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새글

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7.20 06:00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838
추천수 :
13
글자수 :
669,814

작성
19.06.14 06:00
조회
17
추천
0
글자
12쪽

제79화

DUMMY

숲 속의 조그만 통나무 오두막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깨끗한 실내, 그 한가운데서 마치 귀족이나 부자나 할 법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식사를 즐기는 어느 여성이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부터, 전신을 아름답게 돋보이게 하는 실크 드레스까지, 본인의 새하얀 살결을 제외하면 전부 검은색으로 일관된 여인은 월영단의 이능작가, 니제르 하우사였다.

그런 그녀가 한창 식사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갑작스럽게 식사를 중단하며 입을 열었다.


“···음? 뭐, 좋아. 일단 다들 ‘들어와’라.”


그러자 아무 것도 없었던 넓고 깨끗한 실내에 갑작스럽게 몇 명의 무인들이 나타났다.

그 중 일부는 빈사의 상처를 입은 채 지혈조차 하지 않았기에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나 개의치 않으며, 당장 붙잡고 있는 어느 여성의 포박에 주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여성에게는 몇 명의 무인들이 달라붙어서 포박을 하고 있었기에 순순히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부단주님께서 명령하신대로 산 채로 붙잡아 왔습니다.”


니제르의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있는 여성은 무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전신이 상처투성이였던 수인, 유랑상인인 먀우였다.


“그래, 그래. 너희들은··· 음··· 그렇지. 이제 슬슬 올 때가 됐으니 그 녀석은 놔두고, 바깥에 나가서 경계라도 서 있다가 누군가 오게 되면 곧바로 내게 보고해.”

“존명.”


니제르의 명령에 무인들이 포박한 여성을 풀어준 채 그 자리에서 다시금 사라졌다.

그리고 중단했던 식사를 재개하는 니제르였지만, 먀우를 앞에 두고 아무런 긴장조차 하지 않은 채 여유롭게 말했다.


“일단은 만나서 반가워. 직접 만나게 되는 건 이번으로 두 번째였던가, 고양아?”


그러나 먀우는 침묵했다.

상처가 깊어서 말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니제르의 등장에 놀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니제르의 끝을 모르는 사악함에 경계하고 있을 뿐이었다.


“후후후···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설마 우리들의 첫 만남이 아직까지도 충격적인 건가?”


니제르와 먀우의 첫 만남은 아주 오래 전,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의 먀우는 홀로 살아남기 위해 곳곳을 방황해야 했고, 그러면서 어떻게든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생쥐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생쥐는 얼마 안 가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 원인이 되는 게 바로 먀우의 눈앞에서 식사 중인 니제르 하우사였다.


“···원래 냠쪽의 규칙이 약육강식이라 해도, 냐는 그 날의 일을 절대로 있지 못하냐. 냐와 냐의 유일한 친구를··· 찌이냥을 갖고 놀다가 죽여 버린 당신을 절대 잊지 못하냐.”


그 당시의 니제르 하우사는 마녀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묘인족, 그것도 암컷 개체를 발견하여 친구였던 다른 마녀에게 넘기는 걸로 며칠 동안의 안식을 얻고자 했었다.

하지만 먀우는 니제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고, 그 과정에서 소중하게 아끼는 생쥐를 잃게 된 것이다.


“···저런? 묘인족의 증오는 아주 오래간다고들 하는데, 하지만 나도 최근에 소중한 것을 잃게 됐으니 지금은 그걸로 만족하고 넘어가주지 않겠어?”


먀우는 니제르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 했고, 이해할 생각도 없었다.

비록 종족도 다르고, 일방적으로 애완동물 취급해서 데리고 다녔어도 가족과 같은 느낌을 주는 소중한 것을 희롱한 끝에 죽여 버렸었다.

그 사실이 변치 않는 것처럼 니제르가 무엇을 잃었든 이미 품게 된 증오가 풀릴 리 없었다.


“아무래도 화가 안 풀렸다는 표정이지만, 사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와는 별 상관도 없겠지. 나에게 죽었을 정도면 머지않아 다른 누군가에게 금방 죽었을 운명일 테니까.”


그렇게 멋대로 납득한 니제르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먀우를 앞에 두고서 여유롭게 식사를 했다.

먀우가 당장이라도 일어서서 몇 걸음을 내딛어도 충분히 손과 발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그러기 전에 먀우는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붙잡고 분노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냐도 찌이냥처럼 희롱당하다가 죽는 거냐?”

