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용궁의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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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수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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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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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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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7화. <세상엔 나쁜 놈들이 참 많다 1.>

DUMMY

제7화. <세상(世上)엔 나쁜 놈들이 참 많다.>


1.


만금보석 대표 황만수는 원래 속초에서 유명한 밀수꾼이었다.

젊어서부터 일찍 불법적인 돈벌이에 눈뜬 그는, 주로 일본과의 보석 밀무역으로 큰돈을 모았다.

황만수는 10여 년간의 밀무역으로 수중에 제법 돈이 모이자, 속초 시내에 큰 보석상을 차려 자신이 밀무역으로 모은 여러 가지 보석을, 약간의 가공을 거쳐 판매하며 밀수한 물건을 처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물론, 거기에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장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황만수는 보석상을 차리고 나서 몇 년의 세월이 흐르자 일선에서 은퇴했다.

돈도 어느 정도 벌었고, 또 나이도 40대를 넘어서자, 이제는 위험한 현장에서 직접 뛰는 것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자신의 조카인 김민철을 내세워 밀무역을 주도하게 했고, 자신은 어엿한 보석가게 대표의 신분을 내세워 지역유지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중이었다.

근 30년간 범죄를 저지르며 살았던 황만수지만, 그는 한 번도 경찰에 잡히거나 어떤 범죄의 용의 선상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황만수가 워낙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범죄를 저지른 이유도 있지만, 속초의 경찰 고위직에 있는 한 인사의 비호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야, 민철아. 너 삼식이 애들한테 연락 좀 해야겠다.”

“예? 갑자기 삼식이는 왜요? 두 달 전에 일 하나 끝내고 나서, 당분간 조용히 지내라고 삼촌이 그러셨잖아요.

뭐 일 잡힌 거 있어요? 나카무라(中村)도 당분간은 일 없을 거라고 했는데······?”


자신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김민철을 보고 속이 답답한지 황만수는 버럭 언성을 높였다.


“그 일 때문이 아니고 자식아! 넌 왜 그렇게 눈치가 없냐? 아까 그 영감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

“영감요? 아! 아까 대왕 진주 가져온 그 할아버지 말씀이시죠?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왜······? 삼촌, 설마 그 할아버지를 작업하시려고요?

에이, 나이 든 할아버지를 그렇게 하면 안 되죠, 삼촌. 우리가 아무리 불법적인 일을 해도 노인공경은 해야죠. 장유유서(長幼有序) 모르세요?”


퍽!


“아야! 갑자기 왜 때려요! 아씨.”


황만수는 자신에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고, 눈을 치뜨며 구시렁거리는 김민철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잘하면 삼촌 한 대 치겠다? 이 새끼가 일 착실히 한다고 요즘 조금 풀어줬더니 기어오르는 것 봐!

뭐, 장유유서? 걸핏하면 제 부모한테도 소리 지르고 행패 부리는 놈이 어디서 장유유서를 들먹거려!”

“그게 아니고, 갑자기 때리니까 놀라서 그렇죠. 헤헤. 제가 어떻게 삼촌을 때려요?

불민(不憫)한 제가 누구 덕에 이렇게 밥 먹고 사는데요. 제가 삼촌을 아버지보다 더 존경하고 있는 거 잘 아시잖아요. 헤헤헤.”


성난 황소 같은 황만수의 기세에 김민철은 즉시 꼬랑지를 내리고 손바닥을 비비며 아부모드로 들어갔다.


“그런데, 삼촌. 진짜 그 할아버지, 아니 그 영감 작업하실 거예요? 덩치도 그렇고 얼굴을 봐도 평범한 사람같이 안 보이던데······?”

“그러니까 내가 작업하려는 거야. 분명히 그 영감 일반적인 일을 하던 사람이 아니야.

아마 우리처럼 뒤가 구린 일을 하던 사람이 분명해. 얼굴 딱 보면 견적이 나오잖아.

그리고 이 진주. 이렇게 큰 분홍색의 진주는 이쪽 동네에서는 구하기 힘든 물건이야.

내가 이 일을 몇십 년을 했지만, 이런 건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어.

분명히 그 영감도 어디서 불법적으로 들여온 게 분명해. 그러니까 우리가 이걸 중간에서 먹어치워도 탈이 날 일이 없다는 거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냐?”


황만수의 설명에 김민철은 수긍이 가는 듯 고개를 끄떡였지만 이내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요, 그러면 아까 돈은 왜 주셨어요? 어차피 우리가 먹을 거면 3백만 원도 애초에 줄 필요가 없잖아요.”

