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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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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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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
추천수 :
54
글자수 :
126,574

작성
19.04.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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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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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절망의 자각

DUMMY

“다들 준비되셨죠?’

스무 명의 남녀노소가 섞인 일반인들과 두 명의 조사원. 손에 들린 무기는 두꺼운 나뭇가지를 다듬어 만든 조잡한 몽둥이뿐.


하지만 겨우 다섯 마리와 싸우는 것이다. 맨손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네 명에 한 마리라면 할 만했다.


“김태호 씨의 팀은 오른쪽 거주 건물에 붙어 있는 늑대를, 전상호 씨의 팀은 왼쪽 거주 건물의 벽에 있는 늑대를 처리해주세요.”


늑대를 해치우고 가자는 내 제안은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수리됐다. 저 두 거주 건물 사이를 지나지 않으면 입구에 도달하는 건 너무 돌아가야 했고, 그래선 위험성이 더 커진다.


다섯 마리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쓰러트리고 가면 될 일.


“전대동 씨 쪽은 오른쪽에서 어슬렁거리는 놈을 잡아주세요. 김대진 씨는 왼쪽 부근의 놈이요. 마지막으로 제 팀은 통로 앞에 있는 늑대를 잡겠습니다.”


빠르게 다섯 조로 나눈 우리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위한 간단한 작전을 세웠다. 작전이래 봐야 한 조에 한 마리씩 분담하여 빠르게 처치하고, 가장 먼저 처치하는 조가 다른 조들의 지원을 하고, 통로를 확보한다.


싸움 도중에 일어날 돌발 상황에 대해 내리는 판단과 지시는 임시로 꾸린 조장이 한다.


조사원인 김태호와 전상호는 각자 다른 조를 맡고, 몬스터를 죽이거나 맞닥뜨린 경험이 있는 나와 전대동이 다른 조를 한 개씩 맡는다. 그리고 설치기 좋아하는 멱살잡이 아저씨에게 나머지 조를 맡기는 거로 사전 준비는 끝.


“··· 셋을 세면 나가겠습니다. 손에 쥔 몽둥이 꽉 쥐시고, 크게 심호흡 한 번 하세요.”


아직은 건물 사이의 그늘에 몸을 웅크리고 있어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늘을 나서는 순간 몬스터들을 우리의 존재를 알아채고 달려들 것이다.


내가 몽둥이를 들지 않은 왼손을 들어 공격 타이밍을 잡았다.


셋. 둘. 하나.


손가락이 천천히 하나씩 접힘에 작게 숨을 몰아쉬던 사람들의 숨소리가 별안간 커졌다. 사람들의 긴장과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달려!”

내 신호와 함께 사람들이 땅을 박차고 그늘 밖으로 뛰쳐나갔다. 김태호와 전대동은 오른쪽으로, 전상호와 김대진은 왼쪽으로, 다들 사전에 얘기했던 대로 움직였다.


크엉.


소리도 지르지 않고 달려오는 우리를 그제야 발견한 것인지, 오른쪽에 있던 늑대가 당황한 듯 이상한 울음소리를 냈다.


“흡!”

그 늑대와 선두로 부딪친 전대동 팀이 순식간에 뒤로 밀려났다.


뛰어가는 내 등 뒤에서 늑대의 폐 끓는 소리와 사람들의 기합 소리가 기묘하게 섞였다.


어느새 양옆으로 들어오던 사람들의 인형들이 시야 바깥으로 사라지고, 나와 다른 세 명의 사람들은 통로 앞 늑대의 앞에 섰다.


신체 건장한 이십 대인 천장호를 비롯해 이십 대 여성인 이지현, 그리고 고등학생인 이진우까지.


끄르륵.


늑대는 자신 앞에 선 네 사람을 보더니 특유의 폐 끓는 소리를 신호 삼아 가장 앞에 서 있던 내게 달려들었다.


“뒤져!”

야구 배트로 풀스윙을 날리듯 휘둘러진 몽둥이가 넓은 궤적을 만들며 허공을 찢었다.


“망할.”

처음부터 혼신의 일격을 날렸지만, 몽둥이질은 빗나갔다. 늑대가 피했다기보단, 내가 너무 빠르게 휘둘렀다.


달려드는 늑대에게 맞췄어야 했는데.


끄륵!


늑대는 자기 코앞을 스치듯 지나간 몽둥이질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달려들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지금입니다. 몰아넣어요!”

