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용궁의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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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수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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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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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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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노인 2.

DUMMY

창룡은 마지막 손질이 끝난 펜션 담벼락을 깨끗이 닦고 일어서려는 중이었다.

7월의 해는 이미 서산으로 넘어가서 한낮의 더위는 물러갔지만, 아직은 무더운 밤공기가 전신을 감싸 안은 채 여름날의 더위를 실감 나게 하고 있었다.


“휴! 끝났다.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어느새 어두워져 버렸어. 나도 들어가서 씻어야지. 땀을 많이 흘렸어. 아이고 허리야! 응?”


마지막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끝낸 창룡이 허리를 두드리며 몸을 일으키려 할 때, 창룡은 자신의 앞에 우뚝 서 있는 장대한 체구의 노인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까 오신 손님이시죠? 저는 여기 펜션 사장님 조카 친구입니다. 여름방학이라 친구랑 며칠 놀러 왔어요.”


고개를 꾸뻑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창룡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노인은,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 그래. 반갑구나. 친구랑 같이 놀러 왔다고?”

“네. 친구가 여기 사장님 조카예요. 저는 친구 따라 곁다리로 온 거고요. 헤헤.”

“혹시 지금 학생인가?”

“네.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제가 좀 겉늙었죠? 대학생으로 보는 분들도 많이 계셔요. 하지만 아직 18살 청춘입니다. 흐흐!”


처음 만난 자신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는 창룡을 노인은 다시 한번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18살이라······. 경진(庚辰)년생이라는 건데 그럼 용띠가 아닌가. 그것도 오행의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 중 금의 기운을 받은 60년 만의 백룡 띠.

여의주를 가지고 있는 이유가 있었군. 그런데, 어째서 백룡의 기운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청룡 일족의 여의주를 가질 수 있었지? 혹시 이게 이 아이가 가진 여의주의 힘이 여타의 것과 다른 이유일까?’


창룡을 앞에 두고 별 노인의 상념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별 노인은 곧이어 들리는 정태 외삼촌의 목소리에, 잠시 자기 생각을 옆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 이쪽으로 오시죠. 저녁 식사 준비가 거의 다 됐습니다. 창룡아. 너도 얼른 들어가서 씻고 나오너라. 배고프겠다.”

“네, 삼촌. 그럼 할아버지, 조금 있다 봬요.”

“어, 어! 그래.”


인사를 하고 안채로 들어가는 창룡의 등을 바라보던 별 노인은, 정태 외삼촌의 재촉에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마당 가운데의 식탁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어르신. 오늘 저녁은 삼겹살로 준비했는데 괜찮으신가요? 조카 녀석이 워낙 좋아해서요. 혹시 내키지 않으시면 다른 밑반찬이나 된장찌개도 같이 준비했으니까 말씀하세요.”


식탁 옆에 준비된 바비큐용 철판에서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하며 정태 외삼촌이 물었다.


“아니오. 나도 삼겹살 좋아하니 신경 쓰지 마시구려. 그런데 방금 들어간 저 학생이 조카 친구라고 했소?”

“창룡이 말씀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제 누이 아들놈하고 중학교 때부터 절친이지요. 아주 착한 놈입니다. 듣기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도 없이 홀어머니하고 둘이서만 살았다는데 그런 기색도 전혀 안 내고 항상 밝은 표정을 하고 있어서, 저도 처음에는 어디 유복한 집 자식인 줄 알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홀어머니랑 둘이서 살았다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말이오?”

“글쎄요······? 저도 조카 녀석에게 지나가며 들은 얘기라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성이 아니라, 어머니 성을 따라 쓰고 있다는 거로 봐서는, 아마도 돌아가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흠······.”

“그런데 어르신. 왜 그렇게 창룡이에게 관심이 많으신가요? 혹시 무슨 사이라도······?”


정태 외삼촌은 창룡에게 이상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이는 별 노인이, 혹시라도 창룡이 모르는 인척 관계라도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슬쩍 물어보았다.


“아, 아니오. 그냥 내가 예전부터 아는 사람이랑 얼굴이 많이 닮은 거 같아서 한 번 물어본 거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구려.”

