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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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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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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2
추천수 :
54
글자수 :
126,574

작성
19.04.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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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변화 (4)

DUMMY

“아니!”

나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절규했다. 조금 전까지 분명 저 높은 건물의 옥상에 있었던 내 몸이, 영문도 모를 이유로 지상으로 이동했다.


물론 이유야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있지만···.


[TIP – 지역 퀘스트는 수락 시 퀘스트 수행이 가능한 장소로 이동합니다]


퀘스트 수락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번의 실수를 경험 삼아, 이 정보를 꼭 머리에 박아넣자.


“상황은 어떨까.”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확실히 내가 미끼의 역할을 잘 해냈다는 방증인지, 우글거리던 바닥에 늑대는 적었다.


적었다기보다, 아예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없었다. 저 멀리서 건물이 무너지며 큰 소란이 일어났지만, 그 충격은 내가 있는 곳까진 닿지 않았다.


“아, 여기는···.”

어딘가 익숙한 길인가 싶었는데, 발걸음을 옮겨 건물의 코너를 돌자마자 명백하게 내가 아는 장소가 보였다.


임시 기지 중앙의 분수대였다.


“허··· 이거 입구로 나가긴 글렀네.”

우리 일행이 움직였던 속도를 고려해봐도, 여기서부터 입구까지 뛰어가면 빨라야 삼십 분은 걸린다.


그때쯤이면 늑대들이 내 존재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입구 근처로 다시 돌아갔을 시간이다. 혹시라도 입구와 가깝다면 바로 비어있는 입구를 통해 나갈 생각이었지만, 역시 생각대로 되지만은 않았다.


“암울한데.”


내가 입구 근처로 간다고 해도, 장벽을 넘을 수 있을까? 글라이더 없이는 무리다.


글라이더는? 입구 근처에 있는 작업 건물들에만 있다. 그중 둘은 늑대들 때문에 무너졌으니, 늑대의 눈에 띄지 않고 입구 근처로 가서 글라이더가 있는 건물을 찾아 탈출한다.


길 가다가 벼락 맞아 로또를 찾는 확률과도 비슷했다. 한 마디로 무리였다.


[서브 퀘스트 – 지역 조사 0/100]


나는 시야 한쪽에서 반짝이는 진행 중인 퀘스트를 바라봤다.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탈출할 기미가 보일지도 몰랐다.


전혀 근거 없는 맹신은 아니었다.


전투 퀘스트를 처음 받았을 때, 팁으로 전투에 도움이 되는 스킬들이 전부 활성화됐었다. 그리고 전투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 전투에 사용된 스킬에 변화가 생겼다.


역으로 지역 퀘스트를 받았을 때, 나는 공간을 무시하고 이동했다. 마치 포탈에 들어선 것처럼 말이다. 전투 퀘스트에서의 맥락으로 생각해보면, 이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 나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여나, 내가 이동하는 곳을 고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음··· 지역 조사라. 대체 뭘 해야 되는 거지?”

입구로 나갈 방법도 없으니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늑대들이 몰려있는 입구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으니, 나는 안심하고 퀘스트를 읽었다.


[TIP – 지역 퀘스트는 수락 시 퀘스트 수행이 가능한 장소로 이동합니다]

전투 퀘스트와는 다르게 이번 팁은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첫 퀘스트 때의 자잘했던 팁들이 그리워졌다.


“조사, 조사라.”

나는 그 단어에 충실하기로 했다. 가까운 거주 건물에 들어가, 처음 기지에 왔을 때처럼 사람의 흔적이나 집 안을 구석구석 탐색한다.


[서브 퀘스트 – 지역 조사 0/100]


그러나 퀘스트에 딸린 숫자는 미동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팁에는 분명 퀘스트 수행이 가능한 장소라고 했지···.”

그건 역으로 말하자면, 그 높은 옥상은 조사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까 땅으로 이동시킨 거지.


상공에선 안되고, 땅에선 할 수 있는 조사가 뭘까? 마치 수수께끼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분수대에 걸터앉았다. 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 분수대치고는 바닥에 고여있는 물이 깨끗했다. 분수대의 물은 멎은 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앉아서 땅을 훑어봤다. 바닥은 흔한 흙으로 되어 있었다. 땅에서만 할 수 있는 것, 그런 생각이 들자 평소엔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것들이 속속히 눈에 들어왔다.


