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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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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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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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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연회와 오락의 신이 당신을 부릅니다]


밀도가 높은 액체에 먹히는 감각에 소름이 돋았다. 임시 기지 중앙의 분수대, 주변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데도 무언가에 잠기고 있다는 괴상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 아프다. 아무 의심 없이 괴물이라고 믿고 있었던 무언가가 나와 같은 처지의 조난자라는 걸 깨달은 기분은 뭐랄까, 말로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더러운 기분인 것은 확실했다. 이 상황을 만든 누군가가 우리를 놀리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연회와 오락의 신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두루뭉술한 무언가에게 둘러싸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은 바뀌어 있었다.


커다란 신전? 아니, 아직 나는 분수대에··· 또다시 신전이다.


신호가 약해진 티비처럼 시야가 끊임없이 바뀌었다. 내가 방금까지 있던 분수대 앞에서, 거대한 신전의 앞으로. 눈을 깜빡이면 다시 신전의 앞에서, 분수대로.


퀘스트를 완료했으니 이동시켜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뭔가가 이상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신전의 안쪽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눈치챘다. 시야는 다시 점멸, 분수대로.


“당신 누구야! 여긴 어디지?”

나는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에 소리쳤다. 들렸을까? 아니, 내가 겪고 있는 상황처럼 저쪽에서도 나는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목소리는 들리더라도 말을 이해하기는 힘들겠지.


그렇게 포기하려는 순간 실루엣이 움직였다.


[연회와 오락의 신이 의아해합니다]


신전에 있는 인물이 무언가를 말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야 구석에 고정된 상태창을 읽자, 어렴풋이 상대의 정체가 밝혀졌다.


“신, 당신이 신입니까?”

연회와 오락의 신. 여태껏 몇 번이고 상태창으로 자신의 존재를 피력한 의미불명의 존재였다. 내가 그리 질문하자 실루엣이 멈칫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실루엣은 또 무언가를 말했지만, 여전히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웅얼거리거나 끊길 수는 있어도, 이명이 들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것은 의심스러웠지만, 실루엣과 마주한 지금 다른데 신경을 쏟을 새는 없었다.


[연회와 오락의 신이 고민합니다]


최소한, 상태창으로 실루엣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추측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 이 뜯어진 안테나 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걸까. 내 시야는 아직 끊이지 않는 슬라이드쇼를 재생 중이었다.


이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면서 내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머리가 깨질듯하게 아파졌고,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억지로 떠진 시야엔 조금 전과 다르게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뭔가, 뭔가를 물어봐야 한다. 신과의 대면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의 정보를, 내가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나는 압박감에 못 이겨 입을 열었다.


“당신이 지구에 포탈을 열었습니까?”


여전히 실루엣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유추할 수는 있었다.


[연회와 오락의 신이 긍정합니다]


스무고개냐. 자연스레 든 생각이었다.


“닫힌 포탈을 다시 열 수 있습니까? 지구로 향하는 포탈 말입니다.”

나는 그리 질문하며 한 원숭이를 떠올렸다. 마법사 에토, 우리들의 도우미를 자처하며 지구로 향하는 포탈을 열어줄 수 있다고 장담한 존재.


한낱 마법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신은 분명 할 수 있을 것이다.


[연회와 오락의 신이 고개를 내젓습니다]


그러나 실루엣은 부정했다. 포탈을 다시 열 수 없다고 말했다. 왜? 그 이유를 물어보려는 찰나 찌릿하며 무언가에 쏘인 듯한 감각이 머리 안쪽에서 났다.


이젠 정말로 시간이 얼마 없다. 한 문장, 겨우 한 문장으로 지구로 향하는 내 안전을 보장해 줄 질문을 찾아야 한다.


······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텅 빈 시야의 어디에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침묵과 하얀 배경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을 끝맺었다.


“무엇을 해야 합니까?”


[연회와 오락의 신이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정적이 찾아왔다. 지끈거리는 머리는 어느 정도 참을만 했지만, 언제 다시 그 창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 찾아올지 몰랐다.


나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다리를 동동 굴리고 있는데, 한참을 다른 문구 없이 있던 상태창에 신의 말이 올라왔다.


[연회와 오락의 신이 오니악스의 법칙을 수정합니다]


어?


방금까지 나오던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조금 전까지는 상태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완전히 통보만을 위한 것 같았다.


