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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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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7.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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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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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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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71화

DUMMY

나는 그녀가 당혹스러워 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떨어졌다.

자칫 재회의 기쁨을, 그리고 그녀의 안위가 무사했던 것에 겨워 중요한 목적을 잊을 뻔 했었다.


“···맞아! 누나, 아마 조금만 있으면 우리 아빠가 이곳으로 들이닥칠 거야! 누나가 위험해!”

“···강 도련님의 아버님께서, 말입니까?”


내 말이 갑작스러운 모양인지 말끝을 흐리는 그녀.

그러나 아직 어렸던 나는 그녀의 심중을 모르고 있었다.

과연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느꼈을까.


“응! 마을에 돌던 역병이 결국 우리 엄마한테까지 미치게 되어서··· 그래서 엄청 화가 난 아빠가 누나를 죽이러 올 거야!”


내 말을 끝까지 들은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그거 참으로 슬픈 일이군요.”


아직 어렸던 나는 그 말의 진정한 뜻을 곧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 본인이 위험에 놓이게 됐다고만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슬픔이란 게 역병으로 죽어가는 어머니를 두고 한 말인지, 머지않아 찾아 올 아버지에 대한 말인지, 그도 아니면 어렸던 나와 헤어지려는 순간이 찾아온 것에 대한 말인지 말이다.


“그, 그래도 걱정하지 마! 누나는 똑똑하잖아! 나보다 여러 가지를 많이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아빠에게 역병을 물리치는 방법을 알려주면 된다고! 아니, 설령 모른다고 해도 여기에서 도망칠 수만 있다면···!”

“후후후. 강 도련님?”


아직 어렸던 당시의 내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가며 세운 계획이 그녀의 웃음 띤 부름으로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그녀의 속삭임이 나를 부르고 있었고, 나는 대답해야만 했다.


“왜, 왜 그래? 누나···?”

“···저희가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달빛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내가 영원히 기억하는 그녀와의 첫 만남.

그것은 마을에 역병이 돌기 전, 그러니까 1년 전 달빛이 은은하게 내리쬐는 언덕 주변의 호숫가였었다.

그녀는 호숫가 주변에 앉아서 구슬프게 울고 있었고, 부모님이 밤늦게 오시지 않아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바깥을 배회하다가 울고 있는 그녀를 만나서 울지 말라고 위로를 해줬었다.


“후후후. 그날 밤 수면에 비친 달그림자가 유독 아름다운 나머지 이런 동굴에 틀어박혀서 얼음으로나마 비슷하게 재현해하려 했는데, 설마 그게 오늘에서야 간신히 이루어지니 감격스럽고 또한 슬플 따름입니다.”


그녀의 웃음은 평소의 웃음이 아니었다.

그녀의 분위기는 평소의 분위기와 달랐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만은 평소와 같았다.

비록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그 후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차이를, 그리고 의미하는 바를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동굴에 머무르기 결심한 순간부터 그런 결과를 예감한 것이다.


“···누나? 무슨 말인지 난 잘 모르겠지만, 슬퍼하지 마! 내가 아빠한테 잘 설명해줄게! 누나는 착한 마물이라고, 그리고 내 친구라고!”

“···강 도련님···.”


그녀의 투명한 눈동자에 물기가 생기더니 곧바로 눈발이 되어 허공에 흩날렸다.

그런 불쌍한 모습을 보이면서 억지로 웃음을 짓는 그녀.


“강 도련님의 그 감사한 말씀만으로 충분합니다. 하오나 저는 설녀입니다. 인간들이 말하는 마물입니다. 강 도련님의 말씀대로 착한 마물이면서 친구라 해도 그 사실은 변치 않죠.”


어린 나조차 알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불합리했다.


“그, 그런데··· 왜 다들 누나가 역병을 몰고 왔다고 그러는 거야! 누나는 이 동굴에서 아무 짓도 안 했잖아! 나랑 줄곧 이야기만 했잖아! 겨우 그 뿐인데, 그런 거 말도 안 되는 오해라고! 누나는 마녀 같은 게 아니잖아···!”


내 말을 들으며 미소 짓는 그녀는 소매를 걷어붙여 조심스럽게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러자 화가 나서 달아오른 머리로 시원한 감각이 퍼져나가면서 점차 진정되었다.

그 조심스러우면서도 상냥하고 시원한 손길은 잊을 수 없었다.


“강 도련님의 말씀이 전부 맞습니다. 허오나 세상에 여러 가지 마물들이 있는 것처럼 인간들도 여러 가지가 있는 거겠죠. 인간에게 마물이란 건 존재 자체만으로 죄가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랍니다.”

“그, 그러면··· 그러면! 지금 여기서 도망치자! 역병 같은 건 이제 상관없잖아! 누나가 멀리 도망가면 아빠도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을 거야!”


