳에 쫓기기라도 한다는 걸까.

아니, 그렇게 따지면 이쪽도 월영단이라는 동방국의 조직과 싸우게 될 지도 모르는 만만치 않게 위험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마음 같아선 북방국의 눈치도 보이니 이곳을 냐가고 싶지만, 하필 주요 고객들의 발이 묶이는 바람에 그럴 수도 없는 마당이라 말이냐.”


고로 그 주요 고객이라는 자들의 발이 묶여서 안 그래도 북방국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마당에 나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끼어들게 됐다는 소리구나.

하지만 어째서 북방국 같은 나라에 찍히게 된 건지, 그리고 아마도 현대식 무기로 무장했을 먀우 씨의 주요 고객들의 정체 등은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만일 호기심에라도 묻게 된다면, 나는 나답지 않게 그 위험한 이야기에 더욱 더 빠져들게 될 것 같았다.


“···시우냥?”

“아, 네?!”


갑작스럽게 먀우 씨가 부르자 나는 혼자만의 사색을 풀고 정신을 차렸다.


“냐의 말을 믿어주는 거냐?”


먀우 씨의 눈빛이 가끔씩 흔들렸다.

아마도 내 대답을 기다리는 거겠지만, 그렇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대답해야만 할까.

사실 내 입으로 세세한 부분을 건너뛰고 대략적인 개요만 알려달라고 말했지만, 이미 나에게는 북방국 어딘가에 이계인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생겨버린 이후였다.

왜냐하면 아까 그 병사라는 자가 나에게 총을 내려놓으라고 말할 때였다.


‘멈춰라, 꼬맹이.’

‘지금부터 손에 든 총을 천천히 내려놓는다, 그 이외의 행동을 하면 즉각 사격하겠다. 실시.’


그건 서방국도 아니고, 동방국도 아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내 세계의 언어’였다.

비록 먀우 씨에게 붙들려서 바닥을 굴렀을 때는 서방국 말을 했었지만,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그 언어는 분명히 ‘내 세계의 언어’였다.


“···물론이죠. 실제로 그 흉흉한 물건들을 봐 버린 후라 그런지 더 설득력이 생겼다고 할까··· 먀우 씨께서 손수 밝혀주시기까지 했으니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겠죠.”


그렇게 말한 나 스스로도 속으로는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북방국 어딘가에는 이계인에 대한 단서가 분명히 있으리라고, 그들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외롭게 홀로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점장님을 잃었던 그 날과 미셸을 떠나보내야 했던 이후로 나에게 새롭게 생겨난 접점의 대한 단서였다.

그걸 이제 와서 모른 척 하라니 역시 무리였다.


“그나저나 그러면 방금 그 부하라는 분은 위험한 사람이 아닌 건가요?”

“먀하하! 성질이 급하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냐. 근데 그렇다고 좋은 사람도 아니냐.”


나는 지금까지 가나 씨와 곳곳을 여행했다고 자부하지만, 북방국으로는 전혀 발을 들인 적도 없고, 어떤 소식도 듣지 못 했다.

언젠가 한 번은 가나 씨가 문장력을 써서 억지로 들어가려고 했던 적도 있지만, 나까지 함께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피해야 했었다.

지금 그 북방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일 터다.


“그 분만 괜찮으시다면··· 대화를 좀 나눠 봐도 될까요?”

“···먀?”


먀우 씨는 내 대답이 의외라는 듯 잠시 침묵하다가 힘겹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냐는 시우냥만 조용히 해준다면 아무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냐? 정작 그 녀석이 대화에 응해줄 지는 모르겠냐.”

“···저도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화 정도는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그저 단순한 호기심인 걸요.”


최소한, 이번 월영단 사건이 끝나고 나면 다음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서라도 그 남자에게서 무언가라도 들어두고 싶었다.

어디까지나 내 목적을 위해서라고 해도, 만일 이능작가에 대한 단서에 북방국에도 있을 거라 생각하면 지금의 기회는 무척 귀중하리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알았냐. 같이 가보냐.”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와 먀우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로 다가가, 정확히는 마차 안에 있는 그 부하라는 사람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마차를 덮고 있는 천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려 했다.


“냐다. 이제 좀 진정이 됐냐?”


그러나 마차 안에서는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괜히 잠자는 척 해도 소용없냐. 여기 있는 시우냥이 잠깐 대화를 하고 싶다는데 말이냐?”


그러자 이번에는 마차 안에서 그 병사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할 말 없습니다.”

“···그렇다는데냐?”

“그럼 먀우 씨, 이번에는 제가 말을 걸어볼게요.”


먀우 씨와 병사가 서로 주고받는 언어는 분명 서방국의 언어였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내가 살던 세계의 언어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시우라고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점장 씨를 멀리 보낸 이후 오랜만에 말해보는 모국의 언어였다.

내 말이 정말 제대로 닿고 있는 건지 모르는 일이지만, 만일 대화가 가능하다면 북방국에 나 이외에 이계인의 흔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차 너머는 여전히 침묵이었다.


“···먀우 씨께서 당신들을 생각해서 모든 걸 이야기해주시지 않았지만, 역시 당신들은 군인이죠?”


물론 내가 원래 세계의 매체를 통해서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어느 나라의 군인과도 맞지 않는 새로운 형식의 군인이었다.

정말 만약에 나 이외에 이계인이 북방국에 있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아마도 이 세계에서 적응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개량을 거듭해서 이루어 낸 노력의 산물이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말하기에 내가 살았던 시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초고도의 기술력이 도입된 최첨단 무기의 결정체였다.

마치 흡사 SF 영화 속의 외계 문명과도 같은 나 같은 건 이해조차 못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기술력이었다.


“만약 군인이시라면 북방국의 군인인가요? 혹시 그곳에 이계인은 없었나요? 아니, 이계인이 없더라도 뭔가 소문이라든가, 단서 같은 건 들으신 적이···.”

“···꼬맹아.”


마차 너머로 들린 목소리가 나는 곧바로 침묵했다.


“네가 정말 이계인인지 북방국의 자객인지 나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간에 목숨이 아깝다면 이제 그만 닥쳐라.”


그 가나 씨조차 북방국에 다가가기 꺼려했던 것을 생각하자면 지금의 위협은 장난스럽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점장 씨도, 미셸 씨도 없어져 버린 지금의 나에게는 북방국에 있을지 모르는 이계인의 존재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죽는 건 무서워도 목숨은 아깝지 않아요. 그러니 북방국에 대해 알려주세요. 저는 더 이상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러자 마차 너머로 누군가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크흐흐!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 하는군, 꼬맹이? 그곳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편안하게 죽이려 드는 지옥 같은 게 아니란다. 아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은 곳이지.”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생각하기 위해 별의별 상상을 해보려 했지만, 과연 죽는 것 이상으로 무서운 게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아니다.

지금처럼 가나 씨와 먀우 씨, 토리가 있어도 언제까지고 목표도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죽는 것보다 싫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 꼬맹이이자 북방국의 자객일지 모르는 너에게 충고 하나 해주지. 네가 무엇을 원하든 이미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을 거다.”


그 순간 저 멀리, 구체적으로는 만유성 한복판에서 커다란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 새까만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먀우 씨가 마차를 숨겨둔 숲 속에서도 보이는 그곳은 연맹의 꼭대기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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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제107화 19.07.12 15 0 14쪽
106 제106화 19.07.11 13 0 13쪽
105 제105화 19.07.10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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