법칙을 수정해, 법칙··· 내가 아는 이 세계의 법칙은 두 가지밖에 없다. 이 세계에서 모든 생물은 상태창을 열 수 있다는 것과 임시 기지가 지어진 곳의 특성인 홈 정도.


수정이라면, 그 둘 중 하나를 바꾸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 있었지만,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에 대한 것이 바뀌는 걸까?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추가되는 건 아닐 것이다.


[연회와 오락의 신이 미소 짓습니다]


신은 할 일을 끝낸 것인지 또다시 사적인 형식으로 돌아와 내 상태창에 문구를 보냈다. 메시지 같은 감각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으윽.”

신에게 한 가지를 더 물어보려는 찰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졌다. 망할, 망할, 아파 죽겠다.


[연회와 오락의 신이 작별 인사를 합니다]


인사? 받아줄 상황이 아니다. 아파, 머리가, 아니 뇌가 아프다. 과부하? 마치 그런 느낌이었다. 뭔가가 가득 들어찬 머리가 안쪽에서 넘쳐 흘러 깨진 것만 같은 아픔이었다.


다행히도, 아픔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동 실패.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본래의 장소로 돌아갑니다]


그런 문구가 떠오름과 동시에, 나는 본래 있던 분수대로 돌아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시야와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긴 잠에서 억지로 끌어올려 진 기분이었다.


“허억, 헉.”

격한 운동을 한 것처럼 숨이 찼지만, 그 이상으로 절망감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블러드 울프, 월드 C, 신, 오니악스···. 새로 알아낸 것들에 머리가 복잡해질 만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이 임시 기지에서 탈출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비밀을 알아내면 뭐하나, 신과 대면하면 뭐하겠는가. 말도 통하지 않는 늑대들한테 꼼짝없이 죽게 생겼는데.


“후, 진정하자. 퀘스트 클리어로 얻은 게 그거 하나만은 아닐 거야.”

나 자신을 설득시키듯 스스로 중얼거리며 나는 변화를 찾기 위해 귓불을 문질렀다.


상태창이 떠오른다.


이름: 이류 상태: 정상

레벨: 1


근력: 8

민첩: 10

체력: 6

마력: 0


스킬: 오래 걷기(1), 달리기(2), 관찰(2)


“어?”

내 상태창에는 명백한 변화가 있었다. 아마 퀘스트의 보상으로 주어졌으리란 달리기의 변화도 그랬지만, 이름과 상태 밑에 새로운 무언가가 추가 돼 있었다.


“레··· 벨?”

레벨이라고? 게임의 캐릭터를 표시할 때나 쓰는 그 레벨 말이냐?


수정된 오니악스의 법칙이 이걸까? 그렇다면, 신은 왜 이런 걸 집어넣을 생각을 했을까?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얼마 지나지도 않은 몇 여분 전의 일이 마치 몇 개월 전의 일처럼 느껴졌기에, 더더욱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 힘을 쏟아야만 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방법.”

나는 분명 신에게 그렇게 물었고, 신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오니악스의 법칙을 수정했다. 이 레벨이라는 게, 내가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일지도 몰랐다.


확신하기엔 일렀다. 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퍼즐 한 조각만큼의 분량조차 알지 못했으니까.


더 도움이 될 것이 없나 상태창을 샅샅이 뒤지던 중, 상태창 밑에 무언가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계속 변화하기 때문인지, 시야 끝에서 째깍거리며 변하는 시간이 괜히 신경 쓰였다.


“이건 또 뭐야.”


[월드 C 지배종들의 추적을 받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지배종들은 당신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홀린 듯이 남은 시간이라는 단어에 손을 올리자, 그 밑으로 작은 디지털 시계가 떠올랐다.


[22:15:32]


[22:15:21]


시간이 느리게 줄어들었다. 시간, 분, 초로 이루어진 디지털 스톱워치의 존재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늑대의 하울링이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잠깐, 이거 진짜야?”

그러나 내 질문에 답해주는 사람은 없다. 이곳엔 조사원들도 없었고, 신도 없었으며, 에토마저 없었다.


킁!


오래전에 들은 것 같은 늑대의 숨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망할, 진짜다. 내가 있는 곳을 정확히 집어 달려오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도망쳐야 한다. 어디로?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내가 대체 어디로 도망쳐?


흘깃, 자연스레 시선이 내가 등지고 서 있는 분수대로 향했다. 정확히는 그 밑에 있는 늑대들의 세계로 향하는 포탈에.


