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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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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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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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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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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포탈의 너머

DUMMY

포탈 너머는 다른 세상이다. 지구의 쓸데없는 세미나에서 몇 번이고 들은 말이다.


근데 그렇게 다른 것 같지도 않았다. 같이 온 사람들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었고, 공기는 깨끗했으며, 풍경은 아름다웠다. 등 뒤의 포탈이 없었다면, 그냥 민심 좋은 시골에라도 내려온 기분이었다.


“줄 제대로 서세요. 번호 부릅니다! 거기 뒤쪽 분들, 줄 제대로 서주세요!”

포탈을 등지고 이세계에 한 발짝 내디딘 우리에게 조사원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오십 명의 사람들을 통제하기엔 세 명은 적은 수다. 심지어 그 오십이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남녀노소의 집합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무엇보다, 이 사람들은 관광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 쳐도 너무 시끄러운데? 지구에서 들었던 주의사항은 전부 잊어버린 거냐.


“거기 여성분들! 포탈에 붙어있지 말고 여기 와서 줄 서세요! 포탈은 곧 닫칠 겁니다.”

파란색으로 울렁거리는 포탈 너머를 멍하게 보고 있던 20대 여성들에게 참다못한 아저씨 하나가 그들을 끌고 왔다. 여성조가 배시시 웃으며 사과했다.


사람들이 전원 줄에 서자, 가장 앞에 있던 조사원이 손을 번쩍 들며 번호를 불렀다.


“번호 부릅니다. 일!”

“이!”

“삼!”

겨우 시작된 순번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난 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의 끝부분에서 몸 상태를 점검했다.


“십!”

“십일!”

포탈을 넘을 때, 울렁거림이나 메스꺼움 때문에 멀미가 날수도 있다고 들었다. 내게 딱히 그런 증상은 없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멀미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삼십!”

“삼십일!”

가까워지는 번호를 들으며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이세계, 개발이 전혀 되지 않은 천연의 보고들이 넘쳐나는 곳. 들었던 설명대로 야생적으로 피어난 나무들이 시야를 가렸다.


고개를 돌리는 곳은 어디든지 맑은 초록빛이었다. 그 덕인지 23년 평생을 속썩여온 비염 기가 사라져 숨쉬기가 편해진 것 같았다.


“사십!”

“사십일!”

번호를 부르는 와중에도 낄낄거리며 웃는 패거리가 있었다. 긴장감도 뭣도 없다.


“오십 삼! 번호 끝!”

나를 마지막으로 줄은 끝났다. 조사원들은 중간에 센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우리에게 말했다.


“자, 여러분. 이제부터 저희는 조사원 동료들이 만들어 둔 임시기지를 향해서 갑니다. 이 주변에 위험한 것은 없지만, 한 번 길을 잃으면 절대로 찾을 수 없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따라오세요! 명심하세요. 여기선 핸드폰도 뭣도 안 터집니다.”

조사원은 험상궂은 얼굴을 더욱 구기며 사람들에게 겁주듯 말했다. 대학 새내기들이 MT라도 온 듯 시끌벅적하던 사람들이 미아라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1. 이세계에선 언제나 조사원들의 말이 최우선이다.

교육받았던 것 중 가장 처음으로 가장 중요하게 가르친 한가지였다. 한두 시간 언 짓 한 세미나 시간이라고는 해도, 허투루 시간 낭비를 한 것은 아닌지 사람들의 긴장감이 빠릿빠릿하게 세워진 게 느껴졌다.


조사원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서서 숲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줄을 유지하며 앞사람의 등을 쫓아갔다. 여성이나 미성년자를 배려하는지 이동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높게 선 잔디들과 하늘을 덮은 거대한 나무들과 쭉쭉 뻗은 가지들, 정글에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곳이 지구의 정글처럼 습기 찬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지만.


‘아, 아, 마이크 테스트’

허리춤에 달린 작은 무전기에서 조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세계에 오기 전에 받은 유일한 장비였다. 맨 뒤에 서 있는 또 한 사람의 조사원도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움직이면서 듣겠습니다. 저는 이세계에 자원해서 오신 여러분들이 이세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 고로 기초부터 말해드릴 겁니다.’

