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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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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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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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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변화 (2)

DUMMY

“이 배신자를 단죄하고 저와 함께 이 지옥을 빠져나갑시다!”

전상호가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외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일반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외칠 뻔했지만, 나는 주위를 둘러보곤 입을 꾹 닫았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일견 전상호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심하게 있어도, 시선은 누구나 전상호와 김태호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최소한 관심은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 수십 쌍의 시선을 받으며 무슨 기분이 들었는지, 전상호가 아까보다 한층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김태호 조사원은 우리를 배신했습니다.”

침통한 듯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의 심복이었던 전상호가 말했다.


“저 통로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시는 분이 계십니까? 김태호 조사원을 제하고선 아마 없을 겁니다.”

그리 말하며 전상호는 내 쪽을 흘깃 바라봤다.


길게 찢어진 눈과 마주하는 순간,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제가 저 통로 너머를 넘어가려고 했을 때, 김태호 조사원은 절 필사적으로 막았습니다. 그 어깨너머로 저는 봤지요. 엄청난 수의 몬스터를!”

아니나 다를까, 그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반응했다.


“어? 무슨 소립니까?”


“몬스터라니?”

이걸로 끝이 아니야?


그런 의도를 내포한 절망 섞인 탄식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어느샌가 내 옆에 서서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전대동마저 낮은 침음성을 흘릴 정도였다.


“당연하죠! 천 마리, 자그마치 천 마리입니다. 이 좁은 기지 어디에 그 많은 괴물이 있다는 말입니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입니다··· 이 기지의 구조를 속속히 알고 있는 김태호 조사원이라면요!”

그 말에 시선이 옆에 무릎 꿇은 김태호 조사원에게 모인다. 김태호 조사원은 고개를 떨군 채, 마치 죄인처럼 바닥을 보고 있다.


그러는 당신은? 나는 전상호 조사원에게 그리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또 한 차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겨우 이 정도로 한 사람을 단죄하니 마니 할 수는 없다. 지금은 다들 피곤하고, 상처 입었기에 이런 허황된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지, 기지를 탈출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지금의 이때를 다시 돌아볼 것이다.


그리고 분명 전상호가 한 말의 이상함에 눈치채겠지.


그러니 뭔가가 더 있을 것이다. 전상호가 정말로 김태호를 끌어내리기 원한다면.


“여러분, 기억을 더듬어봅시다. 이 통로를 슬쩍 빠져나가, 입구의 상태를 보고 올 수 있었음에도 바로 몬스터들과 싸우자고 한 건 누구입니까?”

그건 나다. 그러나 전상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사람들 또한 그 시선을 따라가 김태호를 바라본다.


“예. 김태호 조사원입니다. 왜 그는 그런 위험한 결정을 내렸을까요? 입구로 가는 것 말고,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가 김태호를 내버려 두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온다. 김태호는 여전히 바닥을 보고 있다.


“이봐요, 전상호 조사원.”

뚝. 보이지 않는 벽에라도 막힌 듯, 전상호가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부른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은 알겠지만, 그건 온전히 김태호 씨 잘못이 아닙니다. 그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한 결과고 어떻게든 우리를 모두 탈출시키려는 방법이었습니다.”

온몸에 얕은 상처를 입은 낯익은 청년이 일어서며 말했다. 더 이상한 소리를 하면 힘을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상호는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옅은 웃음기와 함께 그에게 다가갔다.


“우리를 모두 탈출시킨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고 계십니까?”

전상호는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이 넓은 기지에, 밖으로 향하는 출구가 단 하나뿐이라고, 정말로 순진하게 믿고 계신 겁니까?”


“··· 다른 출구가 있다면 전상호 씨는 왜? 당신도 조사원 아닙니까. 김태호 씨가 알고 있다면 당신도 알고 있는데 당연하겠죠.”

내가 짚고 싶었던 부분을 말하는 청년, 천장호가 그리 반박했다. 그러나 전상호 조사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조사원이 알고 있는 정보에는 그 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3급 조사원, 조사대 카스트에선 최하위죠.”

잠깐, 그러면······.