‘사실은 얼굴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기운이 닮은 거지만······, 가만? 그러고 보니 궁주님하고 얼굴도 조금 닮은 거 같은데······? 혹시 이 양반이 젊어서 바깥세상 돌아다닐 때, 나 모르게 사고(?) 친 거 아냐?’


기운이 쇠해서 자리에 누워있는 청룡이 벌떡 일어날 발칙한 상상을 하던 별 노인은, 정태 외삼촌이 창룡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더는 창룡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잠시 후, 창룡과 정태를 비롯한 정태 외숙모와 사촌 여동생인 지수, 연수까지 자리를 잡자 식탁은 이내 시끌벅적해졌다.


“많이 먹어라, 정태야. 창룡이도 많이 먹고. 고기는 넉넉하게 사 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넵! 외삼촌.”

“알겠습니다, 삼촌.”


곧이어 무시무시한 창룡과 정태의 먹방이 시작되었다.


“아유, 이 돼지들. 연수야, 네 눈에 이 오빠들이 사람으로 보이니? 돼지로 보이니? 내 눈에는 걸신들린 돼지로 보인다는.”

“언니,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는.”

“어허! 조그만 것들이 뭘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우리처럼 한창 자랄 때는, 이렇게 먹어줘야 키도 크고 덩치도 좋아지는 거라고. 안 그러냐? 창룡아.”

“웃기시네. 창룡 오빠가 그렇게 말하면 이해나 가지. 그런데, 오빠가 그런 말을 하면 개콘인 거 몰라?”

“언니 말이 맞다는. 170이 할 말은 아닌 거 같다는.”

“이것들이! 창룡아 뭐라고 말 좀 해봐!”

“나도 지수, 연수 말에 동의한다는.”

“이 배신자 녀석!”

“하하하!”

“호호!”

“허허허!”

“히히히!”


정태 사촌 여동생들의 말투를 따라 정태에게 팩폭을 날린 창룡의 말투에, 다들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소란스럽지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여름날의 저녁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3.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가던 저녁 식사도 끝나고, 정태 외삼촌 식구들은 식탁을 치우고 설거짓거리를 들고 안채로 들어갔다.

잠시 후 정태마저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방으로 들어가자, 마당에는 창룡과 별 노인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학생 이름이······?”

“창룡입니다, 할아버지. 최창룡이요.”

“그래. 최창룡. 푸를 창(蒼)에 용 용(龍)이라······. 좋은 이름이구먼.”

“그죠? 헤헤. 원래는 창용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엄마가 창룡이라고 부르셔서 그냥 이렇게 불러요. 발음하기가 좀 어렵죠?”

“글쎄······, 나는 용보다는 룡으로 부르는 게 더 나은 것 같은데 허허허!”

“오! 할아버지 뭐 좀 아시네요. 뭔가 좀 있어 보이죠? 크크크. 아, 그런데 제가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될까요?”


창룡의 친근한 태도에 별 노인은 잠시 누군가를 생각하는 듯, 허공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크게 끄떡였다.


“그럼! 되고말고. 나야 할아버지라고 불러주면 고맙지. 허허허!”

‘궁주님, 소궁주가 되실 분한테 할아버지 소리 듣는다고 뭐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이때 아니면 언제 소궁주님한테 할아버지 소리를 듣겠습니까? 크크크!’


잠시 청룡과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던 별 노인은, 창룡이 혼자서 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을 이상하다는 듯 빤히 바라보자 머쓱해져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말이야, 창룡아. 내가 너한테 뭐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야······.”


잠시 말이 없던 별 노인이 슬쩍 창룡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뭔데요? 할아버지. 편하게 물어보세요.”

“혹시 말이야, 요즈음에 네 몸이 좀 이상해지지 않았니? 가령 힘이 좀 세졌다거나 아니면 평소에 안 보이던 게 보인다거나 이렇게······.”


별 노인은 창룡에게 질문을 던지며 의식적으로 창룡의 머리 위를 한 번 쳐다보았다.

한편, 별 노인의 질문을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던 창룡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헉! 뭐야? 이 할아버지가 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 혹시 이 할아버지도 나하고 비슷한 사람인가? 어쩌지? 이거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괜히 사실대로 말했다가 미친놈 취급받을 수도 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창룡의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갔다.

