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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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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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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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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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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DUMMY

“후후후··· 굳이 이름을 짓자면, 시간이 지날수록 추하게 마른다고 해서 ‘탈고(敓枯)’라고 해둘까.”


월영단의 부단주, 니제르 하우사가 한 손에 굴리고 있는 투명한 물방울.

탈고라 불리는 그것을 보는 월영단주는 이해가 따라붙지 않는 듯 반문했다.


“···추하게 마른다고? 독의 일종인가?”

“그래, 내가 만든 독이지. 그것도 마녀들만의 비법으로 전해져 오는 고대의 조합법과 내 문장력을 융합시켜서 만든 최신의 걸작이지.”


니제르의 한 손에 굴리던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지자 새하얀 연기를 피워내며 증발해버렸다.

하지만 그 직후 물방울이 떨어진 바닥으로부터 변색이 시작되면서 점차 갈라지더니 끝내 썩어버리는 반응이 나타났다.


“내 피를 매개체로 생산되는 이 무음무취인 극소량의 독은 문장력의 일종이라 같은 문장력이 아닌 한 절대로 해독이 불가능하지. 그러니 일반인이 이 독을 맞아버린다면 근처에 이능작가가 있는 게 아닌 한 절대로 살아남지 못해.”


하지만 그 썩어가는 반응을 보면서도 니제르는 싸늘한 눈빛을 유지하며 덧붙였다.


“···뭐, 단점이라고 한다면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개인마다 시간차가 나는 점과 그나마 문장력으로 저항이 가능하다는 정도일까.”


그 설명은 들은 월영단주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반문했다.


“후후후. 웃길 따름이군. 우리 무인들 사이에서 독이란 건 승패를 떠나서 비열하고 치졸한 수단에 불과할 따름이건만, 설마하니 너 같은 이능작가라도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독을 써야 된다니?”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니제르는 심기가 불편한 듯 표정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흥! 안타깝게도 나로는 아칸을 죽었다가 깨어난들 이길 수 없거든. 그래서 마녀가 마녀다운 싸움 방식을 선택하는 게 뭐가 나빠? 어쨌든 내 덕분에 아칸을 무력화 시킬 수 있을 테니까.”


자존심 강한 니제르는 순순히 인정했다.

이능작가의 능력으로서는 가나 아칸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마녀라는 본분에 따라서 각종 저주나 주술, 독 같은 부류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오랜 시간 동안 연구를 거듭해서 탈고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아칸만 없다면 더 이상 아무런 문제도 없어. 그 괘씸한 이능작가 꼬맹이, 아마 이름이 진수련이라고 했었나? 아무튼 그 녀석은 나보다 약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말이지.”

“···그렇다고 해도 남아있는 연맹의 결속은 성가셔. 특히 연합맹주, 그 영감이 선두에서 남은 자를 모아서 공세를 펼칠 경우에는 이쪽은 이쪽 나름의 손실을 각오해야 해.”


월영단주는 치밀했다.

최소한의 손실로 최대한의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계획을 빈틈없이 세우기를 원했고, 가나 아칸을 제외한다면 가장 방해되는 장애물이자 넘어야 하는 벽인 연합맹주만이 남게 되었다.


“뭐가 걱정이야? 어차피 세뇌한 연맹 놈들이 알아서 달려들겠지.”

“그 빌어먹을 영감은 겨우 그 정도로 쓰러지지 않아. 그 영감이 연맹에서 맹주를 하면서 붙은 별호가 뭔지 알아? 겨우 혼자서 군대를 상대한다고 해서 ‘천군만마’였다고.”


연합맹주는 연합의 정점이자 동방국 내에서 손가락에 들 정도로 강력한 최고수이기도 하다.

그 별호인 천군만마처럼 연합맹주는 늙은 몸을 이끌고 수많은 무인들과 월영단을 정면에서 상대하며 승리를 거둔 무인 중의 무인이었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지략과 인품, 그리고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연합맹주는 연맹 내에서 뛰어난 우상이, 월영단에서는 가장 큰 방해물로 인식할 정도였다.