“아니야, 그건 아니야.”

한순간 떠오른 생각에 자신을 채찍질하며 나는 일단 발을 옮겼다.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나도 뼈 아플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저 포탈 너머의 세계는 수천, 수만이라는 말로는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단순히 생각해서 60억 인구를 가진 지구의 인간이 지배종이라면··· 그런 늑대가 60억이 있는 세계? 죽어도 가고 싶지 않다.


아우우!


늑대들의 하울링이 점차 커졌다. 포위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지성이 없는 그들에게 그런 의사소통이 가능한지는 불명이었지만.


“일단은 높은 곳.”


나는 결정에 따라 거주 건물 위로 올라갔다. 달리기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좁은 건물 안에서 사용하면 벽에 머리를 박고 자멸할 위험도 있었고, 무엇보다 달리기가 1에서 2로 변화했으니 내가 알던 성능과 동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컸다.


옥상 끝에 서자, 지상의 광경이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설탕 덩어리를 본 개미 떼들처럼, 저 멀리서부터 내 쪽으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늑대들이 보였다. 지배종이라, 그럴 만도 했다. 이놈들이 사는 세계는 이런 놈들을 빼면 전부 다 먹이로 변했을 것이 분명하니까.


옥상에 서자마다 발밑이 흔들렸다. 땅을 흔드는 거인이라도 나타난 게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성질만 급하기는.”

나는 괜히 구시렁거리며 다른 건물의 옥상으로 뛸 준비를 했다. 달리기가 얼마나 변했는지 모른다. 스킬 뒤에 붙는 1에서 2의 차이가 뭔지, 나는 모른다.


그러니까 처음은 최대 거리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온 힘을 다해서 뛰어야 한다.


할 수 있는 최대를 알아야만 하니까.


쿵!


늑대가 건물을 무너뜨리기 직전, 발을 움직였다. 발끝이 옥상에 닿고, 떼어지는 순간.


세상이 흔들렸다.


“어?”

다시 내가 나를 인식했을 때, 나는 땅에 있었다. 옥상이 아닌, 땅에 누워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게? 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좋은 소식부터, 나는 지금 입구 근처에 있었다. 달리기로 얼마나 먼 거리를 뛴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현재 입구 근처에 있다.


나쁜 소식은, 내 하반신이 엉망진창이 됐다는 것이다. 각목으로 강하게 내리쳐진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허리부터, 근육이 딱딱하게 굳은 허벅지, 발목에 이르러서는 아예 돌아가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가 있다.


“이런 씨···.”

절로 욕지거리가 나오려는 순간.


끄르륵.


악몽 같은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천천히, 통로 너머에서 늑대 한 마리가 걸어 나온다. 그것보다 명백하게 죽음을 뜻할 수는 없었다.


일어설 수조차 없는 몸, 숨을 몰아쉬는 괴물 한 마리. 손에 쥔 무기는 그 믿음직하던 몽둥이마저 없다.


“끄르륵!”


“닥치고 빨리 덤벼!”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죽어? 내가 왜? 죽더라도 살아갈 거다. 이 썩어 빠진 세상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구로 돌아갈 거다.


늑대가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그 육중한 몸을 내게로 날렸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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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빠진 이계행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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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중독 (5) 19.04.28 31 1 13쪽
21 중독 (4) 19.04.28 30 1 12쪽
20 중독 (3) 19.04.27 34 1 11쪽
19 중독 (2) 19.04.26 31 1 13쪽
18 중독 (1) +1 19.04.24 43 2 12쪽
17 던전 (4) 19.04.23 38 2 12쪽
16 던전 (3) 19.04.22 40 2 12쪽
15 던전 (2) 19.04.20 53 2 11쪽
14 던전 (1) 19.04.19 58 2 12쪽
13 추적 (2) +1 19.04.17 58 1 12쪽
» 추적 (1) +1 19.04.16 65 2 12쪽
11 변화 (4) +1 19.04.15 63 3 11쪽
10 변화 (3) +1 19.04.13 63 2 12쪽
9 변화 (2) +2 19.04.12 70 2 12쪽
8 변화 (1) +1 19.04.10 71 3 12쪽
7 절망의 자각 +1 19.04.09 83 2 11쪽
6 튜토리얼s +1 19.04.08 86 3 10쪽
5 경고 +1 19.04.06 100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21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35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52 6 13쪽
1 포탈의 너머 19.04.01 22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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