“글쎄다? 일단은 혹시나 싶어서 산채로 데리고 오라고 명령을 내리긴 했는데,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그렇게 엉뚱하게 반문한 니제르는 식사를 중단하고서 의자에 앉은 채 주저앉은 먀우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동안 침묵하던 니제르는 뭔가 생각이 난 듯 손뼉을 치면서 대답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인간들 사이에서 묘인족도 마물로 분류가 됐었지?”


마찬가지로 마물로, 더욱 정확히는 마녀로 분류가 되어 있는 니제르는 새삼 깨달았다는 듯 먀우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러나 먀우는 그 대답에도, 미소에도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침묵했다.


“내가 최근 들어 골치를 썩이는 문제가 하나 있거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너를 갖고 잠깐 실험을 해야겠는데?”


결국 먀우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자, 먀우는 의자에 앉아있는 니제르를 향해 손톱을 세운 채 덮치는 것처럼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먀우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차마 움직일 수 없었다.


“···큭!”

“후후후. 왜 그러니, 고양아?”


만일 먀우가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덤벼들 기세를 보인다면, 마녀인 니제르는 여유롭게 막아내거나 피해내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아직 죽을 생각이 없었던 먀우는 그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뭐, 무슨 이유에서든 고분고분한 것은 내 수고를 덜어서 그건 그거대로 좋겠지.”


실제로도 니제르 역시 먀우가 조금이라도 반항하거나 저항하려는 기세가 보였으면, 문장력을 사용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거나 억지로 세뇌시킬 생각이었기에 먀우의 의사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럼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서 간단한 질문을 하나 해볼까.”


먀우가 처음 만났을 당시의 니제르였다면, 문답무용으로 실험이 시작됐었으리라고 먀우는 생각했다.

그러지 않은 것에 먀우는 다시금 불안한 기분을 느끼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나는 인간이 미워. 그러는 고양이는 어때? 혹시 인간이 미운가?”


마물, 특히 아인에게 있어서 언제나 근본적으로 의식하고 있을 중요한 질문이었다.

설령 니제르뿐만 아니라 먀우나 다른 아인들에게도 한 번 쯤은 물어보고 깊게 생각할 법한 난제였다.

이에 대해 먀우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순순히 대답했다.


“···냐라도 미울 때가 있었지만, 그래도 냐는 기본적으로 상인이니··· 인간들을 미워할 수 없냐.”


초반에는 먀우 역시 마물이자 아인, 그것도 수인 중에서 특별히 개체 수가 적은 묘인족으로서 인간을 좋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유랑 상인으로서 행동하여 인간들과 지내기를 결심한 후로 인간들과의 마찰은 적어졌고,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인맥을 쌓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 그들이 있기에 남쪽 위험지대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먀우는 그들에게 내심 감사하는 마음마저 있을 정도였다.


“···흐응. 그렇구나. 고양이는 고양이 나름대로 정리가 되어 있다는 거네.”


니제르의 비아냥에 먀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덧붙여 말했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냐, 냐는 절대로 당신 같은 마녀의 수작에 놀아나지 않을 거냐.”

“후후후··· 그건, 과연 어떨까? 이미 눈치 챘겠지만, 나는 평범한 마녀가 아니거든?”


먀우는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는 듯 직감했다.

이곳에 끌려오면서 보았던 비좁아 보이는 오두막에 비해 무척 크고 넓은 내부, 그리고 말 몇 마디로 곧바로 니제르 앞까지 소환되는 일마저 경험했으니 눈치가 빠른 먀우는 진즉 깨닫고 있었다.

니제르는 이능작가였다는 것을 말이다.


“···음. 뭔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잠시 실례할게.”

“···읏!”


니제르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먀우에게 다가가 머리를 향해 손을 뻗기까지, 먀우는 아무런 말조차 할 수 없었다.

먀우가 느꼈던 감각은 마치 거대한 괴물이 먀우를 한 입에 삼키기 위해 입 속으로 집어들려고 하는 느낌과 같았기 때문이다.


“후후후. 역시 내 것보다는 고양이의 기억이 더 선명하네.”

“대체 무, 무슨 말이냐!”


니제르가 한 일은 지극히 간단했다.

그저 먀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가 금방 거두어들인 게 전부였다.


“뭐, 잠시만 기다려 보라고? 무척 신기한 걸 보여줄 테니까.”


그렇게 말한 니제르는 테이블로 시선을 옮기더니, 아직까지 남아있는 음식들을 향해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인간의 성대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복잡하고 기괴한 주문이 짧게 이어지자 테이블 위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후후후! 오랜만에 한 것치고는 꽤 괜찮게 성공한 모양이네.”


테이블 위에서 반짝인 무언가가 니제르의 손에 의해 먀우 앞에 놓아졌다.