하지만 당장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결론이 나지 않자 할 수 없이 속으로 급하게 여의주를 불렀다.


‘야, 여의주! 나 어떡해? 뭐라고 말 좀 해봐!’


웬일인지 여느 때와는 달리 여의주의 대답이 바로 들려왔다.


‘일단은 그런 일 없다고 잡아떼. 내가 확인할 게 좀 있으니까.’

‘무슨 확인?’

‘시키는 대로 해! 일단. 나중에 설명해 줄게.’

‘하여튼 걸핏하면 나중에 설명은 젠장! 알았어.’


마음을 굳힌 창룡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별 노인의 시선을 슬쩍 피하며 조그맣게 말했다.


“글쎄요? 전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자신의 눈길을 피해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하는 창룡을, 별 노인은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쳐다봤다.


‘흠, 이거 진짜 궁주님이 사고 치신 거 아냐? 궁주님은 항상 나보고 거짓말을 잘 못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은 궁주님이 그렇다는 걸 본인은 알고 계실까? 거짓말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조그맣게 말하는 게, 딱 궁주님하고 똑같은데 말이야. 이거 유전자 검사라도 해봐야 하나? 크크크.’


별 노인이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자, 입장이 곤란해진 창룡은 일부러 크게 하품을 했다.


“아, 배가 부르니까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네.

할아버지, 죄송한데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아침부터 일찍 움직였더니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 나하고 못다 한 얘기는 내일 계속하자꾸나.”

“네, 안녕히 주무세요.”


후다닥.

창룡은 별 노인이 혹시 자신을 다시 붙잡을까 봐, 얼른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창룡의 예상대로 정태는 벌써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코를 골아가며 자는 정태가 깨지 않게 조용히 자신의 이부자리에 누운 창룡은, 혹시라도 정태가 들을세라 속으로 여의주에게 말을 건넸다.


‘의주야, 이게 무슨 일이지? 저 할아버지가 왜 내 몸에 관해서 물어보는 거야? 나한테서 무슨 티가 나나? 응?’

‘이건 확실하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저 영감,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창룡은 여의주의 말을 듣고 또다시 깜짝 놀랐다.


‘뭐, 뭐라고? 사람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저 할아버지가 오정이처럼 요괴라도 된다는 거야?’

‘사오정, 네 생각은 어때? 뭐 좀 느꼈어?’


사오정은 여의주의 물음에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글쎄요, 주님. 누차 말씀드리지만 전 지금 요력이 약해······,’

‘꺼져!’

‘넵!’


마치 쾅 하고 소리라도 나는 것처럼, 사오정이 열었던 공간이 잽싸게 사라졌다.


‘하여튼 도움이 안 되는 놈이라니까! 저딴 게 무슨 상급 수괴라고 깝죽거리기는!’

‘야! 오정이는 그만 괴롭히고, 저 할아버지에 대해서 자세히 좀 설명해 봐. 진짜 저 할아버지도 요괴야?’

‘내 느낌은 그래. 하지만 사오정처럼 요괴는 아니고, 풍기는 기운이 그보다는 좀 더 지고한 존재 같아.

아까 바닷가에서 내가 뭔가 강렬한 기운을 느꼈다고 했잖아. 금방 사라져서 확인은 못 했지만, 저 영감이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기운이었어. 아마 맞을 거야.’

‘요괴가 아니면 그럼 뭐라는 거야? 나처럼 용족이라도 된다는 말이야?’

‘용족이 무슨 편의점처럼 그렇게 흔하게 있는 줄 알아? 전 지상계를 다 뒤져도 10개체가 될까 말까 할걸.’

‘지상계라는 게 내가 사는 세상을 말하는 거야?’

‘맞아.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과연 저 영감 정체가 뭘까? 지금의 나보다는 훨씬 강력한 존재인 건 확실한데 말이야······?’

‘너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아이고 머리 아프다! 잠이나 자자. 정 궁금하면 내일 직접 물어보면 되지.’

‘참 좋겠다 너는.’

‘또 뭐가?’

‘생각이 그렇게 단세포적이라 좋겠다고, 이 아메바 같은 놈아!’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는 여의주의 외침이 밤바다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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