“가령 세뇌된 녀석들을 이용해서 그 영감을 어떻게든 한다고 해도 우리들의 문제는 그걸로 끝이 아니잖아?”


월영단주가 말하는 바를 알고 있는 니제르는 따분하다는 듯이 하품을 하며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하아~ 암. 그래, 그래. 그 놈의 불로불사 말이지? 알아, 알고 있다고.”


니제르의 기운 빠지는 대답에 월영단주는 화가 난 모양인지 제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알긴 뭘 알아! 그게 대체 무슨 태도야?! 모든 것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오로지 불로불사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을! 이제 슬슬 그 위대하고 숭고한 업적을 자각 좀 하지 그러나?!”


씩씩거리는 월영단주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니제르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 위대해? 숭고해? 너희 인간들이 불로불사란 것에 그 정도로 가치를 두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뭐, 뭐라고···?!”


그러자 월영단주는 전신에서 가공한 진기를 내뿜으며 살기를 가득 담아 소리쳤고, 이에 대해 니제르는 우스운 듯 가볍게 대답했다.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불로불사라서 별 감흥이 없다고 할지··· 어떤 때는 너희 인간들이 부럽게도 느껴진다니까?”

“···갈! 헛소리 작작해! 세상만물 모든 것에는 무릇 끝이 있기 마련이며, 그건 설령 네년이라 해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정말로··· 정녕 죽는 게 두렵지 않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니제르는 침묵했다.

아무리 니제르가 마녀라 해도 죽을 수는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죽는 것에는 공포가 있었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에 비해서 너무나도 약했다.

가령 요리를 할 때 소금을 넣어야 할 때 설탕을 넣어버려서 요리의 맛이 극단적으로 갈리게 되는 것으로 느끼는 실수와 같은 감정이었다.

비록 ‘아차!’싶은 순간이라도 공포는 공포였다.


“···뭐, 나라도 무섭긴 해.”

“흥, 역시나! 그러니 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하게 변명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불로불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하라고! 이쪽은 무려 광대한 토지와 막대한 인력을 무상으로 지원해주고 있으니 말이지!”


월영단주와 니제르 하우사 간의 계약은 실로 단순했다.

월영단주는 니제르에게 동방국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는 권리와 막대한 인력, 즉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해주었다.

그 대가로 니제르는 불로불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불로불사의 약을 제공해야만 하며, 불로불사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월영단 활동에 대한 조언과 도움 또한 약속했다.

오로지 그 계약만으로 두 사람은 서로 대등한 위치에 서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설마 내가 어느 정도 불로불사라고 해서 불로불사 자체를 간단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우리들 마녀 수천 년 역사에서 불로불사를 만들었다는 기록은 없거든?”

“그건 지금까지 들은 소식 중에서 반가운 소리군. 그 수천 년 역사에서 결코 이뤄진 적이 없는 위대한 업적을 고작 네년 혼자서 이룩하겠다는 소리니까 말이지!”


월영단주와 니제르는 다시금 서로의 계약을 숙지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어느 쪽이나 자칫 얕보이게 된다면 빈틈을 내주게 될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건 이러한 일방적인 관계가 무너지게 된다는 뜻이니 말이다.

둘 다 자존심이 강했고, 무엇보다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쪽이 목표이자 필요한 부분을 찾게 되는 날에는 이러한 긴장감 넘치는 계약 관계는 일방적으로 파기시키리라고 소망할 것이다.


“···후우. 그건 그렇고 맡겨둔 소졸과 무명 녀석은 어떻게 됐지? 네년이 그 탈고인지 뭔지 하는 독을 부하 놈들에게 줘서 보낸 걸 보면 뭔가 정보는 얻었을 테고···.”

“물론 필요한 정보를 얻었으니 처분해야겠지. 하지만 하지 않았어.”


그러자 다시금 화가 나는 월영단주였다.

월영단주는 이전의 서방국에서 롤랑의 일로 실패를 겪었던 만큼 살아서 온 두 사람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월영단주는 더 이상 화만 낸다면 니제르에게 성급하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는 인식 탓에 억지로 참아냈다.


