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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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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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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DUMMY

다시금 배경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어딘가의 실내, 아니 복도였다.

동방국 특유의 소소한 장식이나 문양이 새겨진 넓은 복도에는 다수의 똑같은 문들이 있었고, 문 옆에는 친절하게도 휴게실이라든가 방의 목적이나 용도가 문패로서 적혀있었다.


“자, 이대로 저만 따라오시면 목적지까지는 곧 도착합니다요.”


대장부가 애써 씩씩한 목소리로 앞장을 섰지만, 시우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뒤를 따랐다.


‘대체 왜 먀우 씨가··· 중사 아저씨는 괜찮으실까.’


시우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세뇌된 무인들을 따돌리기 위해 미끼가 되었던 먀우가 이번에는 적이 되어서 앞을 가로막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월령들에게 둘러싸인 채 희생조차 불사할 각오로 맞서는 칼빈 중사 일행의 행동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대답. 예상할 수 있는 결과를 추론하자면, 초대 마스터는 문장력에 세뇌되었다는 것과 모종의 이유 탓에 본인의 의지로 설 수 밖에 없었다고 사료됩니다.’


토리의 대답을 듣던 이시우는 조금씩 화가 났다.

이유야 어떻든 모든 게 월영단 측의 이능작가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연맹의 무인들이 서로 싸우려 드는 것도, 의원 같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반인들이 말려드는 것도, 먀우와 칼빈 중사가 서로 싸워야 하는 것도, 가나 아칸이 독에 중독되어 쓰러진 것도 전부.

그 모든 것이 월영단의 짓이며, 이능작가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문장력이라는 엄청난 힘을··· 세계 평화 같은 게 아니라 이런 악독한 짓에 사용하다니, 절대로 용서 못해!’


이시우는 크게 분개했다.

본래 아무런 힘도 없는 일반인에 지나지 않는 이시우는 가나 아칸과 동행하면서 문장력이라는 초월적인 능력에 집착할 정도로 동경하여 매료되었다.

그런 엄청난 힘이 월영단 같은 악인이 아니라 이시우 본인에게 주어졌다면, 미셸도 구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며 두 주먹을 쥐고 조금씩 떨었다.


‘대답. 이시우가 분노라는 감정을 원동력으로 다짐해도, 또한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도 임무의 성공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판단됩니다. 문장력에 의해 주변 환경의 파악이 불가능하여 어느 정도의 규모로 적들이 배치됐는지, 또한 목표인 이능작가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는 이상 이시우의 과도한 분노는 오히려 작전 수행에 방해가 됩니다.’


토리의 대답을 들은 시우는 점차 냉정하게, 그리고 눈에 띠게 진정했다.


‘···알았어. 다른 사람들도 걱정되고, 이런 짓을 벌인 악당들에게도 화가 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참아야겠지.’

‘대답. 이시우의 하찮은 전투력을 고려하면 이렇게라도 진정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저지를 것 같기 때문입니다. 만일 당신이 소지하고 있는 콜트가 적들에게 발각될 경우에는 당신에게로 공격이 집중되거나 콜트의 대응을 위해 방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토리의 설명을 들은 대로 시우는 콜트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롤랑에 의해 개조된 콜트는 이전처럼 물리적인 탄알이 필요치 않게 된 대신, 시우가 갖고 있는 얼마 안 되는 마력을 탄알로서 발사하는 비장의 수단이다.

고로 콜트를 쏘면 쏠수록 시우는 마력 부족으로 지치게 될 것이고, 그 때마다 쏜 탄알이 막히거나 피해버리면 오히려 시우에게만 불이익이 된다.


‘그러니까 토리가 하고 싶은 말은··· 쏘려면 반드시 맞출 수 있다는 확신이 들고 나서야 쏘라는 말이지?’

‘긍정. 이시우의 체내에 있는 마력량을 콜트의 탄환으로 환산하면, 최대 다섯 발 정도로 계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의 계산상으로 다섯 발이라고 해도 이시우의 빈약한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니 충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다섯 발이라는 제한은 현재 상황에서 무척 불안한 숫자였다.

