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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7.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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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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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DUMMY

동방국이 보수적인 나라로서 크게 부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외지인을 경계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그것이 극에 달하는 사건이 내가 훗날 월영단주라 불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천아, 알겠니? 마을에 역병이 만연하고 있으니 절대로 들짐승이나 마물을 가까이 하지 말거라.”


나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주변 이웃들마저도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절대로 들짐승이나 마물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 당시 어렸던 나는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에 나가 놀았다.

어린 탓에 면역력이 약한 탓인지 대부분의 친구들은 병으로 시름시름 앓았고, 나만 유독 멀쩡했었다.


“···그래도 심심하단 말이야.”


부모님은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고, 친구들은 없었다. 그래서 외로웠다.

비좁은 마을이었기에 놀이다운 놀이도 없었고, 밖에 나가서 논다고 하면 적당히 마을 안을 산책하는 게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밖에 나가 논다고 한지, 그리고 역병이 만연한지 1년이 가까워졌다.

당연히 마을 지리는 훤히 꿰었고, 그 동안 지루했던 탓에 바깥으로 관심을 돌려야 했다.


“오늘도 누나 만나러 가야지!”


또래보다 면역력이 뛰어나고 쓸데없이 기운이 넘쳐나는 나에게 유일한 자랑거리는 체력이었다.

마을을 가로지르고, 언덕 몇 개를 넘어가, 바위로 이루어진 산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런 바위산을 따라 오른손을 짚고 빙 둘러서 가다보면 커다란 동굴이 있었다.


“그런데 누나는 이미 일어나 있을까?”


비록 그 동굴은 어두웠지만, 걷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뛰어다니는 것도 괜찮을 만큼 장애물이 없었다.

동굴의 길은 직선 외길, 발에 걸릴 수 있는 돌부리 등은 하나도 없었고, 동굴의 크기는 성인 남성이 자유롭게 드나들 정도로 컸으니 말이다.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 새 빛이 새어드는 중간 지점이 있다.


“누~나!”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쏟아지는 광량으로 주변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곳, 그 너머가 어릴 적의 내가 누나라고 부르는 존재가 서 있었다.

빛을 받아 반짝이면서도 정작 바람은 불지 않아도 저절로 흩날리는 새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백옥처럼 하얗고 뽀얀 피부, 푸른빛이 감도는 단정하고 청조한 이국적인 옷차림, 그 전부가 너무나 아름답고 매혹적이었지만, 그 무엇보다 어렸던 나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진 건 바로 마음을 직접적으로 간질이는 것 같은 가련한 목소리와 투명한 눈동자 그 자체였다.


“···오늘도 오셨나요, 강 도련님.”

“응! 그야 마을에서 역병이니 뭐니 아무도 나랑 놀아주지 않는 걸!”


그토록 아름답고 새하얀 여인만이 당시에 어렸던 나와 어울려 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자 삶의 낙이었다.

그녀의 모습만이 아니라 목소리, 분위기, 그 모든 것은 그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것으로 이루어져 왔었다.


“···그 동안 마을 분들이 말씀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들짐승이나 마물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말이죠.”


그런 그녀의 정체가 마을 사람들이 경계하는 의지를 가진 마물, 흔히 설녀라 불리는 존재다.

무릇 설녀는 전신이 얼음과 냉기로 이루어진 냉혹하고 잔인무도한 마물로서 아리따운 젊은 처자의 모습으로 남성들을 홀려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어렸던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설령 몰라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나는 괜찮은데? 병에도 안 걸리고, 이렇게 쌩쌩하다고!”


어렸던 나는 건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함인지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기도 하고, 다른 사내아이처럼 주먹을 허공에 연사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쉬고는 피식 웃어보였다.


“어휴··· 정말 쓸데없이 고집 센 도련님 같으니, 그래도 건강하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군요.”

“누나! 누나! 이번에도 남쪽 이야기 해주세요! 남쪽 이야기!”