흙은 생각보다 기름졌다. 손에 쥐면 잘게 부스러지는 모래 같은 흙이 아니라, 발로 꾹 누르면 미세한 반발력조차 느껴지는 좋은 흙이었다.


나는 홀린 듯이 분수대 앞의 흙을 발로 파냈다.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치면서 소심하게 삽질하던 나는 곧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거주 건물에서 삽을 가져와 땅을 파기 시작했다.


“후, 엄청 부드럽네.”

삽으로 땅을 파는 행위가 얼마나 힘이 들고 어려운지, 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흙을 파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흙 자체가 매우 부드러웠다. 마치 스펀지처럼 삽이 푹푹 쑤셔 넣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묘한 충족감이 마음을 채웠다.


탁.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삽 끝에 딱딱한 무언가가 걸렸다. 내가 판 구멍에 허리까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깊이였다. 그렇게 깊진 않았다.


“이건··· 벽돌?”

삽 끝에 걸린 것을 자세히 보려 손끝으로 흙을 흩어놓자, 조그마한 조각이라고 생각했던 벽돌의 본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실제로 밟고 있던 흙의 1미터 정도 아래에 벽돌로 만들어진 벽이 눕혀져 있었다.


바닥, 이라기보단 무언가의 천장 같았다. 이 아래에 뭔가 있는 걸까.


나는 슬쩍 퀘스트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서브 퀘스트 – 지역 조사 5/100]


숫자에 변화가 생겼다. 이게 맞겠지.


나는 벽돌을 자세히 봤다. 얼핏 보기엔 그냥 평범한 벽돌 같았다. 지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것,


“이게 만약 지하 공간의 천장이라면···.”

나는 떠오른 생각에 주위를 둘러봤다. 어딘가에 입구가 있을 것이다. 지하 공간이라면 그 지하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거주 건물을 샅샅이 뒤져보고, 주변에 있는 작업 건물의 1층까지 조사한 나는 아무런 소득 없이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대체 어딨는 거야.”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러나 지하로 향하는 입구는 있을법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지만, 임시 기지의 광장은 조금 삭막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있는 것이라곤 쓸쓸하게 있는 하나의 분수대와 기름진 흙뿐이었으니까.


“··· 분수대?”

그러고 보니 분수대에서 물이 나오질 않는데 대체 왜 물이 고여있지?


일반적인 분수대라면 물을 순환시키는 수로가 밑에 뚫려 있을 터, 그렇지 않다면 끊임없이 나오는 물에 언젠간 넘치게 된다.


나는 떠오른 의심에 분수대를 살펴봤다. 튀어나온 부분이라던가, 숨겨진 스위치라던가, 있을법한 곳은 전부 찾아봤다. 발견되지 않는 근거에 조금씩 희석되던 의심이 부끄럽게도, 분수대의 물 안에 손을 집어넣은 내 시야에 이상한 문구가 잡혔다.


[월드 C로 통하는 포탈입니다. 현재는 입구가 닫혀 있습니다. 약 3일 후 활성화됩니다.]


마치 상태창의 한 부분처럼 떠오른 그 문구는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월드 C? 포탈? 이 세계에 우리가 이용한 그 포탈 말고 다른 포탈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그것도 임시 기지의 안에?


혹시 3급 조사원인 전상호가 말하던 2급 정보원만 알고 그들은 모르는 정보가 이 포탈에 관한 것이었을까? 모를 일이다.


그때, 또 다른 팁 문구가 떠올랐다.


[TIP – 포탈은 타계와 오니악스를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 밑으로 몇 줄이 더 떠올랐다.


[조사 수치 최소치 달성. 월드 C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주어집니다]

[월드 C는 약육강식의 마물들이 사는 세계입니다. 월드 C의 지배종은 무엇이든지 먹어치우는 증식종 야수, 블러드 울프입니다]


월드 C, 마물들이 사는 세계. 지구와는 다른 세계라고 이해하는 편이 쉬운 것 같았다. 굳이 따지자면 지구는 마물들이 사는 세계인 것 같긴 했지만, 자기들을 블러드 울프라는 소름 돋는 이름으로 부르진 않으니까.