나는 내 머리 위에 있는 그녀의 손을 맨손으로 붙잡아서 억지로 잡아끌었다.

손이 따가울 만큼 시리더라도, 설령 동상에 걸리더라도 결코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있는 힘을 다해 끌어내려고 해도 그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강 도련님. 이미 늦었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불길한 기분이 들어서 동굴의 통로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희미하지만 불빛이 보였고, 그 불빛은 결코 중간 지점의 달빛 같은 게 아니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횃불이 하나, 둘, 셋, 점점 늘어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내가 있는 동굴 내부에까지 울려 퍼졌다.

잠시 후 농기구를 든 아버지를 선두로, 아직까지 역병에 걸리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횃불이나 호미나 갈퀴 같은 농기구, 들짐승용 몽둥이나 창을 들고 찾아왔다.


“···처, 천아! 네가 어찌 이곳에 와 있는 게냐!”

“저, 저것 봐! 군데군데 다친 아이를 인질로 붙잡고 있어!”

“···저 비열한 마물 놈!”


아버지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 전부가 적대적이었다.

그 살기등등한 모습에 짓눌려서 떨고 있을 그녀를 위해서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아, 아냐! 이건 여기 올 때 긁힌 상처들이란 말이야! 누나가 나한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저, 저런! 저렇게 순진한 아이마저 홀려놓다니!”

“천아! 어서 정신 차려라! 그 손을 놔라! 그런 추악한 마물에게 넘어가지 마라!”


내 필사적인 변명은 소용없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아냐, 아니라고! 왜 다들 누나한테만 뭐라 그러는 거야! 난 제정신이야! 마을에 돌고 있는 역병 같은 거 누나랑 아무 상관도 없다고! 누나는 착한 마물이란 말이야! 다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나는 비난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지지 않을 만큼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그러자 앞장 선 아버지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손에 든 농기구를 던져버리고, 옆 사람이 들고 있던 몽둥이를 뺏어서 돌진했다.


“당장 우리 천이에게서 그 더러운 손을 떼란 말이다아아!”


아버지의 몽둥이는 그녀의 팔, 즉 내가 붙잡고 있는 팔에 명중했다.

하지만 그녀는 약간의 충격으로 흔들릴 뿐 아무렇지도 않자 아버지는 연달아 같은 곳을 향해 몽둥이를 내리쳤다.


“누, 누나아아···!”

“당장, 천이를, 내놔! 당장, 아내를, 살려내! 그리고, 당장, 죽어버려!”


이윽고 내가 붙잡고 있는 그녀의 팔에 실금이 가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러져 버렸다.

그녀의 팔이 부러질 때 충격으로 나는 옆으로 밀려났고,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중간 지점에서 이야기를 해줄 때 그 자상한 미소 그대로, 그녀는 마지막으로 내게 고했다.


“···강 도련님, 안녕히 계시길. 그리고 부디 건강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동굴 입구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외쳤다.


“처, 천이가 떨어졌다! 다들 지금일세!”

“모두! 힘을 합해서 마물 놈을 없애버리자!”

“역병을 몰아내자!”


그렇게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구타를 가했다.


“아, 아니야! 아니라고! 그만해! 제발! 누나···! 누나!”


그녀의 다른 쪽 팔이 몽둥이에 맞아 박살이 났다.

그녀의 왼쪽 다리가 갈퀴에 찔려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녀의 오른쪽 다리가 창에 맞아 둘로 갈라져서 마구 짓밟혔다.

그녀의 몸은 수많은 횃불과 무기들로 구타당하며 조금씩 녹여져서 깎여나간다.


“아, 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그녀가 부서진다.

그녀가 조각난다.

그녀가 녹여진다.

내가 사랑했던 그녀가 점차 없어져 가고 있었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흐, 흐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 새 동굴 바깥에 있는 커다란 바위틈에 숨어있었다.

주변 곳곳에서 나를 찾기 위해 내 이름을 부르는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무시했다.

내가 그들에게 이름을 불리는 것 자체가 싫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빼앗은 그들이 증오스러웠다.


“누나··· 누나···.”


넋을 잃은 것처럼 그녀만을 중얼거리면서 그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다시금 그녀의 동굴로 걸어갔다.

그러나 이제 그곳에 그녀는 없었다.


“···누나.”


그녀였던 것이리라 생각되는 얼음 파편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더 이상 그녀의 온전한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 당시 내가 끝까지 쥐고 있었던 떨어져 나간 그녀의 오른팔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동상을 입든 말든 상관없이 곳곳에 퍼진 얼음 파편을 정성껏, 그리고 녹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집어서 오른팔과 함께 한 곳으로 모았다.


“누나··· 다시 보고 싶어··· 다시 듣고 싶어··· 다시 얘기하고 싶어···.”


