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새글

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7.16 06:0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1,741
추천수 :
13
글자수 :
647,355

작성
19.06.13 06:00
조회
16
추천
0
글자
12쪽

제78화

DUMMY

비록 의술이 뛰어난 진수련은 아니지만, 연합맹주의 상태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연이은 전투로 내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움직임 탓에 이미 전신에 독이 돌고 있는 상태였다.

설령 연맹의 정점인 맹주라 할지라도 그가 천군만마로 불렸을 시기는 전성기에 해당하는 젊은 시절이었음을 감안하면 수많은 무인들의 병장기를 적수공권으로만 받아치고, 때로는 맨몸으로 막아내며, 이에 더해서 무려 손속에 사정을 두어 세뇌된 무인들을 재기불능으로 살려두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지금도 진수련은 스스로에게 쓸 문장력을 모조리 연합맹주에게 부어서 억지로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정작 이곳까지 옮겨줬다는 그 두 사람은 어디를 갔지?”


칼빈 중사가 부하들의 인원수를 파악하고 객잔을 중심으로 경계를 세워서 점소이에게서 사정을 듣고 있었다.

그러자 점소이는 고압적인 태도의 칼빈 중사의 기세에 억눌려 우물쭈물 대답했다.


“그, 그게··· 당장 의원을 데리고 올 테니 그 때까지 잘 보살피라는 말씀 밖에는···.”


하지만 칼빈 중사 곁에서 점소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시우로서는 막연한 불안감이 가득했다.

바깥의 상황은 누구 할 것도 없이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서 매우 혼란스러웠으며, 데려온다는 의원조차 정상적일지 의심스러웠다.

하물며 제정신이라 해도 이토록 난장판이라면 곧잘 지나가는 무인이나 광인에게 습격당하지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시우를 포함한 일행들도 이곳까지 광학미채 시스템에 의지해서 간신히 도착했으니 말이다.


“···쯧. 그럼 일단은 대략적인 인상착의라도 말해라. 바깥을 경계하고 있는 부하 놈들에게 전해서 발견하는 즉시 보호하도록 말해놓지.”


칼빈 중사도 시우와 마찬가지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설령 시우와 덤으로 연합맹주를 구출하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정작 중요한 것은 제대로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바깥의 상황으로 미루어보면 현재 거점으로 지정한 객잔조차 머지않아 공격 대상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빈 중사는 될 수 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동방국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먀우가 필요했고, 먀우를 찾기 위해서 인원을 나눠야 했지만, 오히려 객잔에서 의원을 기다려야 하는 등 발이 묶이게 된 것이다.


“···이봐, 꼬맹이.”

“···네?”


칼빈 중사 뒤에서 묵묵히 침묵하던 개런드 하사가 시우의 어깨를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병실 쪽으로 가서 뭔가 필요한 건 없는지 알아보고 와. 조만간 인원을 둘로 나눠서 행동해야 할 것 같으니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개런드 하사가 병실이라고 말했었지만, 사실 객잔 안쪽에 주인장이나 점소이의 직원 휴게실 같은 용도로 쓰이는 커다란 방일 뿐이며, 그곳에는 연합맹주를 포함해서 가나와 진화랑이 누워 있었다.

그나마 힘겹게라도 움직일 수 있는 진수련이 쉴 새 없이 문장력을 소모하면서 그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었고, 그 밖에는 의무병과 출신의 병사가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저기, 수련 씨? 혹시 뭔가 필요한 게 있으시면 뭐라도 말씀해주세요? 저도 돕고 싶어요.”

“이, 이 공자··· 그것 참 감사한 말씀입니다···.”


진수련 또한 독에 중독되어서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당장 눈앞에 누워있는 이들보다 낫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문장력을 운용해서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고로 해독이 되지 않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었다.


“···하오나 송구스럽게도 이 공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이 독이 저의 문장력을 밀어내려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독 또한 문장력의 일종이라 생각합니다.”


문장력에는 문장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가나와 함께 여행하면서 시우가 알고 있는 이능작가의 상식이었다.

고로 마나와도, 마력과도, 아마도 동방국에서 말하는 기와도 전혀 다른 체계라 생각되는 문장력은 오로지 이능작가만이 다룰 수 있기에 일반인인 시우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그래도 분명히 뭔가 다른 방법이···!”


그러자 도우미를 자처한 병사가 시우에게 다가오며 조용히 말을 걸었다.


“···안타깝게도 저 아가씨의 말이 맞아. 이 독도 대체 어떤 원리인지 당장 분석해서 알 수 없는 이상 제 아무리 북방국에서 지급된 해독제로 오히려 독약이 되어버릴 수 있다고.”


