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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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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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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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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변화 (1)

DUMMY

벽에 기대 꾸역꾸역 입구 근처에서 불어나는 늑대 무리를 보며 내 어릴 적이 떠올랐다.


지금처럼 해가 등선을 넘어서는 해 질 녘, 거무스름한 어둠 속에서 거실에 발을 디딘 순간 느껴지던 끔찍한 고통. 아이용 발목 지뢰라고 불리는 장난감을 제대로 지려 밟은 그 기억이 어째서인지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저 늑대 지뢰밭에 발을 들이는 게 그것보다 아플까? 모를 일이다. 고통을 느끼기 전에 훅 가면 덜 아플지도 모르니까.


“이류 씨.”

정신 놓고 통로 너머를 바라보는 내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들이 죽은 건 결코 당신 탓이 아니에요.”

김태호의 말에 나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격렬한 싸움을 몸으로 증명하듯, 이곳저곳 찢어진 옷과 그곳에서 배어 나오는 검붉은 피에 시선이 닿는다.


“예, 그럼요. 걱정하시는 바는 알아요. 이상한 생각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그에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희미하게 웃었다. 고맙다는 듯이, 내 기분을 그가 알아챌 수 있게.


그는 그런 내 모습에서 뭘 봤는지, 표정을 굳히고 강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뒤처리를 수습하면 어서 기지 바깥으로 나가죠. 싸움의 소란으로 늑대들이 이곳에 향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건 아닐 겁니다.”

김태호의 말에 난 망설임 없이 부정했다.


“설령 그렇다 해도 큰 변화는 없을 테죠.”


나는 의아하게 바라보는 김태호에게 설명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섰다. 내 몸으로 막혀있던 뒤쪽의 풍경이 김태호의 검은색 눈동자에 그대로 담겼다.


“이··· 이게 무슨!”


그 또한 끝이 보이지 않는 늑대의 바다를 보더니,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저 끝에서 수습을 대충 하고 통로로 다가오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윽···.”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물어뜯은 김태호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몸을 돌려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김태호 조사원. 늑대를 전부 처리했습니다. 사망자가 넷, 움직일 수 없는 중상자는 다섯 명입니다.”

전상호 조사원이 담담한 어조로 상황 보고를 했다. 그의 뒤로 일견 멀쩡해 보이는 세 사람이 그를 따라온 듯 어물쩍거리며 서 있었다.


그들도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겠지. 입구를 코앞에 두고 사망자니, 중상자니, 알 바가 아닐 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 기지를 나갈 수 없다.


“사망자를 묻을 시간은 없습니다. 옷가지를 덮어 간단히 예만 표해주세요.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전상호 조사원이 이끌고 거주 건물에 들려 본인과 중상자들의 응급 처치를 해주세요. 그 후에···.”

전상호와 사람들에게 잘 지시를 내리고 있던 김태호가 돌연 간 휘청거렸다.


“김태호 씨.”

넘어질 뻔한 그는 오른팔로 벽을 짚고 버텨 섰다. 그제야 찢어진 옷가지로 대충 지혈한 끼가 다분한 오른쪽 어깨가 드러났다.


나는 그의 부축을 하고자 다가갔지만, 그는 손사래를 저으며 다시 똑바로 섰다.


“잠시 현기증이 왔을 뿐입니다. 괜찮아요.”


그는 걱정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희미한 미소를 짓고는 몸을 움직여 통로 너머를 보지 못하게 가렸다.


“응급 처치가 끝나는 대로 바로 기지 바깥으로 나가겠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전해주세요. 입구가 코앞이라고요. 다들 빨리빨리 움직입시다.”


“네!”

김태호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통로 너머의 악몽을 보지 못한 사람들, 김태호는 그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자타공인, 리더의 말을 따라 다시 통로 뒤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등을 김태호는 묵묵히 쳐다본다.


“감사합니다, 이류 씨.”

그가 돌연 이해할 수 없는 감사 인사를 했다.


“예?”


“제 거짓말을 지적하지 않아 주신 것 말입니다. 아니··· 꼭 그것만은 아니지요.”

김태호가 창백한 얼굴로 통로 너머를 바라봤다. 혹시나 하고 확인한 늑대들은 허상이 아니었다. 나갈 방법은 전혀 없어 보였다.


“어쩔 생각입니까?”

나는 숨을 색색 몰아쉬는 김태호에게 물었다. 정말로 어쩔 셈인지 순수한 궁금증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김태호는 어깨에 메인 옷가지를 잡고 다시 동여맨 후에 늑대들 쪽을 보며 말했다.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요?”

과연 그 방법이란 게 뭘까. 이 절망적인 상황을 뒤집을 방법이.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기지엔 입구를 통해 나가는 것을 제외하곤 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애초에 위기 상황을 고려하고 설계된 기지가 아니니까요.”

어딘가 비밀 통로라도 숨겨져 있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런 게 있었다면 진작에 거기로 갔겠지. 늑대들이 우글거리는 기지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것보다 몇십 배는 안전하니까.


김태호는 마지막 남은 희망의 뿌리마저 꺾어버리곤 말을 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이라면 그렇습니다만, 울타리를 넘어서 가는 방법은 유효할 겁니다.”


울타리? 설마 저걸 말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의 설명 중에 등장한 뜬금없는 단어에 시선을 돌렸다. 우연히도, 김태호 또한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구가 세워진 곳, 성벽처럼 양옆과 위로 쭉 펼쳐진 소재 모를 뭔가로 만들어진 장벽이 있었다. 정말이지, 성벽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최소한 내 키의 서너 배는 되어 보였다. 오 미터가 훌쩍 넘는 벽이었다.


심지어 발을 디딜 이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건 여러모로 특이한 벽처럼 보였다.