오른팔을 포함한 얼음 파편들을 한데 모으니 내 몸집 수준 밖에 되지 않을 정도의 양이었고, 그것들을 동굴 내벽을 뒤덮고 있는 가장 두꺼운 얼음으로 밀었다.

왜 나는 아무 상처 없이 멀쩡하게 살아있어야 하고, 그녀가 대신 산산이 부서져서 죽어야 했던 걸까.

대체 왜 어째서··· 그렇게 수십, 수백, 수천 번을 증오하고 원망하면서야 문득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그 일을 계기로 다짐했다.


“···맞아. 누나는 설녀였지? 그럼 얼음만 충분하면 다시 만날 수 있어. 얼음만 있으면 재생한다고 그랬잖아! 나, 누나한테 여러 가지로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걸!”


그렇게 정한 이상 나는 더 이상 울지도, 망설이지도 않았다.


“···누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짓이든 하겠어.”


그 후로 나는 부모 따위 알 바 아니라는 듯 마을을 벗어나 온갖 고행을 겪으며 살아오면서 강해지기 위해 수많은 스승을 두었다.

이윽고 어느 정도 실력이 붙었다고 생각했을 땐 그녀와의 첫 만남을 상기하여 월영단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불로불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상에 달려들었다.


“그것이 이제야 간신히··· 드디어 빛을 보게 됐어.”


니제르와의 대화 이후로 옛날을 회상하며 걷다가 도달한 장소, 이 동굴이야말로 나와 그녀의 추억이자 마지막 이별의 장소였다.


“아, 아아··· 오늘은 한층 더 아름다워··· 마치 어렸을 적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이야!”


눈앞의 그녀는 내 기억을 토대로 부러졌던 오른팔은 물론이고, 전신이 절묘하게 만들어져 얼음으로 지어진 투명한 관 안에 누워있었다.

비록 그녀는 한 번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 내가 끝까지 지킨 오른팔을 통해 희미하게나마 살아있었으며, 오른팔을 통해 인간 형태로 재생되고, 내가 나머지 부분에 얼음을 추가적으로 더해서 절묘하게 조각한 것이다.


“···후, 후후후. 이번 계획이 잘 된다면··· 더 이상 마물이나 아인을 차별하는 본국 따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나와 그녀만의 이상적인 세계가, 아니 가엾게도 남쪽에서 자리를 못 잡고 방황하는 그녀의 동류들이 편안히 살 수 있는 세계가 완성될 것이다!”


심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 올 때면, 신기하게도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솟아난다.


“아아··· 그리고 그런 편안한 세계에서 불로불사를 쟁취하게 되면, 나와 그녀는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어!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을 일이 없는··· 그야말로 나와 그녀의 영원한 태평성대야!”


모든 것이 그녀를 위해서, 불로불사라는 것조차 그저 수단의 한 가지이며, 결과적으로 그녀만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 허용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해악이 되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불가하고, 용서할 수 없으며, 즉각 배제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렸던 당시에 저질렀던 것처럼 하찮은 실수나 변수는 반드시 없어야 한다.


“···아아! 아름다운 나의 그녀, 언제나 나를 위로해주는 그녀, 당신이 내게 준 힘으로 반드시··· 나와 그대의 월영단으로 반드시 본국을 지배해서··· 영원히 함께 행복하게 살게 해드리리다!”


내 전신을 타고 흐르는 냉기가 마치 그녀의 간절한 속삭임처럼 들렸다.

걱정 말라고, 기운 내라고, 응원 한다고, 그리고 사랑 한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부단장, 아니 그 빌어먹을 몹쓸 마녀년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해악이다. 이 내가 불로불사의 방법만 손에 넣는다면, 더 이상 그런 녀석에게 굽신거리면서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녀에게서 들었던 적이 있다.

마녀의 약점, 그것은 마녀의 목을 절단해서 머리를 없애버리는 것.

그를 위해서 지금까지 굽신거리며, 최대한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었고, 목표인 불로불사만 손에 넣는다면 촌각조차 길게 느껴질 정도로 재빠르게 수급을 취하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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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제104화 19.07.09 13 0 12쪽
103 제103화 19.07.08 15 0 12쪽
102 제102화 19.07.07 14 0 12쪽
101 제101화 19.07.06 13 0 12쪽
100 제100화 19.07.05 12 0 12쪽
99 제99화 19.07.04 12 0 12쪽
98 제98화 19.07.03 11 0 12쪽
97 제97화 19.07.02 14 0 12쪽
96 제96화 19.07.01 13 0 13쪽
95 제95화 19.06.30 15 0 15쪽
94 제94화 19.06.29 18 0 12쪽
93 제93화 19.06.28 13 0 13쪽
92 제92화 19.06.27 1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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