무엇이든지 먹어치우는 증식종 야수, 블러드 울프. 피의 늑대. 이걸로 확실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설명이었으니까.


이건 늑대 몬스터를 지칭하는 말임이 틀림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소름 돋는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 포탈 너머가··· 그 괴물들이 사는 곳이라고?”

여기 있는 괴물들은 이 포탈을 통해서 이 세계로 넘어온 것이다. 지난 십 년간 전조조차 없었던 늑대 몬스터의 갑작스러운 등장, 그 이유가 조금은 설명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포탈이 어제오늘로 생겨났다면, 조사원들이 늑대와 마주하지 못했을 이유도 설명이 됐다.


생각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날 쉬게 하지 않겠다는 듯 또 다른 문구가 떠올랐다.


[조사 수치 상당량 달성. 월드 C의 지배종에 대한 정보가 주어집니다]

[월드 C의 지배종, 블러드 울프는 빠른 증식 능력을 기반으로 한 끈질긴 생명력과 폭력성을 무기로 삼는 종입니다. 그러나 블러드 울프는 그 대가로 총명함을 잃었습니다]


··· 월드 C, 지배종, 그 종족의 장점과 약점이 대강 적힌 문구를 눈으로 가면서도 퀘스트 창에 슬쩍 눈이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62/100. 63/100. 64/100.


분수대에 손을 담그고 있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올라가는 조사치. 복잡한 생각을 뒤로하고, 어느새 조사치는 80에 육박했다.


80/100.


[조사 수치 대량 달성. 월드 C의 포탈에 대한 정보가 주어집니다]

[월드 C의 포탈 발생 시기는 약 4일 전. 첫 번째 이동자는 2일 전입니다. 포탈은 월드 C의 캬르캭에 있습니다]


···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맥락의 말이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묻어두고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를 정리했다.


블러디 울프, 우리가 늑대 몬스터라고 부른 그것들은,


첫째로, 갑작스레 생긴 포탈 너머에서 이 세계로 넘어왔고.

두 번째로, 원래 있던 세계의 지배종이며.

세 번째로, 지금 그들이 통한 포탈은 닫혀 있어 본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 잠깐만, 젠장할, 잠깐만.”

사고가 멈추기를 강요하고 있었다. 분수대의 물에 담긴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그건 결코 추위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늑대들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있다.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 지구의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똑같았으니까.


“여, 여기는 대체···.”

나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은 두려울 정도로 조용했다. 나는 그제야 내가 가장 먼저 궁금했어야 할 질문을 떠올린다.


우리는 대체 왜 여기로 불려왔지? 누가 우리를 부른거야?


100/100.


[퀘스트 성공!]

[퀘스트의 보상을 받기 위해 이동합니다]

[월드C의 포탈에 접촉했습니다. 지금부터 약 24시간 동안 월드C의 지배종들이 당신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연회와 오락의 신이 당신을 부릅니다]


작가의말

좋은 월요일 보내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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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빠진 이계행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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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중독 (5) 19.04.28 50 1 13쪽
21 중독 (4) 19.04.28 53 1 12쪽
20 중독 (3) 19.04.27 56 1 11쪽
19 중독 (2) 19.04.26 49 1 13쪽
18 중독 (1) +1 19.04.24 66 2 12쪽
17 던전 (4) 19.04.23 61 2 12쪽
16 던전 (3) 19.04.22 64 2 12쪽
15 던전 (2) 19.04.20 70 2 11쪽
14 던전 (1) 19.04.19 88 2 12쪽
13 추적 (2) +1 19.04.17 84 1 12쪽
12 추적 (1) +1 19.04.16 91 2 12쪽
» 변화 (4) +1 19.04.15 89 3 11쪽
10 변화 (3) +1 19.04.13 83 2 12쪽
9 변화 (2) +2 19.04.12 96 2 12쪽
8 변화 (1) +1 19.04.10 95 3 12쪽
7 절망의 자각 +1 19.04.09 107 2 11쪽
6 튜토리얼s +1 19.04.08 108 3 10쪽
5 경고 +1 19.04.06 112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32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54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70 6 13쪽
1 포탈의 너머 19.04.01 24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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