조사원이 큼큼거리며 목을 풀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세계는 지구와 포탈로 연결된 장소입니다. 지구에서 그 포탈을 알아차린 건 십 년 전이고, 처음 이곳에 조사원이 파견된 후로 십 년 동안 지구는 이곳에서 얻은 자원으로 많은 발전을 했죠. 여러분이 아는 신에너지로 개발된 대부분이 다 이세계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오, 그래? 그건 몰랐다는 듯이 터져 나온 감탄사가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그런 반응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면 포탈을 쓸 일은커녕, 볼 일조차 없을 테니까.


이유도, 정체도 모르는 이세계로 향하는 포탈을 발견한 지 어언 10년, 지구에 이세계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보물창고였고,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기도 했다.


고갈되는 지구의 자원과 넘쳐나는 인구로, 이세계의 이주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는 그 첫걸음이었다. 기본적인 세미나를 받은 후에 바로 이세계에 가, 한 달간 살고 오는 것. 거의 십 년 가까이 있는 조사원들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한 달은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원자 중 남녀노소를 적절하게 섞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세계에서 한 달을 성공적으로 살아보면, 지구의 이주 정책에 가속이 붙겠지.


‘이세계에는 여러 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다 우리 조사원들이 시행착오로 깨달은 것들이죠. 여러분들은 축복받은 겁니다. 다들, 여러분의 오른쪽 귓불을 엄지와 검지로 잡아보세요.’

조사원의 영문모를 소리에도 사람들은 별말 없이 따랐다. 무조건 조사원의 말을 들으라는 교육이 어떻게 빛을 보긴 했나 보다. 나는 조사원의 말을 따라 오른쪽 귓불을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로 집듯이 잡았다.


그러자 어떤 전조도 없이, 눈앞에 불투명한 무언가가 생겨났다.


이름: 이류 상태: 정상

근력: 8

민첩: 10

체력: 6

마력: 0


스킬: 오래 걷기(1), 달리기(1), 관찰(1)


이게 뭐야?


마치 홀로그램 같은 무언가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 밑으로도 여러 개가 적혀있었지만, 그걸 모두 읽기도 전에 조사원의 말이 계속됐다.


‘그건 상태창이라는 겁니다. 오른쪽 귓불을 굳이 잡지 않아도 상태창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생겨나죠. 신기하죠? 그게 이 세계의 법칙 중 하나입니다. 모든 생물은 자기 상태를 쭉 적어놓은 상태창을 가지고 있어요.’

앞줄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고등학생들의 반응에 조사원이 만족한 듯 웃었다.

마치 게임 같다.


‘이 상태창은 자기 자신만 볼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언제든 보셔도 괜찮습니다.’

대체 어떤 원리일까? 나만 볼 수 있는 무언가라니, 환각이나 다름없다.


‘이름은 다들 아실 테니 넘어가시고, 상태는 지금 당장 정신 상태와 몸 상태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평범하다면 정상, 몸이나 정신이 약해졌다면 허약··· 이런 식으로요.’

흥미롭다. 몸에 문제가 생겼다면, 상태창을 여는 것만으로도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매년 번거롭게 건강검진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상태창을 확인하면 될 일이니까.


‘근력은 통상적으로 힘을 말합니다. 근력의 옆에 쓰인 숫자는 그 사람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힘입니다. 그러니 힘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거겠죠? 민첩이나 체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민첩은 얼마나 빠르냐는 것이고 체력은 지구력이 얼마나 뛰어나냐를 뜻합니다.’

사람의 몸 상태를 그대로 모여주는 상태창, 그것도 모자라서 신체 능력을 그대로 숫자로 표현해준단다. 근력 8에, 민첩 10, 체력 6··· 확실히, 내가 체력이 좀 없기는 하다.


‘건장한 성인 남성은 근력이 10, 민첩이 8, 체력이 8 정도 됩니다. 평균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보다 근력과 체력은 낮지만, 민첩이 높더군요.’

허, 근력도 8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근력조차 평균 미달이었다. 다행인 건 민첩이 10이라는 걸까.