그런 건 상식적인 범주의 의학 지식을 갖춘 시우도 알고 있었다.

적절한 처치가 아니라면 오히려 독이 될 지도 모르는 이상 섣부른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혼자만 애를 쓰는 진수련을 보면서 무언가라도 도와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가나를 구해내고 싶었다.


“···지금은 환자들을 위해서 자리를 비켜주는 게 고작인 것 같구나. 간호는 아가씨와 내게 맡기고, 너는 만일을 위해서 바깥을 경계해주면 좋겠는데.”


정작 개런드 하사에게서 명령을 받고 병실에 찾아온 시우였지만, 별 다른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풀이 죽은 채 병실을 나가게 되었다.


“···토리, 아직도 있어?”

“긍정. 물론입니다. 해당 개체 이시우의 보호가 2대 마스터가 내렸던 최우선 명령이니까요.”


정작 명령을 한 가나가 쓰러지고, 시우 본인이 이토록 멀쩡한 게 부끄러웠다.

차라리 저곳에 쓰러져 있는 게 가나가 아니라 시우 본인이었다면, 이라고 생각하는 시우였다.

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똑바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시우로서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혹시 저 독을 분석해서 해독제를 만들 수 있어?”


그러자 언제나 빠르게 즉답을 했던 토리가 이번만큼은 몇 분에 걸쳐서 침묵을 유지했다.


“···부정. 불가능합니다. 해당 독성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구조를 분석하여 해독제를 조제하기 위해 역산을 시도했지만, 문장력의 존재 때문에 시뮬레이트에 오류가 발생합니다. 이는 마나와 전혀 다른 개념의 에너지이면서도 실존하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에 생긴 오류라 사료됩니다.”


조금쯤은 기대를 품었던 시우는 실망했다.

제 아무리 최첨단의 성능을 자랑하는 오버 테크놀로지의 산물인 토리라 할지라도 이능작가가 아닌 이상 문장력의 존재를 증명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믿고 있던 토리마저 해독하지 못하는 이상 방법은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그러면 월영단의 이능작가를 쓰러뜨리면 어떨까?”


시우는 진수련과 만난지 얼마 안 됐을 당시에 월영단에게 세뇌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월영단 측의 이능작가를 쓰러뜨려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만일 그 방법이 중독된 사람들에 한해서도 유효하다면, 해독을 할 것이 아니라 월영단 측의 이능작가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모든 상황이 반전된 것이리라는 시우의 낙관적인 추측이었다.


“···대답.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확실히 이전에 해당 개체 진수련이 세뇌를 해제하기 위해 월영단 측 이능작가를 토벌해야 한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해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그리고 근거가 되는 연관성이 부족합니다.”


토리의 대답을 들은 시우는 가나와 함께했던 지금까지의 기억을 돌이켜보았다.

가나 역시 문장력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마주했었고, 그 현장의 대부분에는 시우도 같이 있었다.

문장력을 사용한 갖가지 기술에는 어느 정도 제약이 있긴 해도 대부분은 무리 없이 실현이 되었고, 실현이 된 것들은 정해진 목적이 달성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졌었다.


“···문장력은 더 크고 강한 문장력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저번에 엘리자베트가 그랬잖아? 하지만 가나 씨의 문장력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저절로 사라졌었는데?”


시우의 지적에 토리가 그 동안 모은 정보들을 토대로 대답해주었다.


“대답. 여전히 문장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에 추측에 불과합니다만, 문장력을 이용한 명령에는 일종의 제약이 있으며, 이를 넘어서서 목적이 완수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령 2대 마스터가 이시우 당신에게 죽지 말라고 말해도 불로불사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이전에 문장력에 대한 실험으로 시우가 엘리자베트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 가나가 시우를 지키기 위해 더 큰 문장력으로 죽지 않을 거라 보호를 해주었었다.

그 후 월영단에 대한 것을 듣고서 설령 문장력이라 할지라도 불로불사라는 게 터무니없는 목표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문장력에 의한 과정과 결과는 엄연히 다르며, 설령 죽지 않는다는 등 불로불사라는 문장력이라 해도 인과에 맞춰져서 수정이 될 뿐이었다.


“대답. 이시우의 의견처럼 문장력에 의한 독이 시간 경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월영단 측 이능작가가 그런 일시적인 무력화에 중점을 둔 독을 제조했을 거라는 걸 상정하기 어렵습니다. 동방국 전역에 대규모 세뇌 작업마저 행하는 자가 그런 방법을 선택할지 의문입니다.”