주문을 외는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먀우는 아무런 말도, 심지어 호흡조차 제대로 불가능 할 정도로 놀랐다.


“찌, 찌이··· 냥···?”


니제르에 의해 먀우의 눈앞에서 움찔거리는 것은 수십 년 전에 죽었어야 할, 찌이라고 불리는 먀우가 기르던 생쥐였다.

먀우가 기억하는 크기부터 생김새, 심지어 미약한 울음 소리마저 그 당시의 모습과 무엇 하나 다르지 않았다.

마치 찌이라는 생쥐가 죽기 직전에 과거로부터 시간을 거슬러서 현재에 도달한 것 같았다.


“어, 어떻게··· 찌이냥···? 찌이냥···!”


먀우의 말에 반응하는 찌이는 몇 차례 경계하는 듯 움직임을 보다가 문득 익숙한 냄새에 이끌렸던 것인지 금방 먀우의 무릎까지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몸으로 부비는 등 먀우를 간질였다.

먀우로서는 수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서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잃은 줄로만 알았던 가족이자 친구를 만났기에 그 벅찬 감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나는 수백 년을 살아온 마녀라고? 당연히 네크로맨시 같은 흑마법도 쓸 줄 알거든?”


네크로맨시.

그것은 흑마법의 일종으로서 강령술이라고도 불리는 금단의 마법이다.

그러나 인도적인 문제 때문에 서방국에서는 이론에 불과한 학문으로서 전해지며, 사용자 또한 서방국 전역을 통틀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적었다.

게다가 그들이 사용하는 네크로맨시도 기껏해야 사령을 소환하거나 조종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니제르의 실력은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찌, 찌이냥? 찌이냥!”


갑자기 먀우는 찌이를 감싸며 울부짖었다.

방금 전까지 먀우에게 애교를 부리던 찌이가 점차 느려지더니 이윽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먀우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슬픔에 부들부들 떨게 되었고, 니제르를 노려보며 외쳤다.


“대체··· 냐에게 원하는 게 뭐냐! 왜 이런 슬픈 짓을 하는 거냐!”


줄곧 먀우의 모습을 기분 좋게 감상하던 니제르가 황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후후후··· 이건 그저 실험이라고 말했었잖아? 하지만 내 제안을 들어준다면, 제가 그렇게 소중하게 아끼는 생쥐를 좀 더 곁에 두게 해줄 수도 있지만?”


그 누구라도,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갖게 되었다가 강제로 빼앗기는 것만큼 비참하고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먀우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의 먀우가 있을 수 있도록 계기가 되어준 찌이가 바로 그것이었다.

만일 찌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먀우는 남쪽 위험지대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못하고 생을 마감했을 지도 몰랐다.

그런 절망적인 기분을 안고서 먀우가 물었다.


“···제안이 뭐냐···.”


그렇게 먀우의 말을 들은 니제르의 손에 심장이 쇠사슬에 묶여있는 그림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아··· 별 거 아니야. 나를 대신해서 머지않아 찾아올 인간 손님들을 상대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만 해준다면, 너의 소중한 생쥐는 영원히 네 곁에 머물게 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5 제115화 NEW 21시간 전 3 0 12쪽
114 제114화 19.07.19 5 0 13쪽
113 제113화 19.07.18 6 0 13쪽
112 제112화 19.07.17 4 0 12쪽
111 제111화 19.07.16 11 0 12쪽
110 제110화 19.07.15 11 0 13쪽
109 제109화 19.07.14 10 0 12쪽
108 제108화 19.07.13 10 0 13쪽
107 제107화 19.07.12 13 0 14쪽
106 제106화 19.07.11 12 0 13쪽
105 제105화 19.07.10 15 0 12쪽
104 제104화 19.07.09 14 0 12쪽
103 제103화 19.07.08 16 0 12쪽
102 제102화 19.07.07 16 0 12쪽
101 제101화 19.07.06 15 0 12쪽
100 제100화 19.07.05 13 0 12쪽
99 제99화 19.07.04 13 0 12쪽
98 제98화 19.07.03 12 0 12쪽
97 제97화 19.07.02 15 0 12쪽
96 제96화 19.07.01 14 0 13쪽
95 제95화 19.06.30 16 0 15쪽
94 제94화 19.06.29 19 0 12쪽
93 제93화 19.06.28 14 0 13쪽
92 제92화 19.06.27 15 0 13쪽
91 제91화 19.06.26 16 0 11쪽
90 제90화 19.06.25 15 0 13쪽
89 제89화 19.06.24 16 0 15쪽
88 제88화 19.06.23 17 0 12쪽
87 제87화 19.06.22 14 0 12쪽
86 제86화 19.06.21 17 0 14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스법군'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