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새글

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7.16 06:0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1,744
추천수 :
13
글자수 :
647,355

작성
19.06.17 06:00
조회
20
추천
0
글자
12쪽

제82화

DUMMY

저 월령이라는 것들에게서 쏘아진 게 대체 뭔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의 경험과 직감에 따르면 좋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액체 같기도 하고, 기체 같기도 한 시커먼 게 지면에 꽂혀서 구멍을 낼 줄이야.


“다중 물리 장벽 전개! 각자 산개해서 나를 엄호하라!”


이미 들켜버렸으니 대체 어떻게 우리들의 광학미채를 간파한 건지를 따져봐야 별 수 없었다.

지금부터는 적들의 증원이 도착할 테고, 빌어먹을 소모전으로 들어갈 테니 병사들로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없다.


“···이봐! 지금부터 어디로 가야 하냐!”


이름부터가 대장부라는 녀석이 큰 충격을 받았는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월령들 한가운데 너머를 가리켰다.


“쳇! 어이, 너희들은 내 뒤를 따라와라! 죽기 싫으면 내게서 벗어나지 마!”


나는 부하들의 엄호를 받으면서 다중 물리 장벽만 믿고 돌진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우리들의 전자 소총이 확실하게 데미지를 주고 있었고, 놈들에게서 쏟아지는 공격은 다중 물리 장벽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저들을 넘어서 다음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중사 아저씨! 조심해요!”


나는 이시우에게 조심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방심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째서인지 우리가 있는 쪽으로 적들의 공격이 몰리기 시작했다.

물리 장벽 한 장이 깨지고,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됐다.


“중사님이 위험하다!”

“사격 대열을 유지하면서 돌격!”

“조금이라도 우리들이 시간을 벌어야 한다!”


때마침 부하 놈들이 이동 사격을 하면서 내 앞으로 다가와서 방패 역할을 해주었다.

적어도 부하 놈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면 나도 이판사판이다.

전자 소총의 유탄 발사구에 고폭탄 하나를 집어넣었다.


“···고폭탄 일발 장전! 발사! 모두 엎드려!”


내 전자 소총으로부터 쏘아진 고폭탄 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월령 놈들의 머리에 명중하고 화려하게 터졌다.

부하들이 다중 물리 장벽으로 폭풍을 막아냈지만, 기세가 엄청난 탓에 저마다 뒤로 밀려나거나 몇 장이 깨지기도 했다.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놈들을 뚫기 어려웠겠지.


“지금이다! 일어나! 우리들은 이 틈에 돌진한다! 너희들은 계속해서 엄호를 부탁한다!”


월령이 있던 곳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렸지만, 놈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방금 그 고폭탄은 서방국의 마법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화염 계열 공격 마법보다 훨씬 강력한 물건이니 말이지.

만일 방금 쏜 고폭탄마저 듣지 않았다면, 우리들의 화력으로는 더 이상 대항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퇴각을 해야 했을 터이다.


“···아니, 세상에.”


천장에서 다시금 물방울이, 이번에는 무려 사방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물웅덩이가 되어서 점차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대체 이 월령이라는 놈들이 얼마나 더 있는 거냐!”

“그,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요! 월령 놈들이 월영단의 비밀 병기라는 걸 안 것도 극히 최근 일이라서···.”


고폭탄 정도의 화력으로 당해낼 수는 있지만, 문제는 수였다.

하나하나의 공격은 다중 물리 장벽으로 막아내더라도, 그게 수십에 이르면 제 아무리 다중 물리 장벽이라 한들 깨지고 만다.


“···작전 변경! 모두 사격을 중지하고, 내 주변으로 시급히 집합! 이대로 가능한 막아내면서 돌파한다!”


미쳤다고 저 놈들을 전부 해치우려면, 수중에 남아있는 고폭탄과 다중 물리 장벽을 엄청나게 많이 소모해야 할 것이다.

부하 놈들이 적당히 엄호만 해주면 마지막에는 후퇴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로 부하 놈들의 목숨을 맡아버리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 모두 무사히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인마! 대체 언제까지 아무 것도 없는 곳을 달려야 하냐!”

“아, 아니라굽쇼! 비록 아무 것도 없어 보여도 확실하게 다음 층으로 향하는 복도를 걷고 있다굽쇼?!”


그런 것치고는 사방에서 놈들의 공격이 적나라하게 쏟아지는데 말이지.

그렇게 부하들의 다중 물리 장벽이 연이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다며 내 판단을 후회한다.


“···소용없냐.”


갑자기 월령 놈들의 공격이 멎더니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그 고양이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이시우가 소리쳤다.


“···먀우 씨?! 어, 어디 계세요! 이곳은 위험해요!”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우리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에,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발치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모습이 드러나는 고양이 녀석.

