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연재 주기
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827
추천수 :
54
글자수 :
126,574

작성
19.04.17 09:55
조회
66
추천
1
글자
12쪽

추적 (2)

DUMMY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드는 늑대에게 왼팔을 내어준다.


“끄악!”


끔찍한 고통이 동반했다. 맛있는 것을 음미하듯 쩝쩝 혀를 굴리는 늑대 놈이 가증스럽다.


늑대의 끔찍한 몰골과 시선이 맞을 정도로 가까이 왔다. 늑대의 역한 노린내가 코를 찔렀다.


“죽어. 죽어!”


내 팔에 정신이 팔린 늑대의 옆구리를 오른팔로 올려쳤다. 친다. 계속 친다.


데미지는 없었다. 맷집은 두말할 것도 없이 끝내주는 괴물이었다.


“흡.”


늑대의 입안에서 끈적한 무언가가 질질 흘러내렸다. 그게 내 피라는 걸 눈치챈 순간, 나는 왼팔을 뻗어 늑대의 눈깔을 찔렀다.


물컹물컹한 무언가가 손끝에 닿자, 그대로 잡아 뜯는다.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움직이는 감각이었다.


“캬아악!”


“그래, 너라도 눈깔이 찔리면 아프겠지.”

늑대는 한쪽 눈에서 붉은 피를 뿜어냈지만 물고 있던 내 팔을 놓거나,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폭력성과 집요함, 포탈이 말한 그대로였다.


늑대가 이를 콱 물었다.


“끄아악!”

팔, 팔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 떨어졌나? 잘렸나? 팔꿈치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새끼!”

이번엔 늑대의 다른 쪽 눈을 찌르려 했지만, 오른팔로는 늑대의 왼쪽 눈을 노리기가 힘들었다.


약점, 늑대의 약점이 어디였지? 포탈이 말한 것을 떠올려라.


지능? 집요함? 치고받고 싸우는 싸움에서 그게 무슨 약점이냐.


“끄르륵.”


“끄으으.”

늑대가 물고 있던 팔을 으득 씹어 재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딱딱한 무언가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늑대의 입안에서 소름 돋을 정도로 선명하게 들려왔다.


“먹고 싶으면 이것도 먹어!”


쩝쩝거리는 늑대의 입안으로 오른팔마저 집어넣는다. 늑대가 괴물다운 이빨로 오른팔을 씹으려는 순간 안에서 잡힌 물컹거리는 무언가를 망설임 없이 잡아 뜯었다.


“캬아악!”


늑대가 이번에는 고개를 크게 흔들며 뒤로 물러났다. 자연스레 입에서 내 양팔이 빠지고, 오른손에 잡힌 끈적거리는 무언가를 늑대에게로 던진다.


이래도 안 죽어?


“끈질긴 놈.”


“끄륵!”

늑대가 눈을 뒤집고 내게 달려들려는 순간, 몸을 격하게 움직이던 늑대의 입이 본의 아니게 열리며 붉은 액체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대부분은 늑대의 피겠지만, 적지 않은 양은 내 피일 것이다.


“끄이이익.”


늑대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내게로 다가오려 했다. 그 소리를 듣자 난 그게 녀석의 단말마라는 것을 깨달았다.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늑대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죽었나?


고개를 휙휙 돌려 쓰러져 움찔거리는 늑대의 몸을 둘러봤지만, 연기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연기할 지능이 있었다면 팔다리가 병신 된 상대에게 죽기 살기로 달려들진 않았겠지.


“후··· 읍.”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왼팔에서 느껴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격통에 눈가가 팍 찌푸려졌다.


팔은 반쯤 떨어져 나가 있었다. 붉은 속살이 보이며, 더 안쪽에 있는 하얀 무언가도 보이는 것 같았다.


늑대의 오돌토돌한 이빨들에 고속진입한 내 오른팔도 성하지는 않았다.


“잘 됐다. 이제 명실공히 병신이 됐구나.”


그래도 살아간다. 살아서 나간다.


형처럼 구차하게 죽을 것 같으냐.


꿀럭, 바닥에서 피를 토해내며 움찔거리던 늑대가 그 미세한 생명 활동마저 멈췄다.


[레벨업!]


괴상한 알림음과 함께, 몇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내가 켜지도 않은 상태창이 저절로 열리며, 그 위에 쓰여 있는 숫자들이 룰렛이라도 돌아가듯 바뀌었다.


부러진 팔과 다리에 허공에서 나타난 하얀 빛이 깃들며 극심한 고통이 따라왔다.


“끄아악! 뭐, 끄으읍···!”


전신이 작은 벌레들에게 뜯어 먹히는 감각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격통이 끝이 났을 때, 나는 평소처럼 움직이는 팔과 다리를 맞이할 수 있었다.


