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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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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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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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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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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튜토리얼s

DUMMY

[연회와 오락의 신이 위험을 경고합니다!]


[연회와 오락의 신이 도망을 권유합니다!]


“망할! 조용히 좀 해.”

한 아저씨가 신경질적으로 허공에 손을 휙 저어 알림창을 치웠다. 누군가 했더니,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김태호의 멱살을 붙잡은 그 아저씨였다.


“··· 조용히.”

김태호가 모두를 둘러보며 경고했다. 그는 머리가 복잡했는지, 눈을 질끈 감고 미간을 몇 초간 문질렀다.


그럴 만도 했다. 최후의 보루인 기지에 있어야 할 수많은 조사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기지 안에서 들려와서는 안 될 늑대의 울음소리가 버젓이 터져 나왔으니까.


“그 울음소리, 다들 들으셨죠?”


김태호가 묻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장감과 두려움이 뒤섞인 묘한 얼굴을 한 고등학생이 손을 떨었다.


“소리는 그리 먼 곳에서 들려온 것 같지 않습니다. 늑대는 아마 기지 바깥에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기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한 건 아닐 겁니다.”

김태호는 그리 말하고는, 말하지 않은 문장을 꾹 씹어 삼켰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기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야 울음소리와 떠오른 퀘스트 창을 읽고 도망치면 될 일이지만, 기지의 안쪽,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는 희망도 뭣도 없다는 것을.


적진 한복판에 들어온 것이다. 사람끼리의 전쟁처럼 교섭이 되면 다행이려만. 다짜고짜 공격해오던 늑대 몬스터들을 떠올리면 고개가 절로 내저어진다.


“퀘스트에는 몬스터가 천 마리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김태호가 주위를 경계하며 말했다. 남에게 말하는 것보단 자기가 봤던 것을 되새김질하는 듯한 말투였다.


“이 기지 어디에 천 마리나 되는 몬스터가 숨어있는지는 둘째치고··· 일단은 퀘스트, 퀘스트를 수락해야겠군요.”


“싸, 싸우자는 건가요? 혹시 퀘스트를 받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건 아닐까요?”

김태호 조에 있었던 여성이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합당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걸기엔 몬스터를 확실히 맨눈으로 볼 수 없다는 디메리트는 너무 컸다.


우리가 도망을 치건, 맞서 싸우건, 상대의 형태조차 보지 못하면 가능성은 없다. 그게 천이라는 상식 외의 숫자면 더욱 그렇다.


“싸우자는 건 아닙니다. 눈으로 볼 수 있어야, 도망칠 수도 있죠. 저희는 기지 바깥으로 나갈 겁니다.”

그가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 그건 거의 맹신에 가까웠다. 말하는 걸 보고만 있어도 가능할 것만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이었다.


“불안하신 건 알겠지만, 일단 제 지시에 따라주세요. 눈에 띄지 않고 기지 바깥으로만 나간다면 괜찮을 겁니다.”


“네···.”


김태호의 설득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허공을 바라봤다. 퀘스트 창을 바라보는 것일 테지.


[서브 퀘스트 – 몬스터 퇴치 0/1000]

[수락] [거절]


창은 여전했다. 몬스터 퇴치에 적힌 수 또한 그대로였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전교생의 수가 삼백 명이었다. 전교생이 운동장이나 강당에 모였을 때, 바글거리던 그 수와 열기, 그 세 배가 몬스터라고?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싸한 쓰라림이 식도에서부터 퍼져나갔다.


“망할···”


누군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그 욕지거리를 들으며 퀘스트 창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퀘스트 승낙!]


처음과 달리, 그 이후로 떠오르는 문장은 없었다. 다른 사람도 그런가?


아니, 딱 봐도 반응이 달랐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하나같이 당황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수없이 떠오르는 무언가를 읽으려는 사람들처럼 눈동자가 급하게 움직인다.


“저, 김태호 씨. 이 튜토리얼이라고 떠오르는 건 뭐예요?”

튜토리얼. 처음 퀘스트를 받았을 때 내가 봤던 그 문구.


“아마도 튜토리얼은 퀘스트를 처음 받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는 여러 문구들이 떠오르는··· 그렇죠?”

김태호가 말하다 말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리를 내게로 넘겨버렸다. 시선이 한순간에 내게로 주목됐다.


“여러 팁이 보일 겁니다. 뭐든 도움이 될 테니 읽어두세요. 그리고 튜토리얼 중에는 스킬이 활성화된다는 문구가···. 아.”

스킬, 나는 내가 꺼낸 말에 화들짝 놀라 굳었다. 맞아, 스킬이 있었다.


“스킬, 그래. 다들 본인의 상태창을 열어서 스킬을 확인해주세요. 뭐가 있는지, 그 옆의 숫자는 몇인지 빠르게 점검하세요.”

역시 쉽게 죽으라는 법은 없다. 내가 처음 퀘스트를 받고 몬스터를 쓰러트렸을 때의 그 고양감, 그때 당시에는 흥분에 차 있어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스킬의 효과였던 게 틀림없다.


그 불가사의한 힘이라면 이곳을 탈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저 재능의 나열. 조사원들이 그렇게 표현했던 스킬은 이 망할 이세계에서 그 평가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빠르게 나갑시다. 우리가 왔던 길 그대로 따라 정문으로 가겠습니다. 두렵다고 뛰거나, 당황하지 마세요. 출발하겠습니다. 스킬들 확인하시고, 각자 그걸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세요.”