그건 분명 내가 알고 있는 고양이 녀석이었다.


“···아니, 환상이거나 눈속임이겠지. 숲 속에서 개런드 하사와 헤어졌다고 보고를 받았는데?”

“믿든 말든 냐는 환상이 아니냐.”


고양이 녀석 특유의 말버릇이나 그 모습은 분명히 녀석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째서 고양이 녀석이 월영단 아지트 속에서 나타나지?


“···그렇군. 목숨이 아까워서 포로로 투항한 거냐?”


그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이었다.

다중 물리 장벽조차 버거운 월령 놈들의 수를 고려해보면, 고양이 녀석이 목숨이 아까워 투항하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의미에서라면 맞았다고 해두냐.”


다른 의미.

나로서는 그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 만한 머리도 없었고, 또한 알고 싶지도 않다.

이 녀석이 이곳까지 도달하게 된 경위도 사실 어떻든 상관없었다.

단지, 내가 알고 싶은 건 우리들 앞에 나타난 고양이 녀석이 아군인지, 적군인지다.


“···거기서 비켜라, 고양이.”


나는 총구를 고양이 녀석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비키라고 말했다! 이 빌어먹을 고양이 녀석아아아!”


내 윽박에도 요지부동.

아무리 나라도 이제 슬슬 감이 왔다.

고양이 녀석은 우리들에게서 등을 돌린 것이리라고 확신했다.


“먀, 먀우 씨···? 어째 장난이 좀, 심하신 것 같은데요···?”


이시우의 부름에도 대답이 없었다.

우리처럼 계약으로 맺어진 게 아닌, 인연으로 맺어진 자의 부름에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뭔가 단단히 잘못 됐다.


“···미안하냐, 시우냥. 전부 소용없냐. 여기에서는 내 얼굴을 봐서라도 돌아가 주지 않겠냐?”


그 고양이 녀석의 말은 부하들의 목숨을 짊어진 나에게 무척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리고 한때 전우이자 군인인 나에게 무척 불쾌하고 굴욕적인 모독이었다.


“이 빌어먹을 썩어빠진 고양이 년아! 이곳까지 오면서 우리들이 대체 얼마만큼의 각오를 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 빌어먹게 미쳐가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곳까지 와서 아무런 보수도 없이 돌아가겠냐!”

“···아니냐. 보수라면 확실히 있냐.”


고양이 녀석이 나와, 이시우와, 대장부와, 의원과, 내 부하들을 전부 가리켰다.


“보수는 너희들의 목숨이냐. 하지만 냐의 제안을 무시하면 그 대가로 목숨을 지불해야 할 것이냐.”


그것은 이미 명백한 적대 행위.

나의 확신은 현실이 되었고, 나는 부하들의 목숨을 맡은 자로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

한때 동료였던 고양이 녀석을 죽여야 할지, 아니면 명백하게 부하들의 목숨을 잃게 될 작전을 수행해야 할지 말이다.


“어, 어째서··· 왜 이러시는 건데요, 먀우 씨!”


다시금 이시우가 외쳤지만, 고양이 녀석에게 반응이 없었다.


“아마도 그 문장력인지 뭔지로 세뇌가 되었나보군.”


그러자 고양이 녀석이 전신의 털을 곤두세워서 소리쳤다.


“차라리 그랬으면 더 좋았냐! 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종당하는 거였으면, 이런 비참하고 슬픈 기분을 느끼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냐!”


듣고 보면 뭔가 이상했다.

그렇다면 고양이 녀석은 마치 마지못해서 자의로 이런 일을 해야 했다는 것처럼 들린다.

지하 감옥에 갇혀있었던 나에게 그토록 호언장담을 했던 녀석의 말과는 어딘가 미묘하게 달랐다.


“···그러니 이제 마지막으로 말하겠냐.”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에 보이는 월령들의 수를 가볍게 세어도 수십에 이른다.

그에 비해서 이들과 대응할 수 있는 병력은 나를 포함해도 고작 다섯 명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빌어먹게 절망적인 상황이군.


“···냐가 부탁하겠냐, 애원하겠냐. 부디 냐의 얼굴을 봐서라도, 그 동안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지금이라면 아무 짓도 안 하겠다고 안전하게 돌려보내겠다고 맹세도 하겠냐! 더 이상 냐를 슬프게 만들지 말라냐! 그만 돌아가라냐! 동방국을 떠나라냐!”


고양이 녀석이 비참하게 울부짖는다.

심지어 눈물마저 흘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뼛속까지 군인 정신이 박혀있었던 모양인지 고양이 녀석에 대해서 착각했었던 것 같다.

녀석은 여전히 우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럴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습을 했었을 터인데 말이다.


“···우리들이 돌아가면, 정말로 아무 짓도 안 하겠다고 맹세한다고?”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자 고양이 녀석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게 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냐. 그 이상은 무리냐.”


