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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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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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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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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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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경고

DUMMY

“진입합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임시기지 구역에 진입합니다! 앞 사람에게서 떨어지지 마세요.”

김태호가 있는 앞줄에서부터 전달된 말이 맨 뒤에 있는 우리에게 닿았다.


우리가 알겠다고 화답하자마자, 잠시 멈춰있던 대열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짜 여기에 있는 겁니까? 아무리 봐도 나무들밖에는 안 보이는데요.”

나는 떠오르는 의구심에 이강우에게 물었다. 전대동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내 말에 동의했다.


“조사원 형씨, 잘 가고 있는 거 맞겠지? 아무리 봐도 낭떠러지로 가는 것 밖엔 안 보이는데.”


“걱정도 많으십니다. 잘 가고 있으니 줄이나 맞춰가세요.”

이강우의 확신에 찬 말에도 우리는 주춤거리며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김태호가 들어서자는 곳은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이었다.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끝이 보이지 않는 골짜기 밑으로 추락사할 것만 같은 절벽을 김태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가자고 손짓하고 있었다.


“팔자에도 없는 등반을 여기 와서 하다니···”

한 사내가 중얼거린 말에 난 더할 나위 없이 동감했다. 몬스터고 뭐고, 눈앞에 닥친 가파른 고지와 매섭게 부는 바람이 몸을 흔들었다.


엔간한 담력이 있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 내딛는 것조차 힘들다.


그건 조사원들 또한 알았는지, 절벽 끝에서 멈춰 우리를 바라보던 김태호가 손짓으로 누군가를 불렀다.


첫 번째 희생양은 전상호 조사원이었다. 앞열이니 뒷열이니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뭉쳐진 사람들 사이에서 중간열의 경계를 맡은 전상호 조사원이 훽하고 절벽으로 뛰어들었다.


“헉! 죽는 거 아냐?”


“조사원 씨!”


패기 있게 골짜기로 뛰어든 전상호 조사원이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것을 눈에 담지 못한 사람들이 몇몇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조사원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어? 뭔 일이래?”

전상호 조사원은 허공을 밟고 있었다. 절벽 끝에서 제자리 뛰기를 한 그는 발 디딜 곳이 하나도 없는 허공을 군화로 밟고 있었다.


허공을 밟아? 이상한 표현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였다.


김태호 조사원이 그의 뒤를 따르며 담담하게 보충 설명을 했다.


“말해 드렸다시피, 이세계에는 이세계 나름의 법칙이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퀘스트와 몬스터라는 법칙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는 이세계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김태호의 뒤를 따라 누군가 허공에 발을 뻗었다. 신기하게도, 그 고등학생의 다리는 조사원들처럼 허공을 딛고 공중에 뻗어 나갔다.


그 모습을 본 김태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의 임시기지가 세워진 홈이라는 지역입니다. 사람의 눈으로는 결코 그 입구를 찾을 수 없지만, 한 번 들어서면 그 무엇보다 안전한 곳이죠. 여러 홈 중 포탈과 가장 가까운 이곳에 우리는 임시 기지를 지었습니다. 학생,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와봐요.”

신기한 듯 공중 바닥을 발로 여러 번 딛던 남고생에게 김태호가 손을 뻗었다.


“거기서 이쪽으로 넘어오시면··· 자, 어때요?”


“우와!”

남고생이 화려한 미사여구 없는 일말의 감탄사를 터트렸다. 학생은 아무것도 없는 절벽 너머를 보고는 눈을 반짝이며 빛내고 있었다. 마치 거기에 우리는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듯이.


“거기 뭐가 있는데?”

그 학생의 친구들이 절벽에 발을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멈춰있던 진열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뒷열과 앞열의 구분이 사라진 지금,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절벽 끝에서, 잠시 본능처럼 잠시 멈칫했지만 움직이던 관성 그대로 내 다리는 보이지 않는 선을 넘었다. 나는 허공을 걷는다는 신선 같은 체험을 하며 고등학생이 멍하니 서 있는 장소로 다가갔다.


“혀, 형씨! 같이 가!”

뒤따라 전대동도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 달달 떨리는 다리가 본심을 드러내는 듯했지만, 아직도 절벽 끝에서 우물쭈물하는 사람들보다는 나았다.


“··· 대단하네요.”

남고생의 옆에서 그가 바라보는 곳을 보고 있던 여자가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거기에 뭐가 있길래? 신기루 같은 걸까?


솟아오르는 궁금증에 나도 모르게 선을 넘자.


아무것도 없던 산 건너편과 우리 사이로 한 작은 도시가 나타났다.


도시라고 표현하는 쪽이 나았다. 얼핏 보기에도 복잡하게 엮어진 반구 형태의 건물들과 그것보다 조금 더 큰 사각 건물들, 현대 지구의 도시에 비교하자면 화려함이나 박력은 밀릴지 몰라도 단편적으로 엿보이는 생활력은 진짜였다.