“뭐, 뭐야?”

레벨업. 스쳐 가듯 본 그 문구에 원인이 있을 거라 생각해 나는 상태창에 시선을 향했다.


이름: 이류 상태: 정상

레벨: 2


근력: 9

민첩: 11

체력: 7

마력: 1


스킬: 오래 걷기(1), 달리기(2), 관찰(2), 재생(1)


아니나 다를까, 상태창에 변화가 생겼다. 레벨업이라는 말 그대로, 1이었던 레벨이 2로 상승했고, 근력과 민첩 등의 수치가 모두 1씩 증가했다.


스킬에 이르러서는, 재생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본래 있지도 않았던 스킬이 처음부터 있었다는 듯 버젓이 자리를 잡았다.


“팔다리는··· 거의 완벽하네.”

조심스럽게 일어나 몸 상태를 체크하러 제 자리에서 통통 뛰어 봤지만,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 입기 전보다 더 활발해진 느낌이었다. 수치들이 올라가서 그런 걸까.


이 세계의 법칙 세 번째, 레벨업은 몸을 회복시키고 상태창의 수치들을 증가시키며 스킬을 추가시킨다. 그 추측을 머릿 속에 쑤셔 넣었다.


그게 맞을까? 정황상 몸을 회복시키는 것과 상태창의 수치가 올라간 것은 레벨업으로 인한 것이 맞는 것 같지만, 스킬이 추가된 건 확실치 않다.


[21:30:15]


나는 상태창 밑에서 끔뻑거리는 시간을 보곤 멀쩡해진 발을 움직였다.


통로에서 봤을 땐 결코 도달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던 입구로 아무런 문제 없이 나갔다. 바깥에 나서자마자 풍겨오는 숲의 냄새에 그리움마저 들 정도였다.


사람들은 무사히 탈출했을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김태호와 전대동만큼은 꼭 무사히 있어야만 했다.


죽을 위기에 처한 김태호 대신에 미끼를 자처한 나, 죽을 위기의 전대동을 몇 번이나 벗어나게 한 나그 둘은.내가 이후 도움을 요청하면 결코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세계를 탈출하기 위해 제대로 써먹어 주마.


“못 본 새에 음흉한 사람이 다 됐군요.”


“누구야!”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흠칫 뒤로 물러나며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늑대라면 말을 하지 않는다.


“이런,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제 목소리를 까먹어요?”

그 말을 끝으로 작은 무언가가 나무 위에서 툭 떨어졌다.


“에토?”


“끼끼끽, 네! 당신의 도우미, 마법사 에토에요.”

작은 원숭이가 뭐가 그리 행복한지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다른 사람들은?”

에토를 보자마자 든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의 행방이 궁금했다. 에토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 사람들은 포탈 쪽으로 돌아갔어요. 포탈을 어떻게든 열 셈인 것 같은데, 끼끼끽, 모를 일이죠.”


포탈, 지구의 포탈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면 김태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김태호는 포탈에서 나를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아마 김태호가 일행의 주도권을 다시 잡았다고 추측해도 무방하겠지. 전상호가 아직 리더 역을 하고 있었다면 김태호의 의견은 묵살했을 테니까.


“그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저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류.”


“나를? 왜 네가?”

뜬금없는 소리였다. 기지의 밖에 나오면 사람들에게 꼼짝없이 붙어있을 줄 알았던 에토가 그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죽었을지도 모르는 날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뭔데?


“그야 당연히 걱정이 됐으니까요··· 지금 보니, 제가 여기에 남아 있었던 것은 정답처럼 보이는군요.”

에토가 말을 끝 맺히며 내 등 뒤로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에 따라 나도 고개를 돌리자, 임시 기지의 입구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는 파도가 몰려오고 있었다.


아니, 고깃덩이의 파도다. 늑대들 수백이 눈을 뒤집고 침을 휘날리며 곧바로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망할, 뛰어 에토!”


“그럴 필요는 없어요. 끼끼끽. 이걸 위해 제가 있는 거니까요.”

원숭이가 작은 팔을 들어 올려 늑대 무리에게 향했다. 그들을 가리키듯 삿대질을 한 에토의 손가락에서 푸른 빛이 한순간 크게 반짝였다.


“윽, 뭐야?”

뭘 한 거야? 에토에게 그렇게 묻기도 전에 그 행동의 결과가 이미 눈에 보였다.


임시 기지의 입구가 푸른 실 같은 것들로 촘촘히 메꿔져 있었다. 그 너머로 늑대들이 머리를 박는 둥, 그 실을 끊으려고 발악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실이 몇백 겹이나 겹쳐진 벽은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 보이나요?”

에토가 돌연 내게 물었다.