딱히 알 필요는 없었지만, 내 몸의 한계를 알고 나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무전기 너머로 마력은 뭐냐는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앞줄의 누군가가 물어본 것이겠지.


‘마력은 저희도 아직 잘 모릅니다. 상태창에 나온다고는 해도, 대부분 0이었고. 이세계에 오래 머문 조사원 중에는 마력 1도 있었습니다만, 딱히 변한 건 없었습니다.’

나는 그 말에 혹시나 하며 내 상태창을 다시 확인해봤다. 기대할 것도 없이 마력은 0이었다.


‘그 밑으로 자세히 보시면, 스킬이라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그 칸이 텅 비어있는 사람들은 없을 텐데, 그건 말하자면 재능입니다. 여러분이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그런 걸 정리해놓은 거죠.’

상태나 근력 등에서도 놀랐지만, 스킬에 대한 설명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사원의 말에 사람들은 황급히 허공에 시선을 향했다.


자신의 재능을 확실하게 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나 또한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스킬 창을 뒤적였다.


‘재능 옆에는 작은 숫자가 적혀있을 건데, 그건 재능의 등급을 표현한 겁니다. 보통은 대부분 1에서 그치는데, 간혹 2가 적힌 분들이 있습니다. 그건 정말 특출난 재능을 말하는 거니, 혹시라도 2가 적힌 분들은 기뻐하셔도 좋습니다.’


오래 걷기(1) 달리기(1) 관찰(1)

오래 걷기에 달리기 그리고 관찰. 초라하기 그지없는 재능이었다.


‘자, 다들 상태창을 확인하셨으면 다시 귓불을 만지거나 상태창 닫기를 입 밖으로 내셔서 상태창을 치워주세요.’

조사원의 말에 나는 상태창을 껐다. 괜히 입 안이 텁텁했다.


평균 미달의 능력치에 초라한 스킬들, 이세계에 와서도 나는 나였다. 형과는 달리.

물론, 상태창 자체의 신비함은 환상적이다. 말로만 이세계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이렇게 실제로 겪고 나니 더욱 현실감이 들었다.


나는 지금 지구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와 있다.


다른 사람들도 인제야 그 실감이 난 것인지, 시끄럽던 패거리들 또한 조용했다.


침묵 속의 행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조용했다. 딱 이 정도가 내가 상상했던 이세계의 행진이었다.


‘삼십 분만 더 가면 됩니다. 기지에 도착하면···’

전조는 그제서야 일어났다.


‘어?’

무전기를 통해 당황한 조사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지? 시끄러운 앞의 분위기에 줄에서 머리를 삐죽 내밀어 내다보니.

맨 앞의 조사원과 사람들이 전진을 멈추고 얼어있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순간 끊기며 무전기에서 조사원의 긴장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이강우. 전상호. 총 챙기고 앞으로 와.’

그 말에 내 뒤에 있던 조폭 같은 조사원이 신속하게 앞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은 그 행동에서 위험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숨을 죽이고 앞의 상황을 지켜봤다.


젠장, 맨 뒤라서 보이질 않는다. 나무랑 풀들이 너무 높아. 앞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심장이 조여올 때쯤, 무전기에서 나지막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제기랄, 뭐야 저거··· 본 적도 없는데.’

조사원의 목소리였다.


자원이 넘쳐나는 꿈의 세계. 위험한 것이라고는 기껏 해봐야 야생 동물 몇이나 존재한다던 이세계.


위험할 것 없다. 조사원들이 십 년에 걸쳐서 전부 확인했다. 그러니 당신들 같은 일반인을 이번에 처음으로 보내는 것이지 않은가.


지구의 세미나 시간에 책임자가 싹수없이 나불댔던 말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 – 몬스터 퇴치 0/1]

[수락] [거절]


그럼 젠장, 내 앞에 떠오른 건 뭔데?


‘쏴!’

평화로운 숲에 난데없는 총성이 울렸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12/04/19- 주인공 스킬 뛰기(1) -> 달리기(1) 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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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튜토리얼s +1 19.04.08 92 3 10쪽
5 경고 +1 19.04.06 104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21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41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59 6 13쪽
» 포탈의 너머 19.04.01 23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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