그녀를 만나는 것이 나의 삶의 낙이었다면, 나의 취미는 그녀에게서 듣는 남쪽의 이야기였다.


“···그렇네요. 그러면 이번에는 마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그녀는 마을에서 말하는 마물의 특징과는 달리 무척 상냥했다.

나에게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그녀와 만난 지 1년이 다 되어도 고갈될 기미가 없었다.

그런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들은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착실하게 주의사항이나 교훈 같은 것도 있었다.

덕분에 나는 남쪽에 살고 있는 다양한 마물들의 특징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이야기에 열중하자 동굴 속 구멍으로 비치는 빛이 점차 붉게 물들었다.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네요. 밤이 깊기 전에 어서 돌아가도록 하세요.”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비록 낮에는 그녀 덕분에 괜찮을 지라도 밤에는 마을 사람들이 주의를 준 또 다른 요소, 들짐승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럼 누나 다음에 만나요!”


언제나 했던 것처럼 평범한 인사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슬픈 표정을 짓고 나를 중간지점에서 배웅하며 매번 똑같이 대답을 했다.


“···강 도련님, 부디 다음에는 오지 않을 게 좋을 겁니다. 지금은 비록 괜찮아 보여도 언젠가 큰 화가 미치게 될 겁니다.”


그러나 나는 매번 있는 이 마지막 말을 듣기 싫어서 처음에는 싫다고 소리도 쳐봤고, 급기야 그녀가 말하는 것조차 들으려 하지 않은 채 중간지점을 벗어나 동굴 바깥으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만큼은 달랐다.


“···아니에요!”


그 당시 나는 그녀에게서 들었던 마녀의 이야기를 떠올렸었다.

마녀는 불로불사에 가까운 존재로서 온갖 마법에 능한 것은 기본이고, 약학에 조예가 깊은 종족으로서 특이 사항으로 여자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악명 높은 이유는 자칫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저주를 다룬다는 점이라는 것이었다.


“누나는 나쁜 마녀가 아니잖아요! 마음씨 착한 설녀잖아요! 저는 누나가 매번 그렇게 말하는 게 싫어요!”

“···강 도련님···.”


그렇게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르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 뛰어나갔다.

아직 어렸기 때문에, 그리고 순수했기 때문에 그녀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진심을 다해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그런 그녀가 자기를 비하하는 게 무척 싫었다.

그녀는 그토록 아름다우면서 어떻게 그토록 외로운 말을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동굴을 빠져나와, 언덕을 넘고, 하늘이 어둑해지려 할 즈음에 마을에 들어와 집에 도착했다.


“···강두천!”


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어쩐지 화가 많이 나신 아버지였다.

평소라면 기운 찬 장난꾸러기라며 털털하신 아버지였을 테지만, 그 날만큼은 그 누구보다 위엄이 가득한 모습이셨다.


“···네, 넷!”


아버지의 부름에 나는 서둘러 쪼르르 달려가 아버지 앞에 서서 꾸지람을 들을 것을 각오했지만, 정작 아버지는 꾸지람 대신 내 팔을 잡아끌고 집 안으로 억제로 끌어들였다.


“이걸 봐라!”


나를 끌고 간 아버지가 보여준 것은 병상에 누워있는 내 어머니였다.

얼굴이 붉어진 채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누워계시는데, 마치 악몽에 시달리는 것처럼 가늘고 얇게 신음하며 무척 고통스러워 보이셨다.


“어, 엄··· 악!”


내가 어머니에게 다가가려 하자 아버지가 내 팔을 잡아끌고 어깨를 붙잡아 눈을 마주하며 소리쳤다.


“오늘도 그 동굴에 가서 그 마물과 만나고 왔지?!”


나는 너무 놀라서 아니라는 변명조차 못 하고 있었다.

과연 아버지는 어떻게 알고 계신 걸까, 어디까지 알고 계신 걸까 등의 생각만이 가득했다.