“··· 저거요?”


“예. 그거요. 그걸 넘을 겁니다.”


“아무리 봐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요. 김태호 씨가 사실 하늘을 날 수 있다던가, 거미 남자라던가 그런 건 아니죠?”

나는 불안함에 괜스레 농담을 던졌다. 김태호는 웃으며 해답을 내놨다.


“벽을 타진 않을 겁니다. 부상자도 있으니까요.”


그럼?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김태호를 보자, 그가 해답을 내놨다.


“글라이더로 넘어갈 겁니다. 붙어 있는 작업용 건물의 옥상에서 뛰어내려서요.”

엉?


글라이더? 아니, 영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니었다. 여러 환경에서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교육받은 조사원들에게 글라이더는 있을 테고, 명백히 장벽보다 높은 건물 위에서 글라이더를 타고 뛰어내린다면 충분히 장벽 너머의 기지 바깥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마자 떠오른 생각에 나는 조심스레 김태호에게 물었다.


“··· 중상자는요?”

탑승자가 직접 타고 조종해야 하는 글라이더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다섯 명의 중상자들에겐 꿈이나 다름없다. 내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 듯 말이 없던 김태호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죠. 글라이더 경험이 있는 저와 전상호 조사원이 둘씩 중상자들을 몸에 묶어서 타면···”

역시. 김태호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얼핏 리더쉽이 있어 보인 그는 결코 리더에 맞지 않았다. 살 거면 전부 살고, 죽을 거여도 전부 살리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게 할 착한 사람이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은 어떻게 합니까?”


“그분은 이류 씨께서 수고를 해주셔야죠.”

김태호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한결 나아진 안색을 되찾고 통로의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어? 잠깐만, 나 글라이더 타본 적 없는데?


“아니, 김태호 씨···”

나는 항의를 위해 그 뒤를 쫓아갔지만, 내가 굳이 불만 사항을 토로할 것도 없었다.


“흐아, 흐아아!!”

통로 끝으로 걸어감에 따라 벌써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상처에 소금이라도 뿌린 듯 사람의 성대에서 나올 수 없는 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풀어진 김태호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어느새 해가 져 어두워진 공터로 나간다.


사람들은 한창 싸움의 수습을 하고 있었다. 괴물의 시체나, 사람들의 것이나, 중상자의 치료 같은 것들을.


“하으윽, 끄으.”

죽어가는 신음을 내며 한 남성이 바닥에 누워있다. 그는 한쪽 팔이 완전히 결딴났는지, 기다란 나무 목재에 고정시킨 팔을 부여잡고 고통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중상자가··· 예상외로 심각하네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김태호에게 말한 나는 그가 조용한 것을 눈치채고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김태호는 전상호와 마주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전상호와 함께 늑대를 맞서 싸운 그의 팀원들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뭔가 분위기가 묘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부분 김태호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김태호 조사원.”

전상호가 뒤에서 대기하던 사내들에게 중상자를 살피러 보내고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김태호가 그리 묻자, 전상호는 나를 흘겨보더니 전상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죠.”

그리 말하며 전상호는 김태호를 한 거주 지역 뒷골목으로 끌고 갔다.


이상하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중상자를 치료하는 사람, 벽에 몸을 기댄 채 쉬고 있는 사람, 구호 물품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사람.


모두 내 시선이 향하자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뭐지?


이상한 기분에 휩쓸리려는 찰나, 저 멀리서 허겁지겁 손을 흔드는 덩치가 눈에 들어왔다. 전대동이었다.


전대동의 덩치를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갈수록 그의 피곤함에 찬 얼굴이 들어왔다.


“전대동 씨.”

그에게 말을 걸자, 그가 주위의 눈치를 보며 나를 거주 기지 안쪽으로 끌고 들어왔다.


“형씨! 통로에서 뭐하고 이제야 온 거야.”


“예?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전대동이 초조한 듯 손톱을 깨물며 바깥을 바라봤다. 그 행동에서 이상함을 느낀 내가 그를 더 추궁하기도 전에, 그가 입을 열었다.


“형씨랑 김태호 씨가 통로 너머로 넘어가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전상호 조사원이 통로에서 돌아왔어.”


그렇다. 전상호 조사원이 통로에서 김태호에게 보고하고, 김태호가 앞으로의 방침을 내린 바로 그 상황이었다. 틀릴 것 하나 없었다. 뭐가 문제라는 거지?


“거기서 형씨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르겠는데, 전상호 씨가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거 같아.”

화? 갑자기 전상호 조사원이 화낼 일이 뭐가 있다는 말인가.


“전상호 씨가 뭔가 했습니까?”


“뭐? 하기야 단단히 했지! 전상호 씨가 부상자랑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김태호 씨에 대한 험담을 엄청나게 했다니까.”

이어진 전대동의 말에 나는 순간 헛숨을 들이켰다.


“그, 뭐라 그랬더라··· 입구로 향하는 길을 속였고, 그래서 우리가 다친 거다··· 그런 비슷한 소리였어.”


설마, 그 찰나에 통로 너머를 봤나?

그걸 봤다면, 김태호가 사익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라면 그랬을 테니까.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그들을 미끼로 몰아넣어 나 혼자 탈출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최선일 터지.


전대동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여러분!”

전상호의 담담한 목소리가 여느 때와는 다르게 흥분을 담고 소리쳐졌다.


“이 배신자를 단죄하고!”

벌컥 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자, 약자와 중상자들의 중앙에 전상호가 무릎 꿇은 김태호의 옆에 서 있었다.


“저와 함께 이 지옥을 빠져나갑시다!”

전상호가 한쪽 팔을 들어 올리며 힘차게 외쳤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보내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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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탈의 너머 19.04.01 2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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