“···어째서··· 처분하지 않았지? 설마 나에게 돌려주려는 기특한 마음씨였다면 좋겠군···?”

“후후후. 뭘 멍청하게 곧바로 죽이려는 거야? 이런 건 죽는 순간까지 갖고 놀다가 질리면 버리는 거라고? 그 둘은 아직까지 쓸 수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 내 변덕으로 살려둔 거라고 해둘게.”


화가 났던 월영단주는 점차 머리가 식어가면서 니제르의 악의를 실감하게 됐다.

물론 곧바로 죽여서 기분을 풀고자 했던 게 월영단주의 의도였지만, 니제르는 다른 의도로 기분을 풀기 위해 그 두 사람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버릴 심산이었던 것이 차이였다.


“···만일, 정말로 만약에 그 둘 중 하나 때문에 우리들의 계획이 무너진다면, 그 때는 네년을 결코 용서치 않겠다.”


분에 넘쳐서 내리는 과민 반응일지, 아니면 진중하게 생각하고 내리는 가능성인지 월영단주가 단언했다.

그러자 니제르가 한 손을 펴서 손바닥을 보여주자 그곳에는 두 개의 심장이 쇠사슬에 묶여있는 게 그려져 있었다.


“만약에라도 그럴 일은 없어. 내가 누구처럼 한낱 장난감에게 역공이나 당하는 바보인 줄 알아? 이렇게 미리 저주를 걸어뒀으니 안심하라고?”


니제르의 특기 분야는 마법도, 문장력도, 그렇다고 독 제조도 아니었다.

니제르는 다른 누구보다, 설령 다른 어떤 마녀보다 저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탄생했다.

인간이 저주한다고 하면 고작 그 뿐인 망집에 지나지 않다만, 니제르의 저주는 정말로 실현된다.

제물이 되는 매개체만 있다면 그 어떤 인과마저 뛰어넘고 온갖 감정, 온갖 악의, 온갖 소망을 이루어주는 니제르의 저주는 문장력과는 다른 의미에서 만능에 가까웠다.


“확실히 죽는 건 그 누구라도 무서워. 하지만 그렇기에 그 누구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다양한 생각을 품고 간신히 살아가지. 내 저주가 특별한 건 그런 장난감들 덕분이거든?”


말 그대로 사람의 목숨을 갖고 노는 희대의 악녀, 즉 니제르는 마녀 그 자체였다.

그 사실을 눈앞에서도, 그리고 그 동안 함께 일하면서도 느껴 왔던 월영단주는 새삼스럽게 전신에 전율이 일어나면서 미지의 공포가 느껴졌다.

니제르의 시선이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손바닥에서 월영단주에게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도중에 꺾일 것 같으면 언제든지 내게 말만 하라고? 당신 목숨을 담보로 무엇이든 이루어 줄 테니까?”

“···흥! 비록 네년 같은 마녀에게 기대고 있긴 해도 내 목숨은 내가 결정한다! 내가 네년에게 목숨을 맡길 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야!”


그렇게 말하며 월영단주는 황급히 자리에서 나와 문은 열고 나가버렸다.

결국 집무실에 혼자만 남은 니제르는 두 개의 심장이 그려진 것과는 반대쪽 손을 폈다.

그 반대쪽 손에는 수많은 칼자국 상처가 아물어 있었지만, 그 너머로 희미하게 남아있는 누군가의 심장 그림이 남아있었다.


“···후후후. 외롭게 있을 당신에게 친구를 보내주려고 했는데 실패했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 그 아이만큼은 내가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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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제107화 19.07.12 15 0 14쪽
106 제106화 19.07.11 13 0 13쪽
105 제105화 19.07.10 16 0 12쪽
104 제104화 19.07.09 15 0 12쪽
103 제103화 19.07.08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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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제95화 19.06.30 17 0 15쪽
94 제94화 19.06.29 20 0 12쪽
93 제93화 19.06.28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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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제91화 19.06.26 17 0 11쪽
90 제90화 19.06.25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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