그 말을 듣고 나는 결심했다.

나는 평소에 신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지만, 지금 순간에만 신이란 걸 믿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디 무사히, 우리들 전원이 살아남을 수 있길 바란다.


“···얘들아! 최종 수단의 사용을 허락한다!”


그러자 내 부하들이 전원, 양 엄지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동시에 눌렀다.

어째 한 사람도 망설이지 않는 거냐.

그리도 포상휴가가 탐이 나냐.

이 빌어먹을 것들.


“···우, 우오오오오오오오옷?!”

“최고로 High한 기분이지 말입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

“중사님 혼자만 주인공처럼 멋진 건 세계가 용납해도 저희들이 용납하지 않지 말입니다아아아아!”

“···아, 근데 이거 혹시 사망 플래그 아닙니까?”


내가 허락한 것은 리더에게 당부 받은 최종 수단, 강화제의 일종인 ‘스팀팩’이었다.

나도 사용하는 건 처음이지만, 듣기로는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에 인간의 잠재능력이 모조리 폭발하는 것처럼 발현되어서 일시적으로 초인에 가까운 신체능력의 발현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다만 생명력을 깎아내서 무리하게 발현하는 모양이라 약효가 떨어지면 며칠 동안은 꼼짝 없이 병상에 누워야 한다고 한다.


“···이시우, 우리들이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 그 사이에 너를 포함한 세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임무를 완수해라.”


그렇게 나도 관자놀이를 동시에 누르자 전신에 활력이 돌고, 미칠 듯 엄청난 쾌감에 휩싸여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확실히 내 기분이 끝내주게 좋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웬만하면 이런 위험한 수마저 쓰고 싶지 않았다.

이 방법은 정말로, 목숨을 버려야 할 각오를 해서 써야 할 만큼 위험하니 말이다.


“주, 중사 아저씨···.”


나도 참 바보 같다.

겉으로 보면 아직 아이처럼 보이는 녀석에게 우리들의, 그리고 동방국 전역에 퍼진 무인들과 일반인들의 목숨을 맡겨야 하니 말이다.


“···미안하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방법 밖에 쓸 수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이곳에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적들이 한 번 뚫린 아지트를 계속해서 놔둘 리는 없었고, 재정비를 해서 찾아온들 목표가 되는 그 이능작가라는 녀석이 도망칠 가능성도 있었다.

즉 기회는 지금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겠습니다!”

“···암, 그래야 사내대장부지!”

“대장부라면, 여기 있는··· 커헉!”

“네놈은 쓸데없는 개그 할 생각 말고, 책임지고 길안내나 해!”


고양이 녀석이 슬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이시우와 대장부, 의원이 앞으로 나아가도 막으려 들지 않았다.


“···소용없냐. 이제 시우냥도, 너희들도 다 죽게 될 거라냐. 그 누구도 구원하지 못하고, 전부 허무하게 죽어갈 뿐이냐.”

“···하하하!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평소답지 않게 눈물이나 짜내는 고양이 녀석을 버려두고 앞으로 가기에는 우리들이 너무 꼴사나워서 말이지?! 이렇게 된 이상 네놈도 구해주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1 제111화 NEW 14시간 전 4 0 12쪽
110 제110화 19.07.15 8 0 13쪽
109 제109화 19.07.14 8 0 12쪽
108 제108화 19.07.13 10 0 13쪽
107 제107화 19.07.12 12 0 14쪽
106 제106화 19.07.11 11 0 13쪽
105 제105화 19.07.10 14 0 12쪽
104 제104화 19.07.09 13 0 12쪽
103 제103화 19.07.08 15 0 12쪽
102 제102화 19.07.07 14 0 12쪽
101 제101화 19.07.06 13 0 12쪽
100 제100화 19.07.05 12 0 12쪽
99 제99화 19.07.04 12 0 12쪽
98 제98화 19.07.03 11 0 12쪽
97 제97화 19.07.02 14 0 12쪽
96 제96화 19.07.01 13 0 13쪽
95 제95화 19.06.30 15 0 15쪽
94 제94화 19.06.29 18 0 12쪽
93 제93화 19.06.28 13 0 13쪽
92 제92화 19.06.27 14 0 13쪽
91 제91화 19.06.26 15 0 11쪽
90 제90화 19.06.25 14 0 13쪽
89 제89화 19.06.24 15 0 15쪽
88 제88화 19.06.23 16 0 12쪽
87 제87화 19.06.22 13 0 12쪽
86 제86화 19.06.21 16 0 14쪽
85 제85화 19.06.20 17 0 13쪽
84 제84화 19.06.19 17 0 12쪽
83 제83화 19.06.18 16 0 12쪽
» 제82화 19.06.17 21 0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스법군'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