내가 소리치기 전에 이미 옆으로 나와 있던 천장호와 이지현이 양쪽에서 늑대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두 몽둥이가 늑대의 목덜미로 양쪽에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피할 수 없다. 직격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랬을 것이다. 만약 몽둥이를 쥔 게 김태호나 전상호였다면.


늑대에게 달려든 이지현이 간격 조절에 실패하여 몽둥이 끝이 허공을 가른다. 늑대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지현에게 육중한 몸을 날렸다. 천장호의 내려찍기가 허망하게 비어버린 대상에 닿는다.


“꺄악!”

운동과 친하지 않은 현대인의 몸이 버틸 수 없는 무게에 바닥에 쿵 쓰러지고, 이지현의 몸은 늑대에게 완벽히 깔렸다.


“이지현 씨!”

늑대에게 깔린 이지현이 아등바등 두 팔과 다리를 흔들어보지만, 늑대는 결코 그 위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너무 뒤에 있는 이진우, 당황한 천장호. 늑대에 깔려 몸을 비트는 이지현. 그걸 보고 달려드는 나.


총체적 난국이다. 터져 나오는 거친 숨소리와는 대비적으로 머리는 싸늘했다.


총을 쓸까? 아니야.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


“뭐해요!”

멍하니 굳은 천장호를 일깨우고 나는 늑대의 뒷머리에 몽둥이를 꽂아 넣었다. 이번은 완벽, 깔끔하게 들었다.


늑대의 몸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지만, 역시 한 대로는 큰 데미지를 주기 힘들었다.


“헉, 헉, 이지현 씨!”

천장호가 뒤늦게야 달려와 늑대의 몸뚱이를 내려친다. 그러나 늑대는 결코 이지현의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때리는 우리들의 공격에 늑대는 충분히 타격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늑대는 무덤덤하게 대가리를 이지현의 몸에 파묻는다. 그제야 난 늑대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랐다.


옆에서 전상호 조사원이 총을 갈기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 사냥감에 목숨 걸던 그 모습을, 떠올렸다.


“끼아아아악!!”

이지현의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씨발, 씨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늑대가 주둥이를 파묻고는 이리저리 흔들었다. 뭔가가 피슉하며 내 얼굴에 튀어 올랐다. 분수? 분수대. 무언가가 분수처럼 땅에서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끄이아아악! 살려줘!!”

이지현의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몽둥이를 잡은 손아귀가 찢어져 뜨거운 뭔가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뜨거운 뭔가는 이지현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씨발, 뒤져! 뒤지라고!”


“흡!”

또다시 천장호와 내가 거센 몽둥이질을 넣었다. 이번엔 늑대의 머리였다. 잡았다. 쓰러트렸다. 그런 손맛이 몽둥이 끝에서 느껴졌다.


그 예감대로, 늑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지현의 위에 풀썩 엎어진 채로 대가리가 깨진 채 죽어있다.


“헉··· 헉, 허억.”

거친 숨이 나왔다. 숨쉬기가 어려웠다. 목이 꽉 막힌 듯 침이 제대로 삼켜지지 않았다.


격렬하게 움직인 것도 한몫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눈앞에 닥쳐진 현실이 냉정했다.


천장호가 흥분으로 인함인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멍하니 늑대의 사체를 보고 있었다. 뒤에 있던 이진우가 고개를 내밀었다.


“··· 이지현 씨.”

나는 늑대 밑에 깔린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울음을 참는 이진우와 우리의 씩씩거리며 몰아쉬는 숨소리가 대답으로 돌아왔다.


“이지현 씨.”

이지현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렀다. 저승사자는 죽은 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른다고 했던가.


나는 말 없이 아직 따스한 늑대의 사체를 들췄다. 내가 혼자 들기엔 너무 무거웠다. 다행이게도 내 행동을 보고 천장호와 이진우가 늑대 시체의 끝을 잡아 들어 올렸다.


세 명이 겨우 달려들어서야 늑대의 사체를 치울 수 있었다.


“허업···.”


“이지현··· 흡.”

이지현의 상태를 확인한 이진우가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돌렸다. 두 눈에 맺힌 눈물이 당장에라도 떨어질 것만 같다.


“··· 숨이 끊어졌어요.”

내가 이지현의 몸을 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내가 맥박도 재보지 않고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있었다.


