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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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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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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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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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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DUMMY

모든 일이 일사천리, 일 수는 없겠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서방국 최고의 이능작가라고 불리면서 경외를 받는다고 하지만, 나는 신도 아니고, 그저 할 줄 아는 게 남들보다 조금 많을 뿐인 인간에 불과하다.

나는 미셸을 원래 모습대로 되돌리지 못 했고, 점장의 저주를 고쳐주기는커녕 죽게 될 운명을 피하게 만들 수도 없었다.


‘···그리고 나로서는 마지막까지 시우를 웃게 만들 수도 없었지.’


비록 나에게는 기억이 없지만, 가족이란 게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 세계에 갑작스럽게 소환되어 혼란스러웠을 이계인인 시우에게 점장과 미셸은 그런 소중한 가족이었으리라.

미셸을 구하고 점장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싶은 건 친구로서 니제르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시우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평화로운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기도 했다.


‘···뭐, 결국 시우를 웃게 만들기는커녕 그게 트라우마가 되어서 며칠 동안 밥도 안 먹고, 폐인처럼 누워만 있었지.’


결국 나 때문에 시우의 인생이 꼬여버렸다.

물론 고블린들에게 죽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렇다고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는 슬픔을 겪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 마음으로 미셸을 구출하기 위해 마족숭배자들과 정면으로 싸웠고, 마왕성에까지 쳐들어가서 싸웠던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내 곁을 떠나는 건 너무 슬프잖아···!’


그 동안 줄곧 혼자서 여행했던 것은 다른 사람이 따라붙는 게 귀찮았고, 단적으로 말해서 걸리적거렸다.

하지만 시우는 필연적으로 내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기억을 잃은 후 나에게 처음으로 생긴 책임감이었다.

그래서 시우를 애지중지 보호해야 했으며, 같이 여행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시우의 성장은 순수하게 기쁘지만··· 과연 그 성장이 올바른지 어떤지는 모르겠어.’


토리의 말처럼 시우에게는 나 같은 게 아닌 본인만의 힘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게 이후에 나를 지켜주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명목으로 시우가 떠나야만 한다면··· 앞으로 시우가 겪게 될 고된 경험들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가혹할 것이다.

그런 옳은지 어떨지 불확실한 목적지를 향해서 나아가는 시우를, 나는 붙잡아야만 하는 걸까?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는 놓고 싶지 않아··· 나는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로 시우에게 뭔가 잘 해준 적이 아무 것도 없는 걸.’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우의 진심을 담은, 행복한 미소를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벌인 짓에 대한 속죄를, 시우의 인생을 망가뜨린 일들에 대해 무엇 하나도 제대로 갚아주지 못 했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어떤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훈련에 어울려줘도, 어떤 선물을 건네줘도, 어떤 재미있는 경험을 체험시켜줘도, 그 무엇도 진정으로 시우의 인생을 만족시켜주지 못 했다.


‘대체 왜 내게서 그렇게까지 떠나려는 거야? 내가 그렇게 미덥지 못 해서 그런 거야? 아니면 토리가 부추겨서 그런 거야? 그도 아니면 약해빠진 뒷골목 불량배 놈들 때문인 거야? 고작 니제르 녀석에게 당한 게 그렇게까지 충격이었던 거야? 아직도 미셸을 구하지 못한 게 네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째서···?!’


내가 충분히 돌봐줄 수 있는데, 내가 충분히 즐겁게 해줄 수 있는데, 언제까지라도 줄곧 함께 여행하면서 신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데,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나는 엄청 강하니까 언제까지라도 줄곧 곁에서 함께할 수 있는데, 이제 와서 나를 버려두고 혼자 가려고 한다고? 나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도 아닌, 시우가?


“···웃기지 마, 나를 지켜준다니··· 시우가, 나를?”


내가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모든 것을 간단히 으스러뜨려서 없애버릴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도, 마법적으로도, 심지어 이치나 법칙을 초월하는 문장력으로도 말이다.

제 절친인 니제르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이상 처벌이라는 명분으로 간단히 없애버릴 수 있다.

하물며 아직까지 월영단주라는 녀석을 미워하는 자가 있다면, 그 의지를 존중해서 무기를 쥐어주고 숨통을 완전히 끝내버리게 부추길 수도 있다.

남쪽 숲에서 아인과 마물들이 몰려온다면 몇 번이라도 나 홀로 막아낼 자신도 있었다.


“···대답. 현재 2대 마스터는 개인적인 주관에 의한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식사 이외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금 생각을 정리해보는 게···.”

“토리, 넌 당분간 조금만 입 닥치고 있어.”


더 이상 시우를 현혹시키는 토리의 말을 들일 필요는 없었다.

토리의 일이니 보나마나 평소처럼 자기 진화니 연구니 하는 것을 이유로 시우를 이용하려는 게 틀림없을 것이다.

그 동안은 재미있기도 했고 시우에게 별 다른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놔두고 있었지만, 지금은··· 내게서 시우를 가로채려는 경우는 결코 넘어갈 수 없었다.


“있잖아, 시우야? 아무래도 가까운 사람이 죽고, 토리가 한 말에 현혹해서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 같은데, 잠시만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때?”


말하면서 시우에게 문장력을 사용한다.

예전에 미셸에 대한 자책감과 후회로 자살하기 직전, 문장력으로 어떻게든 멈춰야 했던 것처럼 시우를 이끌어보려 한다.

모든 것은 시우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강해질 필요는 없어. 물론 강해진다면 시우의 말처럼 누군가를 지킬 수도 있을 테고, 나도 그런 시우가 성장하는 걸 보는 게 기쁠 따름이지만··· 그런 건 지금까지 나와 여행하면서 몇 번이고 시도해 본 일이었잖아?”