김태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듣자 마치 안전 교육 실습을 하는 것만 같았다. 물론 안전과는 크게 동 떨어져 있었지만.


김태호는 시선을 앞쪽으로 향했다. 정문이 있는 방향이었다. 나는 그를 보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김태호와 전상호는 총을 가진 조사원들이었기에, 이미 기지로 오는 길에 퀘스트를 수락하여 몬스터를 퇴치했었다. 이는 이번에 더는 스킬이 발동하지 않는다는 소리기도 하니, 스킬에 의한 도움은 이번엔 그 둘에게서 바라지 못할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형씨.”


“예, 전대동 씨.”

몸을 숙이고 조사 건물과 거주 건물들의 벽에 붙어서 조용히 길을 지나가는데, 전대동이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그, 스킬들을 다시 확인은 했는데 말이야.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괜찮아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작업이니 뭐든 말씀해주세요.”

나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전대동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직감이 1이고, 단순이라는 게 1인데. 나는 당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직감에 단순··· 직감은 몰라도 단순은 너무 포괄적이네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직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단순은···


이 사람도 나만큼이나 쓸모없는 스킬들을 가진 사람 같았다. 뭐 걷기나 달리기보다는 있어 보인다마는···


“스킬란은 어쨌든 전대동 씨의 재능이라고 했으니, 전대동 씨가 잘하는 일을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이해가 빠르실지도 몰라요.”


“오, 알겠어. 형씨는 참 아는 게 많아.”

전대동이 험악한 얼굴을 구기며 웃었다. 나는 그에 맞춰 화답하곤 앞사람의 등으로 시선을 옮긴다.


아는 게 많아? 그럴 리가. 나는 그럴싸한 걸 지껄인 것뿐이다.


나는 목을 푸는 척 고개를 돌리며 슬쩍 뒤를 바라봤다. 전대동은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시선을 아래로 두고 있었다.


나를 믿고 의지하는 듯한 전대동의 태도를 되새기며 나는 고개를 앞으로 향했다. 언제나 최악을 상상하는 나의 나쁜 습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만약 몬스터들이 우릴 발견한다면, 내가 이 사람들을 버리고 도망칠 수 있을까?


가능하다. 나는 조금의 고민 없이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쉿.”

선두에 있던 김태호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안 그래도 붙어있던 건물의 그늘에 파고들듯 몸을 숙인다.


“늑대 몬스터입니다. 한 마리··· 그대로 지나치겠습니다.”

사람들이 몸을 움직인다. 나는 그 뒤를 따르며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정말로 버릴 수 있어?


어.


나 혼자 도주하고 난 후에 일말의 자책감은 남을지 몰라도, 나는 아마 남을 희생하고 홀로 도망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죄책감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훔쳤을 때도 일주일 밤낮으로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조금만 더 가면 입구입니다. 걸음을 조금 빨리하겠습니다.”


나는 하면 안 되는 것을 하고 난 후에 후회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면 안 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때가 오면 그리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 사람들 또한 내가 살기 위해서라면 버릴 수 있다. 뒤에서 조용히 투지를 불태우는 전대동 또한, 방패로 쓸 수 있으리라.


난 형이 죽었을 때도 그랬으니까.


“몬스터··· 망할.”

어려움 없이 잘만 가던 행군이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김태호가 입에서 그에게서 들은 적 없던 험한 말이 터져 나왔다.


“늑대 다섯 마리 입니다. 통로 주변에 완전히 깔렸어요.”

그 말에 앞으로 다가와 건물 너머로 힐끔 보자, 거주 건물 둘 사이에 생긴 골목 주변에 늑대들이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었다.


“··· 돌아가면 너무 멀어져요. 울타리를 넘어가는 건······.”

전상호가 김태호에게 작게 중얼거렸지만, 들을 사람들은 모두 들었다. 저 통로만 지나가면 바로 입구라 이 말이지. 그럼 고민할 것도 없다.


“하지만.”

김태호가 뭐라 하기도 전에, 내가 앞서 나오며 말했다.


“뚫고 가죠.”


“예?”

김태호가 잘못 들었다는 듯이 반문했다.


“다섯 마리니, 네 명씩 조를 짜서 한 마리를 맡으면 될 겁니다. 통로를 지나면 바로 입구니까, 상황이 이상해지면 입구로 달리면 되구요.”


“그렇기는 한데··· 괜찮습니까?”

괜찮냐고? 그의 알 수 없는 말에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을 따라가자, 내 허리춤에 묶인 권총을 그제야 깨달았다. 아, 그렇군.


“총은 웬만하면 사용하지 말죠. 소음기가 있다면 모를까,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사용하면 더 불러 모으기만 할거에요.”


“그럼?”

나는 되묻는 김태호에게서 눈을 떼고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들이 하나씩은 지닌 무기를.


“괴물 놈들한테 몽둥이찜질을 해주죠.”

내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작가의말

좋은 월요일 보내십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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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빠진 이계행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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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중독 (1) +1 19.04.24 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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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던전 (3) 19.04.22 4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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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변화 (2) +2 19.04.12 70 2 12쪽
8 변화 (1) +1 19.04.10 71 3 12쪽
7 절망의 자각 +1 19.04.09 83 2 11쪽
» 튜토리얼s +1 19.04.08 86 3 10쪽
5 경고 +1 19.04.06 100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21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35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52 6 13쪽
1 포탈의 너머 19.04.01 22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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