토리의 말을 듣고 보니 시우는 스스로의 판단이 안이했다고 절실하게 느꼈다.

독이 저절로 낫는다는 보장도 없이 그저 기다리는 건 낙관적인 것을 넘어 무모했다.

당장 목숨을 잃게 될 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런 생각은 희망적인 관측도 뭣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대답. 설령 이시우의 의견처럼, 월영단 측의 이능작가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해독이 된다는 가정이 진실이라고 해도 그건 그것으로도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동방국 전역은 월영단 측으로 추정되는 광인들의 무질서한 행패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한 해당 병력이 부족하고, 또한 월영단 측 이능작가의 위치에 대한 정보도 전무합니다.”


그 동안 듣고 있었던 토리의 말이 구구절절 모두 맞았다.

이것은 월영단 측에서 철저한 계획에 의해 일어난 대규모 사건이며, 하물며 월영단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고 해보기도 전에 이미 한 발 앞서 사건이 발생해버려서 손을 쓸 틈이 없었다.

가령 월영단 측의 인물로 보이는 자를 심문하려고 해도 광폭한 상태라 대화가 성립할 지도 애매했었다.


“···젠장. 그러면 더 이상 방법이 없나? 정말로, 아무런 방법도···!”


그 무렵에 객잔 안으로 누군가, 아니 두 사람이 들어왔다.

피로 물든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누군가에게 부축하여 객잔 안으로 힘겹게 걸어 들어오는 남자.

그는 바로 사라졌던 대장부였다.


“···자, 장부 씨!”


시우가 깜짝 놀라며 다가가자 장부가 어중간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야~ 뭔가 오랜만입니다요, 시우 도련님? 그나저나 제 꼴이 이래서 뭔가 더 부끄럽습니다요.”

“···그런, 설마 바깥에 있는 월영단 놈들에게 당한 건가요?!”


그러자 장부를 부축하고 있는 청년이 대신 대답했다.


“···이 분은 광인들에게 둘러싸여 죽을 위기에 빠졌던 저를 구하려다 이토록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비록 제가 의원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런 무식한 싸움 방법은 의원 생활 수년에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의원이라 말하는 청년의 대답에 장부가 고개를 끄덕였고, 시우가 안심하자 주변을 경계 중인 병사들이 숨어 있다가 하나 둘씩 나오자 시우가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재빨리 설명했다.


“여, 여기 있는 분들은 월영단이 아니라 동료에요! 저희 목숨을 구해준 분들이라 두 분을 경계하고 있었거든요!”


그러자 개런드 하사가 시우 곁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어이, 꼬맹이. 병실에는 가봤나? 이제 슬슬 둘로 나뉘어서 행동해야 해.”

“그, 그거 말인데요. 아무래도 해독을 하려면 독을 건 월영단 측 이능작가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면 불가능 하겠죠···?”


그 말을 들은 장부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두 사람의 대화에 갑작스럽게 끼어들었다.


“···그, 시우 도련님! 그 이능작가가 있는 곳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1 제111화 NEW 13시간 전 3 0 12쪽
110 제110화 19.07.15 7 0 13쪽
109 제109화 19.07.14 8 0 12쪽
108 제108화 19.07.13 10 0 13쪽
107 제107화 19.07.12 12 0 14쪽
106 제106화 19.07.11 11 0 13쪽
105 제105화 19.07.10 14 0 12쪽
104 제104화 19.07.09 13 0 12쪽
103 제103화 19.07.08 15 0 12쪽
102 제102화 19.07.07 14 0 12쪽
101 제101화 19.07.06 13 0 12쪽
100 제100화 19.07.05 12 0 12쪽
99 제99화 19.07.04 12 0 12쪽
98 제98화 19.07.03 11 0 12쪽
97 제97화 19.07.02 14 0 12쪽
96 제96화 19.07.01 13 0 13쪽
95 제95화 19.06.30 15 0 15쪽
94 제94화 19.06.29 18 0 12쪽
93 제93화 19.06.28 13 0 13쪽
92 제92화 19.06.27 14 0 13쪽
91 제91화 19.06.26 15 0 11쪽
90 제90화 19.06.25 14 0 13쪽
89 제89화 19.06.24 15 0 15쪽
88 제88화 19.06.23 16 0 12쪽
87 제87화 19.06.22 13 0 12쪽
86 제86화 19.06.21 16 0 14쪽
85 제85화 19.06.20 17 0 13쪽
84 제84화 19.06.19 17 0 12쪽
83 제83화 19.06.18 16 0 12쪽
82 제82화 19.06.17 20 0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스법군'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