만일 월령 같은 적들이 다수 나오게 된다면, 반드시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된다.

또한 적측의 이능작가를 만난다고 해도 최초의 기습이자 첫 번째 탄알을 맞히지 못하게 된다면 이후부터 몇 번을 사격하려고 해도 좀처럼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리라.


‘그래, 알았어. 충분히 주의할게.’

“···도착했습니다요. 시우 도련님.”


그 동안 시우와 토리가 속으로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안내한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인지 장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곳에 이능작가가 있다고요?”

“···그렇다고 믿고 싶은데 말입니다요, 솔직히 정신을 잃기 직전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말이죠···.”


일행의 눈앞에 있는 문은 복도에 있는 다른 문들과 재질부터가 달랐다.

다른 문들은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문에 불과했지만, 이곳을 가로막는 문은 언뜻 보기에도 돌을 깎아서 만든 듯 회백색의 단단한 재질로 보였다.

또한 다른 곳마다 붙어있는 문패도 없어서 다른 곳이 아닌, 이곳만을 한정해서 한없이 수상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보고. 마찬가지로 해당 문 너머로 정확한 분석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부디 충분한 주의를 요구합니다. 제가 추천할 수 있는 제안은 의원이라고 자칭하는 개체가 앞장서서 먼저 안전한지 확인하는 겁니다.’


토리의 말에 시우는 잠시 당혹스러웠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다소 움직일 수 있게 된 대장부는 어중간하게나마 무인이라 자처할 만한 실력이 있을 테고, 이시우 본인에게는 비장의 무기인 콜트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라도 별 쓸모가 없었던 의원이 앞으로 나서서 위험한지 확인할 수 있다면 이시우나 대장부의 안정성이 보장될 것이리라.


‘···토리? 아무리 네가 효율적인 결과를 중시한다고 알고 있긴 해도, 일반인을 위험에 빠뜨려서까지 그런 짓을 시키는 건 몹쓸 짓이야.’

‘···부정. 그렇지 않습니다, 이시우. 당신이나 기타 등등 다른 개체들 또한 어리석게 눈치 채지 못 했을지 몰라도, 저의 뛰어나고 우수한 분석력은 문장력을 제외한 모든 것에 지극히 타당하고 정확합니다. 의원이라고 자칭하고 있는 자의 정체는···.’

“그럼 제가 한 번 열어보겠습니다요.”


시우가 토리가 논쟁을 벌이고 있을 무렵, 그 동안 각오를 다진 장부가 먼저 나서서 돌로 이루어진 문을 밀자 지면이 긁히는 기분 나쁜 소음이 들려오며 아무 문제없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어?”


문제는 그곳이 바깥이었다.

돌로 된 문을 밀었더니 그곳은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이었으며, 녹음이 푸르른 넓은 숲과 돌로 이루어진 높은 바위산의 경계였다.

일행들은 실내에서 갑작스럽게 바깥으로 나와 버린 것이다.


“자, 장부 씨? 여기가 대체 어디죠?”

“···모, 모르겠습니다요! 분명 이곳은 그 이능작가를 마지막으로 봤었던 고문실이었는데?!”


서둘러 돌아가고자 했던 장부가 뒤를 돌아보니 어느 새 방금 전까지 지나온 돌로 된 문은 온데간데없었고, 오로지 바위산의 가파른 암벽뿐이었다.

뭔가 비밀스러운 장치라도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암벽을 손으로 더듬는 장부였지만, 암벽은 있는 그대로의 평범한 암벽일 뿐 문으로 보이는 부분도 없었고, 비밀스러운 장치조차 없었다.


“이곳은··· 만유성이 아니군요.”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의원이 주변을 몇 번 둘러본 것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자 토리가 시우에게 대답했다.