“너는 그래서 아직 멀었다는 거야.

자식아, 만약에 3백만 원을 안 줬으면 그 영감이 이 진주를 여기다 맡기고 갔겠냐? 분명히 다른 가게로 가려고 했을 거야.

물론 그 돈은 아깝지만, 이걸 우리가 처분하면 모르긴 해도 아마 스무 배 이상 우리가 이득일 거야. 이제 이해가 되냐?”

“역시 우리 삼촌의 잔머리······, 아니 꼼수, 아니 그 뭐지······? 아 맞다! 계략은 업계 최고예요!”


엄지 척을 하는 김민철을 보고 황만수는 같잖다는 듯 혀를 찼다.


“쯧쯧, 하여튼 무식한 놈이 억지로 어려운 말 쓰려고 하니 그렇게 버벅거리지.

잔말 말고 알아들었으면 얼른 삼식이한테 연락해서 이따 늦은 밤에 가게로 오라고 해. 올 때 사람 눈 조심하라고 하고.”

“알았어요. 바로 연락할게요.”


황만수에게 동종업계(?) 사람으로 낙찰된 별 노인은 그때, 창룡을 데리고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작은 커피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펜션으로 돌아가기 전에 창룡과 어제 못다 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작은 규모의 커피숍은 손님도 하나 없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좋아 보였다.

커피숍의 구석진 자리에 앉은 뒤 두 사람은 시원한 음료를 주문했다.


“할아버지. 돈이 없어서 그 진주를 팔려는 거예요?”

“그렇단다. 내가 급하게 집(?)에서 나오느라 지갑을 안 가지고 나왔지 뭐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평소에 지니고 있던 거 중에서 하나를 파는 거란다.”

“그 말씀은 그런 진주를 더 가지고 계신다는 거예요?”

“몇 개 더 있긴 하지. 볼래? 자.”


별 노인은 주머니에서 만금보석에서 꺼냈던 것과 비슷한 진주를 3개 더 꺼내더니, 창룡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진주를 바라보는 창룡의 눈에서 하트가 넘실거렸다.


“마음에 들면 하나 줄까?”

“예? 정, 정말이세요?”

“별거도 아닌데 내가 이런 거 하나 너한테 못 주겠니? 그런데 그전에 우리 어제 못다 한 이야기를 끝내야 하지 않겠니?”


별 노인은 차가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뒤, 앞자리에서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창룡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창룡아, 네가 눈치채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사람이 아니다.”

‘헉! 무슨 오승완도 아니고 갑자기 웬 돌직구!’


창룡은 순간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별 노인을 계속 쳐다보기만 했다.


“놀라지 않는 걸 보니 너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게 아니라······, 네. 맞아요. 사실은 저도 할아버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은 했어요. 정확히 할아버지가 어떤 존재인 줄은 모르지만요.”

“그래. 그럼 물어보자. 너는 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글쎄요······? 제가 요즘 들어서 꽤 황당한 일을 많이 겪었지만, 아직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시죠?”


창룡은 사실 여의주의 말을 듣고 별 노인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정확히 어떤 존재일 거라곤 전혀 상상을 못 했다.


“내가 어떤 존재라는 걸 밝히기 전에 먼저, 내가 왜 너를 찾아왔는지 그것부터 설명을 해주마.”


꿀꺽!


2.


침을 꿀꺽 삼키는 창룡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별 노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몇 해 전부터 내가 모시던 분의 명을 받아 그분의 후계자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어디에서도 그분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지.

모시는 분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는 관계로, 나는 후계자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그분의 곁으로 돌아갔단다.

한데 얼마 전, 자신의 후사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이 가지는 신령스러운 기운을 감지하신 그분께서 내게 명하시어, 이렇게 내가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됐단다.”

“후계자요? 아니 어디, 그룹에서 일하시는 거예요?”

“뭐? 허허허. 그룹은 아니고 궁(宮)이란다.

왜, 그룹이었으면 좋겠느냐? 하지만, 네가 말하는 그런 그룹보다는 훨씬 좋은 데니까 실망하지는 말거라.”


자신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별 노인을 계면쩍게 쳐다보던 창룡은 다시 궁금증을 쏟아냈다.


“근데 궁이라는 게 옛날에 있었던 왕궁, 황궁, 뭐 이런 데 말씀하시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모시는 분이 어디 왕족이나 황족이신가 보네요.”