“김태호 조사원은 2급 조사원, 조사원으로서 이세계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저나 저 기지 바깥에 있는 이상우 조사원보다 훨씬 많습니다.”


전상호 조사원의 말에 사람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천장호 또한 입을 다물었다. 그런 사람들을 둘러보고 전상호가 말을 이었다.


“저 또한 김태호 조사원이 몬스터나 퀘스트에 대한 걸 미리 알고 있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비약이죠.”

맞는 말이다. 김태호는 처음 몬스터나 에토와 만났을 때부터 발 빠른 대처를 하기는 했지만, 그건 그가 유능해서였지, 결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김태호 조사원이 이 기지의 구조를 모르고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바깥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면··· 아니 혹여나 없다고 하더라도, 천 마리나 되는 몬스터가 있을 수 있는 장소 정도는 특정할 수 있었을 터.”

이쯤 되면 누구나 전상호 조사원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없던 일을 없었다고 증명하는 것은 있었던 일을 증명하기보다 훨씬 어렵다고.


냉정하게 생각해봤을 때, 김태호는 명백한 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전상호의 거의 모든 것이 추측이다.


그러나 김태호는 벼량 끝으로 몰리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게 말했기에, 여론이 그랬다.


전상호는 김태호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심은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던 그가 모두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죄는 무겁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대체 전상호는 왜 저런 일을 할까? 혹여나, 정말로 김태호가 잘못 했더라고 하더라도, 그의 존재 자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안심을 주는지 그도 알고 있을 터. 굳이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려 매장한다고 해도 그가 얻을 게 뭔가?


그 답은 전상호의 이어진 말에서 그대로 흘러나왔다.


“그러니 저는 그에게 속죄의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여러분 또한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전상호는 자신이 판사라도 되는 듯이 말했다.


“혹여라도 있는 바깥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지금이라도 알려 주시던가···.”

그가 말을 길게 늘어뜨렸다.


“저희가 입구로 향할 수 있도록, 입구 앞에 있는 늑대들을 끌어들일 미끼가 되어 주시던가. 선택권은 김태호 조사원 당신에게 있습니다.”

전상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마치 민심을 재확인하는 폭군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조용했다. 어떻게 나설 수 있을 리가 없다.


망할, 이제 와서 글라이더니 뭐니 말해봐도 같잖은 수작을 부린다고 거부하겠지. 뭣보다 새로운 리더로서 급부상한 전상호가 김태호의 작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겨우 잡은 주도권이니까.


그러나 전상호의 정확한 목적은 불분명했지만, 최소한 이곳에서 탈출하겠다는 욕구 자체는 확실해 보였다. 그것 하나만은 다행이었다.


“미, 미끼라니. 죽으라는 소리잖아.”

옆에 서 있던 전대동이 문에 등을 기대곤 바닥에 주저앉았다. 전대동의 말이 맞다. 저 늑대가 우글거리는 곳에 미끼로 던져진다는 건, 간접적인 사형을 의미했다.


하지만, 전상호의 작전 자체는 좋았다. 나도 스쳐 가듯 생각한 작전이었으니까.


쓰레기들끼리 통하는 게 있어서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두 차례가 겪은 늑대들의 비정상적인 집요함을 되새겼다. 한 번은 이강우에게 달려드는 늑대, 내가 총구를 자기 머리에 들이대도 이강우에게 충혈된 눈으로 달려들던 그 모습.


다른 한 번은 이지현을 물어뜯는 늑대의 모습.


“우욱. 허억.”

잠깐 봤던 이지현의 시체가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토악질이 올라왔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확실하게 늑대들은 처음 시야에 들어온 인간이 죽을 때까지 쫓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미끼라는 존재는 압도적이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작전은 좋았다고 해도, 이 작전에는 원초적인 문제가 있다.


누가 미끼를 할 거냐?


수백의 늑대 앞에 미끼가 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맞서 싸우는 것도 문제지만, 온전히 도망치지도 못할 것이다. 이족 보행인 인간이 사족 보행인 늑대를 떨쳐낼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거기서 막힌 전상호는 고민한다. 죽으라고 해서 죽을 사람은 여기엔 없다. 그렇다면 그럴 상황을 만들자. 가장 물어뜯기 좋은 김태호를 죄인으로 만들자. 그런 흐름이었겠지.