‘보고. 현재 위치를 산출. 저의 탐지 범위 바깥까지 상한선을 늘린 결과. 만유성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어느 폐촌의 외곽으로 보입니다. 환영 마법의 흔적은 없으며,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물질 또한 발견할 수 없습니다. 고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진실입니다.’


시우가 느끼기에 그것은 마치 오두막에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일행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교묘한 공간 이동, 그러나 문제는 그 후였다.


“···장부 씨, 설마 이것도 함정이 아닐까요?”

“그,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요. 제가 안내하던 고문실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와 버렸다는 건 아마 마법인지 문장력인지 때문일 겁니다요.”


무인들이 소란스럽게 싸우던 만유성과는 달리 이곳은 매우 조용했고, 또한 평화로웠다.

적어도 숲 속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 갑자기 대체 뭐죠?!”

“···이건, 발자국 소리입니다요! 엄청나게 큰 뭔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요!”


숲 속의 나무가 부러지고, 쓰러지는 소리에 묻히는 누군가, 아니 무언가의 발자국 소리에 일행들은 소리를 죽이고 긴장했다.

그러나 발자국 소리는 명백하게 일행 쪽으로 향했고, 지나가는 짐승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더 크고, 규칙적이었다.

결국 장부는 다친 몸을 이끌고 시우의 앞을 막아섰으며,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시우 도련님,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요. 설마 끝에 가서 적들에게 농락당해서 함정에 빠질 줄은 몰랐습니다요.”

“···아니에요. 장부 씨가 아니라도, 설령 이곳에 있는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고 해도 결과는 같았을 지도 몰라요.”


만일 칼빈 중사 일행이 있었다면, 부하 중 어느 하나가 자처해서 함정의 유무를 살피기 위해 문을 열어서 일행의 안전을 확보하려 했으리라.

그러지 못하도록 먀우와 전투가 벌어져서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고, 이에 더해서 월령들이 다수 등장해서 그나마 전투력이 있었을 칼빈 중사 일행들과 떨어져야만 했다.

만일 그것이 적들의 계산된 계획의 일부였고, 지금의 결과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면, 현재로서는 함정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상대할 동안 기회를 봐서 어디론가 몸을 피하도록 하십쇼. 이곳까지 데려온 건 저이니··· 적어도 제가 책임을 질 수 있게 해주기 바랍니다요.”


시우는 애써 부정하려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숲 속에서 드러난 누군가의 정체를 육안으로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

각오를 다지고 싸울 태세를 갖춘 장부는 이를 악물어 고통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역시 이 걸음걸이는 무명··· 네 놈이었구나···!”


숲 속에서 걸어 나온 것은 전신이 붉게 변한 거한이자 장부의 동료인 무명이었다.

그러나 무명의 상태가 이상했다.

마치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처럼 두 눈에 초점이 맞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을 뿐이며, 양 손과 양 발에는 쇠사슬로 이루어진 족쇄가 달려있어 작게나마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맑게 울렸다.


“무명··· 씨? 하지만 살색이 어쩐지 빨간데, 대체···?”

“후후후. 그 이유는 그의 정체가 인간이 아니라 오우거라는 마물이기 때문이지.”


숲 속에서 들린 것도 같은, 어쩌면 바위산 너머에서도 들린 것도 같은 어떤 여성의 목소리.

장부를 제외한 시우와 의원이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어디에서 여성의 모습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장부는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어디냐! 당장 나와라! 이 마녀야!”

“···어머? 다 죽어가는 주제에 감히 내게 뭐라고? 지금 당장 죽고 싶은가 봐?”


어느 새 무명의 어깨에 앉아있는 어떤 여성.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에 고풍스러워 보이는 검은 드레스까지, 새하얀 살결을 제외한 대부분이 온통 검은색인 오묘한 매력의 여성이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바로 월영단 부단주이자 고용된 이능작가인, 동방국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사건에 근본인 마녀··· 니제르 하우사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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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제107화 19.07.12 1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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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제105화 19.07.10 16 0 12쪽
104 제104화 19.07.09 15 0 12쪽
103 제103화 19.07.08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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