“용궁이다.”

“아, 용궁이었군요. 하하하. 진작 말해주시지. 용궁? 용, 궁? 용······, 궁이라고요! 그 바닷속에 있다는, 옛날이야기 속에 나오는 그 용궁 말씀이신가요?”

“그렇단다. 동해의 지배자이시며 사방신의 한 축이신 청룡께서 다스리는 동해 용궁이 내가 말하는 바로 그 궁이란다.”

“용궁, 용궁, 용궁이라니······, 왕궁도 아니고 황궁도 아니고 용궁이라니······. 21세기에 웬 용궁······?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하기야 여의주도 있고 요괴도 있는데 용궁이 있다는 게 뭐 큰일이라고······.”


별 노인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창룡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스스로 머릿속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잠재우길 바라서였다.


“그래, 그래서 의주가 처음에 날 청룡의 후예라고 했었던 거구나.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어. 청룡의 후예······.”


창룡의 혼잣말을 들은 별 노인도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의주라니? 의주가 누군데 창룡이 너한테 청룡의 후예라고 했단 말이냐?”

“아, 여의주 말하는 거예요. 처음에 저한테 말 시킬 때, 저보고 ‘깨어나라 청룡의 후예여’ 이랬거든요.”


별 노인은 창룡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고? 여의주가 창룡이 네게 말을 했다고? 그게 사실이냐?”

“네,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세요? 지금은 조용히 있지만, 얘가 얼마나 시끄러운데요.

자기 할 말만 싹 하고, 내가 말하는 건 죄다 무시하고 쌩까는 게 얼마나 얄미운지 할아버지는 모르실 거예요.”


창룡의 설명을 들은 별 노인은 좌우로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었다.


“허허, 이럴 수가! 여의주가 말을 하다니 이 무슨 괴사란 말인가? 이게 과연 좋은 징조인지 나쁜 징조인지 모르겠구나.”

“엥? 여의주가 원래 말을 못 하는 건가요? 우리 의주는 잘하던데······?”

“그건 아무래도 나중에 궁에 같이 가서 궁주님께 여쭈어봐야겠구나. 괜찮지?”

“같이 가서요? 저랑요? 저보고 용궁에 같이 가자는 말씀이세요?”


별 노인의 말에 창룡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같이 가야지. 궁주님께서 널 얼마나 찾으셨는데 한시라도 빨리 가서 뵈어야지.

널 보면 아주 좋아하실 거다. 그리고, 너도 궁이 마음에 들 것이고. 주위 경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창룡이 너는 상상도 못 할 거다. 허허허.”


창룡은 별 노인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용궁에 가볼 수 있다니, 누가 들으면 얼마나 놀랄 일인가. 정태 녀석은 아마 기절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이런 얘기를 사람들한테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아마 ‘세상에 이런 일이’ 라는 방송에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잠시 상상의 날개를 펼치던 창룡이 현실로 돌아왔다.


“근데 할아버지, 저는 수영을 잘 못 하는데 용궁에 갈 수 있을까요? 용궁이란 곳이 바다 깊은 곳에 있지 않아요?”


풉!


창룡의 현실적인 질문에, 별 노인은 한 모금 삼키던 차가운 녹차를 그만 창룡의 얼굴에 뱉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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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32화. <인스퍼 대왕 1.> +7 19.07.15 14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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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창룡의 위기 2. +7 19.07.08 150 6 12쪽
77 제30화. <창룡의 위기 1.> +5 19.07.05 15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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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콜미의 함정 2. +8 19.07.03 168 5 12쪽
74 제29화. <콜미의 함정 1.> +9 19.07.02 170 6 12쪽
73 혼 형제 4. +7 19.07.01 168 5 12쪽
72 혼 형제 3. +8 19.06.28 163 5 12쪽
71 혼 형제 2. +6 19.06.27 169 6 12쪽
70 제28화. <혼 형제 1.> +4 19.06.26 17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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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제27화. <다크 트라이앵글 1.> +4 19.06.24 182 4 12쪽
67 정보 상인 트리위키 2. +6 19.06.21 180 5 12쪽
66 제26화. <정보 상인 트리위키 1.> +4 19.06.20 178 5 12쪽
65 반 헬싱의 딸이 스토커였어? 2. +7 19.06.19 190 6 12쪽
64 제25화. <반 헬싱의 딸이 스토커였어? 1.> +4 19.06.18 189 6 12쪽
63 중립지대로 출발! 3. +2 19.06.17 19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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