“설마 그 동안 놀러 나간다고 집을 나가서 마을 곳곳에 네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부모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 줄 알았느냐!”

“그, 그게··· 그, 근처 언덕에서 호, 혼자···.”


그러나 그 당시의 어린 내가 즉석으로 지어내는 변명 따위가 어른에게 통할 리 없었다.


“···네가 어미 곁에만 있었어도 이 정도까지 증상이 악화되지 않았을 것을! 이게 다 그 마물 탓이다!”


나를 잡고 앞뒤로 흔드는 아버지에게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그 눈물을 보고 어렸던 내 마음을 크게 흔들렸다.

내가 어머니 곁에 없었기 때문에? 동굴 속의 그녀 때문에?

그 후 아버지는 내 팔과 어깨를 놓아주며 제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소리쳤다.


“천아! 지금부터라도 어미 곁을 떠나지 말거라! 그 동안은 천이, 네가 아무런 상처도 없이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으로 여겼다만! 아내마저 건드린 이상 이제 더 이상은 봐주지 않겠다!”

“아, 아빠···!”


그렇게 말한 아버지는 밭을 갈 때 쓰는 농기구를 집어 들고 집을 뛰쳐나갔다.

그런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그 동안 얼마나 어리석었고, 또한 큰 실수를 방치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이대로는 아버지가 그녀를 공격할 거라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그녀가 살고 있는 동굴로 향하려 했다.


“···천, 아···!”


그러나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께서 당장이라도 꺼질 듯 희미한 목소리로 나를 멈춰 세웠다.

나는 어머니의 그 초췌한 얼굴과 바들바들 떠는 필사적인 손길을 결코 잊지 못 한다.


“···가지, 마렴. 위험하단, 쿨럭···!”


당시 아침에 어렸던 나에게 자상하게, 그리고 빠짐없이 주의를 주었던 어머니가 애절하게 부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잠시나마 멈췄던 발길을 억지로 앞으로 이끌었고, 그대로 집을 뛰쳐나갔다.


“누, 누나··· 그래, 누나는 여러 가지를 알고 있으니까! 분명 역병을 물리치는 방법을 알려줄 거야! 그러면 아빠의 오해도 풀릴 거야!”


그저 당시의 나보다 여러 가지로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신빙성이나 근거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서, 아니 전력 그 이상으로 정신없이 뛰었다.

두 다리에 무리가 와도, 이미 어둑해져서 잔가지를 피하지 못해 곳곳을 긁혀도, 심장이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답답해도 멈추지 않았다.


“누, 누나! 누나···!”


머릿속으로는 그녀가 아버지에게 퇴치 당하는 불길한 미래를 애써 거절하면서, 나는 생애 최단 시간으로 동굴에 도달해서 그녀를 애타게 불렀다.

그렇게 속도를 멈추지 않으며 중간지점으로 향했지만, 언제나 마중을 나와 주었던 그녀가 없었다.


“···누나. 제발, 부탁이야! 대답해 줘! 누나!”


나는 급기야 중간지점 너머, 그녀가 살고 있으리라 추정되는 동굴 깊은 곳을 향해 뛰어가게 됐다.

통로는 매우 짧았으며, 잠시 후 동굴의 막다른 곳··· 일찍이 거대한 공동이었을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사방이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곳이었지만, 하늘에서 비치는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수정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장소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 얼음으로 만든 관에서 그녀가 막 깨어난 참이었다.


“···강, 도련님···?! 대체 그 상처들은 어찌하여···!”


그녀가 나를 걱정해주는 것은 순수하게 기뻤지만, 아버지를 제치고 먼저 도착해서 그녀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게 더 기뻤다.

그 탓에 추위마저 잊고 그녀에게 달려가 껴안았다.


“누나! 누나!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강 도련님?! 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제 몸은 인간에게 매우 차가워서 무척 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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