이지현의 목은 톱날 톱으로 잘린 듯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머리와 어깨를 잇는 목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반쯤 떨어져 나갔다.


죽었다. 이 세계에서의 첫 죽음이었다. 나는 이지현의 시체를 스쳐 가듯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처 부위가 구토가 나올 정도로 명백하게 보였다. 그녀의 고통과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이 핏물에 뒤덮어져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를 뿜었다.


“······ 천장호 씨. 다른 조를 도우러 갑시다.”


“네···.”

나는 망연자실한 이진우를 내버려 두고 천장호를 이끌고 다른 조에 도움을 주러 갔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싸움은 거의 끝나 있었으니까.


“··· 거의 끝났군요.”

천장호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말에 담긴 감정은 절대 밝지 않았다. 어느 조를 봐도, 멀쩡한 사람이 없다. 바닥에 몸을 뉘이고 발광하는 사람들이 적잖게 있었다. 그 중엔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손목이 통째로 날아간 사람, 배때기에서 내장이 흘러나오는 사람, 머리가 반쯤 날아가 얼굴을 봐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 피와 공포로 얼룩진 싸움터였다.


늑대는 대부분 잡았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수습이 힘들어 보였다.


“천장호 씨. 힘들겠지만 전대동 씨 팀의 수습을 부탁드립니다.”


“아······. 예, 이류 씨는?”


“저는 통로 너머를 확인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통로 너머에도 늑대가 있으면 안 될 일이니까요.”

천장호는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곤 아직 늑대와 교전을 벌이고 있는 전대동의 팀에 다가갔다. 전대동의 팀은 거의 유일하게 사상자가 없는 팀이었다. 다들 지친 표정에 아직 늑대와 싸우고 있기는 했지만, 사상자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후···.”

어두운 통로 너머로 들어서자, 싸우는 소리와 한순간에 멀어짐과 동시에 현실이 싸늘하게 두 뺨을 갈겼다.


사람이 죽었다. 내가 제안한 전투로 결국 사람들이 죽어버렸다.


나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덮고 어두운 통로를 걸어나갔다. 빛이 있는 곳으로.


네 잘못이 아니야. 나는 내게 그렇게 되뇌며 걸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펑펑 울 것 같았으니까.


통로는 어두웠지만 짧았다. 얼마 걷지 않아 양옆의 벽을 이루던 거주 건물이 사라지고, 빛이 보였다.


입구였다!


“어?”

잠깐, 잠깐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도리라는 게 있는 거잖아.


“하··· 후···”

넘어지듯이 벽에 어깨를 기댄 내 시야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담겼다.


입구는 있었다. 활짝 열려, 언제든지 우리의 탈출을 응원하는 듯했다.


그러나 통로를 나서서 입구까지 향하는 데 약 오십 미터.


그 오십 미터는 사상 최악의 단거리 코스로, 발을 디딜 곳도 없을 정도로 늑대 몬스터가 우글거렸다.


세보지 않아도 안다. 최소한 백, 이백은 될 터다.


입구 앞의 작은 공터에 어림잡아 수백의 늑대들이 마치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작가의말

좋은 화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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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빠진 이계행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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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중독 (5) 19.04.28 38 1 13쪽
21 중독 (4) 19.04.28 38 1 12쪽
20 중독 (3) 19.04.27 40 1 11쪽
19 중독 (2) 19.04.26 37 1 13쪽
18 중독 (1) +1 19.04.24 50 2 12쪽
17 던전 (4) 19.04.23 46 2 12쪽
16 던전 (3) 19.04.22 47 2 12쪽
15 던전 (2) 19.04.20 58 2 11쪽
14 던전 (1) 19.04.19 67 2 12쪽
13 추적 (2) +1 19.04.17 66 1 12쪽
12 추적 (1) +1 19.04.16 76 2 12쪽
11 변화 (4) +1 19.04.15 71 3 11쪽
10 변화 (3) +1 19.04.13 69 2 12쪽
9 변화 (2) +2 19.04.12 77 2 12쪽
8 변화 (1) +1 19.04.10 78 3 12쪽
» 절망의 자각 +1 19.04.09 90 2 11쪽
6 튜토리얼s +1 19.04.08 92 3 10쪽
5 경고 +1 19.04.06 104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21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41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59 6 13쪽
1 포탈의 너머 19.04.01 2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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