“뭐가? 저 실들이?”


“마력을 얻으셨군요.”

마력? 레벨업을 했을 때, 그것도 함께 올라갔었지. 에토는 나와 임시 기지 쪽을 번갈아 보더니, 만류할 새도 없이 휙 뛰어 내 어깨에 올라탔다.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죠. 끼끼끽.”

어딜 가자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나는 에토를 짊어지고 절벽 위로 올라갈 길을 모색했다. 기지에 내려왔을 때처럼 보이지 않는 투명한 길이 있을 테니, 그 길을 통한다면 쉽게 올라갈 수 있으리라. 찾는 건 어렵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절벽에 다다른 내 시야에 이상한 것이 비췄다.


푸른색으로 옅게 빛나는 불투명하고 얇은 통로가 바닥에서부터 절벽 위까지 이어져 있다.


에토의 보인다는 말은 이런 걸 말한 걸까?


“보이죠? 어서 가요.”

에토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마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보는 것에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았다. 이 길은 내가 전에는 보지 못했던, 기묘한 통로였으니까.


통로를 통해 절벽 위로 올라가는데, 에토가 먼저 말을 걸었다.


“바로 포탈이 있는 곳으로 가시나요?”

나는 잠시 고민하고 대답했다.


“아니, 포탈이 있는 곳으로는 못 가.”


“왜요?”

에토가 내 볼을 쿡 찌르며 물었다. 나는 그 대응을 하지 않고 묵묵히 통로를 오르며 생각했다.


에토에게 말해도 될까?


이 원숭이는 분명 지금 당장 내 적은 아니었지만, 아군 또한 아니었다.


다른 세계의 주민인 블러드 울프 들을 보고 죽여야 할 몬스터라고 말해 우리가 늑대를 죽이게 했으며, 신조차 하지 못하는 닫힌 포탈을 열 수 있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오히려 신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내가 도움을 달라고 했을 때, 레벨이라는 법칙까지 수정한 신이 내게 악의를 품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왜 포탈이 있는 곳으로는 가지 못하죠?”

에토가 대답을 재촉했다. 옆얼굴에서 에토의 시선이 느껴졌다.


“에토, 네 말대로라면 사람들은 모두 포탈에 있는 거지?”

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역으로 질문했다.


“네. 그런데요?”

그에 에토는 심기가 상한 듯 까칠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럼 아직 에토의 부탁을 들어주러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지.


“에토, 네 부탁을 먼저 해결하고 포탈로 가자.”


“네?”

에토가 놀라움에 반문했다. 그가 한쪽 손으로 내 머리칼을 잡아 몸을 고정하고 얼굴을 내게 들이댄다. 에토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왜? 빨리 해결하는 편이 너한테도 좋잖아?”


“그건 그렇지만··· 당신이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해서요.”

에토는 내 시선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푹 한숨을 내쉬고는 내 머리칼을 왼쪽으로 잡아당겼다.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자, 이쪽이에요.”

탑승 로봇처럼 머리칼로 향할 방향을 쭉 당긴 에토의 말에 따라, 그가 말하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에토는 내 변한 태도를 의심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오히려 의심받는 쪽이 내겐 형편이 좋았다. 그럼 에토는 날 감시하느라 내 곁을 떠나지 않을 테니까.


[21:05:22]

상태창 밑에서 째깍거리는 시간을 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썩어 빠진 이계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29/04/19~ 19.04.29 21 0 -
공지 연재 주기에 관해서 19.04.02 60 0 -
23 오니악스 (1) 19.04.29 24 1 14쪽
22 중독 (5) 19.04.28 38 1 13쪽
21 중독 (4) 19.04.28 38 1 12쪽
20 중독 (3) 19.04.27 41 1 11쪽
19 중독 (2) 19.04.26 37 1 13쪽
18 중독 (1) +1 19.04.24 51 2 12쪽
17 던전 (4) 19.04.23 46 2 12쪽
16 던전 (3) 19.04.22 47 2 12쪽
15 던전 (2) 19.04.20 58 2 11쪽
14 던전 (1) 19.04.19 67 2 12쪽
» 추적 (2) +1 19.04.17 67 1 12쪽
12 추적 (1) +1 19.04.16 76 2 12쪽
11 변화 (4) +1 19.04.15 71 3 11쪽
10 변화 (3) +1 19.04.13 69 2 12쪽
9 변화 (2) +2 19.04.12 77 2 12쪽
8 변화 (1) +1 19.04.10 78 3 12쪽
7 절망의 자각 +1 19.04.09 90 2 11쪽
6 튜토리얼s +1 19.04.08 92 3 10쪽
5 경고 +1 19.04.06 104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22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42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60 6 13쪽
1 포탈의 너머 19.04.01 233 5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노호17'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