이곳에 있는 사람 중엔 전상호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완전히 믿는 사람들도 몇 있겠지.


그러나 그 사람들이 만장일치로 지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이유는 명백했다.


김태호가 아니라면 자신이 미끼가 될 수도 있으니까.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니까. 자신이 아니라면 땡큐다.


“형씨, 괜찮아?”

흙 바닥에 앉아 있던 전대동이 헛구역질하는 내게 말했다. 내가 괜찮다며 손짓을 했지만, 전대동은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역시,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전상호 조사원한테 가서 한번 말을 해볼게.”

전대동이 얼굴에 맴도는 흥분기를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아니, 좋은 방법은 아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끼라고 말해도, 결국은 죽인다는 소리잖아!”


김태호가 죽는다. 좋지 않았다. 그의 리더쉽이나, 정신적인 안주로서의 존재감 또한 압도적이지만, 전상호의 말대로 그가 이 세계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알고 있는 2급 조사원이라면, 살아남기 위해 그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사람이 아무리 도망쳐도 늑대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 리가 있나.”


김대동이 중앙에 말없이 서 있는 전상호에게 가려는 찰나, 그가 중얼거린 말이 내 머리를 내려쳤다.


뚝배기를 깬다고 그러던가? 딱 그런 기분이었다.


“··· 잠깐만.”

나는 전대동의 팔을 붙잡아 그를 막고, 머리를 굴렸다.


되나? 그게 될까? 조심스레, 불안함을 완화하기 위해 귓불에 손가락이 얹어진다.


될 것 같지 않다. 이걸로 끝인가? 이젠 유일하게 남았을지도 모르는 2급 조사원을 이대로 죽여야만 하나?


“저, 저는······.”

고민에 빠진 그때였다. 김태호가 고개를 쳐들고 뭐라 말하려는 듯 입을 뻥긋거렸다.


망할, 시간을 조금만 줘. 가능한지, 아닌지 알아봐야 하니까.


고개를 홱 홱 돌린다. 시선을 이리저리로 흩뿌린다. 가능할까? 난 할 수 있나?’


“저는 미끼가···.”

김태호가 뭐라 말을 꺼내는 것과 동시에, 내 시야에 애타게 찾던 것이 들어왔다.


“제가 할게요!”


“응?”


번뜩, 들어 젖힌 손이 하늘을 찌르듯이 솟아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절로 모이는 게 느껴진다.


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류 씨, 죄송한데 뭐라고?”

전상호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반문한다. 망할 놈. 꼴 좋다.


“제가 미끼를 하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조용하게 날라와 꽂혔다. 잠깐의 공백 사이에 추임새를 넣듯 내 허리를 퍽퍽 치며 무슨 소리야 형씨! 라고 외치는 전대동을 제외하면, 아무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손을 번쩍 든 내 시야 끝에, 귓불을 만지며 열린 상태창이 자신을 봐달라는 듯 반짝였다.


이름: 이류 상태: 불안

근력: 8

민첩: 10

체력: 6

마력: 0


스킬: 오래 걷기(1), 달리기(1), 관찰(2)


기왕 망한 것, 한 번 해보자.


작가의말

1화와 4화에서 나온 이류의 스킬 중 ‘뛰기(1)’를 직관적으로 ‘달리기(1)’로 수정했습니다.


 좋은 불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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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변화 (4) +1 19.04.15 63 3 11쪽
10 변화 (3) +1 19.04.13 63 2 12쪽
» 변화 (2) +2 19.04.12 70 2 12쪽
8 변화 (1) +1 19.04.10 71 3 12쪽
7 절망의 자각 +1 19.04.09 83 2 11쪽
6 튜토리얼s +1 19.04.08 85 3 10쪽
5 경고 +1 19.04.06 100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21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35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52 6 13쪽
1 포탈의 너머 19.04.01 22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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