나는 시우를 믿고 싶다, 그야말로 진심을 다해서 강해질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우에게 아무런 재능도 없었다.

검을 익히기에는 너무나 비약한 신체였으며,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무르고 전문적이고 규칙적인 훈련을 병행해야 했기에 실현 가능성은 거의 무리였다.

마법을 익히기에는 이론은 어떨지 몰라도, 실전적인 훈련은 전혀 성과가 없다고 좋을 정도로 재능의 단편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와의 여행은 강해지기 위한 게 목적이 아니었지, 그저 나와 함께 이능작가의 단서를 찾기 위한 여행이잖아? 그 과정에서 시우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처음에는 시우가 마냥 귀찮았다.

그 이후 점장에게 맡겼을 때는 어째서인지 책임감이 생겨났다.

점장과 미셸을 잃었을 때는 시우가 너무나 불쌍하고 애처롭게 보였고, 그 탓에 내 마음은 무척 괴로웠다.

그런 와중에 엘리자베트가 끼어들었을 때는 이미 시우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시우와 여행을 떠나게 된 이후로는 혼자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른,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거웠다.

시우와의 추억이 쌓이고, 억지로나마 웃게 할 때는 행복했다.


“나에게는 시우가 필요해, 그리고 시우도 나를 필요로 할 거라고 믿어.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거나 시선은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만일 뭐라고 하든, 무슨 수작을 걸어오든 내가 전부, 전~부 해결해줄게!”


나는 시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때, 고블린들에게 당하고 있을 때처럼 말이다.

시우는 아직까지 동료가 죽는 일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서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시우야, 방금 전에 했던 말은 무척 기뻤어.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너도, 그리고 나도 조금 긴 휴식이 필요할 뿐이야. 이대로 엘리자베트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푹 쉬는 거야! 물론 그 과정에서 혼이 좀 나겠지만, 너랑 나랑 같이 혼나면 좀 덜 괴로울지도 모른다고?”


내 대답을 들은 시우가 내게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나와 시우의 손가락 끝부분이 서로 접하게 되었···.


“···아니에요, 가나 씨. 그건 아니에요.”


시우가, 내 손을, 뿌리쳤다.

어, 어째서?

문장력인데?


“분명 가나 씨의 말에도 일리는 있고, 어쩌면 저는 섣부른 생각과 평소의 조급함을 견디지 못하고 무작정 말해버렸을 수도 있겠죠.”


그, 그래! 맞아!

내 문장력은 제대로 먹혀들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는 토리와 함께 다른 길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하든, 얼마나 후회를 하게 되든, 지금까지 무의식중에 가나 씨에게만 의지한 채 매달리고 도피한 결과라면··· 그게 언젠가 제가 견뎌내야 했을 고된 길이었겠죠.”


정말, 정말로 내 문장력이 듣지 않는다고?

마왕군단장이라는 악마조차 조종했었는데?!

아니, 문장력이 깨지거나 뒤덮히는 느낌은 없었어.

니제르가 뭔가 수작을 부린 건 아니야.

그럼 시우가 문장력을 받아들이면서도 자기 의견을 주장하고 있다는 건가?

그게 가능하다고?!


“그러니 저는 가나 씨와 약속하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반드시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해서 가나 씨의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이죠. 부디 그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나요?”


나, 난··· 대체 어쩌면 좋은 거지.

시우가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어.

그리고 지금 시우가 독립을 원한다면, 그걸 들어줘야만 해.

하지만··· 나는··· 내가 그 동안 줄곧 느껴야 했던 죄책감과 후회와 망설임··· 그 모든 순간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저기, 가나 씨? 역시 아직도 화가 나셨나요?”

“아··· 아, 아니. 그냥··· 시우가··· 기, 기특해서 말문이 좀··· 막힌 것뿐이야.”


아마 내 문장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시우의 결심은 이 세계의 법칙만큼이나 진실한 것이겠지.

내가 느끼는 감정이 오히려 시우의 방해물이 되어서 언젠가 발목을 잡게 될 지도 몰라.


“응. 시우의 결정이 그렇게 확고하다면, 나도 스스로에게 약속할게! 시우가 무사히 성장해서 돌아오는 그 날까지 아무 걱정 없이 믿고서 기다리겠다고!”


내 문장력이 그 동안의 내 부정적이고 불필요한 감정을 침식하는 게 느껴진다.

시우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추억들 중에서 하나둘씩 불필요한 부분이 사라져갔다.

아아··· 난 어쩜 그 동안 이렇게 이기적이고 추악했던 것일까.

난 이렇게도, 줄곧 외로웠던 거구나.


“···네! 그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시우가 고개를 숙이고 나에게서 떠나갔다.

아직까지 진실 된 마음의 한 편으로는 결코 놓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놓아줘야 했다.


“토리, 이제 말해도 되니까···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할 게.”


시우가 홀로서기 위해 계기를 마련해 준 토리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건 나라도 알고 있다.

그러니 이것이 내가 시우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도움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시우를 배신하지 마, 설령 네 존재의의에 반한다고 해도 시우만은 절대로 배신하지 마! 나를 대신해서 시우를 지켜주고, 격려해주고, 함께 있어줘! 안 그러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너를 두들겨 패줄 거야!”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서둘러 객잔을 나오고 다른 곳으로 향한다.

이런 날에는, 오늘 밤은, 아침까지 술이 필요하다.

만유국 술집의 술통이란 술통들을 모조리 비워버릴 것이다.


“···긍정. 어차피 2대 마스터에게 명령받지 않아도 그럴 셈입니다.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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