“저곳이 바로 우리의 임시기지입니다. 여러분도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그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발을 디딜 공간은 충분히 있습니다.”

김태호가 그리 말하며 절벽 위에 남아있는 몇몇 사람들을 재촉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도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조사원들은 여기에 확실한 생활 기반을 마련했다. 몬스터만 아니었어도 진짜 이 세계의 진면목을 천천히 맛보는 건데. 몬스터와 맞닥뜨린 후 처음으로 지구로 돌아가는 것에 일말의 아쉬움이 피어올랐다.


만화처럼 구름을 밟고 서 있는 듯한 감각으로 저 멀리 보이는 사람들의 거주지를 내려다보는 건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 하늘을 나는 새라도 된 것 같은 전지전능함, 멀지만 속속히 보이는 기지의 거리가 더욱더 그런 감정을 돋궜다.


“··· 김태호 씨.”

나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무언가를 찾으려 눈알을 돌리며 김태호를 불렀다.


절벽 끝에서 사람들을 인도하는 전상호 조사원을 보던 김태호가 내 부름에 친절한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예, 이류 씨. 왜 부르셨어요?”


눈알이 이리 저리를 샅샅이 뒤진다. 임시 기지에서도 뒷골목으로 치부될 곳마저 이 높이에서는 속속히 보였다.


그러나 내가 찾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임시기지에 계신 조사원분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예? 저희를 제외하면 전부 기지에 계신데요? 오늘은 여러분이 이세계에 오는 첫날이라 환영회를 겸해서 이것저것을···”

김태호는 말끝을 흐리며 내 시선 끝으로 고개를 돌렸다. 왠지 모를 이상함을 캐치한 김태호 또한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몇몇 사람들 또한 조금 전 김태호의 말을 듣고 알아챘는지, 불안한 기색으로 임시기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왜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죠?”

남고생이 안색을 하얗게 띄우며 물었다. 누구에게 물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 서 있던 우리가 모두 들었음은 분명했다.


“이상우, 아직 홈에 진입하지 못한 분들 데리고 뒤따라 와. 나랑 상호는 여기 계신 분들과 먼저 기지로 향한다.”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 김태호가 그렇게 말하고는 앞장서서 기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허공에 새겨진 보이지 않는 길은 자연스레 밑으로 이어졌다. 멀리 처럼 보이던 기지는 우리가 조금씩 고도를 낮춤에 따라 가까이 다가왔다.


“뭔가 발견하면 망설이지 말고 저나 전상호 조사원에게 말해주세요. 소리치는 것은 금물입니다. 당황하지 않고 조용히, 몬스터가 나온다 해도 당황하지만 않으면 쉽게 처치할 수 있습니다.”

김태호는 그의 뒤를 따라온 우리에게 주의사항을 전하며 빠른 발걸음으로 기지로 향했다. 얼핏 침착해 보이는 그였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는 서두르고 있었다.


스물, 총 쉰셋 중 스물 남짓한 사람들만이 기지에 다가갔다. 기지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성인 남성의 키보다 조금 더 높은 울타리 너머로 기지의 안쪽이 훤하게 보이는 거리에서 우리는 느린 걸음으로 기지에 다가섰다.


기지에서 나오는 스산함인지, 일말의 불안감인지, 사람들은 유독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움직였다. 바스락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 말고 들려오는 것은 없었다.


기지의 안쪽에서나, 바깥쪽에서나.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응.”

김태호의 손짓과 말에 그 바로 뒤를 따르던 전상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훤하게 열린 정문을 통해 김태호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안쪽을 살폈다.


머리에 이어서 몸까지 정문 너머로 쓱 집어넣은 김태호가 그제서야 낮은 어조로 우리를 불러들였다.


“깜짝 파티니 뭐니 하면 진짜 가만 안 둬···”

전상호가 정문을 넘어서며 읊조렸다. 그러나 그 험악한 내용과는 달리, 말투는 부디 그래 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뚝뚝 묻어나왔다.


“··· 그룹을 반으로 나누죠. 앞쪽 열 사람은 저를 따라오고, 뒤쪽 열 명은 전상호 조사원을 따라가 주세요.”

정문에 들어서서 잠시 기지를 둘러본 김태호가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 말했다. 사람들은 별말 없이 그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나와 전대동, 그리고 아저씨 하나, 남고생 셋, 젊은 여성 둘과 전상호 조사원.


다른 쪽은 아저씨 둘에, 젊은 여성 셋,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셋, 청소년 하나와 김태호 조사원.


그렇게 사람을 나누고 김태호 조사원과 전상호 조사원의 인도 아래에 우리는 둘로 찢어졌다.


“작은 이글루처럼 생긴 건물은 거주 건물입니다. 2층에서 3층까지 지어진 큰 건물은 작업을 위한 건물이니, 이 시간이라면 다들 거주 건물에 있을 겁니다.”

전상호 조사원이 조용히 한 거주 건물의 입구에 다가서며 말했다. 괴상한 반구 형태의 건물은 집치고는 폐쇄적이었다. 문을 제외하고는 창문조차 없어 바깥에서는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겨를이 없었다.


“문을 하나씩 열어볼 겁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각오 단단히 하세요.”

정문 앞에 선 전상호 조사원의 말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손에 쥐고 있던 나무 몽둥이를 꽉 쥐었다. 나 또한 허리춤에 달린 권총을 슬쩍 바라보고는 받은 나무 몽둥이를 쥐었다.


“셋, 둘, 하나.”


“엽니다.”

전상호 조사원이 문을 팍 차고 거주 건물로 들어서는 것과 함께, 40대 아저씨를 선두로 우리 또한 그 뒤를 따랐다.


“아무도 없는데?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 건물의 안은 텅 비어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두개의 책상과 침대들, 싸움의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인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조사해봅시다.”

그 말에 뭉쳐 있던 사람들이 서로 눈여겨본 것을 보려고 집 안에서 흩어졌다. 그러나 집은 두 사람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외견처럼, 아홉 사람이 찾아보기엔 좁디좁았다.


“잘 모르겠어요. 딱히 뭘 발견한 건 없는데요. 정말 저희를 놀리려고 숨어있는 건 아닐까요?”


“···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긴장은 놓지 마세요. 다음 가구로 갑니다.”

남고생의 말에 전상호는 차분히 대답하며 바로 옆의 거주 건물로 나섰다.


그 건물도 같았다. 사람이나 그 흔한 인기척은 없었고, 여전히 깔끔하게 정돈된 방만이 우리를 반겼다.


물론, 조사한다고 더 나올 것도 없었다.


“그 많은 사람이 대체 어디로···.”


“조사원들이 총 몇 명이었죠?”

전상호의 혼잣말 같지 않은 혼잣말에 젊은 여성이 물었다. 나는 자연스레 세미나에서 들은 얘기를 떠올렸다.


조사원은 총 이백 명, 임시기지는 그 수에 이백 명을 더 수용할 수 있을 구조로 설계되어 만들어졌다.


이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조사하면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욱 커졌다. 그 이상으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거주 건물 다섯과 작업 건물 하나를 뒤지고 나서야 우리는 기지의 중앙에 도착했다. 중앙엔 미리 도착한 듯한 김태호 일행이 물이 멈춘 분수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전상호 조사원, 뭐 발견한 것 있나?”


“아니, 없어. 사람의 흔적은 하나도 없더군.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사라질 수가 있지? 기지 바깥에라도 나갔나?”

전상호의 말에 김태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어. 기지 바깥에 나갔더라도, 조사를 위해 몇 사람만이 나갔겠지. 이백 명이나 되는 수가 사라질 일은···”

분수대에 걸터앉아, 전상호와 이야기를 나누던 김태호가 끊어진 테이프처럼 말하다 말고 텁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일···


[연회와 오락의 신이 위험을 경고합니다.]


“뭐, 뭐?”

갑작스레 눈앞에 떠오른 메세지 창에 나는 다리를 헛디뎌 분수에 몸을 젖혔다.


“방금 뭐였어요?”


“자네도 봤나?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사람들은 자기 앞에 공통으로 떠오른 메세지 창을 주의 깊게 읽었다.


[연회와 오락의 신이 위험을 경고합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신? 경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굳이 그 깊은 내용을 추리할 필요는 없었다.


[서브 퀘스트 – 몬스터 퇴치]


그 알기 쉬운 내용은 우리 바로 앞에 다가와 있었으니까.


[0/1000]

[수락][거절]


아우우!


기지 안쪽에서 소름 끼치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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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빠진 이계행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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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오니악스 (1) 19.04.29 30 1 14쪽
22 중독 (5) 19.04.28 44 1 13쪽
21 중독 (4) 19.04.28 48 1 12쪽
20 중독 (3) 19.04.27 51 1 11쪽
19 중독 (2) 19.04.26 44 1 13쪽
18 중독 (1) +1 19.04.24 60 2 12쪽
17 던전 (4) 19.04.23 56 2 12쪽
16 던전 (3) 19.04.22 59 2 12쪽
15 던전 (2) 19.04.20 65 2 11쪽
14 던전 (1) 19.04.19 83 2 12쪽
13 추적 (2) +1 19.04.17 79 1 12쪽
12 추적 (1) +1 19.04.16 86 2 12쪽
11 변화 (4) +1 19.04.15 83 3 11쪽
10 변화 (3) +1 19.04.13 78 2 12쪽
9 변화 (2) +2 19.04.12 90 2 12쪽
8 변화 (1) +1 19.04.10 90 3 12쪽
7 절망의 자각 +1 19.04.09 101 2 11쪽
6 튜토리얼s +1 19.04.08 102 3 10쪽
» 경고 +1 19.04.06 111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30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52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69 6 13쪽
1